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6화 〉95.용용 죽겠지 (96/275)



〈 96화 〉95.용용 죽겠지

-까앙! 까앙! 까앙!

-쿵 쿵 쿵  


“귀 아파 뒤지겠다.”

수많은 대장간에서 나는, 이 도시를 뒤덮을 정도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무구 등을 제련하는 소리가 내 고막을 터트릴 것처럼 귀에 강하게 박혀온다.


뭐.. 귀가 아프긴 하지만 굉장하긴 하네.

드워프들의 지하도시라고 해서 난 커다란 광산을 파서 생활하는 개미굴 같은 그런 것을 상상했는데, 상상과는 완전 다른 마치 아주 커다란 돔에 쌓인  같은 이곳을 수 많은 대장간등이 주가 되어 빼곡빼곡하게 차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드워프들의 모습은 정말 상상하던 것과 똑같다. 여자고 남자고 할 것없이 전부 수염이 길게 자라있고 땅딸보지만 아주 근육질적인 모습.

“근데 드워프들의 도시인데 드워프보다 다른 종족들이 더 많이 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드워프들도 많이 돌아다니긴 하지만 절반이 드워프고 절반이 다른 종족 같은 느낌? 인간, 엘프, 수인.. 저건 리자드맨인가? 취익취익거리는 오크들도 많이 보이고.


“드워프들은 광산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하고, 드워프가 만들어내는 무구는 어느 종족이든 원하니까 다른 종족들이  도시를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렇구나.”


“왜 그렇게 보는 것이지 주인..?”

빡통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쿨 한 미녀 같은 겉모습에 어울리게 말하는 아르엔을 보니 참 신기하다.

평소에는 이런 모습인 것 같은데 어느 순간 휙 머리 나사가 빠진 것처럼 행동한단 말이야.

“그냥. 유적이나 빨리 찾아가보자.”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르엔의 손을 붙잡고서 그대로 고대룡의 유적이 있다는 곳을 향해서 가기 시작했다.

***

“와우.. 저게 유적이야 아르엔?”

“나도 유적이란 것은 처음보지만.. 아마 그런  같군.”


멀리서부터 보이는 엄청나게 큰 용의 동상이 있는 신전 같은 건물하나가 어색한 자리에 갑자기 생겨난 것처럼 우뚝 솟아있다.


주변에는  유적을 구경하러 온 사람과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웅성 대는 모습이다.

유적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이 유적이 말도 안  정도로 크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이 유적의 입구인 커다란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에 가까워지자 유적에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악..! 조건이 대체 뭔데 들어갈 수가 없는 거야!!!”


어떤 남자가 유적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텔레포트 하듯 유적의 입구로 뿅! 하고 다시 돌아와서는 울부짖는 것처럼 말한다.


몇몇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입구로 텔레포트 당하는 것을 구경하다가 아르엔과 함께 나도 유적의 문으로 향하는 와중에..

-척

뭐야..?

내가 문을 향하자  기사 같은 것들이 나와서  앞길을 막는다. 나뿐만이 아니라 유적의 입구에 있던 사람들이 밀쳐내고 유적의 문을 향하는 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봐..! 이게 무슨 짓이야!”


“아가씨가 지나갈 곳을 깨끗하게  뿐이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밀쳐내는 기사들을 향해 항의하듯 말하자 아주 냉랭한 목소리로 기사들이 답했다.


대체 뭔 상황인가해서 그냥 얌전히 구경하고 있으니, 수많은 기사들이 만들어낸  사이로 어떤 여자가 기품 있어 보이는 모습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걸어오는 여자를 보자 기사들한테 소리치며 항의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듯 전부 조용해지자, 시끌벅적했던 유적 주변에서는 그 여자의 또각또각 거리는 발걸음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미녀인 것이 눈에 보일 정도, 허리까지 오는 검은 머리카락이 찰랑이고 커다란 가슴또한 출렁인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머리에는 이상한 뿔이 양쪽에 길게 자라있고 커다란 도마뱀의 꼬리 같은 것을 살랑이고 검은 기운 같은 것을 뿜어내며 걸어오는 모습이 딱 봐도  인간 아닙니다. 하고 알려주는  같다.


무엇보다 꿈에 나왔던 용왕 년과 똑같은  날카로운 뾰족한 동공..


아무리 생각해도 저 년 용 아니야?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용인 것을 눈치 챘는지 조금씩 용이다.. 하고 조용히 속닥대며 얘기하는 모습이다. 갑자기 용이 왜 기사들로 길 만들면서 튀어 나오는 거지?


갑작스런 용의 등장에 혼란스러워 하던 와중 천천히 걸어오던 저 용 여자가 유적 입구에 서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뭐지..? 용이니까 불이라도 내 뿜으려는 건가? 입을 벌리고 있어서 진짜 불이라도 내뿜는 줄 알고 쫄아 있었는데 벌린 입에 천천히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이쁜 얼굴을 찡그리고선 썩소를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용의 유적을 너희같이 하등한 것들이 넘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마법이라도 쓴 듯 귀에 울려 퍼지듯 박히는 목소리가 꽤나 괴롭다. 아르엔도 괴로운지 귀를 살짝 부여잡는 모습이다. 다른 사람들은 쓰러지는 사람들도 있었고 으아악! 하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씨발.. 뭔데..!


“괜히 용의 것을 넘보지 말고 하등한 것들 답게 머리를 조아리고나 있도록.”


머리를 아프게 하는  목소리가 다시 한  울려 퍼진 다음 저 여자가 유적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용의 것이라니.. 고대룡의 유적이라 그런 건가..? 조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여자는 뭔가 있으니까 이 지랄을 떨면서 유적의 문을 여는 것이겠지?


“고대룡의 편린으로 이루어진 유적이여 그대와 같은 종족 엘로시아 델 아달라츠 시어든이 찾아왔으니 유적의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라!”

“오오오!!!!!”


주변 기사들이 저 존나 오글거리는 대사를 외치면서 유적을 여는 엘 뭐시기 하는 여자를 향해 함성을 보낸다.

아무도 들어갈 때 저 지랄은 안했는데 용 특유의 감성인건가? 유적의 문을 전부 열어젖히고선 위엄 넘치는 얼굴을 한 채 어두컴컴한 안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글거리지만 뭔가 그럴듯해 보여서 유적에 정말 들어간 줄 알고 헛걸음  건가? 하고 생각하던 와중.

-뿅

위엄 넘치는 표정을 유지한 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유적의 입구로 뿅하는 귀여운 효과음과 함께 텔레포트 되었다.


“......”


정말 휑~ 하고 적막만이 가득한 곳이 되어버리더니 위엄 넘치는 얼굴을 하던 저 여자의 얼굴이 조금씩 썩어갔고 함성을 지르던 기사들도 뻘쭘 해져서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다.


강제로 웃음 참기가 되어버린 유적주변, 다른 사람들도 저 용 여자를 보며 웃음을 참는 모습이 보인다.

“크흡.. 큽..”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있는 척 하면서 들어가더니 귀여운 효과음을 내며 돌아오는데 어떻게 웃음을 참아..!

입을 손으로 막고서 최대한 웃음을 참던 중 무표정이던 아르엔이 옆에서 아주 조용하게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벌써 유적을 깨고 나온 건가?”


아르엔은 저 여자가 너무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계속 있다 보니 유적을 순식간에 깨고 나온 줄 알고 감탄하듯 말했다. 근데 아르엔의 옆에서 그 말을 듣던 나는 도저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흡.. 크하.. 크하하하하! 푸하하하하!”

입으로 가려도 터져 나오는 웃음에 크게 웃자 아르엔이 갑자기 왜 웃는 거냐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푸흡..”


“하하하하!”


아르엔의 시선에도 상관 않고서 웃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점점 소리 내며 웃기 시작하더니 유적 주변에 완전히 웃음소리만 가득해져버렸다.

“하등한 것들 주제에 감히 이 몸을 비웃는 것이냐!!!”


“끄아아아악!!!!”


“꺄아아악!!!”


용 여자가 이를 으드득하고 깨물더니 분노한  소리치자, 머리까지 지잉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순식간에 웃음소리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어 씨발 왜 나한테 와..!


갑자기 날개가 생겨서는 날개를 펼치더니 나를 향해서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선 내게 다가온다.


-콱


“윽..!”


 목을 확 부여잡고서는 더욱 날카로워진 동공으로 나를 죽일 듯 노려보는  여자. 팔에 힘을 꽉 주고서는 내 목을 잡는다.

..근데 별로 힘이 강하지가 않네?


윽! 이란 신음도 아파서가 아니라 반사적으로 나온 것이지 목을 조르는 힘이 그렇게 안 세다.

나보다도 힘이 약한  같은데? 겉모습만 봐서는 무지막지하게 강해서 아이리스보다도  보였는데.. 생각보다 버틸 만하다.

내가 강한건지.. 아니면 얘가 용치고 약한데 가오만 넘치는 건지 구분이 잘 안 간다.


“주인..!”


아르엔이 내가 목이 잡힌 것을 보고 이 용 여자를 공격하려하기에, 밑으로 몰래 손짓해서 공격하지 말라고 신호를 주자 아르엔이 멈칫하더니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는다.

“감히  따위가 이 몸을 비웃어?”

“비웃을만 하니 비웃은건데?”


“...!!!”


자신한테 목이 졸리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나를 보고선 놀란 표정을 짓는다.


“하등한 것들 거리면서 그렇게  있는 것처럼 굴어놓고 막상 자기도 똑같이 그러는데 웃음을 참을 수 있어야지.”

-덥썩


“!!!!!!”


내 목을 붙잡던 이 용 여자의 손목을 붙잡고 떼어낸다. 자신의 손을 떼어내는 나를 보며 더욱 놀란 표정을 짓는 이 여자에게 오히려 다가가자, 손목을 잡은 내 손을 뿌리치고선 뒤로 물러난다.

“이,  하등한 것이..!”


“하등하고 뭐고 나도 유적에 들어가고 싶으니까 좀 비키지 그래?”

나를 노려보는 눈빛을 가볍게 무시하고 말하자 내 말에 어이없다는 듯 하! 하고 목소리를 내더니 팔짱을 끼며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부각하며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 몸도 들어가지 못한 유적을 너 따위가 들어가겠다고? 웃기는 군.”

들어가지도 못한  왜 지랄이야. 꼴 받게 하네.

“글쎄.. 누구처럼 큰소리 치고 못 들어가는 것보다는 웃긴 모습이 아닐  같은데?”

 말에 바로 인상을 찡그리고선 으으.. 하는 게 너무 정곡을 찔려서 말이 안 나오는 듯하다.


“그리고 아마 난 유적에 들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


“하등한 녀석이 무엇을 믿고.. 아..! 그렇게 자신 있으면  몸과 내기를 하지 않겠나?”


찡그리던 얼굴에서 순식간에 씨익 웃더니 좋은 생각이 나기라도 한  나에게 말했다.

내기? 갑자기 무슨 내기?

“내기?


“저 유적을 들어가는 것이냐 아니냐로 나와 내기를 하도록 하지. 만약  들어간다면 힘은 쓸만한 것 같으니 그대는 나의 몸종이 되도록.”

내가 왜 그딴 내기를 할 거라 생각하는 거지? 자기중심적으로 밖에 생각을 못하는 건가?

“근데 내가 만약 유적에 들어간다면?”

“하.. 그럴리는 절대 없겠지만 만약 들어간다면  몸이 너의 종이 되어주지.”

오.. 이건 좀 땡기는데? 이 거만한 미녀 용을 내 종으로 부리는 것을 상상하니 아랫도리가 불끈 해지려 한다.


“흠.. 좋아 재밌겠네 약속 지켜라?”

나도 유적의 들어갈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미 저 용을 종으로 부리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그냥 내기를 수락해버렸다.


“하등한 너희와 다르게 우리 위대한 용들은 내뱉은 말을 어기지 않는다.”

“그러시겠죠.”

내기를 수락하자 사악하게 웃는 저 용 여자를 가볍게 비웃어주면서 아르엔을 데리고 유적의 문 앞에 섰다.


【‘고대룡의 유적‘ 조건을 충족시킨 자만이 문을 열고 유적에 들어갈 수 있다. 】

하아.. 이거지. 문 앞에 서자 오랜만에 보는 하얀 네모박스 뭔가 안정감이 든다.


-쿠구구궁


커다란 문에 살짝 힘을 주자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전부 열리자 그 안으로는 빛도 들어가지 않는지 안이 보이지 않는 엄청나게 어두운, 마치 다른 세계 같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럼 가보자 아르엔.”


“알겠다 주인.”

아르엔과 함께 발걸음을 내딛고서 들어가자 마치 유적 안 어둠이 나를 집어삼키는 듯한 감각과 함께 유적의 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쾅

인혁과 아르엔이 들어간 뒤 열렸던 문이 닫혔다. 그 둘이 들어간 문을 바라보고 있던 엘로시아 델 아달라츠 시어든은 자신도 텔레포트 되었던 유적의 입구 쪽에서 뿅! 하는 효과음이 들려오는 것을 보고, 역시나 그 하등한 인간이 실패했구나 하고 웃으면서 천천히 뒤를 돌았다.

“.....?”

뿅 소리가 들려온 자리에서는  하등한 인간은 보이지 않고 하등한 인간을 따라가던  푸른 머리를 가진 엘프만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유적의 입구에 서 있었다.

웃음 짓던 엘로시아 델 아달라츠 시어든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웃음이란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