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76화
수차례의 경고음이 울렸으니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건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고블린 앞에 <음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이 녀석은 남성체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여성체를 향해 더러운 성욕을 보일 뿐이다.
지금 이곳에서 여성체라면 당연히 겨울소녀들.
음욕의 고블린은 겨울소녀들을 향해서 빠른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겨울소녀들은 <음욕의 고블린>이 내지른 포효에 많이 당황했는지 제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정신을 차린 내가 앞으로 치고나가며 녀석을 향해 양손검을 휘둘렀다.
파앙!
하지만 음욕의 고블린은 내 양손검을 너무도 쉽게 막아냈다.
단순히 손으로 쳐내는 행동만으로 내 검을 막은 것이다.
처음에 혼자서 이 녀석을 상대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강함이었다.
음욕의 고블린이 손으로 내 양손검을 쳐내는 바람에 나는 잠시 균형을잃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래도 다행히 넘어진 나를 향해 공격을 해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겨울소녀들이다.
음욕의 고블린은 나를 무시한 채 계속 겨울소녀들에게 돌진했다.
붉은 안광을 빛내며 혀를 날름거리는 녀석의 표정만 봐도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아마도 이름값을 할 것 같다.
존나 사기적인 장비를 착용하고 있음에도 내가 이런 꼴이라면 겨울소녀들 5명이 힘을 합쳐도 저 더러운 고블린 새끼를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선 나는 음욕의 고블린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녀석의 움직임이 워낙 빨라서 한발 늦고 말았다.
“꺄악!”
음욕의 고블린이 손톱을 휘둘러 승연이의 갑옷을 그대로 찢어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갑옷만 찢어지고 상처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승연이의 가죽갑옷이 너덜너덜해 지면서 가슴이 반 이상 드러났고 음욕의 고블린은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더욱 안광을 빛냈다.
아, 씨발...나는 왜 좋아서 같이 구경하고 있는 걸까...
덕분에 나도 좋은 구경을 하고 기운이 넘쳐났다.
음욕의 고블린이 승연이의 가슴을 보며 좋아하고 있는 동안 빠르게 녀석의 등을 사선으로 베었다.
“키에엑!”
이번에는 확실히 칼이 피부를 베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는 음욕의 고블린을 보니 확실히 데미지를 준 것 같다.
이번에는 진짜 빡쳐서 나를 향해 돌진할 줄 알았는데, 또 나를 무시하고 겨울소녀들을 향해 달려든다.
겨울소녀들도 뭉쳐서 나름 방어를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겨울소녀들이 휘두르는 모든 공격은 녀석의 피부를 뚫지 못하고 계속 튕겨 나오기만 했다.
결국 녀석의 손톱에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했다.
“으윽...”
“혜, 혜주야 괜찮아!?”
“으, 응...괘, 괜찮아...”
혜주 역시 가죽갑옷이 모두 찢어지며 승연이와 같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마찬가지로 나는 또 그런 혜주의 가슴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또 몸에서 힘이 솟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느낌이겠지?
아무튼, 또 다시 내가 음욕의 고블린에게 달려들어서 다리를 공격했다.
녀석의 이동속도가 워낙 빨라서 제어를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푸악!
“끼에에에에엑!”
녀석의 오른쪽 다리가 그대로 잘려나갔다.
이상하게 내가 레벨 업을 한 것도 아니고 조금 전과는 너무 다른 전투력이었다.
힘이 샘솟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강해진게 맞았다.
그런데 이유가 뭘까?
설마 승연이와 혜주의 가슴을 보고 흥분하면서 전투력이 상승한 건가...?
그게 사실이라면 나도 저 음욕의 고블린과 같은 부류라는 말인데...
힘이 강해진 이유는 나중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은 저 고블린부터 빨리 처리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히 숨통을 끊어버리기 위해서 목을 향해 양손검을 힘껏 휘둘렀다.
팅!
어라?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내 양손검이 그냥 튕겨져 나왔다.
음욕의 고블린은 아프지도 않은지 비명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저 내가 검으로 찌른 부위를 손가락으로 몇 번 긁더니 다음 먹잇감을 물색했다.
설마 다시 내 힘이 약해 진건가...?
조금 전, 음욕의 고블린의 다리를 절단할 때 그 충만한 기운이 지금은 느껴지지 않는 걸 봐서 힘이 사라진 게 확실했다.
내가 강해진 시간은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고, 이제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버린 상황.
이 상태로 저 녀석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음욕의 고블린은 남성체를 향해서 공격을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
비록 공격대상이 겨울소녀들이긴 하지만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으니 큰 걱정은...
씨발, 외발로 뛰는데 왜 저렇게 빠르지!?
음욕의 고블린은 외발로 콩콩 거리며 달려가는데, 그 속도가 두 발로 달릴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녀석이 존나 빠르게 겨울소녀들을 향해 돌진했고, 혜주가 막아섰다.
그래도 전사 계열이라고 다른 멤버들을 보호하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혜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음욕의 고블린의 전투력이 너무 강력했다.
온몸으로 저항하던 혜주는 녀석의 손톱에 남아있던 방어구가 모두 찢겨져 팬티만이 남겨졌다.
그 모습을 본 음욕의 고블린은 흥분해서 포효를 질렀다.
나 역시 혜주의 모습을 보면서 점점 힘이 강해지는 걸 느꼈다.
지금 이 상태라면 충분히 음욕의 고블린의 목을 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달려 나가는 추진력에 그대로 점프를 해서 양손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푸욱!
“끄으으으...”
내 검이 음욕의 고블린의 목을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당연히 숨통이 끊어졌고 녀석은 앞으로 쓰러졌다.
잠시 후, 음욕의 고블린은 재가 되어 사라졌고 보물 상자 5개가 생겨났다.
나는 이미 클리어를 했었기에 제외되고 겨울소녀들것만 나타났다.
겨울소녀들은 각자의 이름이 적힌 보물 상자를 개봉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확실히 눈에 보기에도 멋있어 보이는 방어구와 무기들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젖꼭지까지도 훤히 다 노출된 혜주와 승연이는 새롭게 얻은 갑옷을 정말 빠르게 허겁지겁 입어버렸다.
갑옷을 다 챙겨 입은 혜주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이거 게임이랑 뭔가 좀 다르잖아...이런 변태 같은 몬스터가 왜 나와...”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폈다.
승연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나도 제대로 못 봤다고 말할 처지가 아니었다.
젖가슴이 훤히 드러난 상태로 꽤 오랫동안 전투를 했으니까.
아무튼, 고의는 아니니까 뭐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꿈속의 <더 월드>는 하고 싶지 않지?”
나는 겨울소녀들이 원하지 않으면 정말 소환하지 않을 생각으로 물었다.
“아니요! 게임이랑 조금 다르긴 해도 재밌긴 해요. 앞으로 더 강해져서 이런 일은 당하지 않을 거예요.”
“맞아. 겨우 이 정도로 포기할 수는 없지!”
“이 정도는 힘들었던 연습생 시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의외로 더 의욕에 불타고 있었다.
음욕의 고블린 때문에 좀 고생하긴 했지만 아직은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던전을 이어서 바로 공략하기로 했다.
***
[음욕의 오크가 여성체를 발견하고 극도의 흥분상태로 돌변합니다.]
[음욕의 오크가 극도의 흥분상태에 돌입하면서 전투력이 10배로 증가합니다.]
“아니!!! 왜 보스들은 다 변태들인 거야!”
음욕의 고블린에 이어서 이번에는 음욕의 오크가 등장했다.
확실히 게임과는 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뭔가 내 성향에 맞게 바뀌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렇게 바뀐 건 좋은데 문제는 너무 강하다는 거다.
씨발, 몇 억을 현질 했는데도 이렇게 힘들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래도 나에게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낼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있어서 다행이다.
“꺄악!”
음욕의 오크가 혜주의 갑옷을 비롯해서 속옷까지도 모두 찢어버렸다.
혜주는완전히 알몸이 되어버렸고 나는 그 모습에 존나 흥분해서 기운이 한층 강해졌다.
이 기운이 사라지기전에 빠르게 음욕의 오크를 공격했다.
내 양손검에 허리가 그대로 두 동강 난 음욕의 오크는 사망했고 유품으로 보물 상자를 남겼다.
혜주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는지 보물 상자를 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쪼그려 앉아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멤버들의 부축으로 겨우겨우 상자를 개봉해서 그 안에서 나온 갑옷을 입은 혜주는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다.
옷만 찢어졌다면 모를까 알몸이 되어버린 혜주를 향해서 음욕의 오크가 분홍색 삼각팬티를 벗고 징그러운 자지를 들이밀었던 장면이 심하게 충격적이었나 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겨울소녀들을 모두 내 꿈속에서 퇴장시켰다.
아직 기상시간까지는 1시간 정도가 남아있었고 나는 잠시쇼핑을 하기로 했다.
이제 액세서리를 착용할 수 있는 레벨이 되었기 때문에 하나 구매할 예정이다.
어차피 <음욕>의 수식어가 붙어 있는 보스들은 남성체인 나를 공격하지 않기 때문에 방어보다는 공격력을 더 증가시킬 수 있는 옵션이 좋을 것 같다.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그런데 옵션이 거의 비슷한 것 같은데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차이나는 아이템들이 보였다.
공격력 증가 수치는 같은데 두 아이템의 가격이 하나는 1억, 하나는 10억이나 했다.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가 싶어서 봤더니 10억짜리 액세서리에 추가 옵션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매력 수치 증가.
게임에서 존재하지 않는 항목인데 도대체 이게 무슨 기능일까?
그냥 무시하고 1억짜리를 구매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자꾸 끌린다.
이 미친 시스템이 돈을 처먹는 귀신이긴 하지만 돈을 지불한 만큼의 뭔가를 제공하는 건 사실이다.
아이템 설명에도 그냥 단순히 <사용자의 매력이 증가한다.>라고만 적혀 있을 뿐이다.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구매를 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이미몇 억을 사용했기 때문에 10억짜리 이 <매력의 반지>를 구매하는 순간 내 잔고는 거의 바닥이 나고 만다.
씨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본능적으로 구매버튼을 눌러버렸다.
<매력의 반지>를 내 손에 끼우고 정확한 옵션을 확인했다.
어차피 공격력에 대한 설명은 너무 당연하니까 읽지도 않았고 매력에 대한 설명만 읽어보기로 했다.
[매력 +20]
[매력 수치가 증가할수록 다른 유저들이 사용자에게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현실에서도 매력의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