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부 조교해서 타락 시켜버립니다-162화 (162/275)

EP.162 161.이런 건 정통무협이 아니야!!!!

커다란 일렁임 속으로 사라진 카르세린과 인혁이 함께 이동해서 도착한 곳은 어느 한 동굴.

그곳에서 인혁에게 걸린 시간동결 마법을 해제하고 마신에게 당한 상처도 전부 치유했다.

“허억... 헉...”

역시 무리였나?

카르세린은 제대로 된 신도 아닌 부족한 힘으로 억지로 세계를 이동한 다음, 신의 힘으로 손상된 인간의 육체를 치유하느라 없는 힘도 전부 끌어낸 상태였다.

이 내가 고작 이따위 인간을 위해서...

까드득-

확 자신에게 이딴 고생을 시킨 채 곤히 잠들어 있는 인혁을 죽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신을 생각해 뜨거워지는 머리를 억지로 식힌다.

슈우욱-

“.....!”

벌써 부작용이...?

제대로 된 신이 아닌 자가 다른 신이 관리하는 세계에 가게 되면 본래 가지고 있던 신의 가까운 힘을 잠시 빼앗기고 몸도 그 세계에 맞춰서 변화된다.

힘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용의 육체가 점점 인간의 육체로 변화되어간다.

안 그래도 기진맥진했던 상태였는데 육체도 변하며 힘까지 더 빠져나가니, 도저히 버틸 수 없던 카르세린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여기 어디야.”

분명 마신에게 목이 꿰뚫려 죽는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웬 동굴 안이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했고 꿰뚫린 목은 멀쩡했지만 몸에 묻어있는 검붉은 피가 현실이었다고 얘기해준다.

사후세계라고 하기에는 살아있는 게 맞는 것 같고..

대체 어딜까 생각하면서 몸이 멀쩡한 건지 다 만져보고 있으니 동굴 밖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온다.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건가.”

“카르세린?”

“내 이름을 부르도록 허락한 적은 없다.”

긴 금발을 찰랑이며 들어온 정말 예상 못한 사람.. 아니 용이 나를 째려보더니 그대로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는 내가 지금 상황에 물어보려 하자 내 말을 끊고서 정말 제대로 요약해서 내 머리에 완전히 박히도록 친절히 설명해준다.

설명을 들어보니 지금 상황이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마신과 싸우던 노아가 나를 살리기 위해 카르세린에게 부탁해 나를 다른 세계로 데리고 가서 죽어가던 나를 치유해준 것이라고 하는데...

“이곳이 다른 세계라고?”

“그렇다. 너도 원래 있던 곳과는 다른 곳이라고 느낄 텐데?”

카르세린의 말대로 표현하기 힘든 이질감이 정신을 차렸을 때부터 느껴지기는 했다.

근데 그것이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라니..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다른 세계라는데, 곧바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상하다.

“원래 세계로는 못 돌아가?”

“아직은, 신이 우리를 데려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지.”

“......”

불안하다.. 몹시 불안하다.

노아나 카르세린은 신적인 존재였으니 저 기다림의 대한 것이 나와는 크게 다를 수 있다.

내 아내들.. 아이들은...

이제 마왕, 마신 전부 끝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른 세계로 와서 더욱 멀어져 버렸다.

막상 돌아가니 이미 먼 미래라서 전부 죽어있거나 한다면....

내가 버틸 수 있을까..?

꼬르륵-

너무나도 심각한 상상을 하던 중 카르세린의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갑자기 김이 팍 새는 기분이었다.

“크흠..”

얼굴을 살짝 돌리고는 귀룰 살짝 붉힌 카르세린이 헛기침을 한다.

그래, 노아가 나를 생각해서라도 빨리 데리러 오겠지.

만약 늦더라도 신인 노아라면 시간을 되돌리거나 하는 수가 있지 않을까, 최대한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할 것 같다.

“너 따위 인간 때문에 내가 이런 치욕스러운 육체를 가지다니 굴욕이다...”

몸이 변화하느라 아무 수련도 안 한 평범한 여자의 몸이 되어버린 카르세린.

지금 상태로는 내가 카르세린에게 무슨 짓을 하더라도 어떤 반항도 못 하는 거 아닌가?

..너무 쓰레긴가?

내 목숨 살리느라 힘 잃은 상대한테 이러는 건, 아무리 저년이 씨발년이라도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어떤 세계인지 살펴보면서 음식이라도 구해올 게 쉬고 있어.”

“꽤나 자신의 본분이 뭔지 잘 파악하는구나. 갔다 오도록.”

..그냥 따먹을까?

아니.. 참아. 만약 조금만 더 선을 넘어서 내 심기를 크게 건드리면 그때 따먹어도 늦지 않는다.

힘을 되찾기 위해선지 명상을 시작한 카르세린을 뒤로하고 동굴 밖으로 빠져나왔다.

“흠.. 원시시대인가?”

나무를 타고 다니면서 꽤나 동굴 주변의 동서남북으로 움직여보지만 첩첩산중이 끝날 생각을 안 한다.

빼곡히 차오른 산만 가득해서는 도저히 사람 사는 곳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30분 정도 주변을 더 둘러보던 중.

“오.”

저 멀리 커다란 나무 벽을 세워 만든 자그마한 마을처럼 보이는 것이 보이는 것이 아마도 원시시대는 아니었나 보다.

다행이긴 한데.. 근데 왜 이런 곳에 마을이..? 산적인가?

돼지 써는 칼을 들고서 근육 돼지라는 말이 어울리는 험악한 얼굴의 덩치들이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의 문을 막고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저런 모습이지만 그저 저 작은 마을의 보초병일 수 있다.

“저기요. 혹시 마을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아앙? 어떤 놈이... 으, 으아악.....!!!!!”

뒤돌아 서 있던 두 덩치에게 말을 걸자, 험상궂은 얼굴을 하던 두 사람이 나를 보고는 크게 경악하더니 내 쪽으로 칼을 내민다.

“아, 알몸 변태 놈이 이 녹림십팔채(綠林十八寨)의 일원인 우리를 능욕하러 온 것이냐!”

알몸 변태..? 아..

그러고 보니 며칠 동안 알몸으로 주구장창 키리아와 섹스만 하며 지냈더니 알몸이 익숙해져서 깜빡하고 있었다.

근데.. 녹림십팔채라면.. 무협 소설에서 많이 나오던 산적들 아닌가?

“아저씨들 산적이에요?”

“산적이라니! 우리는 대 녹림의...”

“산적 맞네.”

쩌억-

“크악..!”

“커윽...!”

두 덩치가 반응조차 하기 전에 곧바로 쓰러트린 다음, 두 사람의 옷을 뺏어서 클린 마법을 사용해서 입는다.

근육 돼지들이라 그런가.. 옷 더럽게 크네.

남는 곳은 대충 묶어서 몸에 맞춘 다음 문을 열고서 산채 안으로 들어갔다.

녹림십팔채, 대 녹림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무협과 관련된 세계가 맞는 것 같은데.. 일단 이 산채를 전부 털어보면 식량도 얻고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만나는 게 산적이라니.. 운도 좋지.

마을을 알몸으로 갔다면 사람들의 시선에 부끄러워서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덩치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산채의 일원 중 하나가 또 찾아온다.

“너, 너는 누구....! 읍....!”

“죽고 싶지 않으면 여기 산채의 두목이 있는 대로 좀 안내해주실래요?”

“으으으읍....!!!!!!”

입을 막고 손을 부러트릴 것처럼 강하게 쥐자 눈물을 찔끔흘리며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직접 찾아와준 덕분에 산채 전체를 뒤집을 필요는 없어져서 다행이다.

내게 붙잡힌 남자의 안내를 따라서 이 산채의 두목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하아...”

모든 정파(正派)무림인들이 동경하는 대상이자, 정파무림인 중 최고봉의 자리인 무림맹(武林盟)의 맹주인 남궁연.

현재는 무림맹주로 더 불러오지만, 소싯적에는 검후(劍后)라고도 불리며 반로환동(返老還童) 환골탈태(換骨奪胎)까지 이룬 그녀는 요즘 부쩍 한숨이 많아졌다.

사파(邪派)무리, 천마신교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도 있지만 요즘 들어 무림맹이 이상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파의 젊은 무인들과 늙은 무인들의 대립이 엄청나졌다.

“이런건 정통무협이 아니야!!!!!!!!”

노망이라도 났는지 어려운 길만을 고집하며 옛것만 취급하며 회의 때마다 저리 소리 지르는 늙다리들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

그렇다고 젊은 무인들도 정상인 것은 아니다.

“요즘 누가 기라고 함? 요즘 대세는 마나 아님? 응~ 검기(劍氣) 대신 검마나(劍Mana). 반박시 무틀탁(武機柝)”

“저, 저런 어린 놈이..!!!!”

무틀탁(武機柝)이라는 이상한 단어로 늙은 무인들을 조롱하고, 사파무리도 안 쓸 만한 단어들을 어디서 배워오는 것인지 알아듣기도 힘든 것을 자신들만의 언어인 것처럼 사용하고 다닌다.

안도 밖도 소란스러우니 그 사이에 껴서 정파무림을 관리해야 할 무림맹주 남궁연의 한숨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만 갔다.

거기다 반로환동과 환골탈태를 겪으며 정신과 몸도 젊어진 그녀는 부쩍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젊을 적과는 다르게 무공경지만을 좇던 그때와는 달리 무공경지도 높아 여유도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늙다리들과 결혼하는 것이 맞지만, 정신도 젊어지는 반로환동을 겪으니 늙은 사람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든다.

그렇다고 젊은이들과 결혼하기에도 요즘 젊은 무림인들이 전부 이상하게 말하는 것을 볼 때마다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쏙 들어가 버린다.

“스승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라.”

공손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의 제자.

그러고 보니.. 제자 정도면 괜찮지 않나?

요즘 젊은 애들과 다르게 공손하면서 무와 협을 중시하고 재능 또한 나쁘지 않고 얼굴도 괜찮다.

정말 괜찮을지도...

“제자야 무슨 일로 찾아온 거냐.”

그것보다 이 시간에 제자가 무슨 일로 찾아온 건가 싶어서 물어보니, 제자가 웃음 지으며 천천히 검을 뽑더니 기를 흘려 검에 검기를 만든다.

“다름이 아니라 제 검마나(劍Mana)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당장 나가라.”

“..네?”

“내 눈앞에서 꺼지지 않으면 벌을 주겠다.”

살기까지 내뿜는 남궁연의 모습에 제자는 곧바로 검을 집어넣고 맹주의 방에서 빠르게 나갔다.

그런 제자의 모습을 보면서 남궁연은 턱을 괸 채 세상이 떠나가라 다시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하아...”

믿었던 제자마저 그런 모습을 보이다니..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자신보다도 강하면서 젊고 잘생겼으며 저런 망언을 내뱉지 않는 그런 남자는 어디 없을까.

아니..그런 남자가 이 무림에 존재할 리 만무하다.

잠깐이나마 행복한 상상을 했던 남궁연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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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노아 완성! 우리 이쁜 암컷여신 노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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