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113)



〈 15화 〉15화

이지수가 사라지고 유서연은 또 다시 홀로 남겨졌다.
지금부터는 내가 유서연과의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이지수는 내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내가 직접 말하는 것 보다는 이미 서로 친분이 있는 이지수를 통해서 상황을 받아들이는  더 나을 것 같아서 조금 연출을 해봤다.

- 유서연, 지금 네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해서는 안  행동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당신...아니 신님이 생각하는 죄의 기준을 모르겠습니다.”

유서연의 입에서 나에 당신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빠르게 신으로 호칭을 바꾸어 말했다.
나에게 예의를 갖추는 게 좋을 거라고 했던 이지수의 말이 떠 오른 모양이다.

- 그냥 인간의 기준에서 말하면 돼.

“인간의 절대적 기준은 없습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준에서는 회사에 입사하고 딱히 죄를 지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유서연은 나에게 따지고 들듯이 자신의 의견을 또박또박 말했다.
순간적으로 말빨에서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호흡을  번 하고 나도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 죄를 지은 적이 없다?

“그렇습니다.”

- 나에게 입수된 정보에 의하면 네가 저 배지영 일행과 친하게 지낸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친하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수  있습니다.”

- 자세하게 말해 봐.

“제가 배 대리님과 친해진 이유는 좀 더 많은 업무를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크게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게 왜 죄가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씨발,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할 말이 없어지는데.
그냥 이딴 연출 다 때려치우고 덮쳐 버릴까?
그래도 확인해 보고 싶으니까 참고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 지금 벌을 받고 있는 저년들이 저지른 죄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하나는 직장 동료를 뒤에서 욕하고 다니는 것이다. 너도 단톡방에 함께 있으니 잘 알잖아?

“그, 그건...”

네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바람직  행동인가?

“.....아닙니다.”

- 어떻게 생각하지?

“잘못된 행동이 맞습니다.”

- 그럼 너 또한 죄를 인정하는 것이냐?

“.....인정합니다.”

나의 추궁에 유서연은 스스로 죄가 있다고 대답했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인정해버려서 오히려 내가 살짝 당황했다.
그럼 진짜 이년도 나를 뒤에서 씹었다는 말이네.
씨발, 이제 봐줄 필요가 없잖아.

 남자 직원을 욕한 이유는 뭐지? 배지영 그 씨발년이 욕하니까 잘 보이고 싶어서? 아니면 니년이 생각해도 유흥질하는 더러운 변태새끼라고 생각해서?

살짝 흥분해서 과격해진  말투에 유서연이 움찔했다.

“배 대리가 강 과장님에 대해서 욕할 때, 리액션을  준 적은 있지만 제가 직접적으로 욕을 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남을 욕하는 대화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변함없으니까  역시 죄가 있다는 건 인정하겠습니다.”

유서연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다.
일단,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 해 볼 필요가 있다.
혹시 이 위기를 벗어나기 이한 거짓인지도 모르니까.
나는 다른 방에서 대기 중인 이지수를 통해서  말이 사실인지 물어봤다.
잠시 생각해보던 이지수는 그런  같다고 말했다.
워낙 단톡방에 있는 년들이 나를 골고루 씹어대는 바람에 딱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유서연이 누군가를 욕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유서연의 표정을 보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남을 욕하는 채팅 방에 참여했다는 사실과 그런 사람의 말에 동조했다는 부분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

- 죄를 인정한다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겠지?

“....당연합니다.”

- 스스로 인정했으니 죄를 달게 받으라. 내일부터 너는 잠이 들면 배지영 일행과 합류하게 것이다. 그리고 오늘 화면에서 본 것과 같은 벌을 받게  것이다.

“서, 설마...그 괴물들에게....”

- 그렇다.

유서연은 스크린을 통해서 배지영 일행이 겪은 모든 것을 지켜봤다.
뱀이 나오고, 함정에 걸려서 상처를 입는 모습들을 지켜봤지만, 마지막에 나타난 문어괴물에게 당하는 모습은 다른 모든 장면을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평범한 공격도 아니고 촉수를 이용해서 가슴을 주무르고 심지어 보지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봤으니 유서연이 충격을 받은 건 당연하다.
지금까지 나름 침착하게 행동하고 자신의 죄까지 순순히 인정했지만 막상 자신이 저걸 겪게  거라고 생각하니 도저히 받아들일없는 모양이다.

유서연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는 인정하지만 배지영 대리처럼 직접적으로 욕을 한건 아닙니다. 부디  값의 무게를 낮춰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배지영 저년보다는 그래도 죄의 무게가 가벼우니까 처벌도 좀 약하게  달라  말이지?

“그렇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배지영 저년이나 네년이나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 그럴 수도 있겠지만...아니면 제가 현실에서 그 분에게 직접 사과를 하겠습니다.”

- 사과라...좋아.  전에 하나 물어보지. 그 남자 직원을 욕하는 배지영의 말에 동조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지?

“저희 부서는 영업부이고 접대 역시 당연히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과장님은 그 분야에 재능이 있어서 우리 부서를 대표해서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재능으로 승진을 했다고 해서 특별히 욕먹을 일은 아니지만...그냥 배지영 대리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 동조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것 같습니다.  생각이 많이 짧았다는 걸 인정합니다.”

뭐, 사람이 솔직해서 좋긴 하네.

- 배지영 그년이 받고 있는 벌을 똑같이 받기는 두려운가?

“네, 많이 무섭습니다....”

- 만약, 죗값을 치를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하면 뭐든 할  있나?

“먼저 어떤 방법인지 들어보고...”

 지금 너와 인간들 사이에서나 이루어지는 그런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

“하, 하겠습니다.”

-좋다. 지금부터 설명할 테니 잘 들어라.

“경청하겠습니다.”

나와 마주하기 전에 만난 이지수라는 인간 여성을 만나봐서 알겠지만  년은 지금 내 심복으로 활동하는 조건으로 죄 값을 대신하기로 했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겠지?

“네, 기억납니다.”

- 정확히 그년의 역할은 배지영 일행을 감시하고 추가로 저지른 죄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저도 지수 언니를 도와서  일을 하면 되는 건가요?”

업무형태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일은 이지수 그년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럼 저는...?”

- 너는 배지영 그년이 뒤에서 욕을 했던 강민철이라는 인간을 도와라.

“가, 강 과장님을 도우라는 게 무슨 말씀이신지...”

- 알다시피 나는 꿈속을 관장하는 신이다. 그래서 현실 세계에서 죄를 짓는 인간을 직접 조사하기 위한 대리자를 육성중이다. 그리고 그 대리자가 바로 강민철이라는 인간이지.배지영 그년이 나의 대리자에게  욕은 곧 나를 모욕하는 행위다. 그게 얼마나 큰 죄인지 알겠는가? 너 역시 거기에 동조를 했으니 그 죄가 가볍지 않다. 하지만,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 아직 부족한 게 많은 강민철이라는 인간을 네가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보좌하라. 그것만이 너의 죗값을 대신 할 수 있다.

“강  장님이 몽신님의 대리자였다니...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 분명 물심양면으로 보좌하라고 했다. 몸과 마음을 다하라.

“.....알겠습니다.”

- 그럼 이제부터 나의 대리자를 보좌할 자격이 있는지 볼까.

“자격이라 하심은...?”

- 자리에서 일어서라.

징그러운 괴물에게 고문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살짝 긴장이 풀려 보이던 유서연은  말에 다시 긴장하며 일단 시키는 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정체가 신이라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였는지 행동에 있어서 조심스러워졌다.

스스스.

“모, 몽신님 이신가요...?”

“그렇다.”

나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유서연의 방안에 나타났다.
목소리는 여전히 기계음으로 변조를 한 상태였다.

“제가 어떤 자격을 증명하면 되겠습니까?”

“상의와 하의를 벗어라.”

“네에...?”

“두  말하게 하지마라. 상의와 하의를 벗어라.”

“......”

잠시 정적이 흐르고 유서연의 손이 움직였다.
유서연은 위아래 한 쌍으로 이루어진 잠옷을 벗고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은  양손을 앞으로 해서 모은 채 서있었다.

“됐나요?”

“뒤로 천천히  바퀴 돌아.”

휘리릭.

내 지시에 따라 유서연이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고 다시 나를 바라보는 자세가 되었다.
역시, 몸매가 예술이다.
민지에 버금갈 정도로 백옥 피부에 탱글탱글한 엉덩이.
제법 큰 가슴까지 너무 완벽한 몸매다.
 자지가 바지를 뚫고 나올 기세로 꿈틀대고 있는 중이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이대로 덮쳐서 떡을 치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현실에서의 기대감이 떨어질 것 같아서 일단 참기로 했다.
그래도 살짝 맛보는 건 괜찮겠지?

나는 유서연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서 손만 뻗으면 닿을 위치에서 멈춰 섰다.
유서연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몸을 떨고 있는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보이는 여성들의 당연한 반응일 것 같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서 그녀의 브래지어 위를 슥슥 문질렀다.
그럴 때 마다 유서연이 주춤 거리면서 뒷걸음을 쳤다.

“움직이지 마.”

나의 짧은 말 한마디에 유서연은 대답대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는 양손으로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비록 브래지어를 착용하고는 있지만 몰랑몰랑하고 기분 좋은 감촉이 충분히 느껴졌다.
가슴의촉감을 충분히느끼고  뒤, 내 손이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의 도톰한 보지가 있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번 눌러보고 쓰다듬었다.
유서연의 반응이 궁금해서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쳤다.
나를 신으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보니 꽤나 기분이 더러운 모양이다.
나는 유서연의 몸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녀의 반응 때문이 아니라 여기서 더 진도를 나가면 현실에서 재미없을 것 같아서다.

“이게 자격을 증명하는 건가요?”

“합격.”

“제 몸매가 강 과장님을 보좌하는데 무슨 상관이 있는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유서연이 여전히 나를 노려보는 듯한 눈빛으로 질문했다.

“내가 분명히 말했지? 물심양면으로 도우라고. 내 대리자가 욕구불만이 되어 곤란을 겪는다면 그것 또한 네가 도와줘야 할 부분이다.”

“.......”

나의 노골적인 대답에 유서연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고개를 아래로 내려서 바지를 뚫고 나오려는  자지를 보며  마디 했다.

“강 과장님이 왜 몽신님의 대리자로 선정 됐는지 잘 알겠네요.  신과 그 대리자의 성향이 이리도 닳았다는 게 신기하네요.”

“칭찬으로 들을게.”

***

평소보다 조금 일찍 회사에 도착한 나는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와서 분위기부터 파악했다.
우리 부서는 공식적인 업무시작 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제법 자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담소도 나누는 분위기였기에 여기저기서 친한 직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빠르게 주변을 살펴보던 내 눈에 배지영과  일행들이보였다.
누가 봐도 병자처럼 보이는 그들의 몰골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 번씩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게 만들었다.
이지수는 아직 출근 전인지 합류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던 나는 이지수가 출근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지금 이지수는 한쪽 모퉁이에서 유서연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 두 사람은 나와 눈이 마주쳤고 그 상태로 거의 3초정도 멈춰있었다.
그러더니 그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나에게 목례를 했다.
유서연도 이지수와 대화를 나눠봤으면 어제 서로의 꿈속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았고, 몽신에 대한 이야기도 공유했을 것이다.

오전 쉬는 시간이 끝나자마자 이지수와 유서연은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둘이 어디 가는 거지?

띠링.

유서연과 이지수가 왜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건지 궁금해 하고 있던 찰나에 내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모르는 번호는 아니지만 처음으로 연락을 받았다.

[유서연 :  과장님, 17층과 18층 사이 비상계단에서 잠시 이야기  해요.]

같은 부서 회사원이라서 전화번호는 서로 등록한 상태였지만 이렇게 문자를 받아보는 건 진짜 처음이다.
나를 부르는 이유는 충분히 알고 있으니 긴장  설렘 반의 심정으로 비상계단 쪽으로 향했다.

역시나 17층과 18층 사이의 비상계단에는 유서연과 이지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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