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2화 〉131.타락과 각성 (132/275)



〈 132화 〉131.타락과 각성

검을 맞대고 있을수록 민건의 몸을 뺏은 가리스의 힘에 밀리는 느낌이다.

“상황판단이 무척이나 빠르시네요? 원래라면 뒤에 있는 여자 용사처럼 얼빠진 모습이 되었을 텐데..”

키기기긱-


앞에서 조잘조잘 잘도 떠들어대는 가리스의 말에 대답할 겨를은 하나도 없었다. 단순히 민건이의 몸을 뺏는 것이 아닌가? 누구는 전력으로 검으로 막아내고 있는 것에 비해서, 앞에 보이는 가리스는 실실 웃으며 저렇게 떠들면서도 나를 압도하고 있다.

거기다 뒤에 있는 시아가 신경이 쓰여 함부로 자세도  바꾸는 상황.


힐에게 눈짓을 하자 내 뒤에 있던 시아를 그림자로 감싸서 데려간다. 힐이 시아에게 잘 설명해주리라 믿고 가리스와 맞대고 있던 검을 튕겨낸다.


튕겨내도 바로 들어오는 검격을 막아내고 피한 다음, 거리를 겨우 벌려낸다.

“후우.. 민건이는 어떻게  거지?”

숨을 고르며 가리스에게 묻자 대답을 안해주리란 예상과 달리 친절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아직은 제 안에서 자고 있으니 걱정하지마세요. 이제 곧 저와 하나가 될 터이니.”
“하나가 된다..?”
“제 기생은 무척이나 특이해서 기생당한 이와 제가 점점 몸도 마음도 하나가 된 답니다.”


즐겁다는 듯 얼굴을 또 다시 일그러트리며 웃는 가리스.

“애초에 그랬던 것처럼 말 이죠?”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간다면 민건이는 죽는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가리스에게 달려들었다.

“이왕 알려주는 김에 너를 민건이의 몸에서 빼내는 법도 알려주면  되나?”
“음.. 죄송하지만 그런 것은 없네요. 저를 밀어낼 정도의 의지로 저를 내보내면 되는데.. 애초에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기생도 되지 않았겠지요.”

턱을 어루만지며 내 검을 이상한 자세로 전부 피하면서 말하는 가리스. 그러면 민건과 함께 죽여야만 한다는 건가?

사실 이딴 새끼가 죽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는 없지만. 용사인데다가, 그래도 시아에게는 꽤나 트라우마가  수 있기에 구해내려는 것이었는데..

아니.. 혼자서는 애초에 이 녀석을 죽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단순히 나보다 힘만 쌘 것이 아니라 지금도  검을 피하면서 여유가 있다.

“아, 그리고 예전에는 용사의 연인으로 보이는 자의 몸을 뺏었는데 그 때가 또 가관이었죠. 용사가 어쩔 수 없이 피눈물을 흘리며 연인의 몸을 한 저를 베어내는 모습이란..”

최고였습니다.

 몸을 감싸듯 부여잡고 몸을 부르르 떠는 가리스.

“혹시 이 남자가 당신의 연인이었던가.. 그런 거는 아닌가요?”
“게이 아니니까 제발 닥쳐.”
“부끄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런 것도 존중하니까요?”


정말 단숨에 베어서 갈라 죽일 생각으로 검을 휘두르자 가리스도 꽤나 당황한 모습이다. 가리스가 막아내는 것이 좀만 느렸다면 그대로 반으로 갈라져 죽었지 않을까.

“존중은 씨발. 그딴  존중할 바에 그냥 뒤져.”
“갑자기 분위기가 너무 살벌해지신 거 아닌가요?”


좆같은 놈. 저 딴 소리를 내뱉는 것을 보면 저 녀석은 정말로 마족이 틀림없다. 아니라면 저런 개소리를 내뱉을 리가 없잖아.


다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다른 세 명을 슬쩍 쳐다본 다음 다시  번 가리스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이 녀석 한 명을  마크하고 있는 다면 리겔이라고 하는 저 녀석은 세 명이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 근데 이 새끼는 대체 용사가 되어서 오히려 파티를 전멸시키려 하면 어떻게 하는 거지?

가리스가 웃고 있는 것이지만 저 면상으로 저렇게 웃고 있으니 몸에서 열불이 난다.

그냥 몰래 죽여 버리고 시아만 키워야했다.






***







옆에 있던 민건의 모습이 이상하게 바뀌더니 자신에게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시아는 도저히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자신을 공격하는 검을 인혁이 대신 막아주고 힐이 그림자로 자신을 데려갔을 때도, 도저히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돈독한 사이라거나 완전 친하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같이 이세계로 와서 용사로서 함께 힘내던 동료가, 괴물처럼 변해서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에 머리가 완전히 새하얗게 되어버렸다.


앞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에 시아가 조금 정신이 들자 세레스티나와 힐이 자신의 앞에서 리겔을 막아서고 있다.


“용사 정신 차렸으면 어서 검을 들어요.”

리겔이 거대한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날아오는 불꽃을 그림자로 전부 막아내던 힐이 시아에게 말한다.

민건과 인혁을 찾기 위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찾으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인혁과 변해버린 민건이 검을 맞대며 싸우고 있었다. 믿을  없는 광경에 다시 한  넋이 나가려는 것을 붙잡듯 힐이 소리친다.


“나중에 다 알려 줄 테니 어서 정신 차리고 검이나 들어요.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요..!”

그 말에 시아가 땅에 떨궜던 검을 다시 부여잡고 세레스티나, 힐의 옆에 선다. 도저히 지금 일어난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이대로 있으면 전부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정신을 부여잡고 리겔에게 검을 휘두른다.


카앙- 키이잉-

자신이 앞에서 세레스티나의 축복을 받은 상태로 리겔의 거대한 검을 받아쳐내자 힐이 빈틈을 바로 공격한다.


쿵- 쿵-

육중한 갑옷 덩어리가 움직일 때마다 마치 땅이 흔들리는 것과 같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리겔이 뒤로 물러난다.

어서 빨리 쓰러트려야 해..


멀리서 쳐다 본 인혁과 민건의 싸움은 인혁이 꽤나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서 빨리 이 녀석을 쓰러트리고  같이 인혁을 도와야 한다 생각하며, 검을 계속해서 리겔을 쓰러트릴 생각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으니.

슈오오옥-

리겔을 감싸고 있던 푸른 불꽃이 꺼지다가 푸른색이 아닌 붉은색으로 불꽃의 색깔이 바뀌었다. 느껴지던 열기도 한층 강해져서는 힘도 더욱 강해졌다.


콰앙-

“크흡..!”


잘 맞받아치던 리겔의 검과 맞부딪히자 멀리 밀려난다. 곧바로 다음 공격을 하려 검을 크게 휘두르던 리겔을 힐이 그림자로 막아내며 시아가  고를 틈을 만들어준다.


“..힐, 마왕님을 왜 배신 한 것이지.”
“둘과 다르게 몽마의 여왕이란 것은 세습제잖아요? 너희처럼 마왕님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아서 말이에요.”
“그렇다고 해도.. 마왕님을 배신하고 용사에게 붙다니..”
“자세히 말하면 용사가 아니긴 한데요.. 진정한 주인을 찾은 내게 축복을 해줄 수는 없는 건가요?”
“마왕님의 적은 그저 분쇄할 뿐이다...”

리겔이 그렇게 말하고 몸을 감싸던 붉은 불꽃이 한 층 더 크게 타오르더니 불꽃의 색깔이 다시 변하기 시작한다. 점점 하얗게 변해가는 불꽃을 보며 힐이 진땀을 흘리고 있으니 밀려났던 시아가 리겔에게 달려든다.


“하아.. 하아..”

하얗게 변하던 불꽃을 시아가 저지하는 듯 싶었지만. 이미 하얗게 변한 불꽃을  몸에 감싸고 있는 리겔이 검을 높게 치켜들고서 땅에 내려 찍으려한다.

막을  있을까? 느껴지는 힘이 도저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지금 있는 힘을 전부 끌어 모아도 막아낼 수 있을까 싶지만.. 어떻게든 막아낸다. 힐의 그림자, 세레스티나의 모든 축복까지 다받은 상태.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낼 생각으로 리겔의 검을 받아 내는 순간.


쾅-!


“..오빠?”
“진작 나한테 여신의 힘을 줄 것이지..  귀찮게 하냔 말이야.”

한 손으로 리겔의 검을 막아낸 인혁의 모습에 리겔도 꽤나 당황한 듯하다.

“가리스는.. 어떻게 된 것이지..?”
“죽을 것 같으니까 바로 도망치던데?”
“......”


인혁의 말에 리겔이 내뿜고 있던 하얀 불꽃이 조금씩 사그라지더니 불꽃의 포탈을 만들어 그곳으로 사라지려한다.

힐이 곧바로 그 모습에 저지하려고 그림자로 리겔을 공격하지만. 리겔이 힐의 그림자를 가볍게 쳐내고 그대로 불꽃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아....”

리겔이 사라지자 물러나는 마족들의 군세를 보고 시아가 안심하는 것과 동시에 땅에 풀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



“쿠흡.. 쿨럭.. 대체 어떻게 된 것이지..?”


분명 그 남자를 자신이 압도하고 죽일 수 있었는데.. 갑자기 이 몸의 힘은 약해지고 그 와 함께 그 남자의 힘은 강해졌다.


“크흐...”


그저 가슴팍에 살짝 베였을 뿐인데도 엄청난 데미지에 그대로 죽기 전에 도망쳐왔다. 용사의 몸을 빼앗아서 넘치던 힘이 마치 한 순간에 사그라지듯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새로운 몸에 기생해야 하나 싶어서 슬금슬금 상처가 큰 가슴팍을 손으로 붙잡고 마왕성으로 향하던 중.


..!!!!

“마왕님..”
“가리스.”
“어쩐 일로.. 혹시 저를 마중나오신 겁니까?”


장난으로 내뱉은 말에 마왕이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더니 머리를 손으로 붙잡더니 마기를 마구 주입하기 시작한다.

“크억.. 크어억....!”


엄청난 양의 마기가, 텅 비어있는 듯한 몸에 가득 차오르더니. 상처 났던 몸이 전부 치유되고 전보다도 더욱 강한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크흑.. 크억... 허억...”
“여신이 개입하게 만들었으니 가리스, 너에게 주는 상이다.”


숨을 고르고 있으니 그리 말하는 마왕의 말에 갑자기 자신의 힘이 약해지고 그 남자의 힘이 강해진 이유가 짐작이 된 가리스.

자신에게 마기를 전부 주입해주더니 마왕은 그대로 정말 연기처럼 사라져 홱 하고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흐.. 흐흐.. 하.. 하하하!!!”

자신에게 치욕을 준 그 남자와 일행에게 절망을 심어줄 수 있을 만한 힘이 생긴 것에 넘치는 마기를 마구 뿜어대며 기괴한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으.. 으으...‘

잠들어있던 민건의 인격 또한 깨어나는 것을 느끼며 가리스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웃음 지었다.


‘으.. 뭐, 뭐야... 저, 저리가..!“


스르륵- 스륵-


“흐으으으악....! 흐아악.. 살려줘 아아... 아아아!!!!!”

일어난 민건의 인격을 잡아먹듯 그대로 자신의 안에 흡수해 버리자. 민건이 가지고 있던 성격, 기억등 민건의 모든 것이 가리스에게 들어온다.


가리스의 기생은 가리스가 인격을 잡아먹음으로 생겨난 둘의 새로운 인격이 이루게 된다.

 인격은 가리스로 인해 세뇌된 듯 달라졌지만 그 몸의 주인의 인격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 생각하는 방향이 조금 바뀌었을 뿐.


가리스가 웃을 때처럼 완전히 일그러진 얼굴이 아닌 반쯤 일그러진 얼굴로 웃더니,  손으로 얼굴피부를 찢어버리듯 자신의 얼굴에 상처를 낸다.

“다음에 볼 때는.. 꼭 죽여드릴 게요 인혁이 형...”

그리고 시아와 세레스티나, 힐까지 전부 내 것으로...

기분 나쁘고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마왕의 심복으로써 민건이 마왕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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