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79화
한조가 제공한 정보를 중심으로 즉시 이유림이 죽은 그 사체업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냈고 나에게 알려왔다.
안 그래도 술을 마셨더니 졸음이 몰려왔는데 바로 꿈속으로 들어가서 그 사체업자의 영혼을 소환하기로 했다.
아무생각 없이 사체업자의 영혼을 소환했는데 덩치가 거의 한조와 비슷하고 인상도 존나 험하게 생겨서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어차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녀석이고 <영혼의 쉼터>에서는 내가 신이다.
“김만석 씨.”
“당신 누구요? 그리고 또 여긴 어디요?”
“여긴, 사람이 죽으면 오게 되는 곳입니다.”
“뭔 개소리여. 내가 죽다니.”
한조의 말에 따르면 이 김만석이라는 사채업자는 교통사고로 인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했다.
너무 찰나의 순간에 사망하는 바람에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도 인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조금 비현실적인 장면들을 보여주며 자신의 상황을 인지시켰다.
김만석은 어렴풋이 사고를 당하기 직전의 상황이 기억났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흐음, 당신 말대로 내가 죽었다 치고, 그래서 여기서 내가 뭘 해야 하는 거요?”
“일단 그 말투가 상당히 거슬리는데, 여긴 김만석 씨가 떵떵거리며살던 그 현실이 아니란 말입니다. 당신은 부정한 방법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했고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많은 피해를 주었다. 그래서 벌을 내리겠다.”
“뭔 개소리....으헉!”
나는 김만석에게 벌을 내리겠다고 선언한 이후 몽둥이로 사정없이 후려쳤다.
대략 2시간 정도 미친 듯이 구타를 했더니 김만석은 내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사, 살려주십시오...흐엉...”
“이미 죽었다니까, 자꾸 살려 달라고 하네.”
“그, 그런 의미가 아니라....이제 그만 때리면 안 될까요...”
“아직 좀 더 맞아야 돼.”
1시간 정도를 더 때리고 나서야 나의 몽둥이 찜질이 멈췄다.
김만석은 벌벌 떨면서 내 앞에 엎드려 있었다.
“흐어어엉...제, 제발...그만....”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는 걸 인정하지?”
“그, 그럼요! 인정합니다!”
“그러면 더 맞아야겠네.”
“아, 아니! 잠깐만요!”
“뭐 할 말이라도 있어?”
“그 돈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
“어떻게? 네놈이 죽는 순간 누군가가 재산을 상속받아 갔을 텐데.”
“아, 아닙니다...저는 자식 놈도 없고 친척도 없는 고아입니다...그리고 돈도 은행에 넣어두지 않고 금괴로 바꿔서 저만 아는 장소에 묻어 두었습니다...”
고문의 효과가 타나났는지 스스로 금괴를 묻어둔 장소를 불었고 나와 한조가 생각했던 것 보다 그 양이 더 많은 것 같다.
김만석이금괴를 숨겨둔 곳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시골에 위치한 어느 야산이었고 제법 상세하게 위치를 설명했다.
나는 ‘진실의 눈’을 사용해서 김만석의 생각을 읽었다.
거짓이 아니었다.
어차피 죽었기 때문에 아깝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이 지독한 구타의 고문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김만석의 영혼 따위는 필요 없다.
곧바로 내 꿈에서 퇴장시키고 나도 현실로 복귀했다.
아직 시간은 저녁 11시 정도.
오히려 낮보다는 활동하기 편한 시간이다.
나는 곧장 한조에게 전화해서 금괴가 묻힌 위치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한조는 지금 당장 부하들을 데리고 내가 말한 곳으로 출발하겠다고 했다.
***
2시간 정도가 지나서 한조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에 그렇게 침착하던 한조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혀,형님. 이거 생각보다 금괴의 양이 꽤 많습니다.
“그래? 50억은 넘을 것 같아?”
훨씬 넘을것 같습니다.
“현금화 시키는 데는 얼마나 걸려?
양이 좀 많아서 생각보다 더 걸리긴 할 텐데...일단 급한 대로 30억 정도는 1주일 안으로 현금화 시키고 나머지는 해외 루트를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알겠습니다. 형님.
생각보다 돈을 쉽게 구했다.
우리 귀염둥이 겨울소녀들을 좀 더 빨리 안아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생각만 해도 존나 흐뭇하다.
이제 늦은 새벽이 되었으니 겨울소녀들의 스케쥴도 끝났을 것이다.
함께 <더 월드>의 세계로 떠나볼까.
다시 잠에 빠져든 나는 곧바로 <더 월드>영역으로 이동해서 겨울소녀들을 소환했다.
나를 보자마자 겨울소녀들이 반가워했다.
“앗! 삼촌이다!”
“와아! 삼촌, 왜 저희 버리고 갔어요! 히잉...”
“버리고 간 게 아니라 일이 있어서 이틀 휴가 낸 건데...”
“아무튼요!”
“근데, 오늘따라 삼촌 좀 멋있어 보이네요? 장비가 화려해서 그런가...”
“그치?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는데. 삼촌, 장비빨 좀 받네요~”
사실, 어제도 똑같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이런 반응은 아니었다.
<매력의 반지>를 착용하자마자 반응이 조금 달라졌다.
생각보다 매력+20의 영향력이 큰 것 같다.
레벨을 좀 더 올리면 <매력의 목걸이>도 착용할 수 있던데, 이것만 추가시켜도 효과가 상당히 커질 것 같다.
그래서 열렙에 대한 의지가 아주 강해졌다.
“얘들아, 출발!”
“고고씽~!”
겨울소녀들과 나는 좀 더 상위 던전을 향해서 이동했다.
여기는고블린과 오크들이 섞여서 등장했는데 역시나 현질로 무장된 내 장비 앞에서는 그리 위협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보스들이 문제였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이번에는 두 마리의 보스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음욕의 고블린이 여성체를 발견하고 극도의 흥분상태로 돌변합니다.]
[음욕의 고블린이 극도의 흥분상태에 돌입하면서 전투력이 10배로 증가합니다.]
[음욕의 오크가 여성체를 발견하고 극도의 흥분상태로 돌변합니다.]
[음욕의 오크가 극도의 흥분상태에 돌입하면서 전투력이 10배로 증가합니다.]
비록 레벨 업을 조금 더 해서 강해지긴 했지만, 상당히 고전했던 보스 두 마리가 동시에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음욕의 고블린과 음욕의 오크는 겨울소녀들을 향해서만 공격성을 드러냈다.
상당히 힘든 전투였지만 결국 두 녀석을 모두 해치우긴 했다.
이게 다 겨울소녀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히잉, 진짜! 이게 뭐야...”
“큰일 났어! 이번에는 보물 상자에서 방어구가 안 나왔어....”
겨울소녀들 모두의 옷이 다 찢어져서 거의 알몸에 가까운 상황.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계속 흥분을했고 덕분에 엄청난 기운을 얻어서 음욕의 고블린과 음욕의 오크를 해치울 수 있었다.
“저기 얘들아, 방어구는 마을에 가서 수리하면 다시 복구 시킬 수 있어. 걱정 마.”
“그건 저희도 알아요...그런데 당장에 입을 옷이 없어서....”
아, 나 때문에 그런 거구나.
손으로 중요부위를 가리고 있는 겨울소녀들은 나에게 알몸을 보이면서 차마 마을까지 가기 민망해서 그런 것이다.
“삼촌은 좀 늦게 출발 할 테니까, 너희들이 먼저 출발해.”
“그러다가 길에서 몬스터 만나면 어떡해요...”
“맞아요. 방어구도 없는 상황에서 몬스터랑 마주치면 진짜 큰일인데...”
필드에도 몬스터들이 없는 건 아니라서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럼 삼촌이 먼저 앞장을 설 테니, 너희들이 뒤에서 따라와. 그럼 됐지?”
“그게 그나마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긴 해요.”
내가 유료 상점에서 구매한 강제 귀환 스크롤의 기능과는 달리 비전투 상태일 때 마을로 귀환 할 수 있는 스크롤은 게임 내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가격이생각보다 비싸기 때문에 아직 코인이 많이 부족한 우리는 구매를 하지 않았었다.
아마도 마을로 돌아가면 이제 비상용으로하나씩은 구매할 것 같은데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겨울소녀들은 내 뒤에서 따라 오기로 하고 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앗! 늑대 무리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선두의 플레이어를 노리는 데 비해서 늑대들은 뒤를 공격하는 특성이 있었다.
그런데 재수 없게 하필이면 늑대를 만난 것이다.
아니지,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겨울소녀들의 비명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뒤로 돌아서 검을 뽑으며 달려갔다.
이미 겨울소녀들은 알몸 상태로 검을 든 채 늑대들과 대치중이었다.
당연히 신체부위를 가리고 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나는 늑대에게 달려들면서도 눈은 겨울소녀들의 몸매를 감상하고 있었다.
승연이는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몸매를 자랑했고, 혜주는 뽀얀 살결과 부드러운 곡선이 인상적이었다.
그 외 은설, 연희 ,나연도 몸매가 예술이었다.
다들 댄스로 다져진 몸매라서 확실히 군살이 없었다.
“삼촌! 자꾸 어딜 봐요!”
“어, 어? 혹시나 다친 곳은 없나 싶어서...”
겨울소녀들이 내 시선을 느꼈는지 빽 소리를 질렀고, 나는 얼른 정신 차리고 늑대들을 도륙했다.
그 이후에도 마을에 도착하기 까지 몇 차례의 몬스터와 마주했고, 결국 겨울소녀들은 신체부위를 가리는 걸 포기하고 검을 잡은 상태로 이동했다.
덕분에 겨울소녀들의 젖꼭지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내 머릿속에 하나하나 각인 되었다.
겨울소녀들은 마을에 도착해서 갑옷을 수리하고 다시 착용했다.
나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무의식중에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그걸 또 혜주가 기가 막히게 포착한 모양이다.
“삼촌, 그 한숨의 의미는 뭐에요?”
“당연히 너희들의 몸매를 구경하던 재미가 사라져서....가 아니고...”
“아, 진짜! 삼촌, 너무해...”
“농담이야 농담.”
“아니, 왜 보스들은 여자에게만 변태처럼 달려드는 거야? 여성 몬스터는 없나?”
“뭐야, 혜주 너, 여성 몬스터가 삼촌한테 달려들어서 옷 찢어버리는 거 보고 싶은 거야?”
“히힛, 그것도 나름 재밌겠는데요?”
나는 속으로 ‘원하면 지금 바로 벗어서 보여줄까?’라는 말을 삼켰다.
그런데 아무리 꿈속이지만 나에게 알몸을 보인 것 치고는 다들 격렬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하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이 게임을 비난하거나 괜히 나에게 짜증을 부리는 멤버들은 한명도 없었다.
이것도 매력 수치의 증가 때문에 그런 것 같다.
***
이후에도 <음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몬스터들이 대거 등장했고 어김없이 겨울소녀들의 갑옷은 찢어지며 알몸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겨울소녀들도 조금 적응을 해버린 것 같다.
이제 상의가 찢어져도 가슴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나를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며 레벨도 제법 많이 올렸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매력의 목걸이>를 착용할 수 있는 레벨이 되었다.
가격은 무려 20억이나 했다.
완전 터무니없는 미친 가격이지만 그래도 금괴를 처분하고받은 30억이 있어서 즉시 구매했다.
[매력의 목걸이]
[매력 +30]
[매력 수치가 증가할수록 다른유저들이 사용자에게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현실에서도 매력의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제 나의 매력 수치는 총 50이되었다.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 궁금했다.
곧 바로 겨울소녀들을 소환해서 반응을 지켜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소환된 혜주가 평소와는 다른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원래라면 환하게웃으며 장난스럽게 다가왔을 텐데 지금은 조금 어색해 하는 그런 느낌이다.
나는 곧바로 ‘진실의 눈’을 통해서 혜주의 상태를 살펴봤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삼촌이 멋있게 느껴지지...? 기분도 조금 이상하고...]
혜주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소환되어 나를 바라볼 때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다들 당황해서 평소의 그 활기찬 겨울소녀들의 모습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됐는지 다시 밝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겨울소녀들은 평소보다 나와의 거리를 더 가까이 하고서 움직였다.
혜주는 슬쩍 내 옆으로 와서는 팔짱까지 꼈다.
나와 눈이 마주친 혜주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헤헤, 장비가 좋아보여서 한 번 만져보려고...”
[아, 부끄럽긴 한데, 삼촌 옆에 붙어 있으니까 너무 기분 좋다...]
‘진실의 눈’을 통해서 본 혜주의 속마음은 확실히 나에 대한 호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