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25화
뜬금없는 내 말에 유서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싫습니다.”
일단 여기까지도 내가 예상한 대답이다.
나는 살짝 말을 돌려서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섹스 처음 해봤잖아. 느낌 어땠어?”
“너무 불쾌하고 찝찝합니다. 사랑하는 사이도 아닌 사람과 이런 행위를 하다는 게 기분 좋을리 없지 않습니까.”
“뭐, 그렇다면 어쩔 수없지. 근데 한 번 정도는 더 해줘도 되지 않아? 오늘의 섹스는 원래 몽신님을 만나게 해주는 거래조건이었고, 내가 지옥불의 고통을 당하면서 유 보좌관의 어머니를 만나게 해줬으니까 거기에 대한 보답으로 말이야.”
“.....고맙게 생각하고는 있는데, 혹시 이런 목적으로 대신 고문당한건가요?”
“전혀 없지는 않지.”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과장님이 원할 때 한 번 더 성관계를 가질게요.”
“양심은 있어서 다행이네.”
유서연은 여전히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역시 내 예상대로 처음보다는 쉽게 허락했다.
그때,유서연은 잠시 뭔가를 고민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강 과장님. 저와의 성관계를 가지는 게 그렇게 좋은가요?”
“당연한 걸 왜 물어.”
“그럼 앞으로 더 자주 해 드릴 테니, 과장님도 제 부탁...”
“아니, 그딴 부탁 하지 마.”
“무, 무슨 부탁인지 아직 말도 안 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네가 할 부탁이 하나밖에 더 있겠어? 더구나 나랑 떡칠 때 기분이 그렇게 더럽다고 해놓고 그걸 다시 허락한다고 할 정도면 말이야.”
“....”
“다시는지옥불에 들어갈 생각 없으니까, 그딴 부탁 할 생각 하지 마.”
“과장님 제발...한 번만 더 엄마를 보게 해주세요! 진짜, 딱 한 번 만...”
“씨발, 너 존나 착한 척은 다 하더니 완전 이기주의자였네. 지옥불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고문인데, 겨우 몸 한 번 대주는 걸로 그 고통을 또 겪으라고?”
내가 원하는 그림에 점점가까워지고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다.
그래도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 나는 존나 빡친 척 연기를 했다.
“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가 과장님께 해드릴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어서 그래요...과장님도 제 몸을 원하잖아요...”
“존나 원하는 건 맞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야. 적당히 고통스러워야 말이지. 그리고 성관계 한번에 지옥불 고문 한번은 절대 공평한 거래 조건이 아니야.”
“그, 그럼...?”
“죽은 자의 영혼은 한 달에 한 번만 불러올 수 있다. 당연히 내가 지옥불의 고통을 받은 대가로 어머니의 영혼을 한 번 불러오면 그 한 달이란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내가 원할 때마다 섹스 할 수 있어야 공평한 거래지.”
“마, 말도 안 돼! 그럼 제가 한 달에 한 번씩 엄마를 보기 위해서는 평생 과장님의 성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잖아요!”
“난 강요한 적 없다. 그게 공평하다는 걸 말한 것뿐이지. 그리고 사신(死神)과 추가 거래가 없는 상태로 시간이 좀 더지나면 유 보좌관 어머니의 영혼은 저승으로 넘겨져서 소환 자체가 불가능 해 질 거야.”
내 말에 유서연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확실히 효과가 있는지 유서연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입을 열었다.
“과장님이 원하는 대로 할게요. 그러니까, 저와 거래를 해 주세요...”
드디어 내가 원하는 말을 들었다.
어차피 지금 상황을 보면 직접적인 성관계를 제외하고 유서연은 거의 나에게 종속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비참하긴 하지만 현재 자신의 처지에서 추가적으로 몸만 허락하게 되면 어머니를 볼 수 있으니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
그리고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영원히 엄마를 볼 수 없다는 내 말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유서연의 말에 곧 바로 대답하지 않고 깊은 고민에 빠진 척 한 참을 뜸 들였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후우, 진짜 그 지옥불의 고통은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지만, 내가 정말 아끼는 유 보좌관을 위해서 희생할게. 그럼 한 달에 한 번씩 어머니 만나게 해 줄 테니까 우리의 거래는 지금 이 시간부터 바로 시작이다.”
“알겠습니다...”
이 대화를 끝으로 나와 유서연 사이에는 한 참 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나는 지금 당장 유서연에게 무엇을 요구할까고민하는 중이고, 유서연은 그런 내 표정을 보면서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바짝 얼어있었다.
“일단, 여기 청소부터 좀 해”
“청소...말입니까?”
“이 아파트 팔려고 부동산에 올려놨는데 내일 집 보러 오는 사람 있거든. 너도 보면 알겠지만 좀 많이 더러우니까 깨끗하게 치워.”
“알겠습니다...”
유서연은 내가 처박아둔 청소기를 잘도 찾아와서 거실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나는 청소중인 유서연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외투를 챙겨 입고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었다.
“어디 외출 하나요...?”
“담배 사러.”
“아, 네...”
“금방 다녀올 테니까, 청소 깨끗하게 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다녀오세요.”
나는 평소에 자주 애용하는 마트에 들러서 담배를 사고 이런저런 간식거리도 같이 구매했다.
조금 전에 분식을 배달시켜서 먹긴 했지만, 양이 조금 부족했는지 다시 살짝 배고파졌다.
그리고 최대한 부드러운 재질로 된 수건도 몇 장 구매했다.
쇼핑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들어온 나는 순간적으로 잘 못 찾아온 줄 알았다.
“오오, 진짜 많이 깨끗해졌네?”
“눈에 잘 보이는 곳만 그래요. 아직 구석에 청소할 곳이 많아요.”
유서연은 평소에도 사무실의 자기 자리를 정말 깨끗하게 사용하고 정리정돈을 잘한다.
청소 실력이 상당히 좋은지 내가 자리를 비운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깨끗해져 있었다.
하지만 유서연의 말대로 구석구석 잘 보이지 않는 곳에는 더럽기 때문에 청소기가 아니라 손으로 직접 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부드러운 재질의 수건을 사온 것이다.
“자 이거 빨아서 걸레로 써.”
“안 그래도 걸레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잘 사오셨어요.”
내가 없는 동안 청소를 하면서 유서연의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그 짧은 시간에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걸까?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계속 말끝을 흐린다거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는데, 지금은 원래의 모습 까지는 아니지만 많이 차분해진 말투로 돌아와 있었다.
싱크대에서 내가 사다준 수건에 물을 적시며 빨고 있는 유서연의 뒷모습을 보면서 잠시 생각하던 나는 무심코 그녀에게다가갔다.
내 손은 어느새 그녀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꽉 쥐어짜듯이 짓누르고 있었다.
유서연은 갑자기 느껴진 내 손길에 놀라서 한번 크게 움찔하긴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수건을 빠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치마를 위로 걷어 올리고 팬티를 내렸을 때도 말없이 수건을 빨았다.
나는 유서연의 팬티를 무릎정도에 걸쳐두고 양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힘껏 벌렸다.
항문과 함께 보지가 활짝 벌어졌다.
비록 유서연의 표정은 볼 수 없는 위치에 있지만 안 봐도 충분히 예상은 된다.
나는 그녀의 벌어진 보지 구멍 주변을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다가 얼굴을 엉덩이에 파묻고 혀로 핥았다.
“아아....하앗!”
결국 유서연은 수건을 빨던 행동을 멈추고 양손을 싱크대 위에 올려둔 채 몸을 비틀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신음소린지 비명소린지 알 수 없는 소리들이 흘러나왔고 급기야자기 손으로 입을 막아 버렸다.
“하우우웁...으읍...흐읍...”
후루릅~후르릅~
나는 일부러 상스러운 소리가 나도록 그녀의 보지를 혀로 핥고 빨았다.
섹스 할 때도 생략했던 행위를 이렇게 기습적으로 하고 있으니 유서연은 정신을 차리기 힘든 모양이다.
결국 유서연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역시 맛있어. 나는 TV보고 있을 테니까, 내가 사다준 수건으로 구석구석 청소 깨끗하게 해.”
유서연은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서 숨을 헐떡일 뿐 내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럴 정신이 없어 보였다.
유서연은 제법 오랫동안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일어나서 다시수건을 빨고 청소를 이어갔다.
나는 소파에 누워서 그런 유서연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TV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2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유서연은 소파에 누워 있는 내 앞으로 다가왔다.
“청소 다했습니다. 한 번 둘러보시고 마음에 안 드는 곳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나는 소파에 누운 상태에서 고개만 살짝 들어서 주변을 살펴봤다.
존나 깨끗해진 우리집의 모습에 어색함 마저 느껴졌다.
내가 이 집에서 살면서 지금처럼 깨끗한 적이 없었다.
“볼 필요도 없겠다. 깨끗하게 잘 했네.”
“그럼...이제 뭘 하면 될까요?”
“쉬지도 않고 청소 했는데 좀 쉬어. 자, 여기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고.”
나는 마트에 갔을 때 사온 아이스크림 하나를 유서연에게 건네주었다.
아주 친절하게 봉지도 까서 줬다.
“아, 감사합니다.”
청소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유서연의 이마에서는 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나는 청소에 사용하지 않은 새 수건 하나를 뜯어서 유서연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미친 듯이 부려먹었으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지.
“제, 제가 하겠습니다...”
“내가 해 줄 때는 그냥 가만히 있어.”
“네...”
나는 아주 정성스럽게 그녀의 이마와 목에 흐른 땀을 수건으로 닦아주고 덤으로 입술에 묻은아이스크림도 내 입으로 쪽 빨아서 깨끗하게 해줬다.
유서연의 마지막 내 행동에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그 뒤로 나는 별 생각 없이 그냥 유서연을 끌어안고 소파에서 뒹굴며 TV를 봤다.
나에게 안긴 유서연의 표정은 거의 무표정에 가까웠다.
그냥 생각을 비운 것 같기도 하다.
“무슨 생각 해?”
“아, 그냥 앞으로 생활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
“그런 고민은 굳이 안 해도 될 거야.”
“네...?”
“앞으로너는 내가 시키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되니까. 너의 주관적인 생각은 크게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
“그런...”
“아, 내가 말실수 했네. 생각은 당연히 하고 살아야지. 단, 유 보좌관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부분은 오로지 나의 편의를 위한 행동뿐이다. 어설프게 내 일에 간섭하거나 내 의견에 반박하는 짓은 하지 마.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잘 알겠습니다...”
거슬리는 행동을 했을 때는 앞으로 영원히 어머니의 영혼을 볼 수 없을 거라는 협박성 멘트를 굳이 하지 않았지만 유서연은 충분히 이해한 것 같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엄마의 영혼을 만날 수 있으니 적응만 하면 나름 괜찮지 않나?
물론, 그 적응이 쉽지는 않겠지만.
“벌써 새벽1시가 넘었네. 이만 자러가자.”
“저, 저도 오늘 여기서 자는 건가요?”
“시간도 늦었는데 자고 같이 출근하자.”
“알겠습니다. 그럼 베게 하나 더 챙겨 올게요.”
“우리집에 베게 하나밖에 없어.”
“그럼 저는 그냥 제 옷 말아서 베고 자겠습니다.”
“걱정 마. 내가 팔베개 해 줄 테니까.”
나는 처음으로 머리를 베개에 닿고도 바로 잠들지 않았다.
확실히 유서연을 끌어안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서인지 쉽게 잠들지 않았다.
나는 유서연의 머리를 내 팔위에 올려두고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상태로 누워있었다.
유서연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그녀는 큰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자동적으로 손이 움직이며 그녀의 볼을 만지작거리며 쓰다듬었다.
비록 내가 강제물 취향이긴 하지만 가끔씩 이런 모습에 약해지기도 한다.
“왜 안자? 자는 것 가지고 뭐라 하진 않으니까, 얼른 눈 감고 자. 오늘 나랑 섹스하고, 청소도 한다고 고생 많았어.”
갑자기 내가 다정한 말투로 이런 말을 하니까 유서연은 당황스러운지 눈을 더 빠른 속도로 깜빡거렸다.
그러다가 유서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잠이 안 와서요. 그런데 강 과장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야?”
“그냥 성격을 종잡을 수 없어서요. 솔직히 말해서 좋은 성격은 아니잖아요. 저질스럽고, 반인륜적인 협박도 하고, 변덕도 심하고. 그런데 아주 가끔이지만 따뜻한...까지는 아니고 정상적인 모습도 보여주니까 혼란스러워서요.”
“내가 말 안 해도 이미 잘 알고 있네. 기분에 따라서 성격이 좆꼴리는대로 막 바뀌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사람. 그리고 기분 존나 좋으면 아주 가끔, 정상적인 사고를 할 때도 있지.”
“그렇군요. 그럼 지금은 기분이 좋다는 뜻이네요?”
“지금은 아주 좋아. 근데 조심해. 언제 개망나니로 바뀔지 모르니까.”
유서연은 내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고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이런 나의 행동에도 유서연은 여전히 눈을 감고 미동도 없었다.
잠시 후, 유서연에게서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감고 1분 만에 잠드는 걸 보니, 피곤하긴 했나보다.
아무튼, 내일부터는 더 재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