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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713화 (713/749)

Chapter 712 - 653화 - 짓밟히는 희망, 믿었던 백선의 배신!

또 억지스러운 마왕의 고집에 넘어가, 마왕에게 온천까지 개방해 준 다음날.

이젠 일상과도 같은 승부의 시간이 되자, 요화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별 수 없이 또다시 신수 일행을 불러모아 산 정상에 향했다.

“누효오오오오오오오옷!! 기모찌이이이이잇!!”

오늘도 자신과 동료들의 수성력을, 짐승의 멱을 따는 듯한 괴성을 내지르며 받아내는 마왕.

얼핏 보면 장난치는 것 같기도 한 그 모습은, 백선이 제안한 이 승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달리 뭔가 여유가 넘쳐 흐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단 한 명의 수성력조차 고통스럽다는 반응이었는데. 이제는 세 사람이 합심해서 가하는 수성력에 표정조차 찡그리지를 않는다니.

점점 자신들의 수성력에 내성이 생기는 것 같은 마왕의 모습에, 요화는 약간의 답답함과 함께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정녕 괜찮은 것인가...? 이대로 이대로 마왕의 영혼을 완성시키는 게... 진정, 올바른 판단일까...?’

기대도 하지 않았던 백선이 합류하면서 제시한, 마왕의 영혼을 신수의 힘으로 다듬자는 제안.

분명 처음에는 그 제안이, 제법 그럴듯하게 느껴졌었다.

수성력은 생명체나 사물의 본질에 가해지는 에세르 기반의 힘. 이 에센티아의 생명체들에겐 회복과 정화의 힘이지만, 테센티아에서 넘어온 마물 같은 존재들에겐 사실상 최대의 공격.

비록 신수인 본인들조차 여유롭게 쓸 수 있는 힘은 아니지만, 마왕의 테세르에 영향을 끼치기엔 이보다 더 효과적인 힘은 없을 것이었다.

마왕이 정말 사악한 존재라면, 자신들의 수성력에 영혼이 타격을 입을 것이고... 변화의 여지가 있는 불안정한 존재라면, 자신들의 기운을 통해 저 음흉한 성정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날이 갈수록 영혼이 완성에 가까워 지고 있다는 듯이 여유가 생기고 있는 마왕인데. 정작 저 마왕의 행동은 전혀 변하는 것이 없었다.

여전히 거리낌없이 자신의 몸을 만지며. 일말의 죄책감조차 없이 자신을 범하고. 심지어 어린 소우마에게도, 성교육이란 명목으로 자신과의 교미를 과시하는 저 뻔뻔함.

며칠 함께 지내서 그런지 제자들 앞에서 사나운 기색을 보이는 일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마왕은 요화를 자신의 암컷처럼 취급하며, 그 끝없는 성욕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을 배려하듯이 하루 정도는 쉬자고 말하던 어젯밤의 모습에, 요화는 이제서야 하며 약간의 기대감을 가졌었지만...

오늘 아침 하루 쉰 만큼 각오를 해두라며 키득거리던 마왕의 표정을 본 순간. 그 기대감이 의미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자신에게 상상 이상의 것을 경험시켜 주겠다는 듯이. 너무나도 사악하게 미소 짓던 마왕의 그 표정.

평소 이상의 아찔한 교미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요화는 당장 코 앞에 다가온 오늘의 보상 시간이 너무나도 두렵게 느껴지고 있었다.

‘도대체 뭘 하려고 저리 호언장담을 한단 말이더냐... 평소에도 제정신으로 있기 힘든 아득한 쾌락이었는데, 그 이상의 것이라니...’

상상만해도 소름이 돋는다.

저 마왕의 우월한 말자지가 주는 쾌락은, 암컷이라면 그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아찔한 쾌락이었다.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분명 싫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도 자신을 한 마리의 암컷 짐승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치 마약과도 같은 쾌락.

신수인 자신조차 감당할 수가 없는 무시무시한 쾌락이기 때문일까? 날이 가면 갈수록, 마왕과 교미를 하는 자신이 점점 변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처음엔 분명 싫어하는 기색이라도 보일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마왕의 말자지가 눈 앞에 있으면, 마치 또 다른 인격이라도 생긴 것처럼 흥분을 감출 수가 없게 되어서...

소우마가 보는 앞에서 진심으로 교미를 즐겨버려, 아침마다 자신이 왜 그랬는지 후회가 몰려왔었다.

오늘은 안 그래야지. 소우마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지.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마왕과 교미하게 되면 음탕한 짐승이 되어버리는 보상 시간.

심지어 이젠 그 보상 시간뿐만 아니라, 낮에도 몸을 괴롭히는 듯한 욕정이 수시로 찾아오고 있었다.

‘아아... 답답하구나... 도대체 본녀가, 어쩌다 이리 되었단 말이더냐...’

가슴이 답답하다.

어쩐지 머릿속에서, 교미 이외의 아무런 생각이 들질 않는다.

마치 육체에서 영혼이 멀어지고, 암컷의 욕정만이 남아있는 듯한 어지러운 감각.

최근 수시로 찾아오고 있는 이 감각은, 어쩐지 요화 본인에게 그냥 포기하라고 속삭이는 듯한 기묘하기 그지 없는 감각이었다.

‘...아니 되느니라... 본녀가 포기하면, 아이들이... 저 욕망 덩어리인, 마왕에게...’

지금 요화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그녀의 소중한 아이들.

자신이 거둔 아이들. 혹은 그 아이들이 낳은 자신의 영역 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요화에게 있어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왜 이렇게 아이를 키우고 싶어하는지는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마치 영혼에 새겨진 본능처럼, 아이 하나 하나를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끼는 그녀.

마음 속에서 암컷의 욕정이 점점 커지고 있는 그녀에겐, 자신의 아이들만이 유일한 버팀목이자 안식처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저 사악한 마왕에게 보내는 것이 너무나도 불안했었지만. 그래도 마왕은 아직까지 주술의 규칙도 어기지 않고, 자신의 제자들에게 얌전히 시중만 받고 있는 상태.

심지어 언제부터인가 제자들을 바라보는 눈빛에선, 제자들을 배려해 주는 것 같은 부드러운 느낌이 느껴지고 있었다.

마왕의 기운에 저항하는 것조차 버거워 많은 신경을 써주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렇게 얌전히 지내준다면, 마왕을 어느 정도는 신뢰해도 될 터.

자신만 잘 버텨내다가 내기의 보상으로 얌전히 지낼 것을 요구한다면, 요화는 또다시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아이들과 평화로이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푸흐흐... 신수 셋이 함께 공격해도 이 정도인가? 이젠 뭐 견딜 만 하단 느낌인데~?” “하아, 하... 읏...”

하지만... 아직 한 달이 더 넘게 남았는데. 버틸 수가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풀며 입꼬리를 올리는 마왕을 본 순간, 요화는 어쩐지 버틸 의지가 한 풀 꺾이는 느낌이었다.

과연 약간이라도 선해지긴 한 걸까 싶은 저 사악한 미소. 그리고 여전히 불길한 기운이 넘쳐나는, 저 우월하기 그지 없는 수컷의 육체.

어쩐지 저 달라진 것 없는 마왕의 모습을 본 순간, 요화는 내기가 종료된 시점에 마왕을 거부할 수 있을지 도저히 확신할 수가 없었다.

만약 여기서... 무언가, 더 당하게 된다면...

지금도 답답하고 버티기 힘든 상태인데. 여기서 뭔가, 의지가 약해질 만한...

뭔가 마음이 꺾일 만한, 무언가가 일어나게 된다면...

그때는, 나는...

“...쯧. 우리는 바로 돌아가겠다. 여전히 저 놈의 얼굴만 봐도 기분이 나쁘군...” “진짜 영향을 받긴 하는 건가 저 놈... 하아. 수고해라. 요화.”

생각에 잠긴 요화를 내버려 둔 채, 저 마왕과 더 함께 있기 싫다는 듯이 산을 내려가는 청야와 호월.

두 사람은 어째서인지 마왕에게 커다란 거부감이 있는 것처럼, 마왕과 함께 있는 것조차 꺼리고 있었다.

어떻게 백선의 의견에 동의해서 마왕을 지켜보고 있긴 하지만. 마왕이 확실히 선해졌다고 느끼기 전엔, 대화하는 것조차 거북하다고 말하던 두 사람.

그래서인지 청야와 호월은 요화가 만든 술 정도만 즐기며, 승부 시간 이외엔 자신들이 머무는 장소에서 벗어나질 않고 있었다.

물론 승부가 끝난 후 요화와 마왕이 교미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이젠 성욕이 무슨 욕구였는지도 가늠이 안 가서 교미란 것이 무덤덤하게 느껴지는 청야와 호월.

요화가 자신들이 가진 지식을 아득히 초월한 암컷의 쾌락을 경험 중이란 것을 눈치채는 것은, 그런 그들에겐 아무래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 두 수컷은, 요화의 영역에서 점점 짙어지고 있는 욕정의 기운에 너무나도 크나큰 짜증을 느끼고 있는 상태.

신수가 된 이후 거의 처음 경험중인 번식의 욕구는, 그들에게 커다란 불쾌함을 느끼게 만들어 동생과도 같은 요화를 신경 쓰지 못하고 만들고 있었다.

“...큭큭. 정 없는 새끼들... 오늘도 지들 여사친이 원하지도 않는 교미를 해야 하는데. 저렇게 쌀쌀맞게 그냥 가버리다니...”

무언가 그런 청야와 호월을 비웃는 듯한 웃음을 흘리며, 요화에게 다가와 그녀의 가슴 사이에 손을 집어넣는 마왕.

승부라고 말하기도 힘들어진 오늘의 승부가 끝난 지금, 요화는 벌써부터 마왕의 손을 떼어내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있었다.

벌써 20일 가량을 이어진, 승부 후에 즐기는 수컷과 암컷의 교미.

그 짐승 같은 난폭한 교미가 기다리고 있는 이상, 여기서 마왕을 거부하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저런 새끼들, 이젠 친구라고 말하기도 뭐하지 않아? 그냥 이제 내쫓아 버리는 게 어때?” “...읏...♡ 마, 말이 되는 소릴 하거라...♡ 처, 청야와 호월은 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성욕에 무감해진 것, 뿐이니라...♡” “큭큭. 그거 참 고자스러운 새끼들이구만. 그거 수컷으로서 살아있을 가치가 있는 건가? 수컷으로 태어났으면 나처럼, 암컷을 만족시켜줄 의무가 있는데 말이야... 그렇지? 백선?”

앞으로 교미할 요화를 자신의 옆구리에 붙인 채, 여동생 같은 신수를 놔두고 사라진 두 수컷을 비웃는 마왕.

그런 마왕이 반대쪽 팔을 들어올리며 의견을 묻자,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백선이 암컷의 웃음을 지으며 마왕의 옆구리에 달라붙었다.

“쿡쿡♡ 너무 그러지 말거라♡ 그대처럼 암컷을 만족시켜 줘야 하다니. 그런 거, 성욕이 있더라도 저 둘에겐 불가능한 일이니라♡” “큭큭. 하긴~ 끽해봐야 에센티아 수컷들보단 조금 나은 실좆 새끼들 이라고 했었지? 인간이던 영혼에 맞춰, 이전 생의 모습에 가깝게 재구축 됐다고 말이야?” “후후♡ 저번에 본 청야 녀석은 그냥 딱 지구인 평균이란 느낌이었다만...♡ 호월은 오히려 에센티아 수컷들보다 열등할지도...♡ 저 성깔을 봐선 아무래도, 쥐꼬리만한 소추가 아닐까 생각되는구나♡”

마왕의 손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슴을 내밀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친구들인 수컷들을 비웃는 백선.

마왕에게 동의하며 청야와 호월을 비웃는 그 모습은, 마치 마왕에게 아양떨기 위해 친구의 뒷담도 서슴지 않는 사랑에 빠진 암컷 그 자체였다.

그런 백선에게 너무나도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무언가 불안하게 느껴지던 허무한 감정이 사라져 복잡한 안도감을 느끼는 요화.

마왕과 가까이 지내지 말라며 백선을 나무라던 그녀였지만. 이제 곧 백선을 영영 보지 못하게 될 것 같던 느낌이 사라진 터라, 요화는 지금 도저히 마왕과 백선을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마왕과 친해졌냐고 물어도. 그저 밤마다 나누는 대화가 즐거웠다며 대충 넘어가는 언니와도 같은 신수.

설마 하며 마왕과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지금 요화가 백선에게 더 캐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을 속일 이유가 없는, 신수로서의 자신을 이끌어준 백선.

심지어 그런 백선이 마왕과 교미했다 하더라도, 계약에 포함되지 않는데 자신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백선 역시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임에는 틀림 없는 요화.

무언가 찝찝함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요화는 아직까진 두 사람을 떼어놓을만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마왕과 백선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상태였다.

“...큭큭. 그렇지... 요화. 오늘은 어디, 우리 셋이 같이 얘기나 좀 나눠보는 게 어때?” “무, 무어라...? 배, 백선과...?” “음. 뭐... 하루 정도는 더 쉬어도 괜찮겠다 싶어서 말이야~ 요화 너도 아직 피로가 덜 풀린 것 같으니까. 오늘은 교미하지 말고, 같이 사이 좋게 수다나 좀 떨어보자고.”

분명 아침엔 하루 쉰 만큼 각오하라고 했었으면서. 어째서인지 이제 와서, 하루 더 쉬자고 말하는 마왕.

어째선지 그런 마왕의 눈빛이, 무언가 사악한 것을 꾸미는 것처럼 음흉하게 웃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왕뿐만이 아니다. 반대편에서 마왕에게 붙어있는 백선까지, 묘하게 사악한 것 같은 눈웃음을 지으며 키득거리고 있는 상태.

지금 두 사람이 표정이 왜 이렇게 오싹하게 느껴지는지, 요화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동안 각 잡고 따로 자리를 만든 적은 없었으니까. 오늘 한 번 보상 시간을 써서, 신수들끼리 모여보자고. 물론 정 없는 수컷 새끼들은 내버려 두고 말이야.” “...웬일, 이냐? 그대가...? 뭔가 심정의 변화라도 있었던 것이야?” “푸흐흐. 심정의 변화는 무슨~ 그냥 뭐, 서로 좀 더 친해지잔 그런 의미지 뭐.”

표정은 여전히 음흉하기 그지 없지만. 역시 자신들의 수성력이, 마왕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의미 없게 느껴지던 이 승부가, 어쩐지 마침내 빛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크, 크흠. 뭐, 뭐어... 그래... 그대가 그걸 원한다면,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지... 읏...♡” “...큭큭. 그래. 그러면 저녁 먹고 나서 좀 쉰 후에, 백선의 방에서 모이자고.”

자신의 가슴을 여전히 음흉하게 주물러 대고 있는데. 그런데도 교미를 넘어가는 마왕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안도감을 느끼는 요화.

내기가 끝날 때쯤엔 이 마왕의 음흉한 성욕이, 세계 정복 같은 망상을 하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 것이다. 그것이 요화에겐 너무나도 기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지 않고. 자신과 제자들을 위협에 빠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술의 계약이 끝난 뒤엔 마왕이 허튼 짓을 하지 않을 정도의 약조를 맺으면 그걸로 모든 이들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얘기.

굳이 마왕을 죽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 왠지 모르게 그것이 너무나도 기쁘게 느껴지는데, 그런 자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요화.

지금 마왕과 백선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지도 모른 채. 요화는 드러난 꼬리를 흔들며, 즐거운 기분으로 마왕의 옆구리에 달라붙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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