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53.공작은 대체 왜 이럴까
“베네치아공작님과 엘프왕국의 여왕님이 수업을 참관하러 오신다는데..?”
“그게 정말이야....?!”
오전수업을 하러 와서 본 아카데미는 지금 무척이나 소란스럽다.
바로 현재 이 오전수업시간뿐만 아니라, 전체적 모든 수업을 베네치아 공작 아이리스와 엘프여왕 레일라가, 무려 수업을 참관한다는 소식 때문에 말이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다른 교수부터 그리고 에리스마저 모두가 긴장해있었다.
“두 분의 자녀분도 있으니까 자녀분들을 겸해서 보러오는 거 아니야?”
“아마 그런 거겠지.. 그치만 눈에 잘 띄기라도 한다면, 혹시 몰라... 우리 가문이 더욱 큰 성장을...”
학생들은 자신의 힘을 뽐내서 그들의 눈에 띌 생각을 했고, 학생이 아닌 교수들은 자신들의 가르치는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등, 아카데미의 모두가 긴장과 기대감이 폭발이라도 할 듯 상승해있었다.
물론 나는 빼고 말이다.
“후우...”
“별로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서방님?”
좋을 수가 있나.. 레일라는 그렇다치고 아이리스 그 사이코패스년이 오는 건데.
“그냥 조금.. 베네치아 공작 때문에..”
“베네치아 공작님이 왜요..? 착하신 분이신데..”
너한테는 그렇겠지 루아네.. 저기 필리아도 아이리스 얘기 나오니까 움찔하는 거 안보여?
“하아.. 암튼 나는 남들처럼 눈에 띄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에리스한테 쉬게 해 달라 해야지..”
“아쉽네요.. 서방님의 모습을 어머니와 공작님께 보여드리면 좋을텐데요.”
루아네가 정말 아쉽다는 듯 살짝 우울해진 표정으로 말한다.
“나 말고 저기 필리아랑 같이 보여드려.”
“나, 나도 좀 쉬고 싶은데.. 몸이 안 좋은 거 같기도..?”
필리아가 변명거리를 찾을려고 횡설수설하게 말한다.
“그런가요....”
루아네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진다.
필리아도 나도 쉰다하니까 소외감이 드는 걸까, 그렇지만 루아네.. 아이리스 때문에 어쩔수가 없어..
괜히 나대다가 어제 같은 상황은 절대사절이다.
필리아와 나는 에리스한테 수업시간 때 우리를 좀 빠지게 해달라고 말하러 갔다.
“에리스 교수님, 저랑 필리아 수업 때 좀....”
에리스가 내 말을 듣고있는 것 같지가 않아서 에리스의 어깨를 잡으며 말한다.
“에리스 교수님..?”
“예.. 예! 주인.......흡...!”
“여기 아카데미야 에리스....!!!!”
멍이라도 때리고 있던 걸까 내 말에 늦게 반응해서, 아카데미에서 다른 사람들이 들릴 정도로 크게 주인님이라고 말할려는 에리스의 입을 급하게 막았다.
에리스의 귀에 대고 아카데미라고 경고하듯 말하니 정신을 좀 차린 듯, 살짝 얼빠진 표정에서 평소에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간 에리스.
“흐흠.. 그래.. 뭐라고 했지 송인혁생도?”
“필리아랑 저는 이번 수업때 조금 쉬고 싶다고..”
“흠..? 공작님과 여왕님이 오시는데 왜 쉬고 싶은 거지?”
에리스가 정말 이해가 안간다는 눈으로 물어온다.
“그 두 분의 눈에 띄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서요..”
내가 말할려고 하는 것보다 먼저 필리아가 에리스한테 대답했다.
“잘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다면 그래라.”
에리스는 이상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다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하지만 정말 이해가 안 되는군.. 부모님이나 그런 것을 제쳐두고 공작님이 수업을 봐주신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인데 말이야.”
“에리스 교수님은 공작님을 존경하는 건가요?”
내 물음에 눈을 빛내며 에리스가 자신을 자랑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존경 수준이 아니지.. 괜히 이 제국의 공작이신 게 아니다. 검과 무를 이 제국에서 배우는 자라면 그 누구나 존경할 수밖에 없지.”
아이리스가 그 정도인가? 그 강한 에리스가 이렇게 말할 정도라니..
“그렇긴 하죠.. 어머님은..”
필리아가 착잡한 얼굴로 말한다.
검성으로써 존경하지만 아이리스의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런 걸까?
필리아를 살짝 달래주 듯 안아주니 에리스가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흐읏...♡”
남들한테 보이지않도록 에리스의 가슴 하나를 세게 움켜 쥔 다.
“펫이 이런 걸 부러워하면 안 되잖아?“
내 말에 흥분한 듯 순식간에 암컷의 얼굴을 하고는 다리를 배배꼰다.
“아..”
손을 떼니까 아쉽다는 듯 탄식을 작게 하는 에리스.
“오늘 밤에 산책이라도 하죠 에리스 교수님?”
“그.. 그러지..♡”
내 말을 듣고 오늘 나와 할 산책을 생각했는지, 바로 뭄을 움찔 떠는 에리스를 뒤로하고, 필리아와 함께 훈련장 구석으로 갔다.
“너는 루아네 일도 그렇고.. 눈에 띄는 편이 좋은 거 아니야?”
“레일라 눈에 띄면 좋긴 한데.. 아이리스가 문제라서..”
두 사람을 이름으로 부르는 나를 필리아가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근데 그게 나답다고 생각하는지 피식하고 웃는 필리아.
“너도 어머님 때문에 쉰다고 한 거야?”
“어, 저번에 이유 모르게 아이리스한테 맞고 죽을 뻔 했거든”
죽을 뻔 했다는 소리에 필리아가 당황스럽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미안.. 우리 어머니 때문에..”
“그 년이 이상한 거니까 사과할 필요 없어 필리아.”
“어머님을 년이라 말하는 건 너 밖에 없을 거야.”
필리아의 어머니이긴 해도 필리아를 괴롭히고 나까지 죽일려한 썅년인데 년이라 하지.. 장모님같은 대우를 나한테서 바랄 수는 없을거다..
애초에 장모님으로 생각할 생각도 없고.
“필리아.”
“응?”
“아이리스랑 친해지고 싶지 않아?”
“어머님이랑... 친해 진다라... 있을 수 있는 없는 일 같은데..?”
“걱정마 내가 둘의 관계를 회복시켜 줄 테니까.”
나는 필리아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주며 말했다.
필리아가 도대체 어떻게 회복시켜준다는 건 지 궁금해 보였지만, 지금은 알려 줄 수 없다.
필리아의 면전에 대고, 둘 다 내 여자로 만들어서 친하게 지낼 거라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그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하며, 오전수업을 하는 학생들을 필리아와 함께 구경했다.
***
“저희는 신경쓰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수업 하세요.”
“예.”
에리스가 레일라의 말을 듣고 고개를 한 번 숙이고 인사 한 다음 하던 대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학생들이 열성적으로 하는 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요.”
아이리스가 학생들의 훈련장에서 수업을 보다가 말한다.
“저도 학생들한테 가르침을 주어도 괜찮을까요?”
“예..! 학생들도 아주 좋아할겁니다!”
아이리스가 그렇게 말하자, 에리스가 꼬리와 귀가 쫑긋쫑긋해져서는 신난 표정으로 말한다.
다른 학생들 또한 아이리스의 말에 기대하는 듯한 눈치이고..
학생들이 아이리스한테 달라붙은 다음, 학생들이 하는 모든 질문을 전부 받아주고, 학생들의 검술이나 무술 자세를 잡아주는 등 하는 아이리스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좆같아진다.
쟤네는 저렇게 웃으면서 착하게 대해주는 데... 왜 나한테만..?
이유는 대충 알고 있지만 내가 평민이라는 이유로 저렇게 다른 학생들과 극과극으로 대하는 모습이 몹시 짜증난다.
아이리스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 필리아도 그런 것 같다.
“....읏..?”
필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으니까 갑자기 살기가 느껴진다.
왠지 익숙한 살기에, 살기가 느껴진 방향을 바라보니 아이리스가 무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주변 학생들은 그 살기를 못 느끼는지 닭을 쫓는 병아리처럼 옆에서 삐약 거리기만 할 뿐, 아이리스의 살기 자체를 감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런 살기를 정확히 나한테만 쏟아내다니.. 내 옆에 바로 앉아있는 필리아도 눈치 못챈거 같다.
“거기 평민학생은 왜 수업을 안하고 그러고 있는거죠?”
살기에 쫄아 있으니까 아이리스가 큰 목소리로 나한테 말한다.
“그 몸이 안 좋다고 해서 쉬게...”
“귀족들조차 이렇게 배움을 열망하는데 평민이 저러고 있다니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아이리스가 에리스의 말을 끊고서 말한다.
“특별히 평민한테도 가르침을 줄테니 어서 이리 오시지요?”
아이리스의 말에 에리스도 당황스럽고 레일라도 말리기 어려운지, 아이리스가 아주 나를 향해서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필리아도 나랑 아이리스를 번갈아가며 보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
“당장 오지 않으면 후회할거에요 평민..?”
에휴 씨발..
아이리스의 마지막 경고 같은 말에 나는 일어나서 아이리스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이리스한테 따개비처럼 붙어있던 학생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순식간에 아이리스의 곁에서 물러났다.
자기랑 안 마주치는 게 좋다면서 개년아.. 그래서 피해있었더니 지가 부르고 난리야.
불만스럽고 뚱한 표정이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았지만, 저번에 아이리스의 말을 기억하고 최대한 멀쩡한 척 아이리스 앞에 섰다.
“가르침을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베네치아 공작님.”
“저번 보다는 낫네요? 역시 평민은.. 힘을 보여줘야지 말을 들어서 탈이에요.”
후우.. 참자.. 어차피 지금은 못이긴다.. 조교사는 강하다란 스킬이 사라진 이상 에리스도 못 이기는 나로써는, 에리스 그이상인 아이리스한테는 까불 생각조차 안하는 게 좋다.
얌전히 참고 받아들여라.. 다음 추진력을 위해서..
“그런데 무슨 가르침을 주시는거죠..?”
나는 너무 웃는 것도 무표정도 아닌 얼굴을 간신히 유지하고 아이리스한테 물어봤다.
“당신이 저한테 무언가 물어볼 수 있는 위치라 생각하시나요?”
“아니요.. 죄송합니다. 베네치아 공작님.”
“당신 같은 평민은 제가 가르침을 준다하면 넙죽 엎드려 절 하지도 못할망정, 하아.. 이래서 평민은 안 된다니까요..”
누가 가르침을 달랬냐고 씨발년아....
“뭐 이건 넘어가고 ‘특별히‘ 저랑 대련할 수 있게 해드리죠.”
아이리스가 무섭게 웃으며 말한다.
“죽지 않을 정도의 가르침을 드릴 테니 감사하라고요?”
정말 죽기직전까지 만 나를 팰 생각이라고 말하는 거 같다.
너무나도 좆같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긍정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거 아이리스가 얼마나 강한지나 좀 봐두자.
“공작님과 대련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나는 속마음을 숨기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