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13 - 654화 - 짓밟히는 희망, 믿었던 백선의 배신! (2)
그렇게 승부가 끝난 뒤, 각자 저녁을 먹고 10시경 다시 보기로 한 마왕과 요화.
평소와 달리 마음이 가벼워진 요화는, 마왕이 요청한대로 창고에서 좋은 술을 꺼내 백선이 머무는 별채로 향하기 시작했다.
술을 가져온 제자들을 문 앞에서 돌려보낸 뒤, 9개의 풍성한 꼬리로 커다란 술독을 들고서 백선과 마왕이 있을 별채의 안방으로 향하는 요화.
재주 좋게 무거운 술독을 들고 가면서도, 요화는 이상할 정도로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 마왕이 교미가 아닌 이런 술자리를 원하다니. 이 어찌나 좋은 변화라는 말인가.
계속 변하지 않는 마왕의 모습에, 의미 없이 마왕의 약점만 없애주는 것이 아닌가 불안했는데. 지금이라도 변하는 기미가 보인다는 것은 요화에게 있어 한 줄기 빛을 만난 듯한 안도감을 주는 일이었다.
물론 마왕의 타고난 천성까지는 바꿀 수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 끝 모를 욕정과 난폭함이 조금 줄어드는 것 만으로도, 마왕이 가진 위험성이 상당히 줄어들게 될 터.
여전히 무례하고 음흉한 그런 수컷이겠지만.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마왕을 적대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적대시 할 필요가 사라진다는 것은, 마왕을 죽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
내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마왕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지금 요화에게 있어선 이상할 정도로 기쁘게 느껴지는 사실이었다.
“흠. 흠... 와, 왔느니라 마왕. 그대가 원하는 대로 아주 괜찮은 술을... 읏!?”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문 앞에 도착해, 잠시 목을 가다듬으며 풀려있던 마음을 다잡는 요화.
히죽거리던 표정을 고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방의 문을 연 순간, 요화는 갑자기 자신을 덮치는 수상하면서 후덥지근한 열기에 조금 미간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 후덥지근한 열기와 농후한 냄새.
이것이 익숙한 교미의 냄새라는 것을 느낀 요화는, 방금 전까지 느끼고 있던 안도감이 사라지며 금새 자궁 안쪽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으, 읏... 도, 도대체, 어째서 여기서 이런... 읏...!?” “오~ 요화. 왔어~? 푸흐흐... 조금 늦었네?”
설마 백선과 교미를 한 것도 아닐 텐데. 어째서 이다지도 농후한 수컷과 암컷의 냄새가 느껴지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안쪽을 본 순간, 요화는 당혹스러움에 눈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무언가 과할 정도로 정성을 들인 것 같은, 커다란 식탁 위에 펼쳐진 다양한 안주거리들.
아직 손을 대진 않은 것 같은 그 식탁 너머에서, 윗도리를 벗고 있는 마왕이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몸에서 후덥지근한 증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왕의 옆에서, 끈 같은 속옷만을 입고 있는 백선의 모습.
뭔가 살짝 아랫배가 부푼 것처럼 보이는 백선은, 마왕과 같이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앞머리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흔적은 보이질 않지만 마치 교미라도 했던 것 같은 두 사람의 모습. 도대체 이것은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영문을 모른 채 우두커니 서 있던 요화를 향해, 마왕과 백선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른 건 애들이 다 준비해주고 가서, 이제 너만 들어오면 되거든? 자. 얼른 들어와.” “후후. 뭐하고 있느냐 요화. 마왕이 부르는데. 냉큼 들어오지 않고♡” “아, 어...? 으, 으응...?”
무언가 평소보다도 더 음흉해 보이는 마왕의 표정.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다른 사람 같은 백선의 분위기.
그런 두 사람에게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요화는 마치 뭔가에 이끌리듯 천천히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 동안 수없이 마왕과 교미해왔던 요화에겐, 이 비릿하면서도 농후한 냄새는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향기.
지금 요화의 발이 움직이는 것은, 꿀벌이 꽃을 향해 날아가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큭큭. 그래. 술독은 거기 옆에 두고... 자. 너도 여기 내 옆에 붙으라고.”
요화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자, 생각대로라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비어있는 무릎을 툭툭 치는 마왕.
가까이 와서 확인한 마왕은 터무니 없게도, 백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흉물스러운 성기를 꺼내두고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한 알몸으로. 얄팍한 속옷만 입고 있는 백선을, 자신의 옆구리에 붙이고 있는 마왕.
지금 저 마왕의 모습은 마치, 퇴폐적인 유흥을 즐기는 권력자처럼 보이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이, 이 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백선의 앞에서, 이런...” “큭큭. 암컷들과 수컷의 술자리인데. 기왕이면 즐겁게 즐기는 게 좋잖아? 백선도 다 승낙한 일이라고?” “아, 아니... 백선. 그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쿡쿡♡ 뭘 그리 놀라는 것이냐♡ 평범한 수컷도 아니고 무려 마왕 같은 수컷과의 술자리인데. 암컷인 우리들은 당연히, 이렇게 수컷을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즐겨봐야 하지 않겠느냐♡”
마치 수컷에게 아양부리는 것이 암컷의 즐거움이란 것처럼 말하면서. 요화를 향해 키득거리는 웃음을 내비치는 백선.
그 모습은 무엇인가 평소의 백선이 아니라, 마왕을 접대하러 온 창부처럼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묘하게 윤기가 돌면서 번들거리는 피부. 요염한 색기가 감도는 눈동자. 그리고, 왠지 모르게 뭔가가 흐르는 듯한,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작은 팬티로 가려진 가랑이 사이.
설마 마왕이 백선을 덮친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마왕과 백선을 살폈지만, 백선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과 닦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깨끗한 마왕의 말자지만이 보일 뿐이었다.
마왕의 그 터무니 없는 사정량을 생각한다면, 어딘가에 흔적이 보이거나 백선의 복부가 크게 부풀어 올랐을 것인데. 그런데 아무런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니.
자신의 오해인가? 아니면 뭔가 마왕의 수작?
욕정이 샘솟는 와중에도 마왕을 의심해 보는 요화였지만. 그 속내를 모르는 요화에겐 지금 이 상황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의심스럽기만 한 상황이었다.
“큭큭... 그렇게 놀라지 마 요화. 교미 대신 즐기는 술자리인데. 이런 즐거움도 있어야지? 자. 얼른 앉으라고.” “꺄악!? 읏, 이, 이 변태 같은 녀석이... 어쩐지, 순순히 넘어간다 싶더라니...!”
반쯤 넘어트리다시피 끌어당기며, 억지로 요화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리는 마왕.
그렇게 요화를 끌어들이자 마자, 마왕은 자신의 커다란 손을 너무나도 당연하단 것처럼 요화의 가슴 사이로 집어넣었다.
마왕과 요화가 그러는 사이, 술독으로 가서 비어있는 술병에 술을 채워 가져오는 백선.
백선이 다시 자신의 무릎 위로 올라오자, 마왕은 두 사람의 가슴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즐거운 듯이 웃기 시작했다.
“큭큭. 이야~ 신성한 암컷 신수들을 두 마리씩이나 이렇게 내 옆에 끼게 되다니. 이거 술도 안마셨는데 너무 만족스러운 느낌인걸?” “읏, 하아...♡ ...이, 저질스러운 녀석이...” “너무 그렇게 인상 쓰지 말라고 요화~ 그냥 즐겁게 즐겨보자는 것 뿐이니까. 큭큭... 자. 그럼, 다들 한 잔 해야지? 백선. 어디 한 잔 따라봐 주겠어?” “쿡쿡♡ 그래. 본녀가 얼마든지 따라주도록 하마♡”
살랑거리는 듯한 눈웃음과 함께, 마왕이 드는 잔에 정성스럽게 술을 따라주는 백선.
모두의 술잔에 술이 채워지자, 마왕은 여전히 요화의 폭유를 주무르며 자신의 술잔을 들어올렸다.
“음. 이야기 할 것도 많지만... 요화가 골라온 좋은 술이라는데. 먼저 한 잔 해야지? 자. 다들. 건배~” “후후♡ 건배~♡” “...하아. 건배...”
마왕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수컷 냄새 때문일까. 마왕이 무슨 생각인지를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분위기에 휩쓸려 그대로 건배를 하는 요화.
마왕과 두 암컷 신수의 퇴폐적인 술자리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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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술자리가 얼마나 이어졌을까.
의외로 몸을 주무르는 것 이외엔 큰 수작을 부리지 않는 마왕과 술잔을 넘기다 보니, 요화는 어느새 백선처럼 옷을 벗고서 마왕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암컷을 발정나게 만드는 마약과도 같은 수컷의 냄새. 그리고, 묘한 분위기가 달리 지구나 서로의 공통점에 대해 이어지는 평범한 이야기 거리들.
그렇게 적당히 취기가 올라온 요화는, 어느새 긴장이 풀려 될 대로 되란 기분으로 마왕과의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이런~ 또 잔이 비었네~? 자. 요화. 바로 채워줘야지?” “후훗...♡ 정말, 술 시중 받는걸 너무 좋아하는구나 그대는...♡ 그래. 여기...♡” “큭큭. 암컷이 따라주는 술 만큼 맛있는 게 또 없다고... 크으, 달다 달아~”
도대체 무엇일까. 이 충족감은.
단순히 술을 따라주는 것뿐인데. 이상할 정도의 충족감이 가슴 속에 차오른다.
마치 시종... 아니 접대부라도 된 것 마냥, 달라붙어 술을 따라주는 있는데. 그것이 이렇게나 만족스럽게 느껴진다고?
마치 이 수컷을 만족시켜주는 것이, 자신의 행복인 것처럼 느껴지는 기묘한 느낌. 설마 자신이 이런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될 줄이야.
자신이 왜 이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됐지만. 요화는 그저 휩쓸리듯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후후♡ 마왕은 정말 대단하구나...♡ 이렇게 창부마냥 아양 떠는데 싫은 감정이 생기질 않는다니♡ 다른 수컷이었다면 감히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 자신과 같은 기분인 걸까.
왠지 모르게 요화의 분위기를 살피던 백선이, 키득거리며 묘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마치 이렇게 마왕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이, 정말 행복하지 않냐는 듯한 백선의 미소.
그런 백선과 눈이 마주친 요화는,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백선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었다.
가슴 속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오고 있는, 이 수컷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감정.
만약 지금 옆에 있는 것이 다른 수컷이었다면, 이렇게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것에도 건방지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건방지게 느껴지기는커녕 이렇게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충족감.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절대 다른 수컷들에게선 맛볼 수가 없을 것 같은 감정이었다.
“...후후♡ 이렇게나 마왕을 시중드는 것이 즐겁게 느껴지다니...♡ 이거 참. 본녀는 진심으로 마왕을 섬기고 싶어 지는구나...♡”
그러한 감정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기라도 한 것일까.
백선은 뭔가 요화에게 선언하는 것처럼, 기겁할만한 말을 하면서 늘어져 있던 마왕의 말자지를 만지기 시작했다.
“뭐, 뭣...!? 아, 아니, 백선!? 아,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백선이 만지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 흉악함을 과시하며 위로 치솟는 말자지.
그 말자지를 본 순간 요화는 화들짝 놀라며, 진심이냐는 듯이 허둥대기 시작했다.
“아, 아니 된다 백선! 이, 이놈을 섬긴다는 것은 이 놈의 암컷이 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농담으로도 할 소리가 아니...!” “후후♡ 그게 어떻다는 것이냐? 어차피 인간과는 수명이 맞지 않고 신수들은 성욕이 없는데.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것을 지닌 마왕이라면, 오히려 좋은 상대라고 생각된다만?” “아, 아니...! 그게, 무슨...!?”
조금 안심할만한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이 수컷은 수컷들을 죽이고 암컷들을 지배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가진 마왕.
그런 마왕의 암컷이 된다는 터무니 없는 얘기인데. 그런데도 백선은 상관 없다는 듯이 말하며 오히려 요화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듯이 묘한 미소를 내비쳤다.
“...요화. 그대도 알고는 있었겠지만... 본녀는 이 지루한 신수의 삶에 지쳐있었느니라. 사실 이렇게 마왕을 만나러 온 것도, 죽기 전에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존재의 얼굴이나 보잔 생각이었지.” “읏... 그건, 백선...” “그런데 이렇게 마왕을 만나보니, 생각보다 위험한 것 같지도 않고 괜찮은 수컷이 아니겠느냐♡ 설마 수컷을 보고 이런 감정이 생기다니, 6000년 넘게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백선의 솔직한 고백을 듣게 되자, 요화는 말문이 막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세상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에센티아로 넘어와, 무슨 일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 차분한 감정을 지니고 긴 삶을 살게 되는 신수들.
기억이 없는 자신은 잘 이해가 안되지만. 인간으로서 멀쩡한 감정을 지녔던 기억이 있기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신수의 삶이 괴롭게 느껴진다고 했었다.
감정이 남아있는 동안 자살하지 못한다면 자살에 대한 욕망도 사라지기에. 괴로움을 참다 못해 아예 사고를 멈추게 된다는 신수들의 마지막.
보통은 그 마지막이 빠르면 수백 년에서 길어도 5000년인데. 이미 6000년을 넘게 살아가고 있는 백선인 만큼, 정신적으로 한계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것을 알고 있기에 말문이 막혀버린 요화에게, 백선은 마치 허락이라도 구하는 것처럼 키득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6000년을 버텼으면 충분하지 않느냐♡ 마왕도 점점 선해져 가고 있는 것 같으니까♡ 남은 생을, 마왕의 암컷이 되어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된다만...♡” “...읏... 아, 아니... 그렇, 지만...” “쿡쿡♡ 마왕이 아까운 것이냐? 빼앗을 생각은 아니니 걱정 말거라♡ 어차피 부인 말고도 수많은 암컷을 거느린 마왕♡ 본녀는 그저 그 수많은 암컷들 중 하나가 되어, 남은 생을 즐겁게 지내보고 싶은 것뿐이니까♡”
솟아오른 말자지를 익숙하다는 듯이, 애정이 담긴 듯한 손놀림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백선.
아깝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어째서인지 요화는 백선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긴 삶이 너무나도 힘들었을, 자신의 언니나 다름없는 암컷.
그런 암컷이 이제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는데. 자신이 말려도 괜찮은 것일까?
저 마왕의 암컷이 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암컷에게 행복한 것인지를 알기에, 도저히 백선을 말릴 수가 없는 요화.
그런 요화의 폭유를 부드럽게 주무르면서, 마왕이 키득거리며 백선을 향해 묻기 시작했다.
“그래~? 내 암컷이 되고 싶다~ 그거지?” “그러 하느니라♡ 후후♡ 마왕이여♡ 본녀를 그대의 암컷으로 받아들여 줄 수 있겠느냐?” “큭큭... 이거 참.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백선이 이렇게 바라는데. 뭐 어쩔 수가 없네 이건~”
마치 뭔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는 것처럼, 키득거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하는 마왕.
마왕은 요화의 유두를 가볍게 꼬집더니, 마치 허락이라도 구하듯이 요화에게 속삭였다.
“백선이 저렇게 말하는데 말이야... 어때 요화. 백선을, 내 암컷으로 맞이해도 괜찮을까?” “으, 읏... 아, 아니, 그게... 백선, 은...” “백선 본인이 내 암컷이 되고 싶다잖아? 어차피 네 제자도 아니고 내기와는 별개인 백선인데. 내가 암컷으로 맞이해도 괜찮지? 응?” “앗...♡ 읏... 그건... 아니, 하지만...” “백선이 내 암컷이 된다 해서 걱정하진 않아도 돼~ 그런다고 해서, 너에 대한 내 감정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 난 여전히 너도 내 암컷이 되어줬으면 한다구? 푸흐흐...” “이, 이 문란한 놈이... 도대체,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네 놈은...? 읏...♡”
이미 백선을 자신의 암컷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처럼, 태연하게 요화의 귀에 속삭이는 마왕.
그 속삭임을 들은 요화는, 무엇인가 복잡한 감정에 어찌해야 할지를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지켜야 할 아이들도 아니고. 본인이 말리는 것도 애매하게 느껴지는 백선의 위치.
마왕이 이대로 선해진다고 가정할 경우 아무런 문제도 없는 백선의 선택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술렁이는 걸까?
질투? 아니 그것보단, 이건 자신이 하지 못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백선에 대한, 뭔가 부러움에 가까운 감정...
어째서 이런 감정이 생기는 건지 이해하질 못한 채. 그렇게 요화는 떨리는 몸이 우물거리는 말로 마왕에게 허락한다는 반응을 내비쳐 버렸다.
“큭큭... 그럼... 내 암컷이 되겠다는 기특한 백선에게, 축하주라도 한 잔 내려줘야겠는걸?”
살짝 고개를 까딱이며, 마왕이 백선을 향해 자신의 앞에 서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받자 마자 미소를 지으며, 얄팍하던 솟옷을 벗고 마왕의 앞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는 백선.
그런 백선의 모습을 요화의 가슴을 주무르며, 즐거운 듯이 미소 지으며 바라보던 마왕은...
백선이 건네주는 커다란 쟁반같은 술잔을 받더니, 그 술잔에 말자지를 가져다 대고 누런 말정액을 채우기 시작했다.
“으, 읏...♡ 네, 네 놈... 서, 설마...” “큭큭... 자. 백선. 내 암컷이 되겠다면, 내가 내려주는 이 술을 한 방울도 남김 없이 깨끗하게 비우도록 해.”
기겁하는 요화의 반응을 무시한 채, 말정액이 가득 담긴 커다란 술잔에 자신의 잔에 담겨있던 술을 더하는 마왕.
그렇게 만들어진 술을 탄 말정액 잔을 건네자, 넘칠 것 같은 잔을 아슬아슬하게 받은 백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신수 백선♡ 삼가 마왕님이 내려주신 술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왕의 암컷이 되기 위해 무슨 계약이라도 맺는 것일까. 백선이 김이 피어 오르는 누런 말정액을 조심스럽게 입에 가져간다.
단 한 방울도 흘릴 수 없다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태도로, 잔에 입을 대고 그것을 천천히 삼켜나가는 백선.
마치 음미라도 하는 것처럼 한 모금씩 천천히 삼켜나가는 그 모습은, 말정액의 맛이 어떤 것인지를 아는 요화에겐 너무나 갈증을 일으키는 참기 힘든 장면이었다.
“꿀꺽...♡ 꿀꺽...♡ 으흡...♡” “으, 읏...♡”
말려야 한다는 감정도 더 이상 느끼질 않는 것처럼. 마왕에게 폭유를 주물리며, 가만히 백선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요화.
그렇게 요화와 마왕 앞에서 말정액을 한 방울도 남김 없이 모두 받아들인 백선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정중한 태도로 천천히 쟁반 같은 커다란 잔을 옆에 내려놓았다.
“끄읍...♡ 하아...♡ 후후...♡ 마왕님의 황홀한 말정액♡ 하사해 주신 것에 너무나도 감사 드립니다♡ 마왕님♡” “큭큭. 그래~ 이걸로, 백선 너는 내 암컷이야~” “네에♡ 본녀는, 아니 저는♡ 이제부터 마왕님의 암컷입니다♡”
백선의 선언에 맞춰, 그녀에게 무언가 변화라도 생긴 것일까.
다소곳하게 머리를 조아리는 백선의 배에서, 무언가 흉흉하게 느껴지는 눈동자 같은 문양이 떠올랐다.
음수들의 음문에서 일부만 새겨진 듯한, 불길하기 그지 없는 기묘한 문양.
이미 요화가 오기 전부터 거의 완성되었던 백선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문양이었다.
“그럼, 내 암컷이 되었으니까... 복종의 맹세를 해야겠지? 어디, 네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내게 복종을 맹세해 보도록.” “네에♡ 마왕님♡”
마왕의 명령에 자리에서 일어나,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천박하게 다리를 벌리는 백선.
무언가 마왕 뿐만 아니라 요화에게도 과시하는 것처럼, 백선은 묘한 시선을 요화에게 보내더니...
키득거리는 웃음과 함께 마왕과 요화 앞에서, 천박하게 하반신을 흔들며 복종의 맹세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마왕님께 영원한 복종을♡ 마왕님께 영원한 충성을♡ 저 백선은 지금, 마왕님을 섬기는 마왕님의 암컷이 되었습니다♡” “으, 으읏... 배, 백선... 그대...” “저는 오늘 부로 세상을 안정시켜야 하는 신수의 역할을 내던지고, 마왕님만을 섬기는 암컷의 역할을 부여 받았습니다♡” “그, 그게 무슨... 읏... 아, 아니, 백선이, 이런...” “제 모든 것은 마왕님의 것♡ 마왕님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의 저의 의무♡ 저 백선은 지금부터, 마왕님만을 사랑하고 충성할 것을 맹세합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행동을 익힌 것일까.
허리를 흔드는 백선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마왕의 암컷이 된 것을 표현하는지 이해가 안되면서도, 그것에 무어라 말을 꺼내지 못하는 요화.
그 모습이 너무나 민망하게 느껴지면서도, 요화는 어쩐지 그 태도를 머릿속에 새기는 것처럼 가만히 백선을 바라볼 뿐이었다.
“...후후♡ 부끄럽구나...♡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더냐? 마왕...♡” “큭큭. 그래. 아주 훌륭한 맹세였어... 음~ 이거 백선의 맹세를 보고 있었더니, 말자지가 근질거리는걸~? 당장 한 발 뽑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단 느낌이야~” “쿡쿡♡ 그건 안되겠구나♡ 마왕의 암컷이 된 내가, 어떻게든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수 밖에♡”
마치 서로 말을 맞춰두기라도 한 듯이, 사이 좋게 키득거리며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꺼내는 마왕과 백선.
마왕은 요화의 폭유를 주무르면서. 그리고 백선은 요화의 다리를 주무르면서.
두 사람은 요화를 설득하는 것처럼,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교미에 대한 허락을 구했다.
“요화~ 이렇게 되었는데. 백선이랑 교미 좀 즐겨도 괜찮을까?” “마왕이 못 견디겠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구나♡ 그대는 오늘 교미는 휴식하기로 했으니, 본녀가 해결해 줘도 괜찮겠지?”
자신을 내보내고 즐겨도 괜찮을 텐데. 아직 술자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처럼, 요화의 몸을 끌어당기는 마왕의 손길.
왠지 모르게 지금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요화는, 짙은 수컷과 암컷의 냄새를 느끼며 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읏...♡ 그, 그대들... 마음대로, 하, 하거라...♡”
언니와도 같던 소중했던 친구가, 눈 앞에서 마왕의 암컷이 되는 것을 보게 된 요화.
그런 요화의 감정이, 무언가 실이 뒤엉키듯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