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113)



〈 16화 〉16화

비상계단에서 나와 대면한 이지수와 유서연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먼저 이지수는 유서연에게 내가 몽신의 대리자라는 말을 들었는지 안절부절 못하며 고개부터 조아렸다.

“강 과장님 지금까지 너무 죄송했습니다...용서해 주세요.”

“지금까지 나를 존나 씹어댄 건 용서하기가 힘들지만 이미 몽신님이 결정한 일이니까 더 이상 책임은 묻지 않을게. 대신 맡은  열심히 해라. 게으름 피우다가 걸리면 배지영 그년보다 더 심하게 처분해 달라고 요청할 테니까.”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대한  대리의 정보를 캐내어 보고하겠습니다.”

“어차피 배지영에 대한 정보는 나올 만큼 나온  같으니까, 우리 사무실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서 모두 파악해서 보고 해. 특히 나를 씹어대는 년이나 놈들이 있으면 최우선적으로 알아봐.”

“그렇게 하겠습니다.”

“너는 이만 사무실로 복귀 해. 나랑 유서연의 대화는 좀 길어질 것 같으니까, 혹시라도 박 부장님이 찾으면 바로 톡 날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지수의 외모 역시 예쁜 편에 속하지만 이미 눈이 높아진 나의 기준을 채우지는 못한다.
내가 이지수를 정보원으로 삼은 이유는 단지 그녀가 사무실 내에서 남녀 가리지 않고 직원들과 사이가 좋고 인맥이 좋기 때문이다.

나의 정보원이  이지수를 먼저 사무실로 돌려보내고 시선을 유서연 쪽으로 옮겼다.
유서연은 시종일관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자신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쾌하다는 그런 표정.

“표정이  그래?”

“제 표정이 어때서요?”

“정액 삼킨 표정.”

“생각보다  저질이군요.”

“뭐, 그래서 내 보좌관 하기 싫어? 맘대로 해. 나도 반항기 넘쳐흐르는 년을 데리고 있기는 싫으니까.”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면서 일단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냥 재미삼아 신과 대리자 컨셉으로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 계속 이딴 식으로 나오면 깔끔하게 정리하고 민지에게 했던 것처럼 정공법으로 나가야지.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유서연은 배지영 그년이 당하던 장면이 떠올랐는지 결국은  보좌관이 되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그래도 표정을 보니까 여전히 반항기가 보인다.
민지처럼 순종적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일단, 마인드 테스트부터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당연히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보좌관의 목적은 내가 불편함 없이 대리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유서연은  말투에서 뭔가 불안함을 느낀 듯하다.
역시 눈치는 빠르다니까.

“자, 이거 어떡할래? 도저히 업무에 집중  수가 없어서 말이지.”

“......”

나는 손가락으로 부풀어 있는 내 자지를 가리켰고 유서연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

“왜 대답이 없어? 이건 나를 아주 곤란하게 만드는 생리적인 현상이라고. 유서연 보좌관이  해결 해 줬으면 좋겠는데.”

“....꼭 이런 것 까지 제가 해줘야 하나요?”

“당연하지. 너는 나의 보좌관이잖아.”

“하아, 강 과장님은 진짜 저질에 변태였네요.”

“어차피 남자는 다 똑같아. 예쁜 여자 안 좋아하는 남자 없고,  치는  싫어하는 남자 없어. 단지, 포장을 잘 해서 젠틀한 척 하는 사람과 나처럼 솔직한 사람으로 나뉠 뿐이지.”

“....어쨌든 지금 강 과장님이 원하는 건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명령에 불복하면 보좌관직을 박탈하겠다. 그렇게 되면 너는 배지영 그년 처럼 죗값을 치르게 될 거야.”

“차라리 그렇게 하겠습니다.”

“뭐?”

“제 눈에는 강 과장님 역시  마리의 짐승으로 보일 뿐입니다. 똑같은 짐승에게 당하는 거라면 차라리 꿈에서 당하겠습니다.”

와, 이년 봐라?
존나 강하게 나오네.
유서연의 표정을 보니, 단단히 마음먹은 듯하다.
일단, 심리전일 가능성도 있으니 나도 조금 더 강하게 나가보기로 했다.

“유서연 사원, 내가 잠시 실언을 했네요. 얼른자리로 돌아가서 업무 봐요.”

“네에...?”

“이제, 우리의 개인적인 관계는 끝났으니 다시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일 뿐이에요. 이런 자리에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이유가 없지요. 이미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얼른 가 봐요.”

나는 평소에 직급이 낮은 여직원들에게도 말을 높인다.
그리고 지금  그 말투로 유서연을 대하고 있는 중이다.
나의 빠른 결정에 유서연이 살짝 당황한 모습이다.
이대로 관계가 정리되면 유서연은 자신이 말 한대로 앞으로 꿈속에서 배지영과 같은 벌을 받을 텐데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저, 정말로 이대로 저희 관계는 끝인가요...?”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는 겁니까?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건 바로 유서연 사원입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아! 몽신님이 하신 말씀이 있어요.”

어차피 몽신이라고 해봐야 난데?
갑작스런 유서연의 말에 일단 나는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몽신님이 무슨 말씀을 했는데요?”

“강 과장님의 욕구불만이 생길 때, 풀어주라고 했어요.”

“지금 제 상태가 욕구불만이라서 풀어달라고 했는데 유서연 사원이 거절했잖아요.”

“몽신님은  대리님의 욕구불만을 풀어주라고만 했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말씀하신 게 없어요.”

“...유서연 사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직접 성관계를 해야 한다고는 안했으니까 제가 손으로 해 드릴게요.”

유서연은 어느새 소매까지 걷어붙이며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나와 떡치는 건 죽어도 싫으니까 대딸로 만족해라  이거네?
이것도 나름 괜찮은 조건이긴 하지만, 내가 꿈에서 했던 말을 이런 식으로 해석할 줄은 몰랐다.

“뭐, 어떻게 보면 그런 식의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몽신님이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언급을 안했다고 해서 그걸 왜 유서연 사원이 마음대로정하죠?”

“아...그게...그냥 그렇게 하고 넘어가 주시면 안 될까요...?”

유서연의 표정은 처음의  불쾌함 대신 절박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저런 예쁜 얼굴로 절박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나도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그런  모습에 유서연의 눈 꼬리가 쳐지며 더욱 절박하고 애절한 표정으로 부탁했다.

“이걸 제외하고 다른 모든 것에 있어서는 강 과장님이 지시하시는 대로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일단, 알겠다.”

“감사합니다.”

씨발, 유서연의 얼굴을 빤히 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고 대답해 버렸다.
이래서 여자는 예쁘고 봐야 하는 거다.
그래, 맛있는  아껴먹는다고 생각하고 일단은 참고 넘어가주기로 했다.
그래도 소득이 전혀 없지는 않으니까.

“손으로는 해주기로 했지?”

“아! 그, 그렇습니다....”

“왜 또 말끝을 흐려? 유 보좌관이 직접 말한 것도 번복 하려고?”

“아닙니다. 제 입으로 한 말은 꼭 지킵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하실건가요...?”

“어차피 17층의 계단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으니까 상관은 없지.”

“....제 책상에서 휴지라도 가져오겠습니다.”

“잠깐만.”

나는 사무실로 가기 위해 발길을 돌리려던 유서연을 다시 불러 세웠다.

“휴지 가지고 계신가요?”

“그건 아닌데, 조건을 좀 바꿔보자.”

“부, 분명 손으로 해주면 넘어가기로 하셨잖아요!”

“일단 좀 들어봐. 비슷한 수준으로 바꿀 테니까.”

“......”

“사무실에서 나온 시간도 많이 지났고 복도에서 사정한  닦아주고 한다고 생각하면  불쾌하고더럽지?”

“....돌려서 말하지 말고 본론만 말씀하세요.”

“손으로 해주는 거 대신 그냥 가슴 한  만져볼 게.”

“가, 가슴이요?”

“싫으면 빨리 사무실 가서 휴지 가져오고.”

“잠시만 생각 좀 해볼게요...”

유서연은 중요한 회의에서나 짓는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심하게 고민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서 유서연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빠르게 한 번 만지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좋을 것 같습니다. 벌써 한 시간 째 두 사람이 동시에 사무실을 비웠으니  부장님이 찾을지도 모르니까요.”

“내 말이 그 말이야.”

대충 유서연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그녀가 서 있는 바로 옆으로 이동했다.
내가 바짝 붙어 오는 모습에 유서연의 인상이 또 다시 구겨졌지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가슴을 만지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

유서연의 상의 정장위로 향하던  손이 살짝 떨려왔다.
비록 복도에서 광란의 섹스를 하려던  처음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이렇게 우리 부서의 퀸카 유서연의 가슴을 만질 수 있다는 현실이 꿈만 같다.

물컹.

드디어 내 손이 유서연의 가슴에닿았다.
 겹으로 둘러진 상의 위로 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흥분한 나는좀 더 세게 가슴을 움켜쥐고 주물렀다.
유서연은  눈을 꼭 감고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점점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되지는 않는다.
눈을 감고 있는 유서연의 모습에 이때다 싶었는지 내 손이 마음대로 움직였다.

“자, 잠깐....아...!”

내 손은 빠르게 그녀의 상의 정장 단추를 풀어버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브래지어가 내 앞을 막았지만 아주 간단하게 밑으로 파고들며 맨살의 젖가슴을 쥐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유서연이 눈을 뜨며 짧은 비명을 뱉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죠...?”

“무슨 짓이라니? 보좌관의 말투가 그게 뭐야?

“먼저 약속을 어기고 있는 건 과장님이잖아요.”

“그런 적 없는데?”

“그럼, 지금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건가요?”

유서연이 상의 안으로 들어가서 꿈틀거리고 있는 내 손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리고 나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이미 이야기한 대로 가슴 만지고 있는 중이잖아?”

“이렇게 안에 넣어서 만진다고는 안했잖아요.”

“이봐, 유 보좌관, 옷 위로 만지는  그냥 옷을 만지는 거지 어떻게 가슴을 만지는 거라고 할 수 있겠어? 이렇게 안으로 넣고 만져야 진짜 가슴을 만지는 거지. 그냥 옷을 만지는 거라고 했으면 첨부터 난 조건을 바꾸지 않았다고. 너무 거저먹으려는  아니야?”

“....알겠습니다. 5분 후에 사무실로 갈 테니까 그 때 까지만 만지세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유서연은 또 다시 눈을 감아버렸고 나는 양손 모두 그녀의 상의 안으로 집어넣고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물러댔다.
그런데 5분이란 시간이 이렇게 짧았던가.
너무 순식간에 5분이 지나가버렸고, 유서연은 귀신같이 눈을 뜨며 내 손을 뿌리쳤다.

“많이 늦었습니다. 사무실로 가요.”

“유 보좌관, 사무실에 도착하면 바로 커피한잔 타다 줘. 그리고 아침 출근하면 내가 따로  안 해도 항상 모닝커피 대령하고.”

“알겠습니다...”

나도 양보 존나 많이 해줬는데 이런 거라도 시켜먹어야지.
사무실로 걸어가는 동안 계단에서 은근슬쩍 기습적으로 유서연의 가슴을 만졌는데 아주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깜짝 놀란 듯 했지만 그렇다고 비명을 지를 수도 없을 테니까  수 있는 건 저렇게 노려보는 것뿐이다.
하지만 유서연이 이렇게 노려보는 것도 잠시뿐, 곧바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유서연은  자리에 커피를 타다주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빠르게 업무를 시작했다.
나도 유서연이 가져다 준 커피를 마시면서 일하는 척 했다.
역시 예쁜 여자가 타다주는 커피는 더 달달하고 맛있는 법이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배지영을 비롯해서 박미희, 천수연을 차례로 슬쩍 둘러봤다.
박미희와 천수연의 몰골은 형편없었다.
이지수를 통해서 듣기로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배지영의 자리는 비어 있는데 오늘 결근했다.
어제 꿈에서 문어괴물에 빙의해서 가장 심하게 괴롭혀서 정신적 충격이 심한모양이다.

오늘 밤 마지막으로 이년들을 소환해서 정리하기로 했다.
이제 내가 꿈속에서 무슨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수렴할 것 같다.
이년들과 현실에서 떡을 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우리 부서에서 치워버리기로 했다.
자진해서 다른 부서로 가거나 퇴사를 시킬 생각이다.
우리 부서에 남아있으면 이지수가 정보원으로 활동하기에 걸림돌이 될 테니까.
이지수 역시 내 의견에 동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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