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80화
나에게 팔짱을 끼고 있는 혜주의 모습을 다른 멤버들이 보지 못할 리 없다.
곧 바로 승연이를 비롯해서 은설, 연희, 나연이도 더 가까이 나에게 다가왔다.
“혜주 너, 왜 삼촌 팔짱 끼고 있어?”
“어? 아아, 그냥 장비가 너무 멋있어서 만져보고 있었어...같은 전사 계열이잖아. 부러워서...”
“진짜지?”
“그, 그럼...”
[나는 뭐라고 말하면서 삼촌 옆에 붙을까...]
다른 멤버들도 어떻게든 나에게 가까이 다가올 핑계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럼 내가 그 핑계를 만들어 줘야지.
필드에서 적당히 전투를 치르고 난 후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나무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내가 먼저 앉자, 겨울소녀들이 내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서 앉았다.
“에고, 삼촌 어깨가 좀 뭉친 것 같은데누가 좀 주물러주지 않을래?”
“저 진짜 안마 잘해요!”
“나도 나도 해줄래.”
다들 서로 내 어깨를 주물러 주겠다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지만 5명이 동시에 안마를 할 수는 없으니 나는 2명을 뽑으라고 말했다.
그러자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가장먼저 입을 연 사람은 혜주였다.
“나, 나는 평소에 삼촌 말을 가장 안 들었으니까, 이럴 때 안마라도 해줘 돼.”
말과는 다르게 혜주가 내 말을 안 들은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건 혜주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떻게든 핑계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기에 다른 멤버들도 혜주처럼 뭐라도 말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에 빠졌다.
잠시 후 승연이가 손을 번쩍 들며 입을 열었다.
“나는 지난번에다리 다쳤을때, 매니저 삼촌이 마을까지 업어줬으니까 지금 그 보답을 해 줄 거야.”
결국 혜주와 승연이가 내 어깨를 주물러주기로 했고 다른 멤버들은 살짝 울상을 지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안마를 받기 전에 먼저 나는 갑옷을 벗어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냥 스킨십을 목적으로 했던 말인데 혜주와 승연이의 안마가 너무 시원했다.
분명 현실이었다면 근력이 약한 겨울소녀들의 안마에서 이런 시원함을 맛보지는 못할거다.
게임 속 능력치 덕분에 신체능력이 강화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드러운 손길의 느낌도 좋고 시원하기 까지 해서 은근 중독될 것 같다.
그래서 원래는 20분 정도만 노닥거리다가 던전으로 갈까 싶었는데 생각을 바꿨다.
현재 혜주와 승연이는 내 양쪽 어깨를 주무르고 있는데 연희이와 은설이에게 내 양쪽 허벅지를 안마해달라고 했다.
“제 실력을 보여드릴게요!”
“나도!”
둘 다 아주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혼자 남은 나연이가 초조한 듯 나를 바라봤다.
“나연이는...”
“저는....”
나도 살짝 고민이 됐다.
4명이나 내 몸에 달라붙어서 안마를 하고 있는데 더 이상 자리가 없어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꼬추를 좀 만져달라고 하고 싶지만 아직 무리라고 생각한다.
“나연이는 삼촌 얼굴 마사지 좀 해 줄래?”
“으음, 한 번 해 볼게요.”
나연이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볼과 턱, 이마 등을 꾹꾹 눌러주었다.
제법 느낌이 괜찮았다.
풀이 무성한 나무 아래에 대(大)자로 뻗어서 겨울소녀들에게 안마를 받고 있으니 그림이 조금 이상해 보이긴 한다.
누가 지나가다가 보면 기절할만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나와 겨울소녀들 외에는 아무도 없는 세상이기에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겨울소녀들도 그런 이유 때문에 지금 이런 행동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나도 모르게 너무 기분이 좋아서 거의 1시간 가까이 안마를 받아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몇 시간이고 이렇게 있고 싶지만 빨리 레벨을 올리고 매력 수치가 붙은 장비들을 착용하는 게 우선이라고생각한다.
겨울소녀들을 물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준비운동을 하듯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근육을 풀어주고는 다시 인벤토리에서 갑옷을 꺼내어 입었다.
1시간 동안이나 쉬지 않고 안마를 했으면 지쳤을 만도 한데, 오히려 겨울소녀들은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가도 내가 먼저 던전을 향해서 움직이자 곧 바로 따라 붙었다.
혜주는 이제 당연하다는 듯 내 오른팔을 잡아당기며 팔짱을 꼈다.
그걸 본 다른 멤버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는가 싶더니 경쟁하듯 빠르게 나의 왼팔을 차지하기 위해 움직였다.
결국 가장 빠르게 움직인 승연이가 내 왼팔을 차지했다.
“아우! 또 한 발 늦었네. 맨날 혜주랑 승연이만 삼촌 옆에 붙어 있어...”
나연이가 귀여운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평소에 예능방송에 출연하더라도 말이 거의 없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 때문에 얼음공주라고 불리는 나연이에게 이런 모습은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나는 그런 나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 행동에 나연이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데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 기분 좋다... 더 해 주지...]
표정과는 다르게 나연은 속으로 머리를 더쓰다듬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몇 번이나 더 나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때, 옆에서 그걸 보던 연희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내 옆에 붙으며 말했다.
“삼촌! 나도 머리끈이 풀려서 그러는데 좀 묶어줘요~”
“머리 묶을 줄 모르는데...”
“그냥 삼촌 마음대로 하면 돼요!”
내 양팔을 차지하지 못한 3명의 멤버들은 이런 방식으로 내 관심을 끌려고 노력했고 나는 일일이 다 받아주었다.
겨울소녀들에게는 항상 공평해야 하니까.
혜주와 승연이가 조금 더 나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과감하게 움직인 노력의 결과라 생각한다.
밀당도 원래 적당한 인원일 때나 가능하지 이렇게 5명이나 되면 경쟁으로 바뀌게 되어 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겨울소녀들은고민이 짧아지고 행동은 빠르고 과감해질 것이라 기대된다.
던전에 입장한 우리는 열심히 몬스터들을 때려잡았다.
확실히 스트레스가 풀리고 사냥 자체의 즐거움이 있었다.
겨울소녀들도 어느새 각자의 포지션이 거의 정해져서 훌륭한 팀워크로 전투를 해나갔다.
당연히 가장 선두에는 전사 계열인 혜주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가장 심하게 다치는 사람도 혜주였다.
이미 혜주의 방어구는 제 기능을 잃어서 거의 다 찢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아직 보스를 처치한 것도 아니라서 상황이 조금 안 좋았다.
“혜주의 갑옷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이대로 싸우기에는 너무 위험한데...”
“어, 어떡하지...”
겨울소녀들이 나에게 붙을 때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렇다고 서로를 시기하거나 하는 마음은 전혀 없는 착한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혜주가 위험해 지자 다들 걱정을 했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혜주 너는 전투에 참여하지 말고 삼촌 옆에 꼭 붙어 있어.”
“네...”
혜주는 전투에 참여할 수 없다는 말에 조금 시무룩해 졌지만 내 옆에 있으라는 말에 다시 표정이 돌아왔다.
갑옷이 찢어져서 가슴이 훤히 보이는 혜주가 내 옆에만 있어도 나의 전투력은 급상승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던전의 보스는 너무나 강력했다.
더구나 <음욕>이라는 수식어가 없어서 그런지 나에게도 공격이 들어왔다.
그래서 최대한 혜주의 몸을 대놓고 훑으며 흥분상태를 유지했다.
보스가 나와 호각을 이루며 대치하고 있을 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겨울소녀들이 뒤에서 공격하는 식으로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어 나갔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보스의 시선이 내 옆에 있는 혜주에게 향하는가 싶더니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나는 깜짝 놀라며 그대로 몸을 날려 혜주를 안고 피했다.
그런데 혜주의 갑옷이 다 찢어진 상태였기에 내 손이 그녀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
나와 혜주는 둘 다 놀라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미, 미안. 이게 삼촌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거 알지?”
“알아요. 그리고 저는 괜찮아요.”
혜주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시선을 피해버렸다.
아무튼, 혜주의 가슴을 만지고 나서 전투력이 더더욱 상승했다.
왠지 칼질 한 방에 저 징그럽게 생긴 보스를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죽어라!”
서걱!
“끄어어어!”
정말로 보스는 내가 휘두른 검에 그대로 잘려나가면 죽어버렸다.
***
나와 겨울소녀들은 현실에서도 부쩍 친해졌다.
운전 중에도 잠을 자지 않고 나와 대화를 나누려고 했다.
촬영할 때 있었던 일부터 시작해서 꿈속의 <더 월드>에 대한 이야기 까지.
주제는 정말 다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 대한 스킨십이 점점 늘고 있었다.
혜주는 장난처럼 내 등에 업히기도 하고, 나연이는 심심치 않게 머리를 묶어 달라며 끈을 가져왔다.
은설이는 말없이 갑자기 내 뒤에 와서는 어깨를 주물러 주기도 했다.
그런데 확실히 현실에서는 겨울소녀들이 해주는 마사지가 그다지 시원하지 않았다.
그냥 부드러운 손길의 느낌으로 만족했다.
만족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딱 여기까지였다.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겨울소녀들이 처음으로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하기 시작한 그런 감정이다.
그 선을 넘기 위해서는 매력 수치를 좀 더 올릴 필요가 있었다.
지금 내 통장에는 금괴를 처분하고 들어온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 있다.
자그마치 100억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 정도돈이면 절대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빨리 레벨만 올리면 된다.
하루하루 꿈속에서 겨울소녀들과 사냥을 하다 보니 어느새 레벨이 많이 올랐고 <매력의 귀걸이>를 착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귀걸이 의 경우에는 오른쪽과 왼쪽 2개를 착용할 수 있다.
[매력의 귀걸이]
[오른쪽과 왼쪽 각각의 성능이 동일합니다.]
[매력 +30]
[매력 수치가 증가할수록 다른 유저들이 사용자에게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현실에서도 매력의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가격을 비롯해서 성능까지도 <매력의 목걸이>와 동일했다.
하지만 오른쪽 왼쪽 두 개를 동시에 착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더 높은 레벨을 요구하는 아이템이다.
나는 한 짝에 20억이나 하는 귀걸이를 쌍으로 구매했다.
이렇게 되면 이제 나의 매력 수치는 무려 120이다.
매력의 귀걸이를 양쪽에 모두 착용하고 겨울소녀들을 <더 월드>의 영역으로 소환했다.
가장먼저 소환된 혜주가 나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달려와서 내 볼에 뽀뽀를 했다.
쪽.
“어, 어? 저기 혜주야?”
“앗! 나도 모르게...죄송해요 삼촌...”
혜주는 정말로충동적으로 나에게 뽀뽀를 했는지 몹시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나는 좀 더 이 상황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다른 멤버들을 소환하는 걸 미루기로 했다.
혜주는 아무리 기다려도 다른 멤버들이 나타나지 않아서 괜히 더 민망해 했다.
“혜주 너도 맘대로 막 삼촌한테 뽀뽀 했으니까, 삼촌도 하고 싶은 거 한 번 해도 되지?”
“네? 하고 싶은 게 뭔데요?”
“제대로 다시 하자.”
“뭐를...읍!”
나는 혜주의 입술을 그대로 덮치며 진한 키스를 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내 무의식중의 습관이 함께 나왔다.
혜주와 키스를 하면서 내 손은 어느새 그녀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