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77화
몇 번을 봐도 이 옵션은 정말 말이 안 된다.
과연 매력 수치 +20이 어느 정도의 효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레벨 업을 하다보면 계속해서 매력 옵션과 관련된 장비들이 유료 상점에서 판매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물론, 존나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겠지.
그래도 무조건 사야한다.
문제는 더 이상 내 수중에 남아있는 돈이 없다는 건데...
돈을 좀 더 왕창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유권에게 말해서 부동산 하나 처분하고 통 크게 지원해 달라고 할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몇 십억 단위의 부동산이 그리 쉽게 팔리는 건 아니라서 그게 문제다.
급매를 하면 되긴 하지만 손해 보는 금액이 너무 커서 그건 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민감한 문제를 이유권과 직접 상의를 하자니 좀 불편하기도 해서 한조와 만나서 상의해 보기로 했다.
한조라면 분명 집안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이며, 나름 괜찮은 해결책을 찾아줄지도 모르니까.
***
기상하자마자 일단 겨울소녀들을 샵까지 데려다주고 KC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이규철 대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미 전화로 용무에 대해서는 설명을 했으니 대화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휴가는 오늘 하루면 되겠습니까?”
“이틀 주세요.”
“그, 그러지요...”
나는 이틀간의 휴가를 내기 위해서 이규철 대표를 찾은 것이다.
어차피 내 부탁을 거절 할 수 없는 대표는 빠르게 여유 있는 매니저 한명을 물색했고 나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받도록 지시했다.
나는 비교적 젊어 보이는 남성을 잠시 훑어보고는 현재 겨울소녀들이 촬영 중인 여러 가지 상황과 스케쥴에 대해서 설명했다.
오늘 저녁에 한조와 룸에서 술 한 잔 마시면서 돈 나올 구멍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눠볼 생각이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술을 진탕 마시고나면 당장 내일 아침부터 운전을 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서 이틀의 휴가를 냈다.
업무 인수인계가 끝나고 신입으로 보이는 젊은 매니저는 곧장 겨울소녀들이 있는 샵으로 향했고 나는 진세희를 만나러 갔다.
혹시나 1억이라도 더 뜯어낼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진세희 이년은 돈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떡 한 번 쳐주면 주겠다고 한다.
보니까 처음부터 남편에게 여유 있게 돈을 뜯어냈었던 것 같다.
나도 진세희와의 섹스는 오랜만이라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곧바로 주차장에 있는 진세희의 차안에서 섹스를 하고 1억을 뜯어냈다.
일단 내 통장 잔고가 거의 비어 있으니 이 돈은 비상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아직도 한조와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는 한참이나 남았다.
그래서 모바일 <더 월드>를 실행해서 사냥을 좀 해봤다.
꿈에서 너무 리얼한 전투를 즐기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모바일 게임은 조금 시시하게 느껴졌다.
겨울소녀들 역시 나와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
이리저리 대충 시간을 때우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다가왔고 나는 한조를 만나기 위해서 강남에 있는 존나 화려한 주점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접대를 하면서 한 번 와본 기억도 난다.
워낙 물이 좋은 걸로 유명해서 와봤었는데 진짜 아가씨들이 존나 예뻤다.
그런데 그다지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마담이 존나 예쁜 에이스를 나에게 붙여줬는데 그년이 자기는 2차 같은 거 절대 안 나간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팁을 존나 많이 준다고 해도 무조건 싫다고 했다.
2차 같은 거 안 해도 자기 찾아주는 단골이 많다고 말하면서 결국 내 제안을 거절했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여기에 왔더니 기분이 조금 묘하다.
여느 주점과 마찬가지로 지하에 자리 잡고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주점으로 들어서자 마담이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마담도 바뀌지 않고 예전 그대로였다.
물론, 나 혼자만 기억하고 있을 뿐, 단골도 아닌 나를 마담이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다.
“어서오세요. 몇 분이시죠?”
“먼저 온 일행이 있는데...”
“일행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이한조.”
“아! 사장님이 말씀하신 손님분이시군요.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마담은 웨이터를 호출하지 않고 직접 나를 안내했다.
손을 다소곳이 앞으로 모으고 조신하게 걸어가는 마담의 모습을 보니 상당히 조심성 있어 보인다.
나를 제법 귀한 손님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당연히 한조가 주의를 줬으리라 생각한다.
마담이 멈춘 곳은 VIP라고 적힌 가장 큰 룸 앞이었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조가 일어나서 나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는 모습에 마담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런 것에 궁금해 하거나 의문을 가지면 안 된다는 걸 잘 아는지 나와 한조에게 목례를 하고 카운터로 돌아갔다.
“형님, 제가 직접 마중 나갔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 택시 타고 오는 게 더 편해.”
한조가 몇 번이나 나를 모시러 온다고 했지만 내가 만류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세팅이나 해놓으라고 했다.
그런데 좀 많이 과하다 싶을 정도다.
술 마시는 사람은 나와 한조 둘 뿐인데 음식이 존나 많았다.
술도 비싼 양주들이 종류별로 다 준비되어 있었다.
역시 뭐 하나를 하더라도 확실한 녀석이라서 듬직하다.
“형님, 일단 아가씨는 중요한 대화가 끝나면 곧바로 들이겠습니다.”
“어? 아가씨도 불러놨어?”
“남자가 여자 없이 술을 마시면 무슨 맛이 있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조의 말에 동의했다.
한조는 내가 유림이의 약혼자라는 사실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나의 즐거움이나 편의만을 생각했다.
그야말로 충신중의 충신이다.
빨리 아가씨를 들이고 싶어서라도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내가 자금이 좀 많이 필요해서 그런데 가문에서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거 처분하지 않고 수중에 있는 현금이 얼마나 될까?”
“흐음, 솔직히 현금이라면 다 긁어모아봤자 크게 많지는 않을겁니다. 형님께서 필요하신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데....한 50억...? 좀 많지?”
“그 정도 금액이라면 수중에 지니고 있는 현금으로는 부족합니다. 건물하나라도 팔아야 가능한데, 제가 할아버지께 말씀 드릴까요?”
“아니야, 급매해서 팔 것 같으면 너무 손해가 심해서 안 돼. 내가 좀 급하게 필요하거든.”
어차피 나중에 다 내 돈이 될 것들인데 이런 식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처분하기는 싫었다.
그리고 요즘 시대에 부동산 같은 건 오래 지니고 있으면 있을수록 크게 불릴 수 있으니 계속 가지고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손해는 보기 싫고 돈은 필요한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는 한조를 바라보며 괜찮은 방법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압박을 넣었다.
내 시선에 한조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나는 잔에 채워진 술을 비우며 느긋하게 한조의 대답을 기다려주었다.
이윽고 한조도 술잔을 비우더니 나에게 말했다.
“형님, 혹시 예전에 돌아가신 증조할아버님의 영혼처럼 다른 죽은 영혼의 소환도 가능합니까?”
“안 될 건 없지.”
“예전에 제가 알던 사채업계의 큰손 중 한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금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재산을 금괴로 바꿔서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아마 은행도 아니고 어딘가 땅에 묻혀 있을 겁니다.”
나는 한조의 말을 듣자마자 감이 왔다.
그 새끼의 영혼을 소환해서 존나 고문한 후에 그 장소를 알아내자는 뜻이다.
“만약에 금괴를 찾아내면 현금화 하는 작업은 한조 네가 알아서 할 수 있지?”
“걱정 마십시오. 제 전문입니다.”
“좋아. 말 나온 김에 오늘 새벽에 그 양반의 영혼을 소환해서 알아내 볼 테니까. 금괴를 찾는 것부터 현금화 하는 작업까지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맡겨만 주십시오.”
과연 그 사채업자 양반이 금괴를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한조와의 대화는 여기까지로 마무리 짓고 이제 편하게 술을 마시기로 했다.
한조가 마담에게 전화를 걸어서 아가씨들을 들이라고 하자마자 곧 바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히 에이스들로 뽑아 뒀겠지.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며 아가씨 2명이 입장했는데 역시나 존나 예뻤다.
사장님 일행이라서 그런지 아가씨들이 많이 긴장된 표정이다.
한조의 손짓에 2명의 여성이 내 앞에 섰다.
“형님, 2명 모두 가게의 에이스들입니다. 원하는 쪽을 먼저 고르십시오. 아니면 두 명을 양쪽에 끼고 드셔도 됩니다.”
나는 한조의 말대로 2명을 양쪽에 끼고 놀려고 마음먹었다가 곧 바로 마음을 바꿨다.
“나는 여기 이 아가씨로 할 테니, 옆에 아가씨는 한조 네 옆으로 데려가.”
“알겠습니다.”
내가 2명 모두를 선택하지 않고 굳이 한명의 여성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예전에 내가 제의한 2차를 끝까지 뿌리친 그 에이스가 바로 이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여성은 자신이 어려워하는 사장님이 아닌 내가 파트너가 돼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과연 계속 그런 표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
내 옆에 앉아서 웃는 얼굴로 술을 따라주고 안주를 입에 넣어주는 여성의 가명이 ‘예나’였던가?
“이름이 예나 맞아?”
“어머, 기억에 없는 오빤데 내 이름 어떻게 알아요?”
“이 가게에서 제일 예쁜 아가씨 이름이 예나라고 소문을 들었거든. 혹시나 싶어서 물어봤는데 맞았네.”
그래도 예쁘다고 칭찬하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예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팔짱을 꼈다.
예전에는 이렇게 살갑게 굴지도 않았었는데, 내가 사장님의 손님이라서 좀 특별대우를 해주는 것 같다.
슬쩍 가슴을 건드려보니 웃고는 있지만 뭔가 어색하게 표정이 바뀌며 몸을 뺀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반응이 나쁘지는 않다.
그때는 가슴 한 번 만졌다가 내 파트너 안 할 거라고 얼마나 난리를 쳤었는데.
물론, 같은 룸에 내가 접대하던 손님도 있어서 억지로 달래며 끝까지 놀긴 했지만 나도 기분이 나빠서 끝나고 마담에게 항의를 했었다.
하지만 마담은 예나가 이 가게에서 최고의 에이스이고 진짜 손님에게 술만 따라주고 같이 대화만 하는 조건으로 겨우 스카웃 해 왔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예쁜 얼굴 하나만 믿고 존나 편하게 일하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예나가 허용하는 수위는 존나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이년의 얼굴이 존나 예쁜건 사실이라서 보고 있으면 눈은 확실히 즐겁다.
내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예나의 여기저기를 훑어보고 있을 때, 한조가 자신의 파트너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는 다른 룸에 가서 놀 테니, 형님도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어, 그래.”
역시 눈치 빠른 한조는 자리를 피해 주었다.
이제 예나와 단둘이 남은 나는 본격적으로 놀아보기로 했다.
한조가 문을 닫고 나가는 순간 나는 다짜고짜 예나를 뒤에서 껴안으며 백허그를 했다.
그리고 손은 그녀의 가슴을 강하게 쥐고 만졌다.
가슴이 예사롭지 않다.
이런 명품 가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부를 했다니.
“꺄악! 뭐, 뭐하는 거예요!”
예나는 자신의 가슴을 쥐고 있는 내 손을 뿌리치려고 손에 힘을 주며 날선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나는 더욱 강하게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말했다.
“뭐가? 룸에서 아가씨 가슴 만지는 건 당연 한 건데? 그냥 대화나 하자고 비싼 돈 주고 들인 줄 알아?”
“아씨! 그럼 다른 아가씨랑 놀아요. 저는 술 따르는 거랑 대화밖에 안한단 말이에요. 그렇게만 해도 예약 풀로 꽉 채우거든요! 아, 진짜! 사장님이 특별히 부탁해서 예약 켄슬하고 왔더니 짜증나!”
예나는 소리를 질러대며 자신의 인지도를 과시했다.
너무 심하게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나도 가슴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아 존나 비싸게 구네. 그래, 씨발년아 꺼져. 마담한테 말해서 다른 아가씨 들어오라고 해.”
나도 짜증이 솟구쳐서 예나를 내보내고 그냥 2차 가능한 다른 아가씨로 바꾸기로 했다.
그렇게 예나가 퇴장하고 1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아가씨가 도착한 모양이다.
“들어와.”
내 대답이 있고나서 문이 열렸는데 나는 존나 깜짝 놀랐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새로운 아가씨가 아니라 바로 한조였다.
그런데 한조가 어떤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있었다.
한조의 손에 머리채를 잡힌 여성은 다름 아닌 예나였다.
“형님, 못난 모습 보여서 죄송합니다.”
한조가 나에게 사과를 하면서 예나의 머리채를 잡은 상태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예나가 힘없이 쓰러지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잔뜩 겁에 질린 예나는 고개를 들어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조를 바라봤다.
“사, 사장님...왜, 왜 이러세요...”
“예나야, 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얼마나 잘 해줬는지 잘 알고 있지?”
“당연히 알죠...제 몸에 끝까지 손대려는 손님이 있으면 사장님이 다 해결 해 주셨잖아요...그런데 갑자기 왜, 왜....”
“그렇지. 지금까지 내가 너를 얼마나 아꼈는지는 네가 더 잘 알거다. 그런데 말이다. 오늘은 그 경우가 달라. 그냥 닥치고 형님이 하자는 대로 해라.”
“.....시, 싫어요! 자꾸 그러면 그, 그만 둘 거예요!”
“흐음, 예나 너, 내가 평소에 화내는 거 본적 있니?”
“아, 아니요...”
“그럼, 내가 진짜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겠구나.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네가 어디로 가든 다 찾아 낼 수 있고, 너희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가족들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지 않니?”
“사, 사장님....”
우와 씨발, 한조 존나 무서운 새끼였네...
저런 협박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데 옆에서 듣고있는 내가 다 소름이 끼친다.
그리고 지금까지 강제로 예나에게 손을 대려는 남자들을 한조가 처리해 줬다고 하는데...
만약 예전에 내가 예나를 강제로 계속 어떻게 해 보려고 했으면 한조에게 뒈졌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제 한조는 나의 충신이다.
사람인 이상 한조가 이 정도까지 했으면 솔직히 무서워서라도 더 이상의 반항은 못할 것 같다.
“아, 알겠어요...시키는 대로 할게요...”
예나의 대답을 들은 한조는 나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문을 닫고 나갔다.
또 다시 나와 단둘이 남은 예나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