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화 (49/113)



〈 49화 〉49화

내 손에 들려진 종이에 이유림 집안 사람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차례로 적혀있다.
이유림이 나와의 약혼을 조건으로 전해준 자료였다.
나는 가장 위에 적힌 인물의 주민등록번호를 먼저 암기했다.
이름은 이유한.
바로 이미 돌아가신 이유림의 증조할아버지다.
대법관 출신의 국회의원이었다고 하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인물정보에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다.
일단, 살아생전에 많은 것을 누렸던 인간이라면 내 입장에서는 확실히 다루기는 쉬울 것 같다.

이유림의 증조할아버지라는 이유한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고 영혼을 소환했다.
무슨 도인처럼 수염을 기른 노인이 내 앞에 나타났다.
역시나 처음에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천천히 주변 상황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준 덕분에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긴 했다.
특히, 종교의 영적인 힘을 들먹이며 내가 영혼을 소환했다고 했더니 완전히 믿는 눈치다.

“그러니까 곧 머지않아 우리 종교에 엄청난 재앙이 들이닥친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허어...어찌 이런 일이...”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저는 축복의 기운을 강하게 타고났기 때문에 재앙에 대항할 힘이 있습니다.”

“오오...역시, 죽은  영혼까지 소환할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이런 귀인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현재 이유한 님의 증손녀인 이유림이라는 여성이 저와 궁합이 가장  맞는 것으로 나오는군요.”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이유한에게 내 의도를 전달했다.
내 말을 완전히 믿고 이는 이유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리고 내 취향에 대해서 간섭받지 않도록 존나 확실하게 못을 박아두었다.

“사실, 제가 사용하는 영적인 힘은 무한정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그럼 재앙을 막기 힘들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저는 여성의 정기를 통해서 기운을 다시 회복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운은 아무 여성에게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아,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귀인께서 우리 증손녀와 혼인을 하더라도 정기를 가진 다른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말 아닙니까?”

“안타깝게도 그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가문의 미래가 달려있는데 그런 사사로운 일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문제는 후손들이 재앙에 대해서 인지하고 귀인의 깊은 뜻을 헤아릴  있어야 하는 것인데...”

“만약, 제가 후손들의 영혼을 이유한 님 앞으로 불러들인다면 충분한 해결책이 되겠습니까?”

“아무렴! 우리 가문의 종교 윤리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항렬이 높은 선조의 말씀은 절대 무시해서는  된다는 겁니다.”

“좋습니다. 제가   후에 후손들의 영혼을 불러올 테니, 오늘은 살아생전 좋아하시던 양주를 즐기도록 하세요.”

“이, 이것은....!”

‘진실의 눈’을 통해서 이유한의 모든 것을 파악한 나는 그가 살아생전에 좋아하던 양주와 안주를 준비해주었다.
내가 가문도 지켜주기로 했으니 걱정거리도 사라졌고, 당연히 이런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유한의 이름을 팔아서 이 가문을  입맛대로 이용하려면 확실히 내 편으로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정신없이 술잔을 비우고 있는 이유한의 모습을 보며 나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마주 앉아서 술잔을 기울였다.

***

나는 이유림과 약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과의 인사와 정식 약혼식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림은 이제 완전히 나를 약혼자로 생각하며 행동하고 있다.

“민철 씨, 이제 저와 약혼까지 할 사인데 민지와의 관계는 정리해야하지 않을까요...?”

“너무 갑작스럽게 말하면 민지도 당황스러울 수 있으니 좀  기다려.”

“네, 그렇게 할게요.”

나와 이유림은 호칭을 따로 정리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그녀는 나에게 민철 씨라고 부르며 존댓말을 했고, 나는 그냥 반말을 했다.
오늘은 주말이고 해서 이유림을 데리고 쇼핑을 나왔다.
내가 이유림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었더니 백화점에 함께 가고 싶다는 것이다.

“이 옷, 괜찮아 보이는데 민철 씨가 보기에는 어때요?”

“심플하고 깔끔하네.”

“그럼 이거 포장해 주세요.”

이유림은 내 대답을 듣자마자 직원에게 그 옷을 포장 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이유림이 구매하고 있는 이 옷은 그녀의 옷이 아니라 바로 내가 입을 옷이다.
조금 전에는  구두를 사더니 이 번에는 정장을 사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모든 계산은 이유림이 했다.
나는 아주 당연하다는  그녀가 사주는 것들을 챙겼다.
이유림도 흐뭇하게 웃는 걸 보니, 나를  더 품격 있는 약혼자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거운 모양이다.

“이제 대충  건 다 산 것 같으니 나가요.”

“이제  하고 싶은데?”

“글쎄요. 민철 씨는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요?”

“나는 지금 이게 좀 급해.”

“어머...”

나는 이유림의 손을 잡고 내 바지 주머니로 집어넣었다.
그녀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자지를 만져보더니 민망해 하면서도 살짝 기대에 찬 표정을 짓는다.

“그, 근처에 호텔로 갈까요...?”

“빨리 가자. 존나 급하니까.”

호텔에 도착한 나는 존나 급해서 샤워도 하지 않고 이유림의 옷을 벗겼다.
이제 더 이상의 반항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여전히 부끄럽긴 한  같다.

내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질을 문지르자 곧 바로 끈적한 액체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보지 구멍 안으로 완전히 집어넣고 휘저었더니 슬슬 홍수가 터질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얼른 입을 가져다 대며 혀로 핥았다.

“아아아...!”

이유림의 신음소리와 함께 내 입안으로 달달한 애액들이 주르륵 흘러 들어왔다.
이제 나에 대한 혐오감이 완전히 사라졌는지  손길에 아주 쉽게 흥분하는 것 같다.

“내가 손으로 만져주니까 어때?”

“하아...하아...좋아요....”

“며칠 전에만 해도 강제로 너를 덮친 남자인데 혐오스럽지 않아?”

“흐앗...저,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하앙! 이제는...그 때를 떠올려도 흥분이 돼요...하악....”

“너 이렇게 음란한 여자였어?”

“다, 당신 앞에서만 그런 거예요...절대로 음란한 여자가 하앙~아니에요....흐으읏~”

확실히 약혼을 약속하고 만나면서부터는 행동뿐만 아니라 마음가짐도 완전히 바뀌었다.
꿈속에서 ‘진실의 눈’을 통해서 살펴봐도 아직 사랑의 감정까지는 아니지만 나에 대한 설레는 감정이 생긴 것만은 확실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통해서 처음 겪어본 섹스가 그녀에게는 아주 긍정적으로 느껴진 모양이다.
감정을 속일필요가 없어진 지금은 마음껏 신음소리를 지르며 행복해 하고 있다.

“넣어줄까?”

“빠, 빨리 넣어주세요...”

내가 자지를 삽입하지 않고 계속 질 주변을 문지르고만 있으니 안달이 났는지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그러다가 보지 안으로 자지를 쑤셔 넣어주자 힘을 주어 질을 조였다.

찰싹 찰싹.

“하아아악!”

나는 이유림의 엉덩이를 때려가면서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그녀는 콧소리가 잔뜩 섞인 신음소리로 좋아 죽겠다는 말을 대신했다.
내가 사정하고 나서 침대에 누워있으니 이유림이 휴지로 자신의 보지를 대충 닦아내고 내 팔을 베고 같이 누웠다.

“저기... 민철 씨, 혹시라도 우리 집에 인사드리러 갔을 때, 기분 안 좋은 말을 듣더라도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는 마세요.”

“그게 그렇게 걱정이야?”

“네...예전에 사촌 언니가 결혼할 남자라고 데려온 남자가 의사였는데도 이런 저런 조건 따지더니 반대가 심해져서 결국 헤어졌거든요. 아마, 민철 씨는 이미 저와 성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반대는 못하겠지만 좋은 시선으로 보지는 않을 거예요.”

“무슨 말인지 잘 알겠으니까, 내 꼬추에 있는 정액이나 입으로  빨아 먹어 봐.”

“무슨 맛일지 궁금했는데.”

이유림은 의외로 거부감 없이 바로 정액이 잔뜩 묻어있는  꼬추를 입에 넣고 빨았다.
목젖이 움직이며 꿀꺽 꿀꺽 삼키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인상을 좋지 않다.

“으으, 별로 맛은 없네요. 비릿해요.”

“그래도 앞으로 계속 먹어.”

“민철 씨가 원하면 해야죠.”

***

이유림의 증조할아버지인 이유한의 영혼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
그 동안 나는 이유림과 만나서 데이트를 즐기며 섹스도 자주했다.
여느 커플들과 비슷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유림은 자신의 종교로 부터 뭔가 저주가 내려질까 겁이 나는지 하루라도 빨리 집안의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정식으로 나와 약혼을 하고 싶어 했다.
이제 오늘이 지나면 이유림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을  같다.

드디어 오늘 이유한의 영혼을 다시 불러 올  있는 날이 되었다.
꿈속에 들어와서 이유한의 영혼을 소환하자마자 그는 나에게 귀인이라며 공손하게 인사부터 건넸다.
그리고 은근히 술상을 바라는 눈치다.
나는 이유한이 원하는 대로 술상을 준비해주었다.
그는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술을 들이키며 안주를 집어 먹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듯이, 후손들의 영혼을 소환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자식 녀석이 지금 가문의 가장 어른이라고 하니, 대화를 그리 길게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 녀석은  말이라면 무조건 따를 녀석이니까요.”

나는 이유림을 제외한 모든 후손들의 영혼을 소환했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갑자기 낯선 곳에 소환되면서 납치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하나둘 씩 친척들이 허공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보고는 꿈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재정신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앞에는 이상하게 생긴 노인네가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으니 기가 막힐테지.

그런데 딱  사람. 현재  집안의 최고 어른이자 권위적인 인물인 이유권은 그 자리에서 몸을 부르르 떨더니 털썩 주저앉았다.

“아, 아버지....”

“오냐, 애비다. 이리 와서 한 잔 받거라.”

“지, 진정 아버지가 맞습니까...?”

“허어, 네놈이 대학교에 입학할 때 애비가 시계를 선물로 사주지 않았더냐.”

“아아....그 시계는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아버지....”

이유권은 주저앉은 상태에서 무릎을 질질 끌며 이유한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술상 앞에 마주앉았다.
궁금한 게 너무 많지만 일단 아버지가 주는 술을 먼저 천천히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이유권이 아버지라 부르는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후손들도 제사상에 걸린 초상화를 떠 올리며 돌아가신 조상님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유권아 잘 듣거라. 그리고 뒤에 있는 후손들도 마찬가지다.”

“네, 아버지...말씀하세요. 새겨듣겠습니다.”

“나를 비롯해서 너희들은 어떤 영적인 힘에 의해서 이곳에 영혼이 소환 된 상태다. 우리 종교의 힘과는 또 다른 영역이지.”

확실히 이 집안사람들은 종교라는 연결고리 때문인지 ‘영적인 힘’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이 꿈속의 현상을 쉽게 받아들이는  같다.
물론, 이유한이라는 존재의 역할이 크긴 크지만.

이유한은 제법 긴 시간동안 차분하게 후손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내 이름이 거론됐다.

“여기 이 분이 바로 우리 가문을 도와주실 귀인이시다. 다들 인사하거라. 그리고 현실에서 이분을 만나게 되거든 나를 대하듯, 공손하게 예의를 갖추도록.”

정말 신기하게도 이유한의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하긴, 현재 집안의 가장 어른인 이유권이 무조건 그리 하겠다고 하는데 누가 감히 반항을 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쉽게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

이유림은 내가 오늘 저녁에 자신의 집에 가서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자고 말하자, 깜짝 놀랐다.

“집에서는 아직 제가 만나고 있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데...”

“언제는 빨리 말씀 드리고 약혼 하고 싶다면서?”

“그렇긴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저는 상관없는데 민철 씨가...”

“나도 상관없으니까 일단 전화부터 드려.”

“아, 알았어요.”

이유림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얼른  분을 모시고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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