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68/113)



〈 68화 〉68화

약혼식은 결혼식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특별한 일 없이 마무리 되었다.
어차피 출장 뷔페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외부인을 아무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최고 어른인 이유권이 몇 마디 하는 걸로 끝을 냈다.
 이후에는 자유롭게 음식을 즐기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가장 신이  사람은 역시나 이유림의 아버지, 이유명이다.
평소에는 자신의 큰형님에게 잘 보이려고 친한  하던 친척들이 자신에게 들러붙어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아주 입이 찢어지고 있다.
이유명과는 반대로 기존에 가장 큰 입김을 자랑하던 그의 큰형은 똥 씹은 표정이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동생인 이유명에게 다가왔다.

“축하한다.”

“아이고 형님, 감사합니다.”

서로의 인사는 이걸로 끝이었다.
갑작스럽게 서로 바뀌어버린 입장 때문인지 이유명의 큰형은 착잡한 얼굴을 하고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혼자 와인을 홀짝거린다.
이유명도 잠시 어색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곧 바로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친척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이유명이 나를 대신해서 가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눠주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 직접 와서 인사를 하는 친척들도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유림이의 사촌 오빠인 이한조라고 합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강민철입니다.”

“이런 귀인께서 저희 가문의 일원이 되셔서 영광입니다.”

“아 뭐,  지내봅시다.”

이유림의 사촌오빠라는 이한조의 덩치가 얼마나 큰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된다.
얼굴과 팔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가득해서  험악하게 생겨 보였다.
그런 얼굴을 하고서 나에게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존대를 하고 있으니 얼떨떨한 기분이다.
인사하는 모습도 무슨 조폭이 형님에게 인사하듯이 몸을 90도로 한동안 숙였다가 일으킨다.

“혹시나 직접 해결하기 곤란하거나 더러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주십시오. 깔끔하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

말투까지도 리얼 조폭이다.

당황하고 있을 때 이유림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민철 씨, 한조 오빠는 우리 집안에서 공식적으로 처리하기 힘든 일들을 음지에서 처리하는 담당이에요.”

“어, 어...?”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마요. 한조 오빠가 종교에 대한 신앙심도 깊고, 어른들에게 얼마나 깍듯한데요. 아마도 오빠가 부탁, 아니 명령만 하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해결 해 줄 거예요.”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이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여러모로 편한 건 사실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이한조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한조는 내가 내민 손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공손하게  손으로 맞잡았다.
나를 바라보는 이한조의 눈빛이 아주 듬직하다.
뭔가 존나 충성심 강한 장수를 얻은 그런 느낌이다.

“연락 주시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그리고 귀인께서는 편하게 말을 놓으셔도 됩니다.”

“으음, 그래. 아마 자주 연락하게 될 거야.”

“영광입니다.”

이유림 집안의 권력으로도 해결 못할 일들을 음지에서 처리할 정도면 이한조가 거느리고 있는 조직의 규모는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조직의 필수 사업체는 바로 주점이나 나이트.
앞으로 고객 접대할 일이 있을 때,  좋은 장소 섭외는 이한조의 도움을 받으면 편할 것 같다.

이한조가 자리를 떠나고 기다렸다는 듯, 또 다른 친척들이 나에게 인사를 해왔다.
처음에는 대부분 이유명과 인사를 하더니 이한조 이후로  쪽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몇 명까지는 상대를 해 줬는데, 점점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내 상태를 알아차린 이유권이 나타나서 그들을 모두 물렸다.

“귀인께서 피곤하신 것 같으니 다들 이만 물러가라. 오늘만 날이 아니니, 앞으로 가족 행사를 자주 열고 친목을 다지도록 하지.”

“아, 알겠습니다.”

존나 카리스마 넘치는 이유권의 음성에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덕분에 나는 다시 식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식욕이 해결되고 나니 이제 성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유림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따라와 봐.”

“어디 가시려고...?”

나는 이유림을 데리고 집 뒤쪽에 있는 나무가 많은 곳으로 왔다.
건물을 기준으로 마당 앞쪽에는 잔디가 있었고, 뒤로는 소나무를 비롯해서 희귀한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위치만  잡으면 충분히 두 사람 정도는 가릴 수 있어 보였다.

“약혼식도 했으니 기념으로 떡 한 번 쳐야지.”

“여, 여기서요...?”

“실내에선 자주 했잖아. 이런 야외에서도  번 해 봐야지.”

“누가 보면 어쩌려고...”

“미리 한조에게 말해서 이쪽으로 아무도 못 오게 해놨어.”

내 말에 이유림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이쪽으로 오는 길목을 확인했다.
덩치 큰 사내가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차피 여기 있는 모두가 가족들이기에 한조가 힘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이름을 빌려서  오게 막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내가 이유림과 오붓하게 산림욕을 즐기며 산책을 하고 싶다고 말해 두었으니 알아서 망을 잘   거라고 생각한다.

“허리 살짝 굽혀서 나무를 짚고 서 봐.”

“....이렇게요?”

“다리를 조금 더 벌리고.”

나무를 짚고 서 있는 이유림의 잘록한 허리가 살짝 휘어지며 섹시한 자세가 되었다.
나는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으며 가슴을 쥐었다.
그리고 어느새 텐트를 치고 있는 내 자지를 이유림의 엉덩이에 비볐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기분이 제법 괜찮다.
최근에 연성종합병원의 여성들과 떡치는데 빠져서 이유림과 놀아주지 못했었다.
그래도 이제 약혼자인데 이런 날에 안 해주면 섭섭하겠지.

이유림의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손으로 보지를 부드럽게 만져주었다.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다렸어요.”

“으음, 좀 오랜만이긴 하지?”

“민철 씨가 할아버지를 비롯해서 친척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흐뭇하기도 하고 멋있게 보여서 심장이 막 뛰어요...”

“내 자지 맛을 볼 생각에 심장이 떨리는 게 아니고?”

“그것도 사실이에요. 얼른 넣어주세요....”

이유림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꽤나 오랫동안 질 주변을 비비며 괴롭히다가 삽입을 했다.
역시  쪼여주는 보지 맛이 일품이다.
결렬하게 키스를 나누면서 허리를 흔들고 있는 게 벌써 20분이 넘었다.
꿈속이었다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조절하면서 떡을 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여긴 현실이기 때문에 벌써 사정감이 찾아오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오늘이 임신 가능성이 있는 날이라는 이유림의 말에 나는 질내사정을 포기하고 사정하기 직전에 자지를 빼내고 바닥에 싸버렸다.
이유림은 ‘임신해도 괜찮은데’라는 말을 하며 살짝 아쉬워했다.

사정 후에 이유림의 가방에서 꺼낸 티슈로 대충 정리하고 앞마당으로 내려왔다.
이유림의 아버지가 호탕하게 웃는 소리가 마당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기분이 존나 좋은 모양이다.

시간도 많이 흘러서 날도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만 정리하고 집에 돌아갈까 싶은 찰나에 이유림의 할아버지, 이유권이 나를 찾아왔다.

“잠시  방에서 차 잔 하겠습니까?”

“네, 그러지요.”

아무리 공식적으로 내가 항렬이 높다고 하지만 뭔가 이유권의 말은 무시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귀찮지만 그의 방으로 함께 들어갔다.
씨발,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존나 고급스러움의 끝팡왕이다.

계속 마당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 그동안 TV에서만 보던 대기업 회장들이 사는 저택이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도 한참이나 걸어가서 이유권이 사용하고 있다는 방으로 입장했다.
복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아주 고풍스럽고 깔끔한 멋이 인상적이다.

평소에 자신이 앉는 위치에 나를 앉도록 하고 이유권과 이유림은 그 맞은편에 앉았다.
상석을 나에게 내준 것이다.
조금 뻘쭘해서 가만히 앉아있으니, 가정부가 따뜻한 차를 내왔다.
차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유권이 평소에 마시는 차라면 당연히 존나 비싸고 몸에 좋은 거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마셨다.
생각보다 구수하고 맛있었다.

내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놨을 때, 이유권이 나에게 말했다.

“여기, 제 작은 성의입니다.”

“이게 무엇입니까?”

“비록 결혼은 아니지만, 제 손녀와 약혼을 했으니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집을 한 채 마련했습니다. 마음에 드시는지요? 위치가 별로라면 다른 곳으로알아보겠습니다.”

나는 얼떨결에 이유권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서류를 확인했다.
집문서의 주소를 확인했다.
헉 씨발, 무조건 여기로 한다!
주소를 끝까지 확인한 건 아니지만 앞에 강남구라는 것만 보고 바로 대답했다.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위치가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대략 70평, 정도 되는 아파트입니다. 전망이 가장 좋은 료얄층이고 방도 꽤 많이 있으니, 귀인께서 기운을 모으기 위해 필요한 다른 여인들과 함께 지내기에도 무리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크음,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우리 가문을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아파트는 유림이 네가 알아서 귀인의 명의로 넘겨주도록 하거라.”

“네, 할아버지.”

아, 그러고 보니까 이유림이 검사였지.
보통 법무사나 변호사들이 처리하는 서류 업무를 검사인 이유림이 못할 리 없지.

얼떨결에 비싼 선물을 받은 나는 기분이 존나 좋아졌다.
집에 와서도 계속 인터넷으로 그 아파트 주변의 지도를 살펴보며 혼자 실실 웃었다.
이미 집은 비워진 상태라고 하니까 최대한 빠르게 이사날짜를 잡아보기로 했다.

새로운 터전으로 이동하면서 이유림이 추가되면 이제 나는 3명의 여성과 동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여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지.
집도 존나 넓어졌으니까 이제 더 많은 여자들을 집에 들일 때가 된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내 눈이 워낙 높아져서  신중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

오늘따라 회사 분위기가 영 이상하다.
사무실 들어오는 복도에 인간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뭔가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중요한 공지사항이라도 뜬 것 같다.
어차피 사무실에 들어가면 떠들기 좋아하는 김상우 대리가 나에게 알려줄 테니 그냥 무시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우리 사무실의 분위기도 이상하게 시끌벅적하고 다들 훙분 상태였다.
내가 궁금해 하고 있을 때,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김상우 대리가 짠하고 나타났다.

“과장님, 과장님! 대박!!!!”

“아니, 뭐가 대박이라는 거야?”

“강 과장님이, 지금까지 우리 회사 설립이래로 과장에서 차장까지 진급이 가장 빠른 인물로 기록됐어요.”

“어, 어...? 그게 무슨 귀신 떡치는 소리야?”

무능함의 상징인 내가 우리 회사에서 초고속 차장 승진으로 기록을 세웠다고?
아무리 농담이라도 좀 심한데.

“진짜라니까요! 대대적인 인사발령이 내려졌는데  중에서도 가장 빅뉴스가 바로 강 과장님의 승진이에요.”

“뭐야, 농담 아니고 진짜?”

“이번에 우리 영업부가 인사변동이 가장 많아요. 물론 승진이 많아서 그렇지, 다른 부서로 움직이는 사람은 한명 밖에 없어요.”

“설마 내가  한명은 아니겠지?”

“강 과장님은 원래 진세희 차장님이 하던 업무를 이어받으면  겁니다.”

“그래? 그럼, 진세희 차장은 어떻게 되는 건데?”

“진 차장님은 부장으로 승진했어요. 그래서 원래 저희 대장이었던 박명호 부장님의 업무를 대신할 것 같아요.”

“자, 잠깐만...그럼 설마 부서 이동을 한다는 사람이  부장님...?”

“네, 이사로 승진하셨어요. 곧 짐 싸서 위층으로 올라간다고 하네요.

이건 분명 축하할 일이다.
박 부장의 능력은 우리 사무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항상 새벽까지 좆 빠지게 일했으니 이사까지 올라가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겨우 과장이 된지 2년밖에 안 된 내가 왜 차장으로 승진하는 거지?
솔직히, 과장까지의 승진도 박 부장이 아낌없이 끌어준 덕분에 존나 빠른 편이었는데.

“그럼, 내 자리는 김상우 대리가 차지하겠네?”

“쩝, 아쉽게도  과장님 밑으로는 승진이 없어요. 과장님 자리는 다른 부서에서 누군가 오기로 했어요.”

“대리 3년차인  대리가 과장승진을 못하는데 내가 차장으로 진급한다는 건 누가 봐도 존나 이상한데...”

“제가 듣기로 이번에 연성종합병원의 계약 건을 이사진들이 아주 좋게 평가했데요.”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이상해...”

지금까지 대기업 납품을 직접 성사시킨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승진이 보장되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수는 채우고 진급했는데, 지금 내 경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다.

다른 사람들은 승진하면 존나 좋아하겠지만, 어차피 이 회사에서 진급으로 오르는 돈 따위는 나에게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일이 더 늘어나고, 책임질 것들도 많아진다.

아 씨발, 귀찮은데...

남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욕 할 수도 있는 고민을 하게 있을 때, 나는 진세희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보며 윙크를 날렸다.
순간,  모든 것의 퍼즐이 맞춰졌다.

아! 저 씨발  짓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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