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부 조교해서 타락 시켜버립니다-150화 (150/275)

EP.150 149.마왕의 계획

뭐야 말도 안 되잖아...!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저 사람이 강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예전의 힘과 마왕님의 힘까지 받아 더욱 강해진 상태, 이런 힘을 가지고는 절대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아앙-

“크흡..!”

인혁이 휘두르는 검을 온 힘을 다해 검으로 막아냈지만 검이 받은 충격이 고스란히 내게 전부 전해져온다.

무적이라 생각했던 몸뚱어리가 검을 받아낸 것만으로 미친듯이 떨리기 시작한다.

“이럴 리 없어.. 이럴 리가 없다고..!”

나는 선택받은 용사.. 마왕한테 까지 힘을 받은 주인공이잖아. 대체 왜 내가 이렇게 당하고 저딴 놈한테 밀리는 거지?

“나는 주인공일 텐데.. 이 세계에서 선택받은 사람은 나일 텐데... 저 딴 놈한테...!”

그리 혼잣말을 내뱉으면서 떨리는 팔에 힘을 주고 다시 검을 쥐고서 이번에는 오히려 인혁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퍼부었다.

분노는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하던가, 내게 존재하고 있던 마왕님이 내려준 힘이 더욱 강해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그럴까 나를 압도하던 저 사람이 지금은 내 양 검에 속수무책으로 검을 막으며 수비 자세를 띠고 있다.

그래.. 이게 맞는 거지..! 이대로 죽어버려!!

마음속으로 그리 외치며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단숨에 죽일 각오로 계속해서 검을 인혁에게 민건이 휘둘렀다.

방어만 하는 인혁의 모습을 보고 승기를 다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기분 나쁘게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웃으면서 회심의 한방을 준비하며 말한다.

“너 같은 엑스트라가 주인공인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민건은 인혁을 자신을돋보이게 만들 엑스트라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잘난 모습을 보이며 주변 여자들을 채가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저 엑스트라를 물리치고 모든 것을 되찾아오는 주인공이라고.

흔한 이세계 클리셰를 겪은 자신이 주인공일 것이라 소환된 그 순간부터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대로 회심의 한방을 넣어 저 엑스트라를 죽여 버리고 유시아, 성녀, 몽마여왕그리고 더 나아가 언젠가는 마왕 그녀까지 얻는 다는 생각을 가지고, 쌍검을 한데 모아 인혁에게 모든 전력을 내뿜으며 검을 위에서 부터 내려찍었다.

서걱-

검으로 인해 몸이 베이는 소리, 민건은 그 소리가 인혁이 자신의 검에 베이며 난 소리라고 생각해 웃으며 인혁을 바라봤지만 인혁은 턱 끝에 살짝 상처를 입었을 뿐 그마저도 빠른 속도로 치유되고 있었다.

뭐, 뭐지..?

방금 그 살이 베이는 소리는 대체 어디서 난 건가 싶어 하는 순간 눈앞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한다.

인혁을 바라보던 시야가 양쪽으로 점점 멀어지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점점 의식이 사라져간다.

털썩-

몸이 양옆으로 쓰러진다.

쓰러진 순간 자신이 지금 어떻게 된 것인지는 알고 싶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두워져가는 정신, 이상해진 시야를 어떻게든 붙잡고 저 남자를 핏발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다.

내 시야를 눈치 챈 걸까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더니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병신이.”

그 말을 끝으로 민건의 의식은 사라졌다.

***

"어우 징그러."

민건이 반으로 갈라져 몸 이 반으로 갈라져 옆으로 쓰러져서는 이제는 정말 죽었는지 아무런 기세도 느껴지지 않는다.

몸이 반으로 갈라졌으면 죽을 것이지, 왜 이렇게 끈질겨?

눈을 희번덕거리며 나를 죽일 듯이 쳐다볼 때는 징그러워서 순간 토악질이 나오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내가 너무 강해져서 그런지 생각보다 무척이나 허무하게 싸움이 끝나 버렸다.

이상하고도 불길한 기운을 내 뿜을 때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손쉽게 쓰러져 죽어버렸다.

그리고 마왕의 심복을 죽였기 때문일까 내 능력치가 상승한 것이 곧바로 느껴져 상태창을 확인해보고는 싶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시아야 괜찮아?”

“..네, 괜찮아요.”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표정은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몸에 힘을 주고는 있지만 조금씩 떨리는 몸과 아주 옅게 부들거리는 입술이 괜찮지 않다고 표현해주는 것 같다.

“......”

내 검에 베여 갈라져 죽은 민건이를 몇 번 쳐다보다 시선을 돌리고는 내 품에 그대로 들어온다.

미세하게 떨리는 몸을 안정시켜주기 위해 등을 토닥여주며 물었다.

“살릴 생각 안 하고, 바로 죽여 버려서 내가 미워?”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가 오빠를 미워할 리가 없잖아요.”

내 품에 더욱 깊숙하게 얼굴을 파묻고서 말한다.

“그냥.. 그냥 조금 친구가 죽은 것을 보니까 마음이 이상하네요.”

“......”

“어쩔 수 없던 거니까요.”

시아는 민건이가 죽는 것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는 친했었고 사이가 서먹해졌었더라도 친구였던 데다가 이세계로 함께 넘어온 같은 세계의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민건이를 죽인 인혁을 시아는 전혀 원망치 않는다.

그저 어쩔 수 없이 죽일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이니까.

그저 주변 사람의 죽음이 익숙하지 않아 마음이 울렁거린 것이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시아는 괜찮았다.

“그러니까 저는 정말 괜찮아요. 민건이의 죽음보다는.. 이제 같은 고향 사람이 없어졌다는 거? 그게 조금 아쉽네요.”

자신을 너무 걱정하는 인혁에게 괜찮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농담을 섞어 말했다.

그 순간 인혁의 표정이 뭐를 뜻하는지 알 수 없게 바뀌더니 시아를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굳이 말할 필요를 못 느껴서 안 말했던 건데.. 사실 시아야 나도 너랑 같은 지구 사람이야.”

“..네?”

시아가 인혁의 말에 당황하다, 자신이 고향 사람이 없어졌다고 말해서 이런 거짓말을 치는 건가 싶어 웃으며 넘기려고 하는데, 인혁이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과 진지한 어투로 말을 이어나간다.

“여신이 실수해서 지구에서 살다가 사실 이 세계로 전생했어.”

너무나 진지하게 말하는 통에 시아는 인혁의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인혁의 충격적인 말에 시아는 민건의 죽음과 관련된 것이 머리에서 사라져 버리고, 인혁의 말만이 시아의 머리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

“호오...”

가리스, 민건의 몸을 통해서 그 남자를 보던 와 중 단숨에 죽어버린 가리스와 민건을 보고는 감탄을 내뱉었다.

자신의 힘을 받아 강해지긴 했지만, 저 남자를 죽이지는 못하거나 이기지는 못할 것이라 예상은 했다.

하지만 이리 쉽게 죽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재생능력이 특히 뛰어난 가리스이기에 몸이 반으로 갈라진 것을 눈치 챈 순간 재생하려고 움찔하는 것이 보였지만, 이미 즉사의 공격을 받은 상태라 곧바로 재생하지 못해 그대로 죽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심복이 죽어버렸어도 오히려 마왕 키리아 아그네스는 남자의 대한 호감이 더욱 상승하고 있었다.

단순히 저 남자와 싸워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저렇게 강해졌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계획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남자와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저 용사가 어떻다고 생각하지 마왕?]

마신의 잔재가 눈앞에서 일렁이며 물어본다.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을 티내지 않고 태연하게 저 마신이 원하는 대답을 내놓는다.

“별거 아니다. 꽤나 강하긴 하지만 마신 그대가 나눠준 힘의 비하면 별거 아니군.”

[그래.. 그렇지, 그게 당연한 거다..! 하하.. 하하하!]

마왕성에 있던 모든 존재는 마왕을 제외하고는 마신의 웃음소리를 듣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왕도 마신의 웃음소리로 인해 지끈거리는 머리를 살짝 붙잡고는 마신의 잔재를 왕좌의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본다.

[내가 만들어낸 마왕 중 최강의 마왕, 나의 마왕이라면 저 딴 여신의 용사 따위 별거 아닌 것이 당연하지.]

[이번에야 말로 빌어먹을 여신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차지할 때다.]

마왕성이 무너져라 웃음소리를 흘리면서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사라지는 마신을 보며 마왕이 깊게 한숨을 내뱉고는 생각에 잠겼다.

저 웃음소리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저 남자가 조금만 더 강해지고, 내가 경계 밖을 나갈 수 있게 된다면 그 다음은..

눈앞에 보이는 남자를 향해 손을 내밀다가 허공에 손짓하고는 피식 웃다가, 불사자 리겔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마왕님.”

리겔이 찾아와 마왕의 앞에 무릎 꿇자 육중한 갑옷으로 인해 땅바닥이 살짝 울리기 까지 한다.

고개를 숙인 채 마왕의 말을 기다리는 리겔, 리겔이 고개를 숙이고 있자 왕좌에 팔을 대고 턱을 괴고 있던 마왕이 말하기 시작했다.

“가리스가 죽었다. 너도 알고 있겠지?”

“예.”

“가리스의 복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서 용사를 처단하러 가라.”

리겔이 마왕의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갑옷의 눈에서 푸른 불꽃이 한 번 화르륵 타올랐다.

“마왕님의 명, 받들겠습니다.”

마왕에게 대답하고는 쿵- 쿵- 무거운 발걸음 소리를 내며 리겔이 뒤돌아서 문을 열고 나간다.

문 너머로 사라진 리겔의 발걸음 소리가 작아질수록 마왕의 마음이 무거워져만 갔다.

리겔은 아마 그 남자를 이기지 못하고 그 남자의 손에 죽고 말 것이다.

불사자니까 죽지는 않더라도 다음 마왕 때까지 잠들고 말 것이다.

아니.. 다음 마왕은 없다.

영원히 잠드는.. 죽음을 맞이할 리겔에게 애도하듯 눈을 감던 마왕이 눈을 다시 뜨자 노란 안광이 번쩍인다.

마신으로 인해 태어나는 마왕이란 존재는 나로서 끝, 리겔을 쓰러트리고서 더욱 강해질 용사..

그 남자와 함께 손을 잡고 마신을 죽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