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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14/113)



〈 14화 〉14화

아직 10시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서연은 수면상태였다.
 바로 그녀를 소화하려던 나는 멈칫했다.
어디로 소환하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유서연의 소환은 잠시 미루고 그녀가 대기할 장소부터 만들기로 했다.

다른 년들과 똑같은 방으로 만들까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괜찮은 공간을 제공해 주기로 했다.
거미줄 같은 것들은 싹 없애고, 벽지 정도는 있는 평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비록 유서연이 배지영을 따르며 단톡방에 초대되어 있는 멤버라고는 하지만, 회사에서 저년들과 어울리는 걸 많이 본적이 없다.
일단, 본인에게 직접 들어보고 처분을 결정하기로 했다.
어쨋든, 가장 중요한 건 유서연이 존나 예쁘기 때문에 교육시켜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나는 빠르게 유서연의 대기실을 만들고 그녀를 소환했다.
동기화가 끝난 유서연은 놀란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도 모니터로만 그녀를 지켜보고 있을 뿐, 지금 유서연은 홀로 있는 상태.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모든 감각이 현실과 똑같이 느껴지면서 잠옷 차림으로 낯선 곳에 홀로 있으니 유서연 역시도 납치에 대한 생각을 먼저 떠 올린 것 같다.

“여긴 어디고...내가 어떻게 잡혀  걸까...?”

유서연은 문도 없는  공간에 자신이 어떻게 납치되어 왔는지 의문을 가지며, 혹시라도 비밀 공간이 있을까 싶어서 벽을 짚어보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 역시 당황하긴 했지만 다른 년들처럼 발광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금 이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탈줄 할 방법을 찾으면서 침착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회사에서의 모습이 원래 성격이구나.
일단 오늘 하루 동안은 유서연을  공간에 가둬둘 생각이다.
재밌는 영화라도   보라고 벽에 스크린까지 만들어 주었다.
갑작스럽게 벽에 스크린이 생성되는 모습에 유서연은 바짝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거기 누구 있죠?”

초자연적인 현상을 직접 목격하면서 유서연의 몸은 살짝 떨렸다.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지만 목소리에서도 떨림이 느껴졌다.

“무슨 의도로 이런 짓을 벌인 거죠? 혹시 저에게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습니까?”

자신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유서연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또 다시 말을 꺼냈다.
작은 떨림이 있기는 하지만 말끝을 흐리지 않고 아주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저 상황에서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확실히 다른 년들과 비교하면 이성을 잘 유지하고 침착하다.

유서연의 방을 모니터링 하던 나는 잠시 관심을 거두고 다른 년들을 소환하기로 했다.
시간이 제법 지난만큼 모두 잠이 들어있었고 각자의 독방에 소환을 끝마쳤다.
역시나 각자의 방에서 비명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
연속 3일 째, 이 곳에서 고초를 겪었으니 저런 반응도 당연하지.
이제 저년들은 잠들기가 두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잠을 안잘수도 없으니 절대 벗어  수 없는 늪에 빠진 샘이다.
그래도 나와 소통을 하고 있는 이지수는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시킨대로 잘 하고 있겠지?

“아! 신님! 안녕하십니까.”

자신의 방 앉아서 대기하고 있던 이지수는 갑자기 천장에서 울려 퍼지는 기계음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름 예의를 차리기 위한 행동인지 무릎을 꿇고 나에게 인사를 했다.

- 오늘 현실에서 저년들과 있었던 내용을 빠짐없이 말하라.

“저희들의 꿈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서로 확인했고, 지영언니는 여기가 꿈속이긴 하지만 현실과 똑같은 감각이 뇌에 전달되는 것 같다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죄를 지어서 신님께 벌을 받고 있다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 그게 전부?

“너무 고통스럽고 무서워서 미치겠다는 말을 계속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의 했습니다. 물론, 별다른 대책은 없었습니다.

- 죄를 지었으면  값을 치러야지.

“다, 당연합니다...”

- 앞으로도 저년들의 모든 행동을 나에게 보고해.

“알겠습니다. 신님.”

- 30분 후에 죄 값을 받기위한 새로운 장소로 이동할 것이다. 괴물들이 너에게는 위해를 가하지 않게 했으니 너는 너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가, 감사합니다!”

이번에 만든 장소의 컨셉은 귀신의 집과 유사하긴 하지만 조금 다르다.
유명한 게임에 나오는 고성을 배경으로 3층 규모의 미로를 만들었다.
곳곳에는 함정들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각종 괴물들을 배치시켜두었다.
특히 내가 신경 써서 만든 문어괴물이 오늘의 에이스다
이년들아 촉수의 맛을 보여주마.

드르륵.

각자의 방에서 드르륵 소리와 함께 벽 하나가 열렸고 통로가 만들어졌다.
어제의 기억 때문에 두려운 나머지 이지수를 제외한 세 사람은 각자의 방에서 움직이지 않고 버티고 있는 중이다.
반항하네?
나는 곧 바로 그년들의 방에 뱀들을 풀어버렸다.

“꺄아악!”

“꺅!!!”

“저, 저리가!”

결국은 모두 통로를 향해서 달려 나갔고 내가 만든 고성 입구에서 만나게 되었다.

“얘, 얘들아...”

“지영 언니...우리 꿈에서  만났네요...”

“하아...언제까지 이래야 되는 건지...”

언제까지긴 내 화가 풀릴 때 까지지.
고성의 입구로 들어가면서 신세한탄을 하는 그년들의 모습을 보는데 이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모르고  안으로 진입한 네 사람은 각종 함정에 노출되면서 여기저기에 찢어지며 피가 나기도 했다.
당연히 옷도 제 기능을 잃어버린 듯 반 이상이 찢겨져 나가고 너덜너덜해진 상태.
유일하게 깨끗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이지수 밖에 없었다.
내가 각종 함정에 대해서 알려준 결과였다.
하지만,  사람 모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기에 이지수의 모습에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헉...헉...나, 더 이상 못 가겠어요...”

“아아악!! 진짜 이 미친 공간에서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 거야!! 아흑... 진짜 미쳐버리겠어!!”

“어...어! 언니들 빨리 움직여요! 또 근처에 뱀들이 나오고 있어요!”

“하아....가자...”

힘들어서 좀 쉬려고 하면 어김없이 주변에서 징그럽게 생긴 뱀들이 기어 나오는 바람에 앞으로 전진 할 수밖에 없다.
갈래길도 너무 많아서 되돌아오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체력은 점점 한계가 오는데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함정때문에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고, 그렇다고 쉴 수도 없으니 죽고 싶은 심정일거다.
내 계산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는지 새벽 5시 정도가 되었을 무렵에 이들은 거의 3층에 다다랐다.
그렇다면 이제 에이스가 나설 차례인가?

나는 3층의 창고에 고이 모셔두었던 2미터 크기의 문어괴물에게 빙의했다.
그리고 저들이 오게 될 위치에 미리 도착해서 기다렸다.
커다란 기둥 뒤에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을  내 귀에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저벅

슬쩍 고개를 내밀어 보니 기운 없이 걸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이미 옷은 찢겨질 대로 찢겨져 있었고, 심지어 속옷 차림인 년도 있었다.
좋아. 하나, 둘, 셋, 지금!

기둥에 숨어있던 나는 전력을 다해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갑작스럽게 달려오는 나를 보고 네 사람은 기겁을 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니, 흩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문어괴물에 빙의한 나는 8개의 촉수를 사방으로 뿌리며 도망치는 년들을 묶어버렸다.
고무줄처럼 쭉쭉 늘어나는 촉수 덕분에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이지수는 일부러 잡지 않았기에 멀리 도망가서 숨어버렸고, 나머지  명은 내가 빙의 한 문어괴물의 촉수에 꽁꽁 묶인 상태로 내 앞으로 질질 끌려왔다.

“아아악!!”

“사, 살려줘!”

일단 문어괴물의 외형이 너무 징그럽게 생기기도 했지만, 이들이 이렇게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꿈틀 꿈틀

“꺄아아악!! 하지 마!!”

문어괴물의 촉수는  사람의 옷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꿈틀꿈틀 거리고 있었다.
촉수에 있는 끈적끈적한 빨판이 젖가슴에 달라붙어서 꽉꽉 쪼아댈  마다 이년들의 입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촉수를 이용해서 젖가슴을 문지르는 느낌이 빙의를  나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꽤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촉감이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
어차피 너덜너덜해진 이년들의 옷을 그냥  다 찢어버리고 나체로 만들어버린 나는 아직 여유 있는 촉수를 이용해서 보지 안으로 천천히 집어넣었다.

“하악...하악....제발...하악!”

“사, 살려줘!!”

찔꺽 찔꺽.

세 사람의 보지 안으로 파고들어간 문어괴물의 촉수가 살아있는 싱싱한 생선마냥 팔딱 거렸고, 심한 충격을 받은 세 사람은 거의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손가락으로 만지는 것과는 또 다른 짜릿한 감각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됐다.
느낌 좋은데 좀 더 해볼까.

제법 오랫동안 괴롭혔더니 세 사람 모두 기운이 없는지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나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촉수를 거두어 들였다.
고개를 슬쩍 돌리자 멀리 숨어서 지켜보던 이지수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비록 자신은 당하지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심하게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리고 나의 심복으로 임명된 것이 천만다행이라 생각 할 테지.
지금 이 장면을 지켜보고 충격을 받은 사람은 이지수 외, 또 다른  사람이 더 있다.
바로 유서연.

유서연은 내가 설치해준 스크린을 통해서  명이 오늘 겪은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차마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손으로 가린 채 굳어 있었다.
한눈에 봐도 그녀가 받은 충격이 상당히 크다는 걸   있다.
그리고 스크린을 통해서 네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면 이 곳이 꿈속이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물론, 유서연의 입장에서는 이 감각이 꿈속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테지만, 스크린을 통해서 지켜본 이 상황을 현실이라고 보기 어려울 테지.

나는 여전히 충격에 빠져있는 유서연의 방에 스크린을 제거하고 대신 이지수를 들여보냈다.
갑자기 허공에서 이지수가 나타나자 유서연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며 경계를 했다.

“....당신 누구죠?”

유서연은 갑자기나타난 이지수에게 아는 척 대신 경계의 눈빛으로 누구냐고 물었다.
그런 유서연의 물음에 이지수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서연아, 지수 언니잖아.”

“....진짜 제가 아는 지수 언니가 맞나요?”

“당연하지.”

이지수는 증명이라도 하듯 유서연에게 사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줄줄 말했다.
이제야 유서연은 수긍하는 눈빛이다.
그래도 완전히 믿는 건 아닌 것 같다.
이런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이지수의 행동과 분위기가 너무 자연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조금 전 스크린에서 봤듯이 문어괴물에게 이지수만은 공격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도 의문일 것이다.

“그런데  언니만 그 괴물에게...”

- 영상을 본 소감이 어땠는지 한  들어볼까.

유서연이 이지수에게 따지고 물으려고 할 때, 내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갑작스럽게 천장에서 들려온 기계음 소리에 유서연이 또 다시 긴장하며 소리쳤다.

“당신 누구야!?”

“서연아! 말조심해. 이 분은 신님이시다.”

“.....신?”

“그래, 지금 신님께서 우리를 지켜보시고 있는 거야.”

“말도 안돼요. 신이라면서 이런 짓을 한다고...?”

“이 분은 인간의 꿈을 관장하는 몽신(夢神)님이고, 지금 지영 언니를 비롯해서 저  사람은 지은 죄가 많아서 벌을 받고 있는 거야. 나 역시 죗값을 받아야 하지만 신님의 심복으로 임명되면서 면죄 받은 거야.”

“지금 저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요?”

“믿고 안 믿고는 네 자유지만, 지금부터 네 죄의 무게를 측정하게 될 거야. 그리고 신님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서 벌이 정해질 테니까 최대한 공손한 자세로 임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여기까진 것 같아.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기를 바랄게.”

자신의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점점 사라져가는 이지수에게 유서연이 다급하게 말했다.

“잠깐만요. 언니, 물어 볼  있어요.”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이라면  줄게.”

“만약에 저의 죄가 크다면 스크린에서 봤던 것처럼 되나요?”

“신님이 결정하시겠지만...다른 세 명과 같은 벌을 받게 될지도 몰라.”

배지영 일행이 문어괴물에게 당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지켜본 유서연은  말을 잃었다.
온 갓 고통스러운 함정은 둘째 치고, 인간도 아닌 괴물에게 성고문을 당하듯이 농락을 당하는 장면은 유서연에게 있어서도 엄청난 충격.

“하,  가지만! 마지막으로  가지만  물어볼게요.”

이미 거의 신체의  이상이 사라진 이지수에게 유서연이 또 다시 다급하게 물었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빨리.”

“신님의 심복이면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는데  제 앞에 나타나서 이런 도움을 주는 거죠?”

“그건...나중에 알게  거야.”

“언니!”

이지수는 유서연의 마지막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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