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화 (54/113)



〈 54화 〉54화

한참동안이나 정적이 흘렀다.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나 혼자 좋아할 수는 없으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4명의 내과 의료진들을 바라봤다.
나처럼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고 민망한지 바닥을 보고 있는 사람도 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막내 한유미였다.

“아니!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미션이  있어! 그냥 지도는 무시하고 다시열쇠 찾으러 가요.”

“그, 그래!”

뜬금없이 지도에 남성의 정액이나 여성의 애액을 바르라고 하니 당황스럽긴 하겠지.
한유미가 다시 몽둥이를 쥐고 앞으로 나섰다.
나도 일단 이들의 의견에 동의하며 한유미의 옆에 섰다.

그렇게  다시 동물, 아니 괴물들을 몽둥이로 후려치면서 열쇠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30분 만에다들 지쳐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상하게 점점 짐승들의 덩치가 커지는 것 같고 힘도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해요...짐승들이 계속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 맞아...덩치도 더 커지고 힘도 얼마나 센지...이제 때려도 잘 죽지도 않아...”

나는 이들의 추측에 동의하며 정답을 알려주었다.

“제 생각에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짐승들의 개체수도 늘어나고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럼, 최대한 빨리 열쇠를 찾아야 한다는 거잖아요?”

“아마, 1시간 정도만 더 지나도 저희는 녀석들의 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시 이제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으니까요.”

“아아...과장님이 지치면 안 되는데...”

“저도 사람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그건, 알지만...진짜 큰일이네요...”

이제 어떤 결정을 할까?
나는 최대한 지쳐있다는 듯 연기를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이들은 어제처럼 나만 나두고 자기들 끼리 모여서 작은 소리로 상의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한유미 간호사가 대표로 나에게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과장님 정말 죄송한데요...”

“네, 말씀하세요. 한 간호사님.”

“지도에....과장님이....그러니까...그걸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제 정액 말입니까...?”

“네....”

“제가 왜요?”

“아무래도 이런 건 남자가 하는 게...”

“남녀차별인겁니까?”

“아, 아닙니다! 절대 그런 게 아니고...남자의 경우가 아무래도 더 빠르고 쉽게 가능하니까...과장님도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걸  아시잖아요...”

“정말 그런 이유 때문인가요?”

“그, 그럼요!”

이런 식으로 대답하도록 상의를 한 건지, 한유미 간호사의 성향인지는 몰라도 남자들이 싫어하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런 건 당연히 남자가 해야 한다는 식의 대답을 회피하고, 나름 타당성 있는 이유를 대면서 내 정액을 지도에 뿌리도록 권유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성기능은 남성마다 다르고 저는 정액의 배출이 쉽게 안 되는 편입니다.”

“그, 그러시구나...”

내가 이렇다고 하는데 자기들이 더 이상 뭐라고 하겠는가.
이제 어떡할래?
한유미는 다시 최유정 의사와 선배 간호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이들은 나를 힐끔거리며 열심히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한숨을 쉬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나에게로 다시 다가와서 말을 건 사람은 한유미 간호사였다.
뭔가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나도 은근 긴장되면서 기대가 된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무엇을 도와준다는 말인가요...?”

“그, 그거 말입니다...”

한유미 간호사는 정확한 표현을 회피하며 손가락으로 지도를 가리켰다.

“제 정액을 채취하는 것을 말하는 겁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과장님이 빠르게 사정할 수 있도록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도와준다는 뜻인가요?”

멀리서 나와 한유미 간호사를 지켜보고 있던 최유정 의사를 비롯해서 다른 2명의 간호사들이 다가왔다.

“한 간호사, 그럼 부탁할게...그리고 미안해.”

“어쩔 수 없죠 뭐.”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한유미 간호사를 제외하고 다들 시야가 분리되어 있는 옆 칸으로 이동했다.
그리 멀리 떨어진 건 아니지만 확실히 서로의 모습을 볼  없게 되었다.
혼자 남은 한유미 간호사가 나를 보며 말했다.

“제가 가슴을 보여드릴 테니,  번 시도해 보시겠어요?”

“한 간호사님의 가슴을 보면서 자위를 하라는 뜻이 맞나요?”

“네. 맞아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가만히  있었다.
대놓고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귓속말 하듯 작은 소리로 한유미 간호사에게 질문을 했다.

“한 간호사님.”

“네에...?”

“왜 혼자만 그렇게 희생하세요?”

“아...뭐, 어쩔 수 없잖아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도하고, 과장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현실에서 최 선생님과 선배 간호사들에게  보여야 하는 막내잖아요.”

“참, 슬프네요.”

“됐어요. 말씀드렸다시피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래도  중에서 과장님과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있는 제가 하는 게 낫잖아요. 그리고 현실에서  많이 챙겨주기로 약속 받았어요.”

나름 자기들끼리 거래를  것 같은데 나중에 되면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되겠지.
어차피 누가 먼저 할 것인지 순서를 정하는 것일 뿐, 결국 모두 다 같은 입장이 될 테니까.
일단, 마음의 준비를 마친 한유미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빨리 시작하도록 하죠. 시간이 없으니까요.”

“그래요. 그럼 저도 오, 옷을 벗을게요...”

한유미 간호사는 내가 바지와 팬티를 내리는 속도보다 빠르게 자신의 상의를 벗고 브래지어를 위로 걷어 올렸다.
진세희나 이유림처럼 풍만한 가슴은 아니지만 그리 작지도 않고 상당히 귀엽다.
젖꼭지도  튀어올라온 게 앙증맞아 보인다.

“저도 벗겠습니다. 정말 괜찮으시죠?”

“네에...최대한 빨리 끝내주세요...너무 부끄러워서...”

나는 바지와 팬티를 과감하게 내리고 이미 충분히 발기되어있는 자지를 손으로 잡았다.
이게 얼마 만에 해보는 자위인지 모르겠다.
멍하니 내 자지를 바라보고 있는 한유미의 시선을 느끼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났지만 내 자지에서 정액이 나오지 않자 한유미 간호사는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직 소식이 없나요...?”

“제가 말했잖아요. 저는 쉽게 사정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당연히 현실에서 이정도 했으면 사정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여긴  꿈속이기 때문에 신체조절 능력을 통해서 사정감이 찾아올 때마다 억누르는 게 가능했다.
지금도 열심히 자지를 흔들며 노력하는 척을 하고 있지만, 일부러 사정하지 않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10분이  지나고 다른 칸에서 대기 중이던 최유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아직 안됐나요?”

“최 선생님!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최유정의 물음에 한유미가  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씩씩한 대답과는 다르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내 귀두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라있지만 여전히 사정을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모양이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언제 짐승들이 이곳으로 덮쳐올지 모르니 불안할 테지.

“끄응, 생각처럼 잘 안되네요. 한 간호사님. 가슴  만져 봐도 될까요?”

“....그게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나요?”

“당연히 보는 것 보다는 직접 만지는 게 더 흥분됩니다.”

“그럼 만져보세요.”

한유미는 다른 칸에 있는 일행들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말하고는 허리를 펴서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리고 브래지어도 좀  위로 걷어 올리며 가슴을 완전히 드러냈다.

한쪽 손으로는 여전히 자지를 잡고 흔들면서 다른 손으로 한유미의 가슴에 살포시 손을 가져다댔다.

움찔.

내 손이 닫는 순간 그녀의 몸이 움찔하며 반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눈을 똑 바로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하라는 뜻이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조물락거리며 내 자지를 열심히 흔들었다.
확실히 그냥 보기만 할 때 보다  흥분되는 느낌이다.
계속 만지다보니 혀로 한 번 빨아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건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해도   같으니 지금은 참고 슬슬 사정하기로 했다.

“으윽...나올 것 같아요.”

“자, 잠시만요.”

한유미는 서둘러 바닥에 떨어진 지도를 손에 쥐고  자지 앞에 가져다 댔다.
내 정액이 지도에 닿자마자 그림자처럼 다른 그림하나가 천천히 나타나더니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앗! 엄청 가까운 곳에 열쇠가 있네요.”

“그렇군요. 잠시 정리 좀 하고 바로 출발합시다.”

나와 한유미는 옷을 다시 입고 민망한 듯 서로를 쳐다봤다.

“이, 이제 위치도 알았으니 다들 오라고 할게요...”

한유미는 부끄러움을 잊으려는 듯, 일부러 큰 소리로 열쇠의 위치를 알아냈다고 알렸다.
그 소리를 들은 일행들이 우리 쪽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바닥에 흘려져 있는 내 정액을 보며 흠칫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얼른 출발하자는 말만 했다.

지도에 나타난 위치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당연히 거기에는 열쇠가 들어있었다.
역시나 모두의 예상대로 3층으로의 진입이 목적지였다.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상의 시간이 다가왔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원래의 수면상태로 돌아가거나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선택 가능한 아이템은 다음과 같습니다.]

[몽둥이, 커터 칼, 티슈, 생수....]

어제와 똑같은 조건이다.
하지만 다들 어제와 같은 선택을 하지는 못했다.

나와 한유미를 제외하고 모두 여기서의 탈출을 선택했었는데 이제는 눈치가 보여서라도 쉽사리 그런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겠지.

“저, 저는....몽둥이를 선택할게요.”

“저, 저도 몽둥이....”

“저도...”

최유정 의사와 박주연 간호사, 김지희 간호사까지도 전부 몽둥이를 선택했다.
오늘 겪어봐서 알겠지만 무기가 될 만한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곳에서 몽둥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품이다.
3명은 몽둥이를 선택하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몽둥이를 이미 갖고 있는 나와 한유미의 선택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조금 전에 몽둥이를 선택한 세 사람은 설마 자신들만 남겨두고 나와 한유미가 탈출을 선택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만약에라도 나와 한유미가 탈출을 선택하더라도 자신들은 할 말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나와 한유미는 서로를 쳐다봤다.

“과장님이 먼저 선택하세요.”

“흐음, 저는 티슈를 선택하겠습니다.”

“네? 티, 티슈는 왜요...?”

“오늘 지도에 사정하고 뒤처리할 때 그냥  팬티로 대충 닦고 버렸는데 상당히 찝찝해서요.”

“아, 그럼 저는 생수를 선택하겠습니다. 그냥 닦는 것 보다는 물로 한 번 씻어내고 닦으면 좋잖아요.”

최유정을 비롯해서 2명의 간호사들은 나와 한유미 간호사가 탈출을 선택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하면서도 선택한 물건을 보고는 당황스러워 했다.
아무튼, 우리는 목적지까지 오는데 무려 4시간이나 걸렸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는 상태지만 이곳에서의 탈출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이 되어 현실의 신체가 깨어날 때 까지 아직 3시간 이상을 더 대기해야한다.

한유미는 어제 겪어봐서 익숙한지 자리에 앉아서 나에게 이런 저런 말을 걸어왔다.
최유정 의사나 선배 간호사들이 어려운건지 아니면 내가 정말로 많이 편해진 건지는 몰라도 한유미는 내 옆에 앉아있다.

잠시 후, 최유정 의사는 한유미 간호사가 앉아있는 반대쪽으로 해서 내 옆에 앉았다.
나는 그런 최유정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녀는 나에게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제까지 밤마다 꿈에서 이런 생활을 반복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려요.”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최유정을 시작으로 다른 2명의 간호사도 내 주변으로 다가와서 앉으며 스스로 자신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며 정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아무래도 오늘 겪어 봐서 알겠지만 내가 없이는  된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그리고 최유정 의사가 나와 한유미를 번갈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과장님,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요. 한 간호사도 너무 고맙고 어려운 부탁을 강요해서 미안해요. 이게 보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전에 약속한 대로 최대한 인사평가에 좋은 점수를 주도록 할게요.”

모든 간호사들은 근무하고 있는 과의 의사가 작성하는 인사평가에 의해서 승진이 결정된다.
개인병원이 아니라고 해서 병원장을 제외한 의사들이 아무런 권력이 없는  아니었다.
최소한 자신의 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에게는 인사평가를 통해서 어느 정도 권력행사가 가능했다.

이어서 2명의 선배 간호사들도 한유미 간호사에게  마디  했다.

“한 간호사, 우리도 앞으로 병원에서 아낌없이 가르쳐주고 사적인 심부름은 절대 시키지 않을게.”

“나도 약속할게.”

“최 선생님, 그리고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저도 열심히 할게요.”

갑자기 훈훈한 분위기로 바뀌면서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자고 파이팅까지 외쳤다.
뭔가 내가 의도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다.
그래, 다들 사이좋게 뭉쳐서 나를 즐겁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과장님은 절대 아프면 안 되니까, 현실에서 감기라도 걸리면 바로 저희 병원으로 오세요. 오기 전에 전화만 주시면 번호표 없이 바로 진료 해 드릴게요. 당연히 돈도 받지 않을게요.”

“그러죠. 혹시, 안 아파도 근처에 볼일 있을 때 들러서 커피 한잔 얻어 마시는 것도 가능할까요?”

“그럼요. 안 그래도 앞으로 자주 보면서 다음 층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해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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