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37화
역시나 꿈에 소환된 진세희는 나를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웃는 얼굴이었지만, 왜 현실에서는 내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지 궁금한 표정이다.
그러면서 은근히 내 몸을 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며 그녀를 밀쳐냈다.
“오늘도 섹스 안할 거야?”
“꺼져.”
“어휴, 현실의 강민철은 나한테 찍소리도 못하는데...꿈속의 강민철은 완전 다른 남자라니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존나 변태 같은 취향은 알겠는데 저기 가서 혼자 자위나 해라.”
“칫, 진짜 너무하네.”
아무리 애를 써도 나와 섹스 하기는 힘들다고생각했는지 정말로 진세희는 침대에 누워서 어제처럼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다.
윙크를 하며 나를 유혹 중인것 같다.
나도 바로 침대위로 올라가서 저년을 마구 깔아뭉개고 싶지만 애써 참았다.
결국 오늘도 그녀는 신체가 사라질 때까지 혼자서 자위만 했다.
나와 진세희의 이런 관계는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았다.
무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이어졌다.
정말 못 참겠는지 지랄발광을 할 때는 가끔 내가 입으로 보지를 빨아주는 정도의 서비스를 해 주었다.
진세희는 지금도 여전히 꿈에 들어오자마자 왜 현실에서는 나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건지모르겠다고 투덜거렸다.
지금까지 침묵하던 나는 오늘 처음으로 넌지시 그녀에게 물어봤다.
“현실에서 내 모습이 기억나면 뭐가 달라지는데?”
“그냥, 느낌이 새로울 것 같아서.”
과연 어떤 감정이 들까?
나도 존나궁금하다.
존재감을 다시 100으로 올려두고 내일 현실에서의 반응을 한 번 지켜볼까?
내 모습이 기억난다고 해서 서로의 꿈이 연결되어 있다고 확신하지는 못할 거다.
***
사무실로 들어오는 순간 내 심장이 두근거린다.
어제 꿈에서 진세희에게 각인된 나의 존재감을 다시 100으로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내가 떠오르고 있을 것이다.
역시나 내가 사무실로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진세희는 나만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느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자연스럽게 내 자리에 앉았다.
진세희는 생각이 복잡해졌는지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 별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후부터는 나에게 별로 관심 없다는 듯 태연하게 자기 할일을 했다.
나도 일단은 좀 더 그녀를 지켜보기로 했다.
결국 6시 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도 진세희는 나에게 특별히 시선을 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꿈속의 강민철과 현실의 강민철은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끊은 것처럼 보인다.
오늘의 반응을 지켜보고 교육 방식에 변화를 좀 주려고 했는데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업무시간이 끝났으니 나는 이만 퇴근하기로 했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려던 나는 주머니에 담배가 없는 걸 확인하고 1층 로비로 나와서 회사 건물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계산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담배를 입에 물고 오늘 하루의 피곤함을 달래고 있을 때 누구가 내 이름을 불렀다.
“강민철 과장.”
“콜록 콜록...”
너무 놀라서 담배연기를 머금은 상태로 미친 듯이 기침을 했다.
아니, 이년이 여긴 갑자기 왜 왔지?
“다른 직원들은 전부 야근하는데 강민철 과장은 아주 한가하네?”
“아닙니다...오늘 특별이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어제도 일찍 가던데. 그래가지고 승진은 할 수 있겠어요?”
“.....”
진세희 이 씨발년은 자기도 6시 땡하면 집에 가면서 나한테만 지랄이다.
그리고 편의점에 물건 사러 온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내 뒤를 밟은 건가?
이렇게 시비 걸고 싶어서?
아무리 현실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사라고 하지만 내 기분이 존나 더러워져서 할 말은 해야겠다.
“진세희 차장님, 저 바빠서 이만 가야할 것 같습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시면 내일 사무실에서 하세요.”
나는 살짝 건방진 눈빛으로 딱 부러지게 말 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뜬금없는 그녀의 한 마디에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커피 한 잔 할래요?”
“저와 진세희 차장님이 함께 커피 마실 사이였습니까?”
“저와 강민철 과장님의 관계가 뭐 어때서 그래요? 잠시만 기다려 봐요. 금방 들어가서 커피 사올 테니까.”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진세희가 얼른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고 캔커피 두 개를 사왔다.
아주 자연스럽게 커피 하나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년이 미쳤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녀가 주는 커피를 마다하지 않고 바로 따서 마시며 담배를 한대 더 피웠다.
“저 빨리 가야합니다. 갑자기 커피까지 사주시고 무슨 일입니까?”
“말투 보니까 화나신 것 같네요. 제가 쉬는 시간에 늦게 들어왔을 때, 뭐라 했다고 아직 맘에 두고 있어요?”
“상사가 물으면 이런 질문에도 꼬박 꼬박 대답을 해야 하는 겁니까?”
“뭐, 꼭 그런 건 아니고...강 과장님이 시간 없다니까 본론만 말할게요.”
“그러세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지 진세희는 살짝 주변을 살피면서 최대한 주의를 기울였다.
나와 진세희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강 과장은 술상무를 자처하면서 까지 승진하고 싶어요?”
“하아...”
이 미친년이 지금 또 나를 비꼬고 싶은 거구나.
진짜 혈압이 올라오는 것 같다.
나는 오늘 밤, 꿈에 들어가면 곧 바로 이년을 사막 한 가운데 던져놓고 존나괴롭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아, 오해 하지 말고 계속 들어봐요.회사에서 승진하고 싶은 욕망이 큰지 물어보는 겁니다.”
“그런 욕망 전혀 없습니다. 능력이 없으니 그런 일이라도 하면서 안 잘리고 붙어 있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이제 됐습니까?”
원래는 정말 그런 심정으로 박 부장의 왼팔이 되어 술상무 노릇을 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말이 다르다.
내가 가진 미친 능력으로 밥벌이를 넘어서 가지고 싶은 건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다만, 그 동안 동고동락했던 박 부장과 술을 함께 마시던 남자 직원들과 정이 들어서 취미삼아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을 뿐이다.
아무튼, 나는 진세희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군요. 강민철 과장은 지금 박 부장 라인이죠?”
“사적인 질문은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뭐, 이미 사무실 직원들도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혹시, 제 라인으로 갈아타지 않을래요?”
“그게 무슨...”
“2년 안에 차장 승진 보장 해드릴게요.”
“하아, 그게 가능할리 없지 않습니까.”
“박 부장은 불가능하지만 저는 가능해요.”
“저보고 유흥질로 과장을 달았다고 불쾌하다고하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왜 무능한 저를 차장님 라인으로 데려가고 싶어 하는 겁니까?”
“왠지 강 과장님만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요.”
이 미친년이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같다.
입 꼬리도 슬쩍 올라가는 걸보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그래도본인 입으로 확실히 들어보는게 좋겠지.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도대체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기에 그런 승진 약속까지 하는지 궁금하군요.”
“강 과장이 유흥을 즐긴다는 건 이미 저도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어요. 접대 여성들 보다는 제가 더 매력 있지 않아요?”
역시나 이럴 줄 알았지. 이런 씨발년.
꿈속 강민철의 튼실한 자지를 잊지 못해서 현실의 나를 유혹하는 거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좋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 년을 엿 먹이려면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무슨 말씀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제안이라서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이렇게 좋은 조건이 어디 있다고 고민을 해? 2년 뒤에 승진도 시켜주지, 무엇보다 나와 섹스도 할 수 있다는데.”
진세희는 이제 나에게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섹스”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나를 유혹했다.
“오늘은 이만, 약속 시간이 다돼서 먼저 가 보겠습니다.”
“어, 어... 그냥 이렇게 가면 어떡해...야야, 강민철! 진짜 이런 기회 없다. 딱, 내일까지 생각할 시간 줄 테니까 그렇게 알아.”
존나 간절한 게 눈에 보이는데 내일까지는 무슨.
아마 내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계속 들러붙을 것 같다.
자신의 감정을 전혀 감추지 못하고 있는 진세희의 모습을 보며 나는 교육의 방향을 제대로 잡았음을 짐작했다.
***
오늘도역시 꿈에 들어와서 진세희의 영혼을 소환했다.
동기화과 끝난 진세희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처음으로 현실에서 내 모습을 기억했으니 당연했다.
“아아! 진짜, 꿈속 강민철이나 현실의 강민철이나 존나 말 안 통하는 건 똑같다니까!”
“이 미친년아 시끄러우니까, 소리 그만 질러. 그리고 현실에서 무슨 일 있었는데?”
나는 현실의 강민철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듯 진세희에게 물었다.
역시나 진세희는 나에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 내가 그 벌레 같은 현실의 강민철에게서도 성욕을 느꼈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큰맘 먹고 섹스하자고 제의를 했더니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딱 보니까 거절당했네.”
“존나 쪽팔려 죽겠다니까! 그런 벌레 같은 인간한테 내 몸을 대준다고 한 것도 인심 팍팍 쓴 건데 뭐? 고민을 해? 아아앙!!!”
“그래도 거절은 아니잖아. 고민한다고 했으니까 거절당하지 않도록 더 달콤한 제안을 하면서 살살 꼬셔봐.”
“일단 그건 내일 회사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오늘은 제발 섹스 한 번만 하자...”
“인심 썼다. 자 이거나 빨아.”
“아앙! 이거라도 고마워!”
나는 바지와 팬티를 내려서 발기된 내 자지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진세희는 아주 기뻐하며 사탕을 빨아먹듯 혀를 낼름거리며 내 자지를 핥았다.
나는 아주 조금씩 당근을 툭툭 던지며 그녀의 흥분상태를 계속 유지하도록 했다.
나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상태는 유지 해줘야 하니까.
***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열었더니 등록되지 않은 번호의 누군가의 문자 메시지가 날아와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누르고 확인했는데 자신이 누군지도 밝히지 않고 바로 할 말을 적어서 보낸 메시지였다.
그래도 발신자가 누군지는 바로 알아 차렸다.
[강민철 과장, 오늘 출근하면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지하주차장 B2-3에 내 차 주차해 놓을 테니까 거기로 와.]
딱 봐도 진세희 차장이다.
그리고 아직 출근시간은 한 참이나 남았는데 저렇게 주차장 위치까지 적어 놓은 걸 보면 경비아저씨에게 전화해서 강제로 자리 맡아두라고 협박을 한 모양이다.
참 여러모로 쓰레기 같은 년이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출근시간 5분을 남기고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본능적으로 박 부장에게 깨지지 않기 위해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 나가던 나는 불현듯 진세희가 보낸 문자 내용이 생각났다.
아, 씨발년! 시간도 없는데 왜 주차장에서 보자고 하는 거야.
마음 같아서는 그녀의 문자를 씹고 그냥 사무실로 바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문자를 보낸 걸 보면 뭔가 중요한 말을 할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방향을 바꾸어 B2-3 구역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존나 비싸 보이는 스포츠가 떡하니 주차되어 있다.
역시 돈 많은 영감을 남편으로 두고 있어서인지 억소리 나는 차를 타고 다닌다.
썬텐이 워낙 강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당연히 운전석에 진세희가 앉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나는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
역시나 그녀는 운전석에 앉아있었고 나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물었다.
“결정했어? 역시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지? 그치?”
“결정은 했는데, 역시 못 들은 걸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지금 출근시간 1분밖에 안 남았거든요?”
“아씨, 지금 출근시간 그딴 게 중요해? 내가 알아서 커버 칠 테니까 그건 신경 쓰지 말고, 도대체 내 제안을 거절하는 이유가 뭐야? 조건이 약해?”
“조건이 약하다면요?”
“진작 말하지 그랬어. 누나가 용돈 줄까?”
이 씨발 년이 이제 또 호칭을 누나로 바꿨다.
뭐, 나보다 2살 많으니까 누나는 맞는데 너무 훅훅 들어오니까 당황스럽다.
돈이 필요하긴 하지.
그렇다고 진세희 입장에서가장 쉬운 방법인 돈지랄을 허락할 수는 없다.
그래도 용돈으로 얼마를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는 보자.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나랑 섹스 한 번에 30만원. 어때?”
“너무약한데요?”
“50만원!”
오, 단 번에 2배 가까이 뻥튀기 됐다.
떡도 치고 돈도 벌고 존나 좋은 기회이긴 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진세희 에게 돈지랄이란 너무 쉽다.
나는 여기서 본격적인 그녀의 목에 줄을 채우기로 했다.
“섹스 한 번에 50만원은 아주 좋은 조건이긴 합니다. 단, 섹스는 차장님이 원할 때가 아니라 제가 원할 때 마다 할 거고, 횟수당 50만원입니다.”
“야야, 조건이 조금 이상한 것 같지 않아?”
“싫으면 관두세요.”
“에휴, 알았어. 그렇게 할게.”
“만약에 계산대로 돈을 지급하지 않을 시에는 이 녹음 자료를 남편에게 보낼 겁니다.”
진세희가 나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대사를 틀어주면서 녹음이 아주 잘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야야! 너 미쳤어? 무, 물론 내 책임이 더 크긴 하지만 그거 남편한테 넘어가거나 외부에 공개되면 너도 피해를 입는다고!”
“차장님이 돈을 떼먹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리고 저 보다는 차장님이잃을 게 더 많겠죠. 저도 피해를 보면서 까지 이걸 넘기고 싶지는 않으니 부디 그런 일이 없길 바랍니다.”
“지, 진짜 성관계에 대한 돈만 잘 주면 괜찮은 거지?”
“그럼요.”
당연히 내가 이걸 공개하거나 할 일은 절대 없다.
나 역시 피해를 보긴 할 테니까.
하지만, 진세희에게는 엄청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어떻게든 이 녹음 파일이 공개 되는 걸 막으려 할 것이다.
나는 그저 협박용으로 잘 활용하면 그만이다.
“섹스 한 번에 50만원정도를 내가 지불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너도 그거 간수 잘해.”
나도 이년의 남편이 얼마나 부자인지는 잘 알고 있다.
물론, 이런 비용으로 사용할 돈은 대놓고 요구하지 못할 테니, 이런 저런 핑계로 얻어야겠지만 그래도 재력가라면 몇 억 까지는 충분히 땡겨 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과연 몇 억 가지고 될까?
오늘부터 꿈속에서 진세희, 저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척 하면서 섹스를 시작할 생각이다.
당연히 [체력회복]기능을 무한으로 사용하면서 아침이 될 때까지 미친 듯이 떡을 쳐야지.
나는 분명 현실에서의 섹스만회당 50만원으로 책정한다고 말 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