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부 조교해서 타락 시켜버립니다-195화 (195/275)

EP.195 194.하오문주 개새끼 해봐

자신의 정체를 아는 이가 불쑥 튀어나왔으면 놀랐을 만도 한데, 유성 이 남자는 처음에 잠깐 움찔하고서는 완전히 모르쇠다.

“대체 무슨...”

“인혁. 그게 무슨 소리지? 유성이 하오문주의 부하라니?”

유성보다는 백설이 내 말에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갑자기 썸 타는 남자의 정체가 사실은 하오문주의 부하? 동요할 수밖에 없기는 하다.

“말 그대로 입니다. 이 유성이라는 남자는 백설 당신을 하오문에 포섭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당신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한 겁니다.”

“그렇지ㅇ...”

“사람에 대한 의심이 많은 백설을, 자연스럽게 하오문주와 만나 최면을 걸기 위해서말이야. 안 그래?”

말대답 하려는 유성의 대답을 끊고서 유성의 목적을 정확하게 말하자, 유성은 잠시 나를 빤히보다 눈물을 또르륵하고 흘린다.

여기가 무슨 남녀역전세계야? 남자가 선즙을 짠다고?

“유, 유성..”

하지만 그 선즙이 백설에게는 먹혔는지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유성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한다.

“백설님. 저는 이 남자가 하는 말이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지내는 제게 왜 이런 말을 내뱉는지 조차..”

백설은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유성에게 다가가서 살포시 껴안아줬다.

백설이 보기에는 나나 유성이나 애기처럼 보일 테니까, 모성애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백설의 동정을 얻어내는 모습이다.

나도 확 울어버릴까? 응애! 쟤 하오문주 부하 맞다고!

“울지마렴.”

“백설님..”

둘이 저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나만 서럽다.

저 연기 잘하는 놈의 가면을 어떤 식으로 벗겨내야 할까 고민하고 있으니, 유성을 달래주던 백설이 날카롭게 치뜬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남궁연의 부탁으로 왔더라도,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한다면 나도 화가 많이 날 것 같아.”

“헛소리가 아닌 사실..”

“그만!”

꾸짖을 갈! 이라고 외치는 것처럼 그만이라고 외치자 백설의 주변으로 날카로운 얼음파편이 솟아난다.

살벌하네.. 아까보다 더욱 차가운 냉기, 금방이라도 나를 얼려죽일 수 있다는 표시 같다.

“더 이상 유성을 모욕한다면, 남궁연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용서치 않을 거야.”

“......”

금방이라도 얼려 죽이겠다는 듯한 냉기와아까보다 확실히 낮아진 톤으로 하는 위협.

사랑에 눈이 먼 여자에게는 그 어떤 소리도 잘 들리지 않나보다.

나는 대체 저 상태의 백설에게 어떤 걸 보여주고서 설득을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너무나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쟤네 최면을 사용한 사이비신도들이나 마찬가지잖아?

거는 최면들도 충성스러운 부하.. 뭐 이런 거였으니까, 다른 것은 전부 연기하더라도 하오문주를 욕하거나 하는 짓은 하지 못하지 않을까?

좋은 생각이 났으면 바로 써먹어야지라는 생각에, 나를 무섭게 보는 백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단 한마디만 해 보고서, 유성이 대답하지 못 한다면 조용히 물러나겠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죠?”

“유성, 괜찮니?”

“네, 그걸로 제 오해만 풀릴 수 있다면.”

유성은 완벽히 사람 좋고, 완벽한 피해자를 연기하며 방금까지 즙을 쳐 짜서 촉촉해진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백설이라면 몰라도 나한테는 그런 눈빛 보여도 좋을 게 없는데.

여자도 아니고 저런 촉촉한 눈빛을 남자가 하니까 좆같다.

이 좆같음을 모아서 유성 저 남자에게 커다란 빅엿으로 선물해 준다면 내 마음이 조금은 풀릴 것 같다.

“너 하오문주 개새끼 한번 해봐.”

전전 세계에서의 완벽한 사상검증의 단어.

짧고 강력한 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자신의 사상이 무엇인지, 어디에 속해 있는 지 모든 것이 입증 되는 마법의 단어다.

“...네?”

“별거 아니고 하오문주 개새끼만 해보면 내가 사과하고 그만 떠날게.”

“......”

하오문주 개새끼를 어떻게 하겠어! 그녀의 충성스러운 수하가!

어쩌면 그때 봤던 것보다 더욱 심한 최면이 걸려있을 수도 있다.

그녀를 신으로 보게 되어 떠받들게 된다던가 하는, 그런 게 있으면 절~대로 욕 할 수가 없지.

신앙심 깊은 신도들이 어떻게 신을 욕함!

“유성..?”

그저 일곱 글자만 말하면 되는 것을 유성이 대답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자, 백설이 살기를 거둬들이고서 유성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본다.

곧바로 대답 못한순간 너는 이미 끝난 거야.

안 그래도 나 때문에 유성의 대한 의심이 조금 생겨난 백설이 유성을 조금 더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런 말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그 대상도 없는데서 함부로 사람을 욕합니까. 원래 욕을 안 하는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안 그런가요 백설님?”

“..맞아 유성.”

유성도 아차 싶었는지 빠르게 변명을 들어놓지만, 백설이 대답하는 속도가 늦었다.

분명 유성이 하오문주의 부하가 맞는지에 대해서 생각한 게 틀림없다.

“뭐가 어쨌든 대답하지 못한 것은 틀림없잖아요? 하오문주 개새끼. 이 쉬운 거를.”

“그건..”

“대답을 못 했으니까 저도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대신 이곳에 남아 한가지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

백설이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저도 유성씨께 무공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강해진다면, 함께 무림맹으로 가실 수 있겠죠?”

““.....!””

“뭐 이것도 싫으시면, 제가 무림맹에 머무시는 동안 유성씨의 호위까지 해드리겠습니다.”

이로써 무림맹에 갈 수 없는 이유를 전부 해소했다.

편의까지 이렇게 파격적으로 다 맞춰주는데 안 가면 너무 섭섭하지.

“..저는 그냥 이곳에서 백설님과 지내고 싶습니다.”

“천마신교가 처 들어와 혹시나 힘이 부족해 무림맹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여기 남해도라고 안전할 것 같나요? 무림맹에는 백설님이 필요해요.”

와.. 나 방금 엄청 무림맹의 사람 같았다.

유성이 그 착해보이던 얼굴까지 구기기 시작했다.

그 옆에서 백설이 유성의 손을 갑자기 붙잡고서는 유성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한다.

“유성.. 무림맹으로 함께 가자. 나도 항상 옆에 있을 테니.. 아니면 정말로 저 남자한테도 무공을 배우는 것이 어때?”

백설도 내 제안을 듣고 유성에 대한 의심도 커진 상태라 그런지 아까 한없이 유성을 보호하던 모습과는 다르다.

“연의 사람이고 뛰어난 무공을 가졌으니, 이건 좋은 기연을 얻은 거나 마찬가지..”

열심히 유성을 설득하는 백설을 향해 유성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화난 듯한 얼굴로 말을 끊는다.

“싫습니다. 저를 모욕한 저런 남자에게 배우고 싶지도 않습니다. 백설님, 백설님도 저를 의심하시는 거지요?”

“아니, 그렇지 않아. 유성..”

“저는..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지금은 머리가 조금 혼란해서요.”

유성은 백설의 손을 뿌리치고서 그대로 뒤돌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아..”

유성이 달려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애처롭게 보는 백설이 한참을 고민하다가, 유성을 붙잡기로 마음먹었는지 뒤따라가려고 몸을 움직인다.

어디를 가려고.

꽈악-

나는 뒤돌아서 뛰어가려는 백설의 손목을 낚시대로 낚아채듯이 붙잡았다.

“읏..! 이거 놓으렴.”

“백설님, 저와 내기하나 하시지 않으실래요?”

“이런 상황에서 내기라니.. 그게 대체...”

“유성이 과연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지, 아니면 저에 대한 보고를 하기 위해 하오문의 사람을 만나는지. 어때요?”

“그런 내기를 내가 왜 해야 하지?”

“그렇다면 저는 당신을 설득하기 위해서 계속 이곳에 머물고 귀찮게 할 거에요. 유성과 둘만의 시간도 가지지 못할걸요?”

“......”

“유성이 결백하다면 저는 바로 돌아갈게요. 만약 아니라면 제 소원을 하나만 들어주세요.”

백설이 내기에 대해서 고민한다.

유성을 완전히 믿는다면 이런 내기 따위 그냥 가볍게 수락해버리면 좋을 텐데, 의심이 생기니까 곧바로 수락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눈을 한 번 질끈 감고 뜨더니 나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좋아.. 만약 유성이 결백하다면 곧바로 이곳을 떠나, 그리고 다시는 우리를 찾아오지 말아줘.”

“물론이죠.”

나는 백설을 잡아당겨 내 품으로 들어오게 한 다음, 그대로 공주님 안기자세 하듯 백설을 안아서 들어올렸다.

“뭐, 뭐하는 거니..!”

“제가 보법과 기척 감추는 능력이 뛰어나서, 이게 더 편하실 걸요?”

갑자기 공주님 안기자세를 하자 부끄러워하는 백설이 내려달라고 몸을 움직이지만, 내려 줄 생각은 없다.

더욱 세게 백설을 껴안으니 내 힘에 백설도 포기한 듯 움직이는 것을 포기했다.

“으읏...!”

“갑니다.”

그대로 안은 상태로 유성이 향한 방향을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소원은 무엇을 빌까?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

유성은 아까와는 다르게 마치 도깨비라도 된듯 인상을 팍 쓰고서는 혼잣말을 반복하며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대체 저런 녀석이 왜 하필 지금 등장한 거야!

조금만 더 있었다면 백설님을 하오문주님과 만나게 해드릴 수 있었는데.. 대체 왜 이런 방해가!

아까 백설님의 눈빛을 보니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 틀림없다.

몇 년을 공들인 것이 그 개 같은 남자로 인해서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생겼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바알!!!”

어서 빨리 보고해야 한다.

갑자기 등장해서 자신을 방해하는 수상한 남자에 대한보고 후에, 하오문주님을 데려와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곧장 접선지를 향해서 한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내일 다시 백설님을 만나기 전까지 어떻게든 해야 해! 라는 생각으로 변변치 않은 보법으로 열심히 달린 결과, 생각보다 빠르게 접선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헉.. 허억.. 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상태에서 호주머니에 넣어둔 하오문의 신호탄을 하오문만이 아는 특정위치에 쐈다.

펑-

작은 폭발음과 함께 신호탄이 터진 후, 숨을 고르며 잠시 기다리고 있자.

“오랜만이구나 유성. 북해빙궁주 백설에 대해 보고할 것이 있나?”

“헉..!”

천마신교의 일원이었지만, 하오문주님의 위대함을 알아보고 하오문으로 교화한 검은 천의 사내가 어둠 속에서 스르륵 하고 튀어나온다.

“하, 하루빨리 하오문주님을 이곳으로 데려와야 합니다!”

“흠? 천마님을 왜 갑자기 데려오라는 것이지? 합당한 이유를 들이대지 않으면 엄벌에 처하겠다.”

“빨리 하오문주님이 오시지 않으면 북해빙궁주 백설을 놓치게 생겼습니다!”

백설에 대해 얘기하자 검은 천의 사내가 움찔한다.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유성은 곧바로 무림맹주 남궁연의 명을 받고온 인혁이라는 남자와 일어난 일에 대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했다.

유성의 말을 듣고서 사태의 심각함을 알게 된 검은 천의 사내는 곧장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서는 말했다.

“그런 이유라면 알겠다. 어서 빨리 천마님을 데려오도록 하지.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 주도록.”

“네, 네!”

검은 천의 사내가 또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유성은 주먹을 세게 꽉 쥐었다.

내일까지는 무조건 버틸 수 있고, 최대한 버티고 버텨 하오문주님이 오실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몇 년을 해왔는데.. 그 남자의 방해가 있더라도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다.

하오문주님과 만나게 하기만 하면 백설님과 나는 함께 하오문주님의 부하로써 연인으로써 함께할 수 있어..!

그때가 되면 엄두도 못 냈던 백설님의 몸도 내 것으로..

“유성.”

“.....?!”

하오문주가 온 뒤 백설과의 행복한 생각을 상상하던 유성의 뒷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몇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들었던 그 청아한 목소리.

“배, 백설님..!”

“정말로.. 정말로 하오문의...”

“아, 아닙,, 아닙니다!!! 그, 그 오해, 오해입니다!!! 오해!”

연기를 아무리 잘하는 유성이라도 갑자기 백설이 뒤에서 모든 진실을 봤다는 그런 상황은 예상 못했는지,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뒷걸음질 친다.

실망과 경악으로 물든 백설의 뒤로는 그 남자가 비웃듯 미소를 지으며 뭔가 말하듯 입모양을 뻐끔거린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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