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의 노예 암캐들 (127)화 (127/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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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신입사원 (6)

본사에 도착한 두 사람은 접수처에 이름과 배속된 부서를 말했다. 은비는 서울 특별지사, 보라는 본사 제1 영업본부였다.


"보라 씨는 제1 영업본부가 있는 5층으로 올라가세요. 거기서 신입사원의 교육을 담당하는 임상철 과장님을 찾아가서 그분 지시를 받으면 되요."

"네, 알겠어요. 그럼, 은비 씨, 나중에 또 봐요."

보라는 다른 사원들에 섞여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나도 영업본부에서 근무하고 싶었는데..'

멀어져 가는 보라의 뒷모습을 은비는 부러움이 담긴 눈빛으로 멍하니 쳐다보았다.


"...저는 어디로 가면 되나요?"


은비의 말에, 여자 접수계가 깔보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은비 씨는 특별지사네요. 으음..그렇구나.."


다른 여직원들과 달리, 빨간색 체크 무늬 블레이저를 입은 그녀는 아직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은비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특별지사는 무슨 일을 하는 부서인가요?"


"네? 아무 것도 모르세요? 하긴 저도 소문으로만 들어서..잘은 모르지만.."


"소문이라면..어떤?"

그녀가 뭐라 말 하려는 순간, 거래처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가 접수처로 다가왔다.


"아, 미안해요, 지금 바빠서요. 특별지사는 뒷문으로 들어가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면 돼요."


"특별지사"라는 말에 몇몇 직원이 그대로 걸음을 멈추고, 흥미진진한 얼굴로 은비 쪽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은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모멸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은비는 깔보는 듯한 따가운 시선을 참을  없어, 정문 쪽으로 빠르게 걸어가 밖으로 나왔다. 특별지사가 몇 층인지도 묻지도 않고 나와 버린 것이다.

* * *

은비는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본사 빌딩의 뒷문을 찾기 시작했다.


'특별지사에 대한 소문이라는 건 뭘 말하는 걸까? 게다가 그 말을 들었을 때 날 바라보던 사원들의 눈빛은 대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기만 했다.


큰길에서 옆 골목으로 들어가자, 작은 입구가 눈에 띄었다. 철제문에는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은비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문을 열었다. 눈 앞에는 작은 엘리베이터가 있을 뿐, 문이나 계단은 없었다.

몇 층을 눌러야 할지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엘리베이터에는 달랑 1층과 10층을 표시하는 버튼이 있을 뿐이었다. 제일 꼭대기 층인 10층으로 통하는 전용 엘리베이터인 셈이었다. 서울 특별지사를 표시하는 플레이트는 없었다. 은비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을 때,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신입이니?"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지적인 외모의 아름다운 여자가 은비를 보며 말했다. 거친 헤어스타일에 화려하지만 보수적인 회색 바지에 정장을 입은 그녀는 시원시원한 눈매로 은비를 힐끔 쳐다보며 우아하게 미소를 지었다. 촉촉하고 밝은 톤의 도톰한 입술이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은비는 황급히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건넸다.


"그래, 반가워. 혹시 은비 씨?"

"네, 서울 특별지사에 배속된 최은비라고 합니다."


헤르메스에 입사한 뒤, 처음으로 만난 여선배였다 게다가 같은 여자의 눈으로 봐도 무심코 눈이 갈 정도로 그녀는 아름다웠다. 은비의 눈에 그녀는 이상적인 커리어 우먼처럼 보였다.


"나는 이유리라고 해. 앞으로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거야.  부탁해."


"아, 저야말로 잘 부탁 드릴게요."

"여직원끼리는 서로 이름으로 부르거든. 나도 앞으로 은비라고 부를게."


"아, 네에..유리 언니."

유리가 상냥하게 말을 걸어 주어서, 긴장과 불안으로 굳어 있던 은비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유리 씨처럼 멋진 여직원이 팀원인 조직이야. 특별지사는 틀림 없이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TF팀일거야..'

"지사장님이 은비 씨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했어. 이번에 훌륭한 신입사원이 들어오니까, 기대해도 좋다고 했거든."


"지사장님이 제 얘기를..."

* * *

10층에 엘리베이터가 서고, 문이 열리자 곧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작은 사무실이었지만, 안에는 화장실이나 탕비실뿐 아니라 회의실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유일한 입구라서 같은 10층이라고 해도, 타부서로 가려면 다시 본사건물의 정문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철저하게 다른 곳과 격리된 곳이야.'

실내에는 노트북이나, 복사기 등이 놓여 있었고, 바닥에는 사무실 치고는 두툼한 카펫이 깔려 있었다. 깨끗하게 정돈된 사무실 정경에 은비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이쪽이 추 계장님. 은비 너의 직계 상사야."

유리가 심약해 보이는 50대의 남자를 소개시켜 주었다.

"콜록..잘 부탁하네."

자그마한 선운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중얼 지껄였다. 하지만 나쁜 인상은 아니었다.

'마음씨가 좋은 상사 같아..다행이야..'

유리는 특별지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직책이 있는 팀원은 지사장님과 추계장님 두 사람 뿐이야. 나머지는 평사원."


"팀원은 모두 몇 명인가요?"

"응. 남녀 각각 세명씩이야. 지사라고 해도 거창한 조직은 아냐. 나와 은비 씨를 합쳐 전부 아홉 명이거든."

추계장과 유리외에 다른 사람들은 아직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새로운 기획과 아이디어를 짜내는 소수 정예의 TF팀이라니 근사해.'

자신도 소수 정예가 소속된 팀에 일원이 되었다고 생각하자, 은비는 흥분으로 몸이 떨렸다.

"어머, 지사장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일찍 나오셨네요."


유리의 목소리에 은비도 지사장에게 인사를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은비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선 지사장, 그는 바로 찬호였다.

* * *


은비는 깜짝 놀라, 찬호를 쳐다 보았다.

'말도 안 돼! 이 사람이 특별지사의 총책임자?'


'면접장에서 비열하고 징그러운 성희롱을 저지른 당사자가 내가 속한 부서의 최고 책임자라니...'

은비는 찬호가 인사과의 직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사해도 마주칠 일이 거의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찬호가 웃는 얼굴로 다가오자,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졌다.


"오랜만이야, 은비 씨. 저번 면접에서는 이래저래 실례가 많았어. 인성검사를  생각이었지만, 너무 지나쳤지?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


"네에..아니, 다 지난 일인 걸요. 한민 교수님에게 사정 얘기는 들었어요.  잊은 걸요.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앞으로 잘 부탁 드릴게요."


은비는 찬호에게 고개를 숙였다. 찬호의 얼굴을 보자, 반사적으로 공포심이 일었지만, 그녀는 이미 지난 일보다는, 앞으로 매일 얼굴을 마주할 지사장인 찬호에게 미움을 받지 않고 인정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 맞아. 면접에서 짓궂은 짓을   사과하는 뜻으로 약소하지만 선물을 준비했거든."

"네? 선물이요? 그렇게까지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하하하, 사양할  없어. 사실은 새로 디자인한 유니폼이 나왔거든. 유리 씨, 은비 씨에게 그걸 주지."


유리가 비닐 봉투에 담긴 유니폼을 가져왔다. 은비는 눈을 반짝이면서, 면접 보러 왔을 때, 보았던 여사원의 유니폼을 떠올렸다.

하얀 블라우스에, 파스텔 블루의 베스트와 스커트, 블라우스의 깃에는 같은 흰색 계열의 리본이 붙어 있었다. 스커트에도 블루 계열의 옅은 체크 무늬가 들어가 있었다.

"이 유니폼은 특별지사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새로 기획한 시작품이야. 아직 일반 여사원들에게는 지급하지 않았지만, 평판이 좋으면 헤르메스상사의 모든 여직원이 착용하게 될거야. 그래서 스타일 발군의 은비 씨에게 제일 먼저 시착을 부탁하는 거야."


자신이 생각한 유니폼이 아니어서 은비는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새로운 유니폼을 제일 먼저 입는다고 생각하자, 하나의 특권처럼 생각되었다.

"감사합니다."

헤르메스의 정식 유니폼을 입는다고 생각하자, 은비는 가슴이 설레였다. 게다가 면접 때와는 달리 시종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찬호에게 그녀는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 * *

유리가 은비를 탈의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곳은 사무실처럼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안쪽 벽에 온몸을 비추는 큰 거울이 붙어 있었다.


"이 로커는 은비 네 거야. 자유롭게 사용해."


유리가 열쇠를 꽂는 채, 라커를 열어 주었다.

"정말 저 같은 신입이 이 유니폼을 입어도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이왕이면 내가 아니라 유리 언니 같은 예쁜 사람이 입는 게  나을 것 같거든요."

"무슨 말이니. 이 유니폼은 지사장님이 은비 네가 입는 것을 상정해서 최종적으로 이 디자인으로 결정한 거야. 알겠니? 은비 너에게 입히기 위해서 만들었단 말이야. 특별지사가 기획해서 만든 유니폼을 제대로 선전하기 위해서 말이야."


"정말요?! 네, 알겠어요. 그럼 제가 입을 게요."


은비는 비닐 봉지를 찢고  유니폼을 꺼냈다. 춘추복으로 나온 듯, 블라우스와 베스트, 그리고 스커트가 한 세트로 되어 있었다. 블라우스는 흰색이지만, 베스트와 스커트는 쇼킹 핑크였다.

'유니폼치고는  야하네..하지만 신선함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정도 자극은 필요할지 몰라.'

은비는 블라우스를 손에 쥐고 거울을 보면서, 가슴 위에 대고 펼쳐 보았다.

"어머..."

은비는 하마터면 블라우스를 떨어뜨릴 뻔했다.  디자인이라고 하지만, 이게 정말 대기업의 유니폼인지 의심이 들었다.

블라우스의 천은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소재였다. 거울에 비친 블라우스 밑에 입고 있는 베이지색의 정장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사이즈는 딱이네...은비 씨, 빨리 입어 봐!  유니폼이 어떤지 궁금하거든."


유리가 태연하게 은비를 재촉하자, 그녀는 놀라서 뒤를 돌아다 보았다.

'유리 언니는 속이 훤히 비치는 이 시루스 블라우스가 안 보이는 걸까?'


"저..유리 언니, 이런 속이 훤히 비치는 옷은 못 입겠어요.."


"어머, 비치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  정도 노출은 별거 아니지 않니? 은비  꽤 보수적이구나."

'이렇게 노출이 심한 옷이 별거 아니라니..'


"유리 언니, 정말 이런 옷은 못 입겠어요. 지금도 브래지어가 그대로 비치는 걸요."


"난처하네. 일단 입어 봐. 입은 뒤에도 정말 싫다면, 내가 지사장님에게 말해 줄테니까."


병아리 같은 신입이 선배의 말을 끝까지 거부할 수는 없었다. 은비는 주저하면서도 유리가 시키는 대로 할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시스루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입기 시작했다.

"아아...역시 너무 야해요..언니..."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은비는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시스루 블라우스 밑으로 브래지어의 레이스 모양과 어깨의 점까지 뚜렷히 들여다보였다. 게다가 스커트 역시 블라우스 못지 않게 선정적이었다. 마치 손수건을 허리에 두른 듯한 모습이었다. 그냥  있을 때에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조금이라도 몸을 숙이면 팬티가 들여다보였다.


게다가, 몸에 꼭 달라붙는 타이트 스커트라서 은비의 허리에 찰싹 붙는 느낌이었다. 거울에 등을 비춰 보자, 스커트의 천이 엉덩이의 갈라진 틈까지 파먹고 들어가 그녀의 날씬한 힙 라인이 그대로 도드라져 있었다.

"언니 이렇게 입고 있으니까, 내가 마치 접대부가  기분이에요.  옷을 입고 일하는 건 무리에요. 오늘은 사복 차림으로 일하고 싶어요."

"그래? 별로야? 모처럼 특별지사에서 기획한 유니폼인데.."

은비는 창피하긴 했지만, 실망하는 유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유니폼이 선정적이라는 사실보다 자신이 아직 어리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때? 블라우스의 옷감과 스커트 사이즈를 바꿔 달라고 지사장님에게 부탁해 놓고, 오늘은 블라우스 위에 베스트만 걸쳐. 그러면 문제 없지?"


은비는 베스트를 입어 보았다. 원색적인 쇼킹 핑크는 너무 야했지만, 그래도 전부 비치는 블라우스만 걸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았다. 하지만 가슴이 V자로 깊이 파여 있어 풍만한 유방의 골짜기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좋아. 괜찮은데,  어울려."

"네에..언니..."


은비는 유리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고집을 부리면, 선배인 유리가 화를  것 같아 두려웠다.

유리는 선정적인 유니폼을 입고 뺨을 붉히고 있는 은비를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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