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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19/113)



〈 19화 〉19화

아직 내가 살던 아파트가 안 팔려서 돈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성격이 급한 나는최대한 빨리 업그레이드를 해서 지구상의 생명체를 복제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어진지 20년이 넘은 아파트는 쉽게  팔린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고 있을  들려온 민지의 말은 오아시스와 같았다.

“오빠, 2억 제가  테니까 업그레이드해요.”

“어? 민지 네가 2억을 준다고?”

“네,  업그레이드 하면 현실에 있는 생명체도 복제가 가능하다면서요? 그러면 진짜 몰디브의 바다처럼 물고기들도생기고 너무 좋을 것 같아요.”

“2억이면 엄청나게 큰 금액인데 괜찮겠어?”

“오빠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저 역시도 그런 기능이 생기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있게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말하면 나야 고맙지.”

“어차피 오빠가 마음만 먹었으면 이미 다 가져 갈 수도 있었던 돈이잖아요. 내일 바로 오빠 통장으로 송금 해드릴게요.”

“그래, 내일 저녁에는 내가 더 멋있는 휴양지로 바꿔줄게.”

“네, 기대할게요.”

민지 덕분에 내일이면 꿈에서 새로운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민지는 돈을  벌어서 그런지 나에게 2억이란 돈을 아주 쉽게 준다.
덕분에 나는 몇 천만 원을 손해 보면서까지 아파트를 급매할 필요가 없어졌다.
갑자기 존나 기분이 좋아져서 비키니를 입고 있는 민지를 끌어 당겨서 옷을 벗겨냈다.
민지는  행동에 빠르게 반응하며 안겨왔다.
이제 민지는 현실과 꿈속을 가리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나에게 안기는데 예전의 그 반항적인 눈빛은 찾아볼 수가 없다.

***

회사에 도착해서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유서연이 모닝커피를 대령했다.
우리 부서의 퀸카 유서연이 갑자기 나에게 커피를 타다 주는 장면을  직원들이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살짝 당황한 유서연은 나에게 도움 받은 게 있어서 그런 거라고 핑계를 대면서 빠르게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그녀가 타다준 커피를 마시며 즐겁게 아침 일과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의지는 순식간이 사라졌다.
존나 재수 없는 개새끼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최창식, 저 씨발 새끼는 왜 나를 보면서 인상 쓰고 지랄이야?
유서연이 타다준 커피를 마시는 나를 보며 존나 인상을 쓰던 최창식 차장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유서연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최창식 차장과 유서연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뭐지 이 좆같은 상황은?

최창식과 유서연의 대화는 제법 오래 이어졌고, 그걸 지켜보던 박 부장이 일부러 큰소리를 내며 다들 업무에 집중하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창식은 유서연과 5분 정도  대화를 나누다가 자리로 돌아갔다.
최창식이 자리로 돌아가고 나서 유서연은 곧 바로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최창식과 유서연이 친분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조만간 최창식 그 개새끼를 꿈에서   존나 밟아버리려고 했는데.
일단 유서연과 친척 관계일 수도 있으니 확인부터  봐야지.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나는 예전에 유서연과 이지수를 대면했던 17층 비상계단으로 가서 유서연에게 톡을 날렸다.
바로 폰을 확인 했는지 유서연이 계단으로 오는 소리가 들렸다.

“왜 또 여기로 불렀나요...?”

예전에 이 장소에서 유서연의 가슴을 처음 만졌었다.
그녀는 그 때의 기억 때문인지 또 다시 내가 여기로 부른 게 살짝 불안한  보였다.

“여기 앉아 봐.”

내 손짓에 유서연은 주춤거리며 옆에 와서 앉았다.
나는 성격 급하고 궁금한 건 절대 못 참는 성격이기 때문에 돌려 말하지 않고 물었다.

“유 보좌관, 내가  부장님 라인인 건  알지?”

“그거야 우리 부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럼 내가 최 차장과의 사이가 존나 안 좋은 것도 알지?”

“그것도 우리 부서 사람이라면  알죠.”

“다 안다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

“뭐를 말입니까...?”

“유 보좌관 혹시, 최 차장 라인이야?”

“저 라인 안탑니다.”

“오케이 일단 중립이고, 그럼 혹시  차장과 친인척 사이?”

“저 공채 출신입니다.”

“그렇지. 공채였지...성적도 좋았고 얼굴도 예뻐서 난리가났었으니까. 그럼 최창식 차장이랑은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

“아니요!!!”

“아, 깜짝이야...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그런 인간이랑 안 친합니다.”

“아까는 친해 보이던데?”

“제가 아무리 거절해도 최 차장님이 계속 밥 사준다.  사준다. 선물 사준다. 그러면서 들러붙어서 귀찮게 하는 겁니다.”

“뭐야? 그런 거였어? 나는 유 보좌관이 웃는 얼굴로 대화를 해서 친한 사인  알았지.”

“모두가 보는 사무실인데 상사와 대화하면서 인상 쓸 수는 없으니 억지웃음이라도 지어야죠.”

“그런 거면 됐어. 친한 사이 아니니까 그 새끼 내가 좀 밟아줘도 상관없지?”

“네?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설마 내가 현실에서 그러겠어?”

“아! 몽신님께 말해서 처벌하시려는 거죠?”

“뭐, 그렇지.”

“그런 거라면 제가 돕겠습니다. 그 인간의 더러운 죄질은 제가 잘 알고 있으니 보고서 작성하실 때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까지 나와 대화 나누면서 이렇게 열정적인 모습은 처음이다?”

“진짜, 그 인간 얼굴에 서류 집어 던지고 회사 관둘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최창식 개새끼 때문에 유능한 보좌관 잃을 뻔 했네.”

“제가 강 과장님을 확실히 보필할 테니까, 몽신님께 잘 말해서 그 인간 제대로 처벌 해 주세요.”

“알았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가장 아끼는  보좌관의 부탁인데 힘 써 볼게. 그런데 힘을 내려면 나도 에너지를 좀 충전해야 하는데...”

나는 옆에 앉아있는 유서연의 어깨를 감싸듯 내 품으로 끌어안으며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유서연은 살짝 나를 노려보기만 할 뿐 뿌리치지는 않았다.

“충전 방식이 참 독특하시네요.”

“이대로는 충전이 너무 느려서 안 되겠다. 급속충전이 필요해.”

“급속충전 이라니....우웁!”

가슴을 만지는  손길에만 신경 쓰고 있던 유서연은 갑작스런 키스에 당황해서 양 팔로 나를 밀어냈다.
하지만 나는 더욱 강하게 그녀를 끌어당기며 입술을 탐했다.
첨부터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유서연의 앵두 같은 입술이 너무 탐스러워서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
그리고 이미 일을 저지르고 나서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입술이나 혀를 깨물면 어떡하지?
하지만 내 몸은 이런 걱정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어느새 나는 혀까지 집어넣고 있었다.

“우우웁!!”

유서연은  혀를받아들이기 싫은지 최대한 입술을 다물려고 힘을 주었다.
깨물지 않는  천만다행이다.
오히려 안심을 한 나는 더욱 거세게 혀를 집어넣고 그녀의 입 안을 핥았다.
결국 유서연의 혀는 내 혀와 서로 닿을 수밖에 없었다.

츄르릅~츄릅~

“후아~ 충전완료.”

“하아...하아...하아...”

10분 정도의 긴 키스가 끝나고 나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반면에 유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거친 숨만 몰아 뒤고 있어서  표정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아마도 엄청 화나있거나 냉기를 풀풀 풍기고 있을  같다.
나는 살짝 유서연의 눈치를 살피며 그녀가 고개를 들기를 기다렸다.
 참 동안의 가쁜 숨을 몰아쉰 유서연의 고개가 조금씩 들렸다.
나는 긴장하며 계속 눈치를 살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유서연의 표정은 아주 차가웠다.
일단, 꿈속이 아닌 곳에서 이렇게 강제로 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바짝 쫄았다.

“강 과장님.”

“어, 어, 말 해...유 보좌관...”

너무 차가운 표정으로 또박또박 나를 부르는 유서연의 물음에 나는 긴장하고 있는 티를 팍팍 내면서 대답했다.

“충전 확실히  드렸으니까 최창식 그 개새끼 확 밟아주세요.”

“어? 그거야 유 보좌관이 부탁 안 해도 그럴 생각이니까 걱정 마.”

나는 유서연이 욕하는  처음 들었다.
나에게 강제 키스를 당하고도 이런 반응이라면 유서연이 최창식에게 가진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다.
최창식 개새끼!넌 뒤졌어.

“그리고  과장님.”

“왜?”

“저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싫어.”

“....아직 무슨 내용인지 들어보지도 않았잖아요?”

“부탁이라는 단어는 들어줘야 하는 쪽에서 보면 무조건 손해거든.”

“후우, 알겠습니다. 그럼,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거래?”

“몽신님을  번 만나게 해 주세요.”

“몽신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네.”

“내가 부탁드리면 가능하긴 한데...분명 부탁이 아니라 거래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좋아. 부탁이라고 했으면 무조건 거절하려고 했는데 거래니까 허락한다. 하지만 몽신님을 만나는 시기는 최창식 그 새끼 밟아주고 난 뒤가 될 거야. 몽신님이 워낙 바빠서 말이지.”

그냥 최창식을 밟아주면서 유서연을 동시에 대면하는  귀찮아서 일 뿐이다.
일단, 내일부터 최창식을 밟아줄 생각이다.
그리고 배지영 일행에게 했던 것처럼 퇴사 시켜야지.
이런 새끼는 멘탈이 존나 약하기 때문에 1주일을  버틸 거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강 과장님은 몽신님의 대리자면서 제가 몽신님을 뵙고 싶다고 하는데도 안 궁금하세요?”

“어, 안 궁금해.”

사실, 존나 궁금하지만 그냥 몽신인 척 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재밌을 것 같다.
나는 일단 계속 관심 없는 척 했다.

“제가 강 과장님 보다 대리자로써의 역할을 더  할 자신 있다고 말하면 어떡하려고요?”

“그럼 더 좋지.”

“네?”

유서연이 진짜로 몽신의 대리자가 되고 싶다고 하면 시켜줘야지.
그리고 사실 내가 몽신이라고 밝히고, 유서연은  다시 나를 보좌하게 될 것이다.
그럼 유서연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됐고, 이제 거래의 조건이 나와야지?”

“아, 거래 조건...”

“딱히 생각해 둔 것도 없지? 그냥 일단 원하는 것부터 얻어내자는 생각으로 지르고 봤지?”

“........”

“내가 원하는 걸로 해도 상관없어?”

“너, 너무 무리한 건  됩니다...”

“무리의 기준을 잘 모르겠는데, 나도 처벌의 목적이 아닌 대상을 몽신님과 대면하게 해주는 게 결코 쉬운 건 아니야. 지금 말하는 걸 보니까 유 보좌관이 몽신님을 만나려는 목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같은데 그냥 없던 걸로 하자. 나도 시답지 않은 일 가지고 괜히 몽신님의 심기를 건드리는 위험은 피하고 싶으니까.”

“저를 몽신님과 대면시키려면 과장님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겁니까...?”

“당연하지. 몽신님의 성향이 결코 좋은 쪽은 아니라는 걸 유 보좌관도 잘 알잖아. 변덕도 심하고 남의 고통을 즐기는 분이지. 그건 나 역시 피해갈수 없다.”

“그렇군요...”

“유 보좌관이 몽신님을 만나려는 이유가  분의 기준에서 합당하지 못하거나 심기를 건드리게 되면  역시 죗값을 치러야 돼. 후우, 방금 몽신님이 빡친 거 상상했는데, 온 몸에 소름이 쫙~돋았어. 다시 생각 해 보니까 못 하겠다. 그냥 취소.”

“과장님! 이렇게 일방적으로 거래를 파기 하는 게 어딨습니까?!”

마음속으로 알레스카에서 웃통을 벗고 연어를 잡고 있다는 상상을 하며 스스로 열심히 최면을 걸었고, 겨우겨우 닭살 조금 만들어내서 유서연에게 보여주며 연기에 들어갔다.
내 말을 들은 유서연은 흥분하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지금까지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만 보여준 유서연이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건 처음 봤다.
몽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나름 중요해 보이는데, 점점 더 궁금해진다.
하지만 유서연의 표정을 보면 절대 나한테 말해주지 않을 것 같다.
뭐, 어차피 꿈에서 알게 될 테니 상관없다.
일단 내 작전이  먹힌 것 같으니까 빨리 원하는 걸 얻어내야겠다.

“와 씨발, 존나 이기주의네. 너도 죗값 치르기 싫어서 내 보좌관 노릇 하고 있잖아? 근데 나는 존나 고문당하고 불에 타죽는 고통을 겪어도 상관없다 이거네?”

“아, 아니...과장님이 조금 전에는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고 해서...”

“원래 자살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도 너무 뜸들이면 무서워서 결국 실패하는 법이야. 그러게 너도 내가 마음 바뀌기 전에 빨리 내가 원하는 조건 수락하고 끝냈어야지 왜 그렇게 까다롭게 굴면서 시간을 끌었어? 이제는 나도 무서워서 못하겠다.”

나의 단호한거절에 유서연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성관계를 원하시더라도 수락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만 생각 해 주세요.”

“진짜?”

“대신, 딱 한 번입니다. 그리고 성관계는 제가 몽신님을 만난 후에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래, 지금까지도 잘 참아왔는데 그 정도는 웃으면서 기다려 줄게.
그리고 처음 한 번이 어렵지 번 하고 나면 그 뒤로는 난이도가 확 줄어드는 법이지.

나는 진지함과 걱정스러움을 적절히 섞은 표정을 지으며 유서연의 말에 대답했다.

“후우, 내가 대리자 교육을 받으면서 상상도 못할 만큼 고통스러운 과정들을 많이 겪어봤는데,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 하지만, 유 보좌관에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으니까 특별히 딱 한 번만 부탁을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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