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45 - 682화 - 여우의 결정! (2)
한동안 멍하니, 뭔가 망설임이 가득한 표정으로 내 말자지를 바라보던 요화.
그런 요화를 재촉하듯이 말자지를 흔들어주자, 요화는 머뭇거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보, 본녀는...♡ 그러니까, 그게... ♡ 그대에게, 복종을...♡ ...읏, 아, 아니되느니라... 그, 그랬다간, 인간들이...”
처음엔 분명 암캐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려고 했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머리를 움켜잡으며, 뭔가 이게 아니란 듯이 중얼거리는 요화.
두통이라도 찾아온 것처럼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떠는 요화의 모습은, 무엇인가 내면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모습이었다.
“하아, 하아...! 아, 아니야... 그, 그런 놈들을, 신경 쓸 필요는... 으읏, 아니, 하지만...! 나, 나는...!”
신수로서의 책임이나 의무감. 인간들에 대한 동정심이나 측은함...
아마 여태까지 요화는, 그러한 감정들을 변화시키지 않고 마음 한 켠에 미뤄두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감정들까지 변하게 되면 정말 끝장이라고 생각해서. 쾌락에 변해가면서도 그런 감정들만은 고이 간직하고 있었을 요화.
그래도 나름 신수랍시고, 지금 이 상황에 와서도 잘도 그 감정들을 되찾아 온 모양이지만...
하지만... 이미 욕망에 물든 짐승을 육체가 그런 감정들을 원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감정들을 지니고 있기엔, 이미 너무나도 늦어버린 요화의 상태.
이제 요화에게 가능한 것은, 저런 불필요한 감정을 정리하고 나의 암컷이 되기로 결심하는 것 뿐이다.
“...큭큭. 요화. 지금 네가 그렇게 혼란을 느끼고 있는 건지 알아?” “하아, 흐윽...? 뭐, 뭐라고...? 어째, 서...?” “그게 다 네 영혼에 금이 간 상태라서 그래. 이 세상에 넘어올 때 영혼이 손상되었으니, 감정과 생각이 따로 노는 거지.”
따로 노는 감정 때문에 상당히 혼란스러울, 안타까운 암컷.
그런 안타까운 암컷을 위해서, 나는 천천히 제단으로 다가가 요화의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영혼이 손상된 상태라, 육체와 영혼이 어딘가 어긋나는 곳이 있는 거고... 그렇게 어긋나고 있으니, 기억이나 감정이 온전하지 못한 거야.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내 가축들 중에 똑똑한 암컷들이 영혼을 연구해서 알아낸 확실한 내용이라고?” “읏, 으읏... 아, 아니... 하지만, 본녀는...” “그런 상태로 내 암컷이 되어 봤자, 이후로도 기억과 감정이 오락가락 해서... 가끔씩 마음이 편하지 않은 찝찝한 삶을 살게 되겠지. 그러니, 네가 고민하지 않도록. 네 선택지에 한가지 조건을 추가해 줄게.” “...한가지, 조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이대로 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어딘지 모르게 기대감이 느껴지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목걸이를 집어 든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요화.
나는 그러한 요화를 위해 영석에 달려있던 불필요한 것들을 떼어버린 후, 영석만을 내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서...
손에서 검은 불길을 뿜어내, 그 영석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네가 내 암컷이 되겠다는 선택지를 골라준다면... 나는 그 대가로, 네 영혼을 완성시켜 주지.” “으읏, 아앗...♡ 내, 내 영혼을... 완성...?” “그래. 쓸데없는 잡생각이 나서 계속 불안하지? 네가 그런 불안함을 느끼지 않게 해주겠다는 뜻이야.”
마치 모란이 낳은 아기를 다루듯이, 세심하게 조절한 내 수성력을 빨아들여가는 영석.
이젠 자신의 일부나 다름없던 영석에 내 기운이 스며들어가자, 요화가 뭔가를 느끼는 것처럼 몸을 움찔거린다.
이제는 익숙한 내 기운이, 영혼을 통해 자신의 욕정을 자극하는 감각.
그 감각을, 요화는 싫다는 듯이 몸을 떨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황홀하단 듯이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지금 너의 영혼은 말하자면... 육체와의 연결엔 문제가 없지만, 영혼에 살짝 금이 가 있는 그런 상태... 영혼에 큰 충격이 가해지지만 않는다면, 앞으로도 생활하는 데엔 별다른 불편함은 없겠지. 하지만...” “하아, 하읏...♡” “그건 어디까지나 네가 날 만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 이미 나와 수없이 교미해버린 이상, 제아무리 신수라 할지라도 이전처럼 지낼 수는 없어.”
본래라면 내 기운을 받아들여 타락해버린 암컷은, 절대로 이전과 같은 상태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육체에 새겨져 버린 마약과도 같은 쾌감과 더불어, 내 기운이 스며들어 오염된 영혼. 그것들을 다시 깨끗하게 되돌리는 것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니까.
설령 몸과 영혼을 정화할 방법이 있다고 해도, 인간의 나약한 육체로는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터.
아마 인간은 육체의 부담 때문에 정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정화가 끝나기 전에 늙어 죽겠지만... 그게 본인이 감당할 수만 있으면 영생을 살 수 있는, 신수라면 어떨까??
방법이 있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수백 년 이상 내 기운을 육체와 영혼에서 털어내려고 한다면... 어떻게 음수에 가까워진 지금 상태에서도 몸과 영혼에 깃든 내 기운을 씻어내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영혼이 안정된 평범한 신수일 경우의 이야기 일 뿐.
영혼이 손상되어 있는 요화는, 그 영혼의 불안정함으로 인해 내 기운을 씻어내기도 전에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망가져 버릴 것이다.
“발정 난 것처럼 24시간 365일 내내 몸이 달아오르고. 그동안 계속 나와의 교미가 생각나면서. 내 말자지에 굴복할 걸 그랬다며 후회하게 되겠지. 살아있는 동안 내내 말이야.” “하아, 하아...♡ 아, 아앗...♡” “단순히 그런 욕정 뿐만이 아니야. 지금 네가 느끼고 있는, 그 감정이 오락가락 하는 듯한 감각... 그 감각이 매일같이 너를 괴롭힐걸?” “으, 으흐읏...♡ 그, 그런...♡ 그런, 것은...♡”
내 추측이 뭔가 그럴싸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평생 지금 느끼는 감각이 자신을 괴롭힐 거란 이야기에, 요화가 절망감과 원망이 뒤섞인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나의 암컷이 되어 세상을 구원하자는 생각과, 그런 식의 구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감정. 그 두 감정의 충돌이 너무나도 견디기 어려워 보이는, 요화의 저 얼굴.
지금도 괴롭다고 말하는 듯한 요화의 얼굴을 본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자지를 내밀었다.
“만약 네가 내 암컷이 된다면... 나는 이대로 네 영혼을 완성시켜서, 네 안에서 충돌하고 있는 감정 하나를 정리해 줄 거다.” “이 감정 중에서... 하나를...” “큭큭. 그래. 무슨 감정이 정리될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열등한 수컷을 지켜야 한다는, 그 쓸데없는 감정이 사라질 거야.”
금이 갔다고 비유할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인 요화의 영혼. 그 영혼의 불안정함을 메워줄, 내 기운.
음수라는 존재 자체가 나와 영혼이 이어진 존재이지만, 요화는 거기서 한발 더 나가 내 기운을 통해 영혼이 완성될 것이다.
그렇게 내 힘으로 영혼이 완성되게 되면, 요화는 말 그대로 다른 음수들을 능가하는 사악한 짐승이 되어버릴 터.
음수끼리의 상하 구분은 존재하지 않지만. 힘을 가진 존재인 만큼, 음수들 중에선 이 마왕 다음가는 엄청난 짐승이 되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 고민되겠지만... 날 받아들이게 되면, 널 괴롭히는 어줍잖은 양심에서 해방되어... 음란한 욕망과 열등한 수컷들에 대한 혐오감만을 가진, 사악한 짐승이 될 수 있다고?” “하아, 하아...♡” “그렇게 짐승이 되면, 네 아이들을 어찌 생각하게 될지 염려되겠지만... 그건 그리 걱정할 필요 없어. 지금 네 아이들 중에서 수컷은 존재하지 않거든. 아마 짐승이 된 이후에도, 모두 사랑스럽게 느껴질 거야.” “으, 으읏...♡ 아, 아아아...♡” “물론 수컷이었던 아이들은 완전한 암컷이 아니라서, 이대로는 신인류를 만들어내기 전에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큭큭. 걱정 마. 그쪽도 이미 나름대로 대책을 가져왔거든?” “으흣, 으, 아...♡ 아흐으읏...♡” “그러니 내 암컷이 되더라도, 지금 네 아이들과는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고. 아. 생각해보니 마네킹이 된 수컷들도 있었지? 푸흐흐. 걔들은 잘 모르겠으니까. 죽이든 살리든, 그쪽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해.”
지금 나는, 요화의 수성력으로 인해 그녀의 제자들에 대한 감정을 약간이나마 나눠 받은 상황.
하지만 그런 내가 이상할 정도로, 마네킹이 된 수컷들을 보호해 주고픈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어린 아이들과 암컷들. 아무리 그들에 비해 걱정이 덜한 성인 수컷들이라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녀석들만은. 그냥 열등한 수컷이라고밖에 느껴지지 않는 기묘한 느낌.
같은 요화의 제자들인데. 어째서인지 그 녀석들에겐 티끌만한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이것은 아마, 한 번 쓰러졌던 요화가 갑자기 변하게 된 것과 연관이 있을 것 같지만... 이제 와서 그런 것 따윈 뭐가 원인이든 별로 상관은 없다.
어차피 지금 준비해 온 제자들을 위한 주술은, 육체가 완성된 성인 수컷들에겐 사용할 수 없는 주술.
아무리 애를 써도 이미 수컷으로서 완성된 자들은, 그 불행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연구원 가축들이 도출해낸 결론이었다.
뭐, 불쌍하긴 하지만... 방법이 없다는데 이건 어쩔 수 없잖아?
어쩔 수 없이 요화의 수컷 제자들은 포기하고, 이 자리에 있는 암컷 제자들만 받아들여 주는 수 밖에...
푸흐흐. 아마 내가 이런 상태면, 요화 역시 마네킹이 되어있는 수컷들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을 것 같은데...
과연 요화가 그 녀석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이것도 나름 기대되는걸?
“...자 요화. 그럼 이제,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제안은 다 꺼냈어. 이제 슬슬, 선택을 해 줬으면 좋겠는데...” “하아, 하아...♡ 아, 아흐으...♡” “나에게 복종을 맹세한 사악한 짐승이 되어, 멸망을 앞둔 이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 것인가... 아니면 다가오는 멸망을 기다리면서, 평생 괴로움을 견딜 것인가... 큭큭. 어디 원하는 쪽을 골라보라고.”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선택지를 놔두고, 괴롭다는 듯이 몸을 떨며 내 말자지를 바라보는 요화.
그런 요화의 코앞에서 말자지를 흔들어주자, 요화는 내 말자지 냄새를 맡으려는 듯이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눈물이 글썽이는 얼굴에서 미소를 보이며, 그대로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보, 복종♡ 복종 하겠습니다앗♡ 마왕님의, 암컷이 되게 해주세요오♡♡”
나를 포함해 요화를 바라보는 모든 짐승들의 얼굴에서, 사악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