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4화 〉여과장을 함락시키다 (8)
여과장을 함락시키다 (8)
"야, 최발탁! 너무 우뚤대지 마. 쨔샤!"
"헤헤~ 최 계장님도 참. 저 같은 찌질이가 우뚤대기는요."
"좋겠다...너 어떻게 엔벅의 계약을 따낸거야?"
"그냥 열심히..."
"개새끼...헛소리 할래?"
'오늘은 꼬장이 더 심하네.'
"영업 비밀이라 아무리 하늘 같은 계장님이지만, 말씀 드릴 수가 없습니다."
"김애린 고 여우에게 사랑 받아서 넌 좋겠다. 난 6 살이나 어린 상사, 게다가 여자에게 매일 쪼여서 살고 싶은 마음도 없어."
"헤헤~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개새끼! 특별 보너스 나온다며? 술 값 네가 내. 새꺄!"
"헤헤~ 그럼요. 제가 낼 게요."
'아, 정말...찌질하게....치맥파를 곱창집에 데려왔으면 네가 내야지. 화풀이 실컷 해 놓고 나 보고 술값 내라고?'
김애린에게 페라를 받은 다음 날, 나는 곱창집에 끌려와 헤헤 거리며 소주잔을 비우는 있다. 술이 거나하게 들어가자, 같은 영업부의 최계장이 불만을 토해낸다
최하금. 뒤에서 사람들은 그를 최하금이 아니라 '최하급'이라고 부른다.
찌질이 답게 불평대마왕이다. 홧술만 쳐먹으면, 내게 화풀이를 해댔다. 잽싸게 튈려고 했는데, 재수 없게 최하급에게 잡히고 말았다.
* * *
곱창이 질기네 어쩌구저쩌구 투덜대면서 계속 찌질한 소리를 하더니, 급기야 자신의 성적 취향을 두서 없이 지껄인다.
"넌 몰라, 쨔샤. 절대로 내 마음을 모른다구. 알기는 개뿔....여왕님 앞에만 서면 무릎 꿇고 하이힐을 핥고 싶어."
"그럼요, 전 개뿔이 아니라, 개좆이에요. 제가 뭐 아는 게 있나요? 계장님도 아시잖아요."
"뻥까지마 새꺄! 다 알아, 영업부 새끼들이 다 나를 찌질한 마조남이라고, 과장님의 귀여운 노예라고 쑥덕거리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래도 알긴 아네.'
한번 시치미를 뗐으니, 끝까지 간다.
"전 그런 소리 한번도 못 들었는데. 과장이 드세니까, 다정하고 이해심 깊은 계장님을 모두 존경하는 건 알지만..."
"새끼...거짓말인 줄 알지만, 기분은 좋네."
"계장님 없으면 암표범 등살에 영업부 그만 두겠다는 사람 많습니다. 좀 더 자신감을 가지세요"
불쌍한 계장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줄줄 주워섬긴다.
최하금. 34 살. 독신. 포동포동하게 살이 찐, 작은 키의 찌질이. 전형적인 루저 상에 소심한 얼굴. 아니 불쌍하니까 그냥 상냥한 얼굴이라고 해 두자.
옷은 나름대로 돈지랄을 하는데,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뭐를 걸쳐도 찌질하다.
발기상사에 입사해 계장을 단지 4 년. 작년엔 부하였던 김애린이 머리를 밟고 올라가 과장을 꿰차는 바람에 진급도 못했다.
최하급, 아니 최하금의 비극이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런 최하급, 아니 최하금 계장을 나는 나름 동정하고 있다. 많이 무능하긴 하지만, 사람은 좋다. 부하들도 정말 잘 챙겨준다.
오늘은 어지간히 속이 상했는지, 쪼잔한 트집과 쌍욕을 내뱉고 나한테 술까지 사라고 지랄이지만, 계산 할 때쯤 되면, 지가 말 없이 계산할 거란 걸 알고 있다. 종종 그럴 때가 있다. 마조끼가 있고, 마음이 여려서 그렇지 사람은 좋다.
찌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타입.
신입 사원이었을 때도, 자주 술을 마시며 날 위로해 주었다. 솔직히 이름처럼 하급이지만 사람은 정말 좋다.
* * *
"그런데 계장님이 담당하는 푸른뜰은 요즘 어떠세요? 실적은 좀 올리셨습니까?"
계속 불평을 늘어 놓았지만, 틈을 봐 화제를 바꾸려고 잽싸게 물었다.
"신통치 못해. 자꾸 단가를 낮추라, 납품하는 품목을 다변화하겠다고 지랄이야. 다른 회사에서 어떻게 해 보려고 계속 로비를 하는 중이야. 이대로 가다간 다른 회사에 빼앗길지도 몰라. 빨딱아, 이러다간...나 짤릴지도 몰라."
최 계장이 울상을 짓는다.
'그러게 평소에 좀 잘하지.'
"저, 제가 한번 푸른뜰에 대가리 들이밀어 볼까요?"
"뭐!? 야! 빨딱! 너도 김과장처럼 내 머리를 짓밟고 위로 올라가려는 속셈이야?"
"에이, 물론 계장님이랑 함께 해야죠. 성공하면 계장님도 공을 세우는 겁니다."
"그럼 그렇지...발탁이 넌 좋은 새끼야. 알았어. 한번 해 봐."
"정말요?"
"응. 그 대신 성공하면, 공은 나랑 반반씩 나눠갖는 거야. 크크...발탁이 넌 묘하게 재수가 좋으니까."
'뭐, 그동안 신세진 것도 많고...'
나는 약삭빠른 최 계장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푸른뜰은 열대과일을 이용해 건강보조 식품이나 다이어트 식품을 판매하는 중소 식품회사다. 발기상사의 중요한 거래선 중 하나로 만약 다른 회사로 거래처를 바꾸면 연간 수십억의 손실이 발생한다.
한때 최 계장이 야심에 불타던 평사원 시절, 목숨 걸고 사장 머슴 노릇까지 해가며 들이밀다가 개척에 성공한 유일한 거래처이다.
"담당 자식이 되게 건방지니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둬."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얼마 전에도 2 시간이나 기다리다가 얼굴도 못 보고 나왔어."
"아무 말도 안 하고 2 시간이나 기다리게 했다구요?"
"응접실에서 2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다른 놈이 와서, 급한 일로 나가서 회사에 없다는 거야?"
"그래서요?"
"그냥 돌아왔지 뭐. 별 수 있어?"
나는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그곳 여사원들 하고는 사이가 좋거든. 날 보면 아주 좋아해."
"다행이네요."
"응. 다들 웃는 얼굴로 날 맞아주거든. 가끔 담배를 사다달라고 할 정도로 나랑 친해."
설마 30대 중반의 계장이라는 사람이 거래처의 빵셔틀까지 하다니.
"아, 그리고 가끔 커피 심부름이나 어떨 때는 화장실 청소 같은 것도 시켜. 빨딱이 너도 조심해.
'사람이 좋으니까, 어디가나 무시당하는구나. 망할 것들! 최 계장님 걱정 마세요. 제가 대신 원수를 갚아 드릴테니'
* * *
최 계장과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 김애린 과장과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농후한 펠라치오를 받는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내 앞에 있는 과장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때의 섹시한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풍만한 젖통을 출렁거리면서 입술로 거시기를 훑어주며 교성을 흘리던 발정난 암컷의 모습.
'저 예쁜 입으로 사까시를...게다가 내 정액까지 삼키고 서비스로 청룡열차까지 해줬단 말이야. 게다가 달콤한 딥 키스까지....'
'그 강렬하고 기분 좋은 딥 스로트를 한번만 더 음미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는데.'
무심코 본마음이 새어나온다.
"과장님, 요전에는 정말 끝내줬어요. 우헤헤~"
검은테 안경의 김애린이 무표정한 얼굴로 담배를 꺼내 문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자, 스커트 사이로 꿀벅지가 그대로 내 눈에 들어왔다.
종아리에서 하이힐로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에 무심코 꿀꺽 침이 넘어간다.
"과장님 그런 테크닉을 어디서 배우셨어요? 자지 좀 빨아 보신 솜씨던데. 내 자지를 과장님처럼 멋지게 빨아준 여자는 처음...."
다음 순간,
번개가 번쩍했다.
전에도 경험한 귀싸대귀의 얼얼한 감촉이 오른쪽 뺨에 느껴졌다.
"그 얘기, 두 번 다시 하지 말랬지! 누가 찌질이 아니랄까 봐. 찌질하게 굴래?"
"그게..."
쭈뼛거리고 있자, 이번엔 왼쪽 뺨으로 뺨싸대기가 날아왔다.
"이제 조금 정신이 드니?"
"네! 잘못했습니다. 과장님!!"
암표범이 짓궂은 미소를 흘린다.
"솔직히, 발탁이 너, 정액량이 많아서, 맛은 좀 있었어."
"네?"
"다시 한번 삼키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냐. 그렇게 많은 정액을 마셔 본 건 처음이었거든."
"과, 과장님..."
실컷 꼴리게 해 놓고는 곧바로 똑바로 앉아 한 마디 던진다.
"그래서. 할 얘기가 뭐야? 빨리 이야기 해 줄래? 알잖아? 나 바쁜 거."
"네. 저기 그러니까...푸른뜰에 공격적인 영업을 해 볼까 생각합니다. 최계장의 허락도 받았거든요."
"거기는 이미 글렀어. 시간낭비하지 마."
"기회를 주세요 과장님."
"너도 최 계장처럼 회사 망신 시키면서 젊은 여사원의 빵셔틀이 되고 싶어서 그래?"
딱 잘라 말하고, 김애린이 예쁜 입술을 오므리면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역시 암표범 다워. 이미 푸른뜰의 영업 상태를 꿰고 있잖아.'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또 어려운 일을 하려는 거야? 엔벅 건으로 큰 거 한방 터뜨렸잖아?"
암표범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내 표정을 살핀다.
"거긴 정말 안 돼."
"과장님! 엔벅 때도 그랬잖아요?"
"바보."
"네?"
"푸른뜰은 탄탄상사가 단가를 대폭 낮춰서라도 우리를 몰아내려고 노리고 있어. 우리가 계약직전에 엔벅의 계약을 따내서 이를 갈고 있단 말야."
나는 가볍게 충격을 받았다.
탄탄상사는 돈과 조직력에서 발기상사에 위에 있는 회사다. 탄탄이 노리며 푸른뜰이 등을 돌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젠장! 탄탄, 이것들이!"
발기상사는 식품을 주로 수입하는 중소상사지만, 탄탄은 말 그대로 탄탄한 종합상사다. 맞붙으면 승산이 거의 없다.
"이제 왜 안 되는 줄 알겠지? 회사내부에서도 푸른뜰과의 거래는 거의 단념한 상태야."
"....."
"그때, 다행히 푸른뜰과 비슷한 규모의 신규 오더를 발탁 씨가 따온거야. 그래서 내가 파격적으로 페라를 해 준거구."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고고한 암표범이 립 서비스까지 해 준거구나.'
하지만 김과장의 말에 오히려 투지가 불타 올랐다.
"가만히 앉아서 빼앗길 겁니까? 과장님! 지금이야말로 잡초의 저력을 보일 때가 아닙니까?"
"어머, 굉장한 자신감이네. 혹시 또 거시기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생각해 둔 비장의 무기가 있습니다. 계약 유지는 물론, 더 큰 한방을 가져 와 보겠습니다."
암표범이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한다.
검은테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점점 진지해져 간다.
"발탁 씨, 정말 배짱 하난 두둑하네. 이번에도 한방 터트리면,"
나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이 안경을 벗고, 하룻밤 정도는 함께 해 줄 생각도 있어."
안경을 벗은 과장의 얼굴이 무척 섹시하다.
"좋아. 그럼 한 번 해 봐. 미리 말해 두지만, 푸른뜰은 엑벅과는 달리 사장 부인 한 사람의 힘으로 계약이 왔다갔다 하는 그런 조직이 아냐."
"알고 있습니다."
"그 잘난 페니스로 계약을 따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이야."
"걱정마세요, 과장님. 이번엔 다른 방법으로 한방 터트릴 계책이 있습니다."
'잘난 듯이 말했지만, 솔직히 이번에도 믿을 건 제 잘난 자지 하나뿐이에요. 과장님.'
"흥~ 그래? 자신감이 대단하네. 열심히 해 봐. 대신 회사 이름에 먹칠하지 않게 조심해. 알았어?"
과장은 가볍게 이마를 찡그리며 담배를 껐다.
"과장님..."
"왜?"
"이번에 한방 성공하면, 과장님과 하룻밤 보내고 싶습니다."
암표범이 장난스럽게 한 말을,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세차게 뛴다.
'휴우~'
다행히 이번에는 싸대기가 날아오지 않았다.
"배짱이 두둑한 만큼 뻔뻔스러움도 두둑하네. 좋아. 그 제안 콜!"
암표범이 어이 없을 정도로 쿨하게 내 요구를 삼켰다.
'내가 실패할 거라고 생각해서 한번 자 주겠다고 말한 거겠지? 김애린, 곧 후회하게 될 걸.'
* * *
[악마의 키스]
며칠 전, 미셸 씨에게 안부 연락을 하자,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미셸씨가 사교 파티에서 어울리게 된 제약회사의 중역에게 받은 은밀한 선물을 내게 나누어 준 것이다.
콩알 만한 미약을 한 통 보내준 것이다.
"입 안에서 혀로 살살 녹여 먹으면 되요. 그러면 발탁 씨의 침이 미약으로 바뀌거든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민감한 여자라면 키스만으로 발정하면서 발탁 씨의 여자가 될 거에요."
"그렇게 효과가 좋은 미약이 있어요?"
"아는 제약회사 간부가 양산을 위한 시제품으로 만든 약이거든요. 아직 양산 전이지만, 임상실험은 모두 거친 거라 안전해요."
* * *
어제, 진아에게 미약이라고 말한 뒤 사용하자,
"오빠랑 키스한 순간, 온몸에 힘이 빠져 쓰러질 뻔 했어."
"맛은?"
"달지는 않아. 상쾌한 느낌이 퍼지면서 점점 더 황홀해지는 느낌."
"기분은?"
"혀를 놀릴 때마다, 혀가 녹아내리는 느낌...꿈 속을 헤매는 느낌이야."
미약의 효과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2 시간 정도 약효가 지속된다는 미셸의 말이 떠올랐다.
'이것만 있으면, 이번에도 한방 터트릴 수 있어. 그때는 암표범을 정말로 함락시킬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