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의 노예 암캐들 (4)화 (4/286)



〈 4화 〉빅토리아 : 혼혈 여기자 (4)

"얼마 전에 오랫동안 비워 둔 서울 한남동 저택에 그가 다시 돌아왔어. 집안 일을 도맡아 줄 가정부를 구하는데 마땅한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내게 말하길래, 내가 좋은 사람을 물색해 준다고 말했더니, 반색을 하며 미끼를 물더군."

빅토리아는 여운에 젖어 잠자코 건호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엉덩이에 따뜻한 온기가 퍼져 뒤돌아보자, 건호의 자지 끝에서 정액이  방울 한 방울 엉덩이에 떨어지고 있었다.


흥분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그녀의 보지는 사이를 두고 화끈거리며 열기를 띠었다.


"진강성은 자신이 어렸을 때, 손버릇 나쁜 술주정뱅이 남편에게서 도망친 친엄마와 자신을 제대로 먹이지도 입히지도 않고 학대한 계모를 증오하며 자란 탓에 여자란 생물을 믿지 않을  아니라 증오하고 혐오하지. 그래서 그의 영화 속의 히로인들은 늘 남자를 배신하고 그 죄과로 처참하게 짓밟히고 복수를 당하지."


"그런 성격이라면 적당한 가정부를 구하기도 힘들겠지만, 구했다고 해도 곧 그만두겠네요."


"응. 그리고 그 사실을 진강성 본인이 누구보다  알고 있어. 그래서 내가 미리 선수를 쳐서 인내심과 책임감이 강한 메이드를 구해 준다고 한 거야."

"그 입주 가정부, 즉 메이드가 저란 얘기죠?"

"그런 셈이지. 신원보증은 내가 한다고 했으니까, 별 문제 안 될 거야. 시나리오 원본을 핸드폰으로 찍어서 카피하면 도둑으로 몰릴 일도 없을테고."


건호가 잠시 뜸을 들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요리나 청소 같은 간단한 가사는 가능하겠지?"


"어떻게든  볼게요. 자신은 없지만..."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대로 손에 넣고 싶어.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진강성은 의심이 많아 타자기로 원고를 쓰니까, 미리 알아 둬."


"아, 보스..."

건호가 장난스럽게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 찰싹 두드리자, 빅토리아가 애교스럽게 힙을 흔들었다.

건호는 케이스에서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진감독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어. 인표라는 녀석인데 백제대학 연영과 2학년이야. 졸업한 뒤 아빠 찬스를 사용하면 기를 쓰고 공개 오디션 준비를 하지 않아도 배역이 저절로 굴러들어 온다고 생각해서인지 학교는 거의 나가지 않고 술과 여자에 쩔어 사는 놈이야. 이용가치가 있을테니까, 그 망나니 아들에게 접근해 구워삼아 봐. 꽤 도움이  거야."

"네, 보스. 참고할 게요."


"좋아, 나가봐."

"아직 안 되요."

빅토리아는 가터 벨트와 검정 스타킹만 걸친 모습으로 데스크 의자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건호 앞에 서서 도발적인 눈빛을 던졌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보스에게 네발로 기어가, 바지 지퍼를 이빨로 물고 끌어내렸다.

"빅토리아?..."

"보스는 만족했을지 몰라도...."


빅토리아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저는 아직 부족해요, 보스.."


빅토리아의 손이 보스의 하체를 더듬어 자지를 꺼냈다.

"빅토리아.."


"저를 보스의 암캐로 만들려면 제 욕구를 채워 주셔야 해요."


빅토리아의 부드러운 손이 자지를 감싸고 훑기 시작했다.

두번 사정한 뒤였지만, 빅토리아의 희고 나긋나긋한 손가락에 감싸이자, 금새 힘을 되찾고 강직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먹이를 주지 않으면, 보스로 인정할  없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당연하죠. 펫을 굶기는 남자는 암캐의 주인님이 될 자격이 없어요."

"좋아. 그럼, 먹을 준비를 해.."

"잘 먹겠습니다."

빅토리아는 장난스럽게 웃고, 건호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


건호는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던 담배를 유리 재떨이에 내려놓고, 여전히 발기 중인 빅토리아의 젖꼭지를 손끝으로 잡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 * *

빅토리아가 보스의 방을 나와 향한 곳은 7층의 자료실이었다.

'며칠 뒤면 진감독의 입주 가정부가 될 거야. 시간 있을 때, 진강성이란 인물에 대해 조사해 둘 필요가 있어.'


빅토리아는 지금껏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해 왔다. 인터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인물의 배경지식과 철학과 사고패턴을 미리 머리에 입력해 두는 것이다.


그녀는 한강일보에 입사한 뒤, 그 취재의 철칙을 잊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즉흥적인 애드립은 상대방에게 신선한 인상과 친근감을 줄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없다.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당황하다가 소득 없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빅토리아는 새로운 인물과 만날 때는 늘  사람의 배경지식과 철학과 사고패턴을 파악해 두었다.

한강일보 사옥 7층에 위치한 자료실에서 빅토리아는 영화잡지의 백넘버와 신문 연예란을 뒤지며 진강성이란 복잡한 인물의 윤곽을 마음 속에 새겨 두었다.

진강성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계기로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에 첫발을 들여 놓았다. 몇년  공모전에서 다시 대상을 받은 뒤, 실력을 인정받아 독립영화 <검은 피>로 정식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중졸이라는 학벌 콤플렉스와 유년기에 학대 받은 기억은 늘 그의 영화에 마초적이고 반사회적인 분위기를 짙게 드리우게 했다.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화려한 수상을 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예술감독으로 인정받은 뒤에도 진강성에 대한 충무로의 푸대접은 계속 이어졌다.

영화계뿐 아니라, 한국의 메인스트림에서도 그를 철저하게 이단아 취급하며 외면했다.


천재적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그는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흥행에 성공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빅토리아는 마지막으로 그의 가족관계를 머릿속에 흡수한 뒤, 조사를 마쳤다.


너무 많은 배경지식은 기억의 혼란을 가져오고 쓸데없는 선입견을  수 있다는 게 빅토리아의 평소 생각이었다.


"마초에 여자를 혐오하는 콤플렉스 덩어리.."

빅토리아는  한마디로 진강성을 정의하고, 자료실을 나와, 5층에 있는 기내식당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한 잔 주문했다.

커피를 마시며, 빅토리아는 진강성의 아들인 인표를 요리할 방법을 고민하며 생각에 잠겼다.


건호는 빅토리아에게 이삼일 뒤에 메이드로 진강성의 저택에 들어가게 될 거라고 말한 것이다.

"게다가 그의 가족 역시 절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야. 왠지 음란한 악마들의 소굴 속으로 처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빅토리아는 커피를 반 정도 비우고 자리를 뜨며서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 * *

빅토리아가 진감독의 저택에 입주 가정부로 들어와, 가장 먼저 놀란 것은 메이드의 제복이었다.

프랑스 유학 경험과 개인 취향으로 진강성은 가정부가 아니라 진짜 메이드를 갖고 싶어한 것이다.

혼혈인 빅토리아는 별 거부감 없이 메이드복을 입고 몸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다.

"꽤 잘 어울리는데. 포르노에 나오는 프랑스 메이드처럼 섹시하게 보여."

한남동 유엔빌리지 언덕 위에 있는 진감독의 저택은 콘크리트 블록으로 담을 두르고 있었고, 안은 넓은 정원이 있고 그 옆에는 여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커다란 차고가 있었다.

메이드복으로 갈아 있는 빅토리아가 1층 자신의 방에서 나오자, 등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로 온 메이드입니까?"


저택의 현관문이 열리자 마른 체격의 남자가 빅토리아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며 말을 걸었다.

"그래요.. 빅토리아, 빅토리아 비발디라고 합니다"

빅토리아는 갑작스런 남자의 등장에 무심코 본명을 말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어설프게 가명을 쓰는 것보단 본명을 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강성이나 가족들이 느닷없이 일을 시키거나 이름을 부를 때, 익숙치 않은 가명에 당황해서 본명을 말하거나 실수를 하면 수상하게 여겨 정체가 탄로날 우려가 있었다.

'이 남자가 최승현?'

빅토리아는 자신의 보스인 건호가 미리 귀띔해 준 진강성의 집사를 떠올렸다.

집안의 재무관리는 물론 운전과 로드매니저와 가족 신변의 잡다한 일까지 챙기는 말 그대로 집사 역할을 하는 남자였다.

"한강일보의 사주가 신원을 보증한다고 해서 어떤 여자일까 무척 궁금했는데.. 한국말을 하는 백인 블론디일 줄은 몰랐습니다. 메이드 경험은 있습니까?"


"메이드 경험은..."


"없는  같군요."

"네... 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설프게 뽐내거나 과장하지 않는 솔직하고 풋풋한 태도가 선생님의 눈에 신선하게 보인 모양이군요."

"감사합니다."


"아니 선생님께서도 꽤 마음에 들어하셔서 저도 기뻐하던 참입니다."

"선생님은 지금 사모님과 함께 정원에 계세요."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시간이라 저를 물리치셨습니다. 아, 식사는 하셨나요?"


"저, 아직..."


"그러시면, 부엌에 가서 뭔가 요리라도...."

"......."

"아, 오늘 오셔서 아직 부엌 일을 하기엔 무리가 있겠군요. 그럼, 저와 차라도 한잔 하시지 않겠습니까?"

거실 옆의 작은 방으로 안내된 빅토리아는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집사 최승현에게서 자신이 할 일과 주의할 일에 대해서 들었다.

아침 식사는 진강성의 부인 혜원이 준비하는 걸 옆에서 거들어야 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세번 전문 요리사가 집에  밑반찬을 만들고, 손님 접대가 있을 때도 그 요리사가 출장와서 준비하기 때문에 요리에 대해서는 빅토리아가 크게 신경  부분은 없었다.

진감독의 부인인 혜원의 심부름을 하고 아침을 거들고 요리사가 왔을 때 옆에서 거드는 정도가 그녀가 할 역할이었다.


"선생님의 개인 시중을 드는 게 집사인 저와 메이드인 빅토리아 씨의 주된 역할입니다."


"네.."


"선생님은 열두시 정각에 혼자서 점심식사를 하십니다. 이때 그분은 종종 화이트 와인이나 프랑스 저장맥주인  구달 블론드(La Goudale Blonde)를 드십니다. 와인과 맥주가 떨어지지 않게  체크하고 관리하는 것도 저와 빅토리아 씨가 해야할 주된 임무 중 하나입니다."


"네, 유의할게요."


"진감독님은 프랑스 유학파답게 와인 애호가입니다. 부엌에 있는 와인셀러 외에 지하실에도 와인 저장고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술은 자주 드시나요?"


"선생님은 소주나 양주는 입에 대지 않습니다. 와인을 좋아하시지만 낮에는 거의 드시지 않습니다. 전에는 낮에도 와인을 종종 드셨지만, 다이어트 때문에 근래에는 저녁에만 가끔 와인을 입에 대는 정도입니다."

"그외에 또 어떤 일을 하면 되죠?"


"제가 없을 때, 가끔 선생님이 구술하는 내용을 받아적거나, 샤워나 목욕의 준비와 침대의 시트를 세탁하고 정리하는 정도입니다."

승현은 주의할 사항을  개 더 애기하고 마지막으로 저택에 자주 드나드는 인부나 사용인들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그 뒤, 빅토리아는 집사 승현의 안내로 저택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설명을 들었다.

큰 방, 손님방, 작은 방 그리고 키친과 욕실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서자, 빅토리아는 무심코 꿀꺽 침을 삼켰다.

2층에는 진강성이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서재와 부부의 침실이 있었다.


2층으로 올라온 승현은 당연히 내부는 보여주지 않았다.

빅토리아는 서두르지 않았다. 청소나 와인 시중을 들 때 안을 살펴볼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기회가 오면 자세히 살펴보는 거야.'

* * *

집사 승현이 자리를 뜨자, 빅토리아는 2층 창문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정원쪽을 내려다 보았다.


그녀의 눈에 정자에서 쉬고 있는 진강성과 그의 아내 이혜원의 모습이 들어왔다.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는 모던한 느낌의 정원에서  사람은 햇볕을 쬐며 즐겁게 담소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작은 탁자를 끼고, 햇빛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충무로의 막후 거물은 깨끗이 머리를 빗어넘겨 둘로 나누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5년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살이 많이 붙어서 비만한 느낌이 들었지만, 괴팍한 성격과는 달리 온화한 얼굴이었다.

살이 붙은 탓으로 몸집이 거대했지만, 말랑말랑한 비곗살의 뚱보라기보단 풍체가 좋은 거한처럼 보였다.

테이블 위에는 조금 전에 집사 승현이 말한 프랑스 맥주 라 구달 블론드와 치즈 크랙커와 연어알이 놓여 있었다.


바다로 나갔던 연어가 반드시 고향 계곡으로 회귀하 듯, 충무로에서 쫓겨났던 진강성은 오히려 덩치를 키워, 금빛 비늘을 단 거물 연어가 되어 충무로에 화려하게 입성하려고 때를 노리고 있었다.


부인인 혜원쪽으로 빅토리아는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진강성과 대조적으로 늘씬한 미인이었다.

한강일보 사옥 자료실에서 본 5년 전의 사진  모습과 비교해도 그녀는 거의 나이를 먹은 티가 나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까마귀 깃털 처럼 새까만 흑발이 햇볕에 반짝반짝 빛나고, 마른 체형임에도 불구하고 품이 넉넉한 실내복 가슴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가슴은 무척 풍만해 보였다.


빅토리아는 유리창에서 시선을 거둬, 가슴에 두손을 얹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진강성의 집에 들어오게 됐어. 시나리오를 탈고하고 정식으로 충무로에 복귀하려면 한달 정도는 시간이 있을거야. 그 전에 내 정체를 들키지 않고 어떻게든 시나리오의 카피본을 손에 넣어야 해."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와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자, 빅토리아는 조금 긴장이 풀렸다. 하지만, 금새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메이드로서 생활하게 될 작은 방에서, 빅토리아는 메이드 유니폼을 입은 채 다시 체경 앞에 서서 그 속에 비친 자신을 보고, 무심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강일보의 기사가 아니라, 메이드 코스플레이를 즐기는 덕후 같아.."


빅토리아는 불안감과 초조함을 떨쳐 버리기 위해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 *

그날 저녁, 2층을 염탐하기 위해 창틀의 먼지를 닦고 있던 빅토리아의 눈에 정문을 지나 정원으로 들어오는, 승현이 운전하는 벤츠A 클래스 세단의 모습이 보였다.

뒷좌석에 앉은 진강성의 옆자리에 손님이 타고 있었다. 차가 멈추자, 벤츠 세단에서 손님이 내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키가 무척 큰 미모의 여자였다. 빅토리아는 그 얼굴을 보고 무척 놀랐다.

"전희선.. 한때 대한민국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청순파 여배우, 전희선이야. 교포 사업가와 결혼해 영화계에서 사라졌던 그녀가 왜 진감독의 차에 타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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