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28 - 667화 - 상황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수컷 두 마리!
12 마리의 어린 수컷과, 10 마리의 어린 암컷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통솔하고 있는 백설까지.
마치 전교생이 얼마 없는 시골의 작은 학교나 고아원 같은 곳에서 소풍을 나온 듯한 느낌으로, 나는 나이대가 다양한 꼬맹이들과 함께 수련장이란 곳에 도착했다.
푸흐흐. 이 내가 성인 암컷들도 아니고 이렇게 수컷과 암컷이 뒤섞인 꼬맹이 무리와 함께 움직이다니. 이거 뭔가 묘한 느낌인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마치 이 꼬맹이들의 보호자가 된 듯한, 기묘한 보호 욕구가 샘솟는 것 같은 간질간질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큭큭. 하긴. 뭔가 위험한 일이 터지면 내가 지켜주긴 할거니까. 이 녀석들은 정말 내가 보호자라고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겠네.
뭐, 요화의 영역 안에서 위험할 일이 뭐가 있겠냐만... 그래도 혹시 모르지. 갑자기 건물이 무너진다거나. 그런 예상치 못한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법이잖아?
그러니 안심하라고 꼬맹이들. 수컷이건 암컷이건 관계 없이, 너희 꼬맹이들은 이 마왕님이 지켜줄 테니까 말이야. 큭큭...
“오~ 이것 봐라...? 그냥 주술 연습하기 좋은 넓은 장소일 뿐이라더니. 그래도 제법 이것 저것 운동기구 같은 게 갖춰져 있는데?”
뭔가 아기처럼 느껴지는 조그마한 녀석부터, 교복을 입어야 할 것 같은 키만 큰 꼬맹이들까지. 하나같이 귀엽게 느껴지는 꼬맹이들과 함께, 수련장이라는 커다란 건물에 들어선 순간.
뭔가 체육관 같은 느낌으로 넓은 수련장 내부의 모습에, 나는 나름대로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아. 굉장한걸. 암만 마법이나 주술이 있는 동네라지만. 지구처럼 건축용 중장비들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넓은 수련장을 지을 수 있다니?
이거 설마 요화의 제자들이 지은 건 아니겠지? 아니. 수 백 년간 제자들을 키워온 요화니까. 아예 몇 세대 단위로 시간을 들여서 만들면 가능은 하려나?
뭐, 그런 거야 아무래도 상관없지. 그보단 저 구석에 있는 운동기구 같은 것들이 조금 신경 쓰이는걸? 뭐지 저거?
저 바벨 같은 무거워 보이는 물건도 그렇고... 어째 헬스장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놈들 같은데...
저런 것들, 몸 만들 때나 쓰는 그런 물건들 아냐? 아니, 에센티아의 생명체 주제에 근육을 가지려고 하는 그런 놈이 있단 말이야?
“운동 기구? 아. 저것들 말인가요? 으음... 저것들은 마네킹이 된 사형들 중에서 두 세 명 정도가, 취미 삼아 가져다 놓은 것들인데... 근데 다들 딱히 사용하질 않아서, 이젠 공간만 차지하는 것들이에요.” “헤? 뭐야 그건. 기껏 가져다 놓고서 왜 그런대?” “그게... 운동하겠다며 호기롭게 가져다 놓긴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던 모양이라... 다들 운동은커녕 다치기만 하더라구요. 그리곤 힘을 키워서 운동하겠다고 했었는데. 그게 수 년째 저렇게 방치되어 있는 상태에요.”
푸핫. 뭐야 그게.
그거 그냥 병신 새끼들이잖아? 쓰지도 못할 운동기구를 가져와선, 제대로 사용도 못해보고 저렇게 방치 중이란 말이야?
하여간 주제 파악도 못하는 놈들이라니까. 아니, 에센티아의 열등한 수컷들에게 몸을 단련하는 운동이 맞을 리가 없잖아~
설령 최상위 모험가가 될만한 재능이 있는 수컷이라 할지라도, 순수한 육체 능력만 놓고 보면 레벨 1짜리 암컷 가축도 못 따라잡는 게 열등한 수컷들의 현실.
어떻게 운동을 해 봤자 그 열등한 육체에 근육 따윈 붙지 않는걸. 그것도 다 유전자로 결정되는 그런 종류라니까?
하여간 열등한 수컷 놈들이란... 자기 주제 파악도 못하고 근육 좀 만들어 보겠다고 설치는 놈들이라니...
어째 열등한 수컷의 운명을 거부하려는 것 같아서 조금 거슬리네. 나중에 백설한테 어떤 놈들인지 좀 알아봐 둬야겠어.
“흐으음. 어디 보자... 풋. 뭐야 이거. 고작 이정도 가지고 힘들어 했단 말이야? 하여간...”
살짝 호기심이 생겨 가서 들어보자, 너무나도 가볍게 들리는 양 끝에 다듬은 바위 같은 것이 달린 쇠봉.
그 쇠봉을 한 손으로 들어 가볍게 머리 위로 들어올리자, 백설은 물론이고 왠지 날 따라온 꼬맹이들이 얼굴을 붉히며 나를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괴, 굉장해...♡” “형들은 간신히 살짝 들어올릴 정도였는데... 그런데 마왕님은, 저렇게 가볍게...♡” “꺄아♡ 마왕 오빠 팔뚝 좀 봐♡ 핏줄이 꿈틀거리는 게, 너무 수컷다워 보여♡” “저런 마왕 오빠의 근육이야 말로 우월한 수컷의 상징이겠지♡ 아~♡ 어쩐지 자궁이 떨리는 것 같아~♡” “후후♡ 역시 마왕님...♡ 열등한 수컷들과는 전혀 다르시네요♡”
큭큭. 이거 참~ 수컷이고 암컷이고, 다들 내 근육에 푹 빠져서는...
그렇게 이 마왕의 근육이 놀랍게 느껴지는 건가? 하긴. 이런 근육은 에센티아의 열등한 수컷들에게선 절대로 볼 수 없는 근육이긴 하지.
심지어 자기들이 알던 수컷들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는데. 암컷이 되어버린 저 꼬맹이들에겐 너무 자극적인 장면 아니겠어?
그런데다 지금은 다들 사실상 내 가축이나 다름 없는 상태라, 마음속에 우월한 수컷에게 지배 받고 싶은 욕망이 넘쳐 흐르고 있을 테니...
큭큭. 만약 내가 열등한 인간이었으면 이렇게 암컷들을 홀리는 재미를 즐길 수 없었겠지. 하여간 정말 마왕이 되어서 다행이라니까~
“푸흐흐. 너무 가벼워서 재미가 없네 이거... 뭐, 아무튼. 이런 잡동사니는 그렇다 치고...”
일부러 자세를 취하며 잠시 쇠봉을 들어보다가, 금새 지루함을 느낀 나는 내 앞에 모여있는 백설과 꼬맹이들을 바라보았다.
전원이 리안나가 가져온 외설적인 복장을 입고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요염한 화장까지 하기 시작한 요화의 어린 제자들.
암컷들은 팬티가 보일 정도로 짧은 치마와, 작은 가슴을 돋보이게 만드는 그런 복장을.
그리고 수컷들은 자신들의 성별을 포기한 것처럼, 암컷과도 같은 팬티와 도저히 수컷의 복장으로 보이지 않는 그런 복장을.
성인인 백설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렇게 스스로 꾸미기 시작한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뭔가 너무나도 기특하게 느껴져서 가슴에 묘한 뿌듯함이 차오른다.
그런데다 날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저 순수함과 음란함이 뒤섞인 반짝이는 눈동자들...
큭큭. 이거 참. 하여간 다들 정말 귀여운걸. 얼른 얘들한테 ‘그걸’ 해주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네 진짜.
“다들 그 기원제인지 뭔지 준비한다며? 다른 것보다 그것부터 신경 써야지?” “후후♡ 네. 그렇네요. 기껏 모두의 성교육 시간을 빼온 거니까. 시간 낭비하면 안되겠죠♡ 자. 다들. 기원제 입장 순서는 기억하고 있지?”
수컷들은 자신들의 애널 보지를 단련하고. 암컷들은 그런 수컷들을 관리하며 가지고 노는 것을, 아이들을 위한 성교육이라고 받아들여 버린 백설.
그런 백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뼉을 치자, 아이들이 꺄르륵거리며 수련장에 넓게 자리를 잡는다.
변해버린 자신들에게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신들의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저 모습들.
과연 저 요화의 제자들이 언제쯤, 요화의 제자로서의 삶이 아닌 짐승의 삶을 받아들이게 될지 기대하면서.
그렇게 나는, 뭔가 진형 같은 것을 만들기 시작한 어린 꼬맹이들의 움직임을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바라보았다.
***********************************************************************************************************
그렇게, 어린 제자들이 백설이 지휘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한지 몇 시간이 지났을까.
중간에 쉬는 시간도 가지며 한참을 연습한 결과, 처음엔 뭔가 싶던 아이들의 움직임이 제법 그럴듯한 안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 뭔가 제사를 지내는 듯한, 기묘한 안무들...
왠지 모르게 무녀들이 뭔가를 기원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네 진짜. 생각보다 훨씬 더 그럴싸한걸?
뭐, 딱히 종교적인 의미도 없는 기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그래도 이렇게 보고 있으니 확실히, 뭔가 행사를 진행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은 드네.
요화가 굳이 이렇게 제자들을 준비시키는 것도, 하는 김에 좀 더 행사다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인가?
흐음... 내 생각엔 차라리 음식을 화려하게 준비한다던가 하는 게, 뭔가 축제 같아서 나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아니. 어쩌면... 기억은 없지만 뭔가 어렴풋하게 떠올라서, 자신도 모르게 그 어렴풋한 느낌을 재현해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생각하니 요화가 도대체 뭘 하던 암컷인지 궁금해 지는데... 일본 출신인건 확실한 것 같지만. 혹시 어딘가의 무녀이기라도 했던 건가?
생각해보니 꽤 궁금해 지는걸. 나중에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네.
“여기 계셨군요 마왕님♥ 저희 음수 일동, 모두 복귀했습니다♥” “오. 세라. 그리고 백선도... 푸흐흐. 다른 음수들은 뭐 짐이라도 옮기고 있는 모양이지? 어때 백선. 오늘도 잘 놀다 왔어?” “쿡쿡♥ 그래. 오늘은 발전소에 가서 발전기들을 폐기하고 새로 설치도 해봐서 말이다...♥ 특히 더 즐거웠느니라♥”
그렇게 가만히 진형을 갖춰 움직이는 꼬맹이들을 바라보고 있던 도중.
벌써 저녁이 가까워 진 것인지, 세라와 백선이 복귀했다는 것을 알리며 수련장 안으로 들어왔다.
“큭큭. 발전소는 암컷들이 특히나 즐거워하는, 우리 카발로니아의 명물이지. 아주 즐거운 체험을 해보고 왔네.” “후후...♥ 설마 그런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수컷들을 사용하고 있었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굉장한 광경이었느니라♥” “뭐어, 확실히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수컷들에게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면서 죽을 때까지 쾌락을 즐기게 해주는 건데. 딱히 나쁠 건 없잖아?” “하긴. 그것도 그렇지... 그래도 그런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다니. 어쩐지 본녀가 생각하던 것보다, 이 세상의 수컷들은 더 열등하고 멍청한 모양이구나.” “그럼 그럼. 말 그대로 죽여도 상관없는, 그런 놈들이라고. 푸흐흐.”
음~ 준 음수가 되고서도 아직 미묘한 느낌이었던 백선인데. 이거 날이 가면 갈수록 수컷들을 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게 변해가는 것 같은걸?
우리 카발로니아의 발전소도 즐겁게 즐기고 왔다니까. 이 정도면 이제 백선도 수컷들을 정리하는 데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겠어.
큭큭. 그래야지. 백선 역시 수컷들을 버리고 나와 함께 신세계를 만들어야 하는 암컷인데. 그런데 수컷들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 좀 그렇잖아?
이 정도면 이제 청야랑 호월 새끼들을 정리하게 해도 괜찮겠네. 상황 봐서 적당히 시작하라고 해야겠어.
“그건 그렇고... 저 아이들은 꽤나 재미있는 것을 하고 있구나... 흐음. 저 주술 진형은 요화가 가르친 것인가?” “주술 진형? 뭐야. 안무만 그런 게 아니라 쟤들 위치도 주술과 관련되어 있나 보지?” “그렇게 보이는구나. 군데 군데 빈 곳이 있기는 하다만... 서로의 감정과 기운을 공유하는, 그러한 주술 진형으로 보이느니라.”
오호오? 뭐야 그거. 단순히 저 안무들만 연습하나 싶었는데. 진형까지 연습하는 거였어?
나는 그냥 대열 맞추고 있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흐음. 제법 흥미로운걸. 서로의 감정과 기운을 공유한다라...
빈 곳이란 건 그럼 성인 암컷들이 자리잡을 위치인가? 흐음... 만약 수컷들까지 있었다면 규모가 엄청났겠는걸...
흐으음. 기원제라... 왠지 모르게 뭔가 즐거운 걸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야! 이 쓰레기 새끼야!! 애들한테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그렇게 복귀한 세라와 백설을 옆에 두고서, 잠시 기원제란 것에 대해 생각하던 와중.
갑자기 수련장의 입구 쪽에서 불쾌하기 그지 없는 수컷의 낮은 목소리가, 내 표정을 구겨지게 만들었다.
“큭... 이 무슨... 어찌 저 어린 아이들에게, 저런 기운이...” “기운은 둘째치고 애들 옷이 저게 뭐야!? 씨이팔. 이 새끼 얌전하다 싶더니, 역시 뒤에서 저딴 짓을...!!”
갑작스럽게 수련장 안으로 들어와, 인상을 쓰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긴 청발을 지닌 수컷과 나를 노려보며 거친 욕설을 내뱉는 키가 작은 수컷.
승부할 때 이외엔 방에 틀어박혀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청야와 호월이, 마치 적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