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52.꿈에 나온 그년은 누굴까
아이리스와 눈이 마주치고 멀뚱히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내가 아이리스의 말에 반응을 하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자, 아이리스도 내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 적막을 깬 것은 아이리스.
“뭘 그렇게 계속 보는 거죠? 더러운 평민 주제에?”
아니 그냥 놀라서 잠깐 본건데..?
“눈 깔고 이 저택에서 나온 이유나 말하세요.”
기분 나쁘지만 일단 눈을 깐 다음 저택에서 나온 이유를 말한다.
“여왕님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평민주제에 레일라와 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설마 루아네공주의 정략결혼 때문인가요?”
“예..”
“정말 레일라는 너무 착하다니까요? 이 딴 평민이랑 루아네공주가 헤어지는 것은 당연한 건데.”
진짜 이 년은 필리아의 진화 그 이상이라 할 정도인데..? 욕만 안할 뿐이지 날 더 좆같게한다.
“그 눈은 뭐죠?”
-슈우욱 짜악!
“커억...!”
아이리스가 자신을 바라보는 인혁의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인지, 인혁을 향해서 싸대기를 휘둘렀다.
아니.. 뭔 싸대기가 이렇게 아파?
아이리스의 싸대기를 맞고 순간 목이 그대로 빙글 돌아가는 줄 알았다.
“살짝은 죽일 생각으로 때린건데.. 튼튼하네요 평민주제에.”
죽일 생각으로 때린거라고...? 이 년은 사이코패스인가?
“표정이랑 눈.. 조심하는 게 좋을 거 에요?”
아이리스가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오래 살고 싶다면 말이죠”
아이리스의 말을 듣고 소름이 쫙 돋았다.
정말 이 여자라면 자기 기분에 따라서 사람을 죽일 수도.. 아니 방금 날 죽이려고 했으니..
아마 에리스보다도 강하겠지.. 한 제국의 공작인 이유가 있을 테니까. 거기다 필리아의 엄마니까 말 다했고...
“저를 안 마주치는 게 좋을 거 에요, 다음번에는 조금 더 세게 때릴 것 같으니까?”
진짜 씨발련.. 금빛씨발련 만큼은 아니지만 아이리스도 충분히 씨발련이다.
“더러우니까 내 눈앞에서 당장 꺼져주세요.”
싱긋 웃던 미소를 정색하며 아이리스가 내게 말한다.
“예 알겠습니다.”
아이리스한테 꾸벅 인사하고 나는 뒤를 돌아볼 생각조차 안하고 그대로 걸어갔다.
뒤를 돌아보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살기가 느껴져서 말이다.
***
“역시 여기있었네?”
“아 서방님!”
도서관에서 책을 읽던 루아네가 나에게 다가와서 내 품에 안긴다.
“휴일인데 놀러다닐 생각은 안하고 도서관에만 있다니.. 너무 모범생인거 아니야?”
“그 필리아랑 좀 돌아다닐까 생각했는데... 아직 자고.. 있더라구요..”
“아.. 피곤한가보네 필리아가..?”
“서방님과 아침부터 그렇게 섹스를 했는데 피곤했겠죠.”
루아네가 삐진 듯 볼을 부풀리면서 내 가슴에 머리를 뚫을 듯이 비빈다.
“필리아만 해주고.. 저는 안 찾아오셔서 너무 서운해요..”
음.. 할말이 없다 이걸 어떻게 달래주지.
고민하던 나는 좋은 변명이 생각나서 나한테 안겨있던 루아네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루아네 나는 너의 정략결혼을 설득하기 위해서 레일라한테 갔었어.”
“정략결혼 설득이 아니라 그냥 어머니와 하고 싶어서 간 게 아니고요?”
레일라도 그렇고 루아네도 그렇고 눈치가 왜 이리 빠르지..?
“무슨 소리야 루아네, 레일라와 하는 게 좋긴 하지만 전부 너를 위해서라고.. 나는 루아네 너를 사랑하니까.”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루아네가 내 말에 그나마 기분이 풀렸는지 웃으면서 다시 안겨온다.
“저는 서방님께 우선이 되거나 가장 많은 사랑을 바라지 않아요.”
“그저.. 똑같이 저를 필리아나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사랑해줬으면 해요.”
“루아네..”
루아네의 말에 감동한 나는 루아네 엉덩이를 콱 움켜쥔다.
“하읏..! 도서관에서는 이러면 안돼요...!”
“그렇게 사랑스럽게 굴어놓고 이러기야?”
“으.. 최소한 기숙사에서 해요.. 네...?”
원래라면 무시하고 도서관에서 했을 테지만.. 저런 눈으로 저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무시하고 하겠어..
“읽던 책만 넣어두고 같이 기숙사로 가요.”
루아네가 책을 정리하려는 걸 도와주기 위해 가서 보니, 빼곡한 글씨들이 나열되어있는 책을 보고 벌써부터 현기증이 난다.
루아네는 이런 걸 어떻게 읽는 거야? 눈이 아플 정도인데..?
“근데 루아네 무슨 책을 읽고 있던 거야?”
저런 빼곡한 내용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서 루아네한테 물어봤다.
혹시 저 빼곡하게 가득찬 게 야설이어서 당황하는 루아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했다.
“용왕의 관련된 책이에요.”
“용왕?”
“제국에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레어를 두고서 지낸다는데, 그 위상이 너무 뛰어나 신처럼 떠 받들여 지기도 한다네요?”
“용이 신처럼?”
“일반 용이랑은 차원이 다르데요, 금빛을 뿜어대는 그 모습은 본 사람에 의하면 정말 신이라고 밖에 할수 없는..”
금빛을 뿜어대는 신처럼 떠 받들여지는 용...?
설마... 내꿈에서 나왔던 그 여자가 루아네가 말하는 용왕... 인건가?
“루아네 뭐 그림이나 마법영상구로 그 용의 모습을 남긴 건 없어?”
“그런 거는 없어요. 용의 마력 때문에 마법영상구는 쓰지도 못할 거고, 봤다는 사람들도 자신이 본 것을 정확하게 말하는 이가 없어서..”
정확히 모습을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쉽다.. 그래도 꿈에서 나온 그 년이 용왕이라면, 찾을 방도가 생기긴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건 왜 물어봐요 서방님? 관심 있으세요?”
“아니 그냥 신기해서.. 신 같은 용이라니 무서울 거 아니야?
“후후.. 용왕은 레어 근처로 나올 생각을 안 한다고 하니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요.”
“이런 걸 무서워하고 서방님 은근 귀엽네요?”
루아네가 후후하고 웃으며 나를 놀리듯이 말한다.
귀엽지만.. 건방져.
“나 놀리고 맨날 후회하면서 왜 그럴까 루아네?”
“제가 언제요? 저는 그런 적 없는데..?”
루아네가 뒤돌아서 유혹하듯 엉덩이를 살랑 살랑 흔드는 거 같다.
유혹을 했으면 받아줘야지.
“하으으읏...♡ 세게 잡으면 아파요..♡”
“날 유혹한 걸 후회하게 해줄게.”
루아네의 커다란 가슴을 양손 가득 꽈악 움켜쥐며 말한다.
“도서관에서 이러면... 아 앙...♡”
그대로 루아네랑 도서관에서 미친 듯이 섹스 하다가, 중간에 사서한테 걸릴 뻔해서 도망치듯 도서관을 빠져나오기 까지 계속해서 섹스했다.
***
“그러니까 레일라 그 평민한테 마음써줄 필요 없어요.”
아이리스가 충고하듯이 말한다.
“어차피 평민일 뿐인데 뭐 그리 챙겨주는 건가요..”
“이번 일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 그만해요 아이리스.”
레일라의 살짝 신경질 적인 모습에 아이리스가 당황한다.
“흥.. 충고를 해줘도 들으려 하지 않다니.. 레일라 너무해요.”
“아이리스.. 계속 말하지만, 송인혁학생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내버려두면 좋겠어요.”
“저는 몰라요 레일라.”
-쾅
아이리스가 레일라의 방문을 쾅하고 크게 닫고 나갔다.
“하아...”
안 그래도 그 남자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는데 아이리스까지 저러니 두 배로 머리가 아파온다.
필리아 베네치아 양을 낳은 지 꽤 되었는데도, 저 애 같고 독불장군 같은 성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걸 보면, 사람은 역시 쉽게 변하지 않는 거 같다.
“그것보다..”
-찌걱♥
몸 안쪽까지 클린 마법을 쓸 수는 없기에 아이리스가 와서 일단 옷을 빠르게 입었는데..
“얼마나 싼거야...”
계속해서 보지에서 아까 그 남자가 싸지른 정액이 흘러나온다.
정액으로 빵빵해진 배가 홀쭉 해지려면 엄청난 양의 정액을 빼내야 할 거 같다.
“이정도 양이면 엘프와 인간 사이라도 정말 임신하겠어요..”
루아네의 정략결혼으로 나를 협박하는 그 남자의 아기를 임신한다라...
-찌릿
“읏... 뭐지...?”
방금 일 순간 아랫배가 움찔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번 그런 기분이 들더니 계속해서 아랫배가 찌릿.. 찌릿.. 하는 느낌이 계속 든다.
아까 그의 성기로 나의 자궁을 많이 찔려서 그런가..? 그렇게 험하게 내 몸을 탐했으니 상처가 났을 수도 있다.
아랫배에 대고 가볍게 힐을 걸어 보지만 찌릿 찌릿 하는 느낌이 사라지진 않는다.
아픔이라기에는 조금 이상한 이 느낌.. 가득 차있는 정액 때문에 그런 걸까?
기분이 이상해진 레일라는 화장실에서 서둘러 정액을 빼내기로 한다.
배가 튀어나올 정도로 가득 찬 정액을 쪼그려 앉아 빼내는 레일라의 모습은, 도저히 여왕의 품격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아....”
정액을 모두 빼낸 레일라는 아까보다는 아랫배가 찌릿하던 느낌이 덜 해진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마음의 안정을 시키려다가, 그가 두고 간 마법영상구가 눈에 띄었다.
그 남자와 나의 추잡한 성관계 영상이 담긴 마법영상구..
금방이라도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부순다면 오늘 한 성관계보다 나를 심하게 대한다는 그의 말이 머리에 아른거렸다.
-찌릿
또 찌릿 하는 이 감각.. 정액을 빼냈는데도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찌릿 하는 감각을 견디다가 문득 마법영상구 영상을 한번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그저..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만 할뿐이니까요..”
레일라는 그 남자와 자신의 추잡한 성관계영상을 천천히 보기 시작하다..
점 점.. 영상을 보다 레일라는 자신도 모르게 보지를 비비며 자위했다.
무려 80년 만에 하는 자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