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7화 (87/113)



〈 87화 〉87화

나는 잠들기 직전까지도 배윤지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그저 꿈에서 존나 따먹으면서 굴복시키는 건 너무 식상해 보인다.
뭔가 재밌으면서도 화끈한 방법이 없을까.
이왕이면 꿈보다는 현실을 통해서 참교육을 시키고 싶은 욕망이 가득했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은 딱히 떠오르지 않았고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꿈속에 들어와서 갑자기 뭔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를 따라다니듯이 절묘한 타이밍에 짜잔 하고 나타났던 유료업그레이드의 정체.
그리고 <더 월드>의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변형된 보스몹과 흥분했을  내 전투력이 증가하는 현상들까지.
모두가 나의 욕망과 관련되어 있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심지어는 소리를 지르기까지 했다.

“이 씨발, 좆같은 시스템아! 빨리 나타나서 원하는 금액이 얼만지 말해!”

몇 번이나 허공을 향해 고함을 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역시  되는 건가 싶어서 포기하려고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알림이 나타났다.
과연 어떤 내용을 가지고 왔을까 존나 궁금하다.

[망각의 사과]

[이 사과를 먹은 영혼은 한 가지 사실에 대해서 망각하게 됩니다.]

[망각에 대한 내용은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있습니다.]

[영혼에 각인된 효과는 현실에서도 효과가 유지됩니다.]

[가격 : 100억]

역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존나 잘 알고 있는 게 확실하다.
그런데, 씨발...
100억을 어디서구하란 말인지 모르겠다.

불의로 사고로 죽은 사체업자를 통해서 획득했던 돈도 이미 많이 써버렸기 때문에 내 통장 잔고에는 이제 20억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
솔직히 금괴를 얻은  정말 운이 좋아서였는데, 이런 행운이 또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자마자 가장 믿음직스러운 한조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긴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조역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가문의 부동산이나 주식을 처분하는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주식역시 지금 계속 상한가를 치고 있기 때문에 팔아버리기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최대한 방법을 좀 더 생각해 보고 진짜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을  처분하기로 마음먹었다.

후우, 일단 배윤지가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픽업을 해 달라고 했으니 빨리 씻고 그녀의  앞으로 갔다.
보통은 개인적인 일 때문에 이렇게 매니저가 운전을 해주러 왔으면 고맙다고 말해야 할 텐데 이년은 내 복장을 지적하며 아침부터 신경을 긁어댔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 친구를 태우고 다른 지역까지 관광하듯이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수시로 정차해서 이것저것 사오라고 시켰다.
그래, 매니저니까 해주긴 하는데  씨발년은 매번 불만이었다.

“말 안 해도 내가 좋아하는 맛으로 사와야지. 진짜 멍청하다니까.”

“배윤지 씨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데요...?”

“모르면 종류별로 다 사왔어야지. 머리가 장식이야?”

“오전에 심부름 시켰을 때는 너무 많이 사왔다고 화냈잖아요.”

“왜 모든 걸 똑같이 적용해? 상황마다 다른 거지. 어휴, 됐다. 내가 매니저 따위랑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한심하다. 난  숨 잘 테니까, 이제 집으로 가. 도착하면 깨우고.”

배윤지는 자신이 원하는 맛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가 사온 음식을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후아, 참자... 참자...

겨우 오늘 하루 정식으로 배윤지의 매니저로써 활동했을 뿐인데 존나 힘들어 뒈질 뻔 했다.
당연히화를 참느라고 힘들었다.
어떻게든 80억을 구해야만 한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똑똑한 인재들의 머리를 빌려서 고민해 보기로 했다.
유림이와 민지, 서연이를 앉혀놓고 내 꿈을 이용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제법 나오긴 했다.

우선 민지가 예전에도 제안했던 방법 중 하나인데, 파라다이스를 꾸며서 재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자는 것.
그리고 서연이가 제안한 방법은 내가 자신의 어머니와 한 달에 한 번 씩 만나게 해주고 있듯이 재벌들을 상대로 활용하자는 내용이다.

공통점이라면 모두  대상이 재벌이다.
내가 필요한 돈이 80억이라는 엄청난 금액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대상이 재벌이 될 수밖에 없긴 하다.
그런데 우선 서연이의 제안은 조금 어려워 보이긴 한다.
솔직히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재벌들은 재산다툼이 심하고 경쟁구도가 치열하다.
오히려 빨리 죽어서 재산을 물려주기를 바라는 인간들이 대부분일 것 같은데, 과연 이미 죽은 자신의 부모님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긴 있을까.

유림이도  말에 동의를 하며 민지가 말한 의견에 힘을 보탰다.

“제가 생각해도 민지의 의견을  활용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같기도 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는 그래도 공부 머리가 가장 좋은 이유림에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물었다.
유림이는 잠시 고민에 빠졌고 나는 충분히 기다려주었다.
십여분 정도 고민을 하던 유림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경영의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아직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강하고 자식들에게 주식을 물려주지 않고 꽉 쥐고 있는 영감님들이 있죠.”

“그 양반들의 씀씀이가 대단하긴 하지.”

일선에서 물러났기에 별다른 활동도 없고 오직 가진 거라고는 돈 밖에 없는 영감들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재벌 영감들과 골프를 치러 다니거나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낙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이마저도 거동이 불편해서 즐기지 못하는 영감들도  있다.

“민철 씨가 서비스를 제공하기만 하면 정체를 숨긴 채 비밀리에 돈을 받아내는 역할은 가문에서 할 수 있어요.”

“흐음, 내가  양반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재공해주면 최대한 큰돈을 지불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건 정말 쉬워요.”

“쉬워?”

“오줌도 시원하게 누지 못하는 양반들이에요. 민철 씨가 그 영감님들에게 기운이 나도록 뭔가를 해주고 평소에 그분들이 아끼던 여자들까지 소환해 준다면 기꺼이 원하는 금액을 지불할 겁니다.”

“호오, 한마디로 떡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된다. 이 말이네.”

“맞아요.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고급스러운 장소를 제공해 주면  효과는 더 좋을 거예요.”

“장소 같은 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가장  문제는  영감들에게 기운을 나도록  수 있는 방법이다.
내 신체는 마음대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타인을 조절 할 수는 없으니까.
어차피 답은 꿈속에 있다.

나는 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잠을 청했다.
그리고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간절히 바라면서 소리를 질렀다.
대신 이번에는 나름대로의 조건을 걸면서 발악을 했다.

“이 미친 시스템아! 양심이 있으면 좀 적당히 해 처먹어라!”

[활력의 알약]

[기적처럼 몸의 활력이 넘친다.]

[유지 시간 : 1시간]

[개당 가격 : 10,000,000원]

[언제든지 구매가 가능하도록 구매창이 활성화 됩니다.]

오, 바로 이거지.
내 요구가 받아들여진 건지, 아니면 나름대로 합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딱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존나 말도 안 되게 비싼 게 맞지만, 충분히 더 큰 이익을 남길  있다.

예전에 기사에서 대기업 총수가 연예인이나 예쁜 대학생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된 사례를 본  있었는데 성관계 한 번에 대한 비용이 천만원을 넘는다고 했었다.
물론 해당 여성이 특수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예쁘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의 힘으로 떡칠 수 있는 기운이 있는데도 이정도의 돈을 투자했다.
솔직히, 재벌 총수들의 수입을 생각할 때 천만원은 일반 서민의 만원보다도 저렴할 테니 그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주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생각해 보면, 기력이 없어서 꼬추가 서지 않는 영감에게 다시 떡을 칠 수 있을 정도의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면?
못해도 약값의 두 배는 받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섹스의 중독은 그 어떤 마약보다 무섭기 때문에 한번 써보면 절대 못 끊는다.

모든 계획이 세워졌으니 이제 실행할 일만 남았다.

나는 우선 100개를 구매했다.
활력의 알약을 구매하는데 소모된 10억은 이제 20억이 되어 돌아올 거라 확신한다.
그리고 이 100개를 소모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유지시간이 겨우 1시간.
한 사람이 하루에 최소 5개는 구매할 테니까.

나는 장사를  준비를 마쳤으니 이제 유림이의 가문에서 마케팅을 해줄 차례다.

한조를 비롯해서 이유권이 직접 발 벗고 나서서 70대 이상의 재벌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영감들이 아끼는 젊은 여인들까지도 함께 조사를 하라고 일러두었다.

겨우 이틀 만에 무려 50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나에게 전달되었다.

***

나는 호텔의 스위트룸을 개별 공간으로 구성하여 50개 만들고 그곳으로 일단 재벌 영감 한명을 소환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영감에게 나는 변장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본격적으로 약을 팔기 시작했다.

“오늘은 특별히 약 하나를 공짜로 드릴 테니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낯선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주는 것을 의심없이 받아먹을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강제로 입에 집어넣어버렸다.

“놔, 놔라 이놈!”

현실에서는 자신의 말 한마디면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기에 자연적으로 누군가에게 명령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모습이다.
어쨌든, 결국 내가 강제로 영감의 입속으로 활력의 알약 하나를 털어 넣어버렸다.
 바로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어때요? 뭔가 반응이 오지 않습니까?”

“자, 잠시만...”

영감은 갑자기 뒤를 돌아서 바지를 살짝 벗어보더니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지...몸에서 기운이 넘쳐서 설마 했더니...정말로 서, 섰어...”

“아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곧바로 이 영감이 예뻐하며 품에 끼고 사는 여인을 소환했다.
그리고는퇴장해 버렸다.

지금까지 발기가 되지 않던 자지가 꼿꼿하게 서있다는 믿을 수 없는 현상에 영감은 이성을 잃고 자신이 아끼던 그 여인을 그대로 덮쳤다.

“꺄악, 오, 오라버니! 여긴 어디고 또, 갑자기 왜 이러...헛...”

“요것아, 나도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안 너를 얼마나 품어보고 싶었는지 모르겠구나.”

그 뒤로는 안 봐도  알 것 같으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에서 호텔방을 비추던 스크린 화면을 껐다.
이제 다른 영감을  다시 소환했다.
모두가 비슷한 반응이었다.

대략 1시간 정도가 지나서 나는 처음  영감의 방에 다시 나타났다.

“이, 이보시오! 왜 다시 내 물건이 죽어버린 것이오?”

“이 알약의 유지 시간은 1시간입니다.”

“그, 그 손에 들고 있는 약...나에게 주면 안 되겠소?”

“직접 겪어봐서 알겠지만 보통 물건이 아닙니다.”

“내, 내가 살 테니, 제발 빨리 주시오!”

“가격은 2천만원입니다.”

“아니! 겨우 1시간짜리가 뭐 그리 비싸단 말이오!?”

“싫으면 안사도 됩니다.어차피 구매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으니까요.”

내가 일부러 뜸을 들이며 천천히 사라지려는 모습을 보이자, 결국 이 영감은 다급해 지면서 나를 불러 세웠다.

“아, 알겠소! 거 참, 성격이 급하시구만. 내가 살 테니, 우선 3알만 주시오.”

“대충 느끼고 있겠지만 여기는 현실이 아닙니다. 제가 만든 세상으로 현실과 같은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지요. 당연히 지금은 제 말을 믿지 못하시겠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알게 될 것입니다. 아무튼, 돈은 현실에서 받아낼 테니, 떼먹을 생각 말고 현금으로 준비 해 놓으세요. 저의 대리인이 현실에서 당신에게 돈을 받으러 갈 것입니다.”

“이곳이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소. 나에게는  황홀한 경험을 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니까. 빨리 알약이나 주시오...”

영감은 빨리 저기 침대에 누워 있는 여인과 또 다시 떡을 치고 싶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다그쳤다.
나에게 알약을 건네받은 영감은 얼른 하나를 입안에 털어넣고 여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생각보다 약이 존나 잘 팔리잖아?

예외 없이 모든 영감들이 나에게 약을 추가적으로 계속 구매하길 원했고 현실에서 돈을 지급해 주기로 약속을 했다.
분명 꿈속에서 이루어진 계약이기에 증거가 없는 현실에서 돈을 안주려고 버티는 영감들도 있긴 할 테지만, 다음날도 계속 꿈에 소환되어 구매를 하려면 밀린 돈까지 합쳐서 무조건 지불하게 되어있다.

수금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으니 그렇게 모인 돈으로 계속 활역의 알약을 구매하고 이 영감들에게 판매를 한다면 순식간에 80억을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배윤지 이 씨발년아, 조금만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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