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8화 (88/113)



〈 88화 〉88화

유림이의 가문에서는 계속해서 재산은 많지만 골골거리는 영감들을 찾아 나섰고 어느덧 나의 고객은 100명이 넘어섰다.
겨우 며칠 만에 100억이 넘는 돈이  수중에 떨어졌다.
그래서 은근슬쩍 <활력의 알약> 가격을 상향시켜 봤다.

 영감들의 사업적 성향 때문인지 습관적으로 나에게 항의를 했다.
하지만 내가 갑의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이 영감들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싫으면 구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약을 수급하기 힘들어져서 공급을 줄일까 싶었는데 잘됐네요.”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결국 모두 꼬리를 내리고 내가 제시하는 가격에 구매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충분히 장기적으로 끌고 갈  있으면서도 그 수익성이 존나 높다.
앞으로 이 미친 시스템이 말도 안 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유료 업그레이드에 대한 부담은 사라졌다고 봐야지.

나는 곧바로 <망각의 사과>를 구매했다.
지금까지 유료 아이템을 구매할 때마다 내 손이 떨려왔었는데, 오늘은 무려 100억짜리를 구매하면서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엄청난 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각이 무뎌지진 것 같다.

<망각의 사과>를 구매하자마자 새로운 문구가 나타났다.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입력 해 주세요.]

[이 사과를 먹은 대상은 사용자가 작성한 내용에 대하여 떠 올릴 수 없게 됩니다.]

나는 이미 그 내용을 미리 생각해 두었고 빠르게 작성했다.

[사용자와 관련된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타인에게 발설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 사과를 먹은 대상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신고를 한다거나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 자체를 못하도록 만들어버리는 의미로 작성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조건이 너무 강력해서 과연 인정이 될지는 모르겠다.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이 망각의 사과에 적용되었습니다.]

오, 성공이다.
역시, 존나 비싼 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유림이를 통해서 알아낸 배윤지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곧바로 소환을 했다.
자다가 꿈속으로 소환된 배윤지는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우아한 디자인의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다.
청순한 외모와 너무  어울렸다.
정말 성격이 더러워서 그렇지 외모 하나는 흠잡을 곳이 없는 여자다.

과연 하늘이 내려준 이년의 성격이 고쳐질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교육은 시켜봐야지.
뭐, 그 타고난 성격이 고쳐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화풀이를 한다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에 상관은 없다.

나는 이윤지를 어떻게 유혹해서 이 사과를 먹도록 만들까에 대한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았다.
배윤지가 소환되자마자변장을 하고 있던 나는 그냥 먹기 편하게 사과를 잘게 쪼갠 후에 강제로 그녀의 입 속으로 털어 넣어 버렸다.

“컥..컥...우욱...컥...”

배윤지는 깜짝 놀라서 자신의 입속으로 들어오는 사과를 뱉으려고 했지만 내가 미친 듯이 쑤셔넣는 바람에 그대로 모두 삼켜버리고 말았다.
내가 워낙 잘게 잘랐기 때문에 목구멍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다 넘겨진 것 같다.

“헉...헉...헉...”

사과를 모두 삼키고 거친 숨을 내쉬고 있던 배윤지를 곧 바로 퇴장시켰다.
목적을 달성한 이상 굳이 꿈속에 가둬 둘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내일부터는 현실에서 지옥이 시작 될 테니까.

***

“안 돼!”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이러난 배윤지는 그대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의 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손으로 훔쳤다.

‘이런 말도  되는 꿈은 도대체 뭐야...’

배윤지는 살면서 현실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꿈은 처음 겪어봤다.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상한 가면을 뒤집어 쓴 괴한이 자신에게 이상한 걸 억제로 먹이는 바람에 결국 삼켰는데 그래도, 혀끝에서 느껴지는 새콤달콤한 맛에 사과라는 걸 깨달았다.

‘진짜 별 이상한 꿈을  꿔보네.’

꿈이라서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배윤지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서 생수 한잔을 들이키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어제도 친구와 늦게까지 만나서 놀았기 때문에 오늘은 집에서 좀 쉬기로 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전화기를 들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그래 윤지야. 일어났어?

“어우, 말도 마. 진짜 이상한악몽을 꾸는 바람에 완전 기분 안 좋아.”

얘는 무슨, 겨우 악몽 꾼 것 가지고 그러니.

“아무튼, 이게 다  재수 없는 새끼 때문에 그래.

- 누구?

“있잖아. 그...그....아 갑자기 왜 생각이 안 나지...”

- 풋, 윤지 네가 짜증난다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어야 말이지.

“아니야. 최근에 진짜 짜증나는 인간이 있단 말이야. 아...근데 왜 기억이 안 나는지 모르겠네...”

- 악몽을 꿔서 컨디션이  아닌가봐. 얼른 아침 챙겨먹고 쉬어.

“휴우, 진짜, 그래야겠어.”

- 친구와 전화를 끊은 배윤지는 갑자기 번개라도 맞은  생각나지 않던 인물이 떠올랐다.

‘어휴, 바보같이 왜 갑자기 강민철 그 매니저 자식의 이름이 순간적으로 안 떠올랐을까.’

배윤지는 자신의 머리를 살짝 콩 쥐어박고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사람이 살다보면 정말 가끔씩 순간적으로 자신의 현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있듯이 그런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이제 자신을 짜증나게 하는 인물이 생각났다면서 조금 전에 전화를 했었던 친구에게 톡을 보내려고 액정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런데 빠르게 움직여야  배윤지의 손가락이 그대로 멈춰서 가만히 있었다.

‘왜, 왜....또 생각이 안 나지...?’

그렇게  참이나 떠올리려고 노력해도 생각나지 않아서 결국 포기하고 휴대폰을 소파위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아침으로 샐러드나 먹을까 싶어서 냉장고를 향해 걸어가는데 자연스럽게 강민철이라는 자신의 매니저가 생각났다.

‘아 뭐야! 나 진짜 건망증이 심해졌나?’

하지만 몇 번이나 휴대폰을 들어서 강민철에 대한 욕을 하려고 할 때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자신이 누구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하는 건지 잊어버린다.
결국 포기하고 다른 행동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강민철에 대한 기억이 돌아온다.

배윤지는 뭔가자신의 정신상태가 이상해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별의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도 치매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설마 아니겠지....?’

띵동 띵동.

 그래도 머리가 복잡한데, 갑자기 들려오는 벨소리에 너무 짜증났다.
연락도 없이 이렇게 벨을 누를 사람은 없을 텐데, 도대체 누구일까.
혹시라도 스토커가 자신의  주소를 알아낸 건 아닐까 싶은 걱정도 살짝 들었다.

그런데 화면에 보이는 모습은 자신의 정신을 복잡하게 만든 장본인, 바로 매니저 강민철이었다.
인터폰 화면으로 강민철의 얼굴을 보자 배윤지는 짜증이 확 올라왔다.
음성모드로 전환하고는 다짜고짜 신경질부터 부렸다.

“야!  뭐야? 부른 적도 없는데, 왜 마음대로 찾아왔어? 미친 거 아니야?”

- 대표님이 급하게 전달해 달라는 서류가 있어서 서두르다 보니 전화하는 걸 깜빡했네요.

“어휴, 진짜 멍청하다니까.”

***

내가 배윤지의 집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자 역시나 이 씨발년의 입에서는 고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연락을 하지 않고 왔다고 해도 대표님이 부탁한 중요한 서류가 있다고 하는데도 이딴 좆같은 반응이다.
아, 물론 그런 서류는 사실 없지만.

그래도 딸깍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대문이 열렸다.
배윤지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최대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단독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유권이 거주하는 그런 대저택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당이 있고 위치도 괜찮아서 꽤 비싸 보인다.

현관문은 미리 열어두었는지 그냥 손잡이를 돌리자 바로 열렸다.
내가 배윤지의 집 안으로 직접 들어와 본 건 처음이다.
과연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이자 청순의 대명사로 알려진 배윤지는 어떤 집에서 살고 있을까.
나는 거실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봤다.
일단 고급스러우면서 상당히 깨끗했다.

그 때, 감상에 젖어 있던 나를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그렇게 두리번거리고 있어. 이런 집 처음 봐?”

“그냥 궁금해서요.”

“빨리 대표가  서류나 올려두고 나가.”

배윤지는 내가 왔는데도 테이블에 앉아서 샐러드를 먹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아침을 안 먹었네.
나는 배윤지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가서 맞은편에 자연스럽게 착석했다.
당연히 그녀는 나를 어이없게 바라보고 있었다.

“너, 미쳤어? 여긴  앉아?”

“그래도 손님인데 같이 좀 먹읍시다.”

나는 배윤지가 먹고 있던 샐러드를  뺏어가서 먹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 못한 나의 행동에 배윤지가 완전 당황했는지  동안 눈만 깜빡거리며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점점 얼굴이 구겨지더니 결국 폭발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너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와, 씨발 존나 깜짝 놀라서 떨어질 뻔했다.
여기가 단독주택이라서 다행이지 아파트였다면난리가 났을 거다.
나는 깜짝 놀라긴 했지만 뭐,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계속맛있게 샐러드를 먹었다.
존나 싱싱한 야채들로 만든 거라서 그런지 아삭아삭하고 맛이 제법 괜찮았다.
맛있게 아침 식사를 끝내고는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리모컨으로 TV를 틀어서 여기저기 채널을 돌렸다.

배윤지가 씩씩거리며 나에게 다가와서는 거의 멱살을 잡듯이 옷깃을 잡아당겼다.

“야! 서류를 주러 왔으면 곱게 주고  것이지 어디서 행패를 부려! 어!?”

“아 참, 서류는 여기 있어요.”

나는 배윤지에게 멱살이 붙잡힌 상태에서도 자연스럽게 품에 손을 넣어 메모지 한 장을 꺼내주었다.

“뭐, 뭐야? 서류라고 하더니 겨우 메모지?”

“종이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 거죠.”

“아 진짜! 이게 뭐야!?”

이 씨발! 썅년아,  이제 뒤졌다.

메모지에 적힌 내용을 읽어보던 배윤지는 점점 얼굴이 굳어지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야....이거 네가 쓴 거지?”

“당연하지. 그럼 대표가 너한테 그런 내용을 쓰겠냐?”

“야! 이 미친 버러지 같은 매니저 새끼가...”

짝!

“꺄악!”

나는 그대로 배윤지의 따귀를  대 날렸다.
그렇게 세게 때리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맞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배윤지는 허물어지듯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나에게 맞은 뺨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나를 노려봤다.

나는 배윤지를 향해서 미소를 한번 지어주고는 곧바로 머리채를 잡아서 안방으로 끌고 갔다.

“꺄악! 이거 놔! 놔라고 이 미친 새끼야! 너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너 내가 진짜 신고할 거야!”

배윤지는 나에게 머리채를 잡힌 상태로 끌려가면서 발악을 했다.
나는 안방의 침대위에 배윤지를 집어던지며 휴대폰도 함께  던져주었다.

“어, 신고 해봐.”

“이이익! 내가 못할 알아!?”

“해보라니까.”

“너 후회나 하지 마.”

배윤지는 나를  번 노려보더니 정말로 경찰에 신고를 해버렸다.
나는 심장이 벌렁거리며 몸이 떨려왔지만, 시스템을 믿어 보기로 했다.

“거기 경찰서죠? 제가 지금....그러니까....그게....”

- 진정하시고 지금 상황에 대해서 차분하게 말씀 해주세요.

“그게, 그러니까...지금 제 상황이....갑자기 기억이 안 나서 잠시만요...”

결국 배윤지는 장난전화를 걸지 말라고 경고를 먹고 신고를 접수하지 못했다.
<망각의 사과>효과를 눈앞에서 확인한 나는 더욱 자신감이 붙었고 이제부터 진짜 교육을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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