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노예 신입사원 (10)
노예 신입사원 (10)
묘한이 집까지 따라오는 게 아닌가 싶어, 베란다에서 몇번이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다행히 수상한 사람은 없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내일 출근해서, 또 이상한 일을 당하는 게 아닐까.'
나를 괴롭히는 건 갑자기 스토커가 되어 버린 똘아이 묘한만이 아니었다. 시스루의 천박한 유니폼과 사원식당에서 지사장이 시킨 비상식적인 행동 역시 나를 괴롭혔다.
'이건 아니야..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아..'
나는 거의 마음을 굳혔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생활이 곤란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생활비와 집세는 부모님이 매달 보내주고 계셨다. 그리고 용돈조로 매달 100만원 정도를 따로 받고 있었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돈에 쪼들리는 건 아니었다.
'그치만..그만두기 전에 한민 교수님에게는 말씀을 들여야 돼."
고민한 끝에 나는 한민 교수님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은비구나. 첫출근인데..신고식은 혹독하게 안 당했는지 모르겠네? 뭐 똘똘한 은비니까 선배들도 귀여워해 주겠지."
"교수님...죄송해요. 실은, 회사를 그만둘까 생각중이에요."
나는 당황하는 교수님에게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얼버무려 말했다.
"더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을래?"
"자, 그건 그..."
"유니폼이 그렇게 선정적이야?"
"네...그게...훤히 비치는 거에요. 브...브래지어가 비칠 정도로...스커트도 너무 짧고..."
"은비는 얌전하니까, 너무 신경과민이 아닐까?"
"아니, 정말 창피한 유니폼이에요. 믿어 주세요, 교수님."
나를 한사코 말리는 교수님에게 나는 내 속마음을 말했다.
"교수님, 정말 이 회사에 다닐 자신이 없어요."
"하지만 은비 네가 그만 두면, 내 입장도 힘들어진단다. 최악의 경우 대학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교수님이 대학까지 그만 두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한달 정도만 버티면서 해보지 않겠니? 그때도 못 버티겠다면 그땐 정말 어쩔 수 없겠지만...."
"교수님...죄송해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었어요. 좀 더 버텨 볼게요."
내일 다시 회사에 갈 생각을 하자 우울해졌다. 하지만 은사의 격려에 나는 다시 회사에 갈 수 밖에 없었다.
* * *
이것 저것 생각하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자, 추계장님의 모습이 보였다.
"은비 씨, 좋은 아침."
졸려 보였지만, 상냥한 눈빛으로 먼저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래. 추계장님에게 상담을 해 보는 거야.'
내가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건 휘찬 씨와 추계장 정도였다. 하지만 휘찬보다는 연배가 있는 추계장님에게 상당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계장님, 사실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요."
"그럼 점심 식사 뒤에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눌까?"
웃는 얼굴로 흔쾌히 말하는 추계장님 말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버틸 때까지는 버텨 보는 거야.'
* * *
어제와는 달리, 지사장을 제외하고 모두가 이미 출근해 있었다. 하지만 딱히 할 일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뭐지 이 분위기는? 마치 모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야.'
"헤헤, 어제는 정말 즐거웠어요..."
내가 째려보는데도 묘한은 히죽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전혀 반성하는 눈치가 아냐.'
"은비 씨, 어제는 묘한 씨랑 치한놀이 했다며? 재밌었어?"
"네?! 뭐, 뭐라고요!"
나는 태봉의 무례한 말에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분노에 찬 눈빛으로 묘한를 노려보았다. 묘한은 신문을 펼쳐 얼굴을 가렸다.
"묘한 씨...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한거죠? 설명해 보세요."
내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다. 너무나 음습하고 유치한 말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무슨 소리야? 은비 씨 진정하라고. 어제는 그렇게 기쁘게 받아들인 주제에. 왜 그렇게 화를 내지?"
"기뻐했다니...그게 무슨 터무니 없는 말이에요!"
"이상하네. 분명히 좋아했는데...."
묘한은 빤뻔스럽게 계속 나를 모독했다.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거에요!"
나는 추계장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 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귀에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은비 씨. 여긴 사무실이야. 소리지르지 마."
유리의 목소리였다.
"유리 씨...그게....묘한 씨가 터무니 없는 중상모략을 했다구요."
"그 이야기는 나도 묘한 씨에게 들었어.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며? 그러면 묘한 씨가 말한 것 처럼 그냥 놀이잖아? 게다가 은비 네가 느끼지 않았다는 증거도 없잖아?"
나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왜...왜 유리 씨가 저런 소리를 하는거지? 같은 여자면서 왜 몰라주는 거지?'
유리는 덤덤한 표정으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송이와 휘찬은 주간지를 펼쳐 놓고 읽고 있었다.
나는 참을 수가 없어, 탕비실로 뛰어갔다.
잠시 탕비실에서 분을 삭이고 있자, 갑자기 탕비실 문이 살짝 열렸다.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고개를 돌렸다.
* * *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어깨를 잡았다.
"꺄아"
나는 작게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물러섰다.
"왜그래? 왜 그렇게 놀라?"
내 앞에 휘찬이 서 있었다.
나는 안도하며 크게 숨을 토해냈다.
"아니에요, 좀 놀랐을 뿐이에요."
휘찬은 예의 바르게 싱긋 웃어 보였다.
"신경 쓸 거 없어. 묘한 녀석 약간 똘아이거든. 내가 나중에 제대로 손봐 줄테니까."
"휘찬 씨...고마워요."
믿었던 유리 언니까지 내게 등을 돌려 낙담하고 있던 내게 휘찬의 상냥한 말은 마음 속에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묘한 녀석...여자를 집요하게 스토킹해서 지금까지도 여러 명 피해를 입었거든. 정말 저 녀석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녀석이라고."
휘찬은 몹시 못마땅한 어투로 말했다.
"그런 문제 사원을 왜 짜르지 않는거죠? 게다가 특별지사에 왜 저런 사람이 있는거에요?"
"뭐, 회사도 여러가지 사정이 있으니까."
나는 걱정이 앞섰다. 앞으로도 묘한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자, 속이 상했다.
"걱정말라고. 내가 있는 한 묘한 녀석 더 이상 은비 씨에게 이상한 짓은 못할테니가."
"네...고마워요. 휘찬 씨"
휘찬이 내 뒤로 돌아가, 두 손을 내 어깨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그대로 어깨를 천천히 주무르기 시작했다.
나는 딱히 싫치는 않았다. 흔히 있는 가벼운 스킨십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동료라고 해도 남자가 갑자기 몸을 만지는 건 비록 어깨라도 저항이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믿었던 유리 씨에게도 냉대를 받고 낙담하고 있던 내게 휘찬의 손바닥의 온기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음, 부드러운 감촉...."
"네..?"
뒤돌아보자, 휘찬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휘찬 씨, 이제 괜찮아요..."
"우헤헤, 사양할 것 없어. 은비."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어깨를 주무르는 힘이 점점 더 강해졌다.
"휘찬 씨, 아파요..."
"아, 미안, 미안"
휘찬이 내 어깨에서 손을 뗐다.
'설마, 휘찬 씨까지...아닐거야...'
나는 휘찬의 다정한 말을 떠올리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갑자기 등 뒤에서 무언가 뻗어와 가슴에 섬뜩한 감촉이 느껴졌다.
나는 어깨를 움찍하며 경악했다. 내 가슴에 휘찬의 손이 닿아 있었다.
"뭐...뭐 하는 거에요!?"
휘찬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두꺼운 팔뚝이 꽉 몸에 휘감겨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우헤헤, 괜찮아, 은비. 내게 맡겨. 묘한 녀석 따위는 내가 혼내 줄테니까.
"싫어, 그만두세요..."
휘찬이 옷 위에서 유방을 거칠게 주물렀다.
"싫어! 제발 그만하세요..."
"헤헤, 기분 좋게 해줄테니까. 가만히 있어. 안 그러면, 호되게 당하는 수가 있으니까."
휘찬이 사나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아, 왜 이러세요...휘찬 씨!"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블라우스가 벌어지고, 속옷이 드러났다. 오늘은 하늘색 브래지어를 하고 있었다.
휘찬은 내 어깨 너머로 브래지어를 들여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브래지어 위에서 다시 유방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캬~ 주무를 가치가 있는 젖가슴이야. 어제는 이 가슴을 묘한놈이 주무르고 만지작거린거지? 정말 응큼한 계집이야."
"그런....앗!"
휘찬은 내 머리채를 잡아 끌면서, 발길질을 해서 나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리고 내 몸에 올라타 재빨리 스커트를 위로 들추었다.
"야한 팬티잖아. 내용물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그만! 소리지를 거에요!"
"소리 질러 봐. 그러면, 묘한이나 유리가 뛰어오겠지. 너의 보지를 구경하고, 아마 좋아하겠지. 히히"
나는 입술을 씹으며 휘찬을 노려보았다.
"비켜! 놔!"
나는 손발을 정신 없는 휘저었다. 하지만 휘찬은 즐겁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지쳐서 움직임을 멈추자, 휘찬이 끔찍한 말을 토해냈다.
"보지에 집어넣기 전에 먼저 그 사랑스러운 입술로 딱딱하게 내 자지를 꼴리게 해 줘."
휘찬은 몸의 방향을 틀어서, 내 가슴 쪽으로 넘어왔다. 벨트를 푼 바지와 트렁크 팬티를 함께 끌어내렸다.
흉악한 자지가 튀어나왔다.
"꺄악! 치워!..."
그로테스크한 페니스였다. 물론 연인의 것을 본 적은 있었지만, 휘찬의 육봉은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귀두 부분이 이상하게 부풀어 있었다. 나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다.
"자, 어서 물어!"
내 양팔을 잡은 휘찬은 육봉으로 내 얼굴을 찰싹찰싹 때렸다. 너무나 추악한 모습과 자극적인 냄새에 나는 눈을 감고 숨을 참았다.
"으, 으으!"
휘찬이 육봉의 끝을 내 입술에 밀어넣고, 눌렀다. 육봉이 더욱 딱딱해져 갔다.
"그만해....으으...으으...."
나는 입 속으로 침입해 들어오는 흉악한 페니스를 입술을 꼭 다물고 필사적으로 막았다. 입 주위에서 뺨까지 음경의 끝에서 분비된 점액으로 끈적거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은비 씨...그리고 휘찬 씨...이런 곳에서 뭐 하는 거에요!"
송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들어 왔어! 체, 막 하려는 참인데..."
휘찬은 강간미수 상태에서도 전혀 기죽은 표정이 아니었다.
송이 역시 다른 사람을 부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재밌다는 표정으로 보고만 있었다.
"송이 씨, 도와주세요!"
"또...은비 씨네요. 그렇게 남자가 고파요?"
송이는 싸늘하게 나를 내려다보며, 어이 없는 말을 토해냈다.
이어서 묘한과 태봉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거 참. 신성한 회사에서 뭐하는 거야?"
태봉이 팔짱을 끼고,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쳇, 재수 없네."
휘찬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발기된 육봉을 바지 속에 집어 넣었다.
휘찬이 탕비실을 나가자, 다른 직원들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기 책상으로 되돌아 갔다.
나는 옷을 바로하고 탕비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도망치 듯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 갔다. 이대로 뛰쳐나가 집으로 돌아갈 작정이었다.
'그만 둘거야! 이건 회사도 아니야.'
"은비 씨..."
그때 차분한 목소리가 나를 불러 세웠다.
돌아보자, 추계장님이 화장실 입구에서 바지를 올리고 있었다.
"추계장님..."
선운 계장이 희미하게 얼굴을 비쭉거리며, 내게 미소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