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104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호화롭기 그지없는 푹신한 침대.
여긴 내 방이다.
- 언니, 나 50만원만 줘. 진짜 사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 집안 어른들도 불가능한 일을 나한테 부탁하면 어떡하니. 돈은 무조건 네 남편에게 가서 받아.
- 칫, 법적으로 아저씨는 언니 남편이거든!
- 우리 가문의 법도가 더 중요하다고 했잖아. 너도 첩이니까 민철 씨를 남편으로 인정해.
- 아, 몰라.
익숙한 일상이다.
아침이 되면 이유림과 아영이는 항상 저렇게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니까.
그리고 잠시 후면...
벌컥!
예상대로 아영이가 내 방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며 들어왔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기어 올라온다.
그리고 내 상의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며 얼굴을 밀착했다.
“헤헤헤, 아저씨~”
“왜.”
“나 용돈 좀~”
“넌 꼭 돈 필요할 때만 애교 부리더라.”
“아잉~ 서방님~”
존나 귀여운 얼굴로 이렇게 애교를 부리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나도 웃게 된다.
결국 아영이와 키스를 하고나서 지갑을 열었다.
두 손을 꼭 모으고 기대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영이는 내가 지폐를 한 장씩 셀 때마다 입 꼬리가 올라간다.
“자, 100만원.”
“와아, 대박!”
아영이가 원하는 금액은 50만원이었지만 나는 그 두 배에 해당하는 돈을 손에 쥐어주었다.
침대에서 귀엽게 폴짝폴짝 뛰던 아영이가 내 볼에 연신 뽀뽀를 하더니 귓가에 속삭인다.
“히힛, 오늘 밤에는 특별히 제 방에서 같이 잘 수 있는 기회를 드릴게요.”
“그래, 참 고맙다.”
일요일이라 친구들과 놀러 간다는데 기죽지마라고 돈을 두둑하게 넣어준 것이다.
아영이는 풋풋한 대학생 느낌의 복장으로 현관 앞에 섰다.
아침부터 첩이 저렇게 외출을 한다면서 이유림이 한숨을 내쉬었고 나는 피식 웃으며 아영이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여보, 미안해요. 제가 교육을 제대로 못 시켜서...”
“괜찮아. 한창 놀고 싶을 나이잖아.”
“아, 내 정신 좀 봐. 얼른 아침 식사 준비할게요.”
“TV보면서 먹을 거니까 거실 탁자 위로 가져 와.”
“네, 알겠어요.”
어제와 마찬가지로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어 앉아서 느긋하게 TV를 봤다.
게임방송과 걸그룹이 나오는 음악방송의 채널을 돌려가며 보고 있으니 어느새 내 앞에 아침밥이 차려져 있었다.
옆에 밀착해서 붙은 이유림은 손수 반찬들을 내 밥 위에 올려준다.
이미 익숙해진 식습관이었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이유림이 물을 가져왔고 TV를 보고 있는 내 어깨를 주물러준다.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에그녀의 할 일은 대부분 내 식사를 챙기고, 마사지를 해주고, 성욕을 해결해주는 것이었다.
“힘든데 그만하고 좀 쉬어.”
“전혀 힘들지 않아요. 남편을 위해서 당연히 아내가 할 일이기도 하고... 제 스스로도 너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서 계속 하고 싶어요.”
“그럼, 옷을 다 벗고 제대로 해볼까?”
“앗, 당신의 취향을 고려하지 못했네요. 미안해요.”
이유림은 내 옷을 벗겨내고 자신의 옷도 벗었다.
그리고 야동에서나 나오는 애무에 가까운 마사지를 시작했다.
혀를 이용해서 내 몸의 구석구석을 핥아주고 자신의 젖가슴으로 비벼준다.
이유림이 자신의 사타구니에 내 팔을 넣고 보지가 닿도록문지르며 아주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데 흥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난 TV 보고 있을 테니까 알아서 사정시켜.”
“네, 화면 가리지 않도록 주의 할게요.”
내 위에 조심스럽게 올라탄 이유림이 자신의 보지를 자지에 조준해서 끼운다.
삽입을 하자마자 엉덩이를 들썩거리면서도 그녀는 허리를 비틀어 TV를 보고 있는 내 시야를 가리지 않기 위해서 애썼다.
“하읏, 하읏, 하아앙...!”
“역시, 유림이 보지는 꽉 쪼여주는 맛이 일품이야.”
“하아....하아...기뻐요...읏...!”
“슬슬 반응이 오고 있는데 더 빠르게 흔들어 봐.”
“알겠어요...하아앙!”
찌꺽... 찌꺽...
이유림의 보지에 정액을 가득 뿌려준 뒤에 함께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탕에 들어가서 머리를 대고 누워있으면 그녀가 시중을들며 씻겨준다.
정말 천국이 따로 없네.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이유림이 챙겨주는 과일을 먹으면서 다시 휴식...
골프를 치자는 기업의 간부들이나 국회의원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걸려왔지만 귀찮아서 무시해버렸다.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TV를 보다가 저녁6시에 이유림이 차려주는 저녁을 먹었다.
이제 외출 준비를 해볼까.
8시에 신채영의 수업이 있어서 옷을 갈아입고 차에 올랐다.
***
현지수가 나를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뭔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꿈속에서 겪은 일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겠지.
다른 것도 아니고 내가 신채영에게 내주었던 숙제를 풀어보라고 협박했으니 가면 쓴 남자와 내가 조금은 겹쳐 보일 것이다.
물론 아직은 우연에 의한 꿈이라고 생각할 테니 의심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교수님, 채영이는 조금 있으면 올 테니 방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음, 아직 집에 안 들어왔군요.”
“네... 죄송해요.”
“알겠습니다. 먼저 방에 들어가서 수업 준비하고 있을 테니, 어머니께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래 학원 마치는 시간은 한참이나 지났지만 신채영은 집으로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
죽을 위기에 처해있던 상황이 꿈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신채영의 방에서 기다리는 동안 내가 숙제로 내주었던 문제집을 뒤적거리며 확인을 해봤다.
아주 깨끗하네.
꿈에서 풀었던 것들은 예의상 옮겨 적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교육법에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 드디어 현관문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민영은 아영이와 함께 놀러갔으니 당연히 신채영일 것이다.
잠시 후, 방문이 열리며 이 방의 주인이 등장했다.
“쌤, 일찍 오셨네요.”
“벌써 8시 10분인데?”
“앞으로는 30분 정도는 늦게 오셔도 돼요. 어차피...”
“문제집 미리확인해 봤는데 숙제는 하나도 안 했네.”
“제가 좀 바빠서요.”
“학생이 공부하는 거 말고 바쁠 게 뭐가 있다고.”
“쌤은 이해 못하는 저만의 사정이 있거든요.”
‘진실의 눈’을 통해서 신채영의 내면을 들여다봤기 때문에 그녀가 갑자기 공부를 멀리하게 된 진짜 이유를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합의점을 찾아보려고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신채영의 성적을 올리겠다고 아영이와 내기도 했으니까.
“일단, 숙제로 내줬던 문제는 선생님이랑 같이 한번 풀어보자.”
“네.”
꿈에서 풀어봤기 때문에 은근히 자신감을 보이면서팬을 들고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신채영은 문제집을 내 쪽으로 내밀었다.
몇 문제를 제외하고 모두 완벽하게 풀었다.
“어려운 문제들이 제법 많았는데 잘풀었네. 속도도 빠르고.”
“그래도 제가 머리는 좀똑똑하거든요.”
쯧쯧, 꿈에서 미리 풀어보지 않았더라면 반도 못 맞췄을 거다.
어쨌든 이 문제들은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 교육의 효과는 제대로 봤다.
문제는 현실에서 말을 전혀 안 듣는다는 건데...
“자, 다음 문제...”
“아, 피곤하다. 쌤, 그냥 오늘은 좀 쉬고 내일 해요.”
“겨우 이거 하고?”
“이 정도면 많이 한 거죠.”
“이렇게 하면 수능 전까지 반도 못 풀어.”
“에이, 저 수능 안 볼 거예요.”
계속 이런 반응이라서 도저히 진도를 나갈 수가 없다.
내가 오기 전에도 벌써 과외 선생님이 몇 명이나 있었는데 1주일 만에손을 뗐다고 한다.
적당히 과외비만 받고 시간을 때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그만 둘 만하지.
뭐, 나는 처음부터 예상했으니까 상관없다.
탁.
신채영의 바람대로 나는 책을 덮어버렸다.
내 행동에 살짝 당황한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본다.
나는 아주자연스럽게 침대에 걸터앉으며 대화를 시도했다.
“그럼 채영이는 뭘 하고 싶어?”
“뭐, 그냥...”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으니까 수업은 여기까지 하고 편하게 쉬자.”
“오오~”
나는 신채영과 공부가 아닌, 연예계나 드라마, 영화, 웹툰 등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하며 정해진 수업시간을 모두 채웠다.
당연히 표정은 밝을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기는 했지만 그녀의 가장 큰 관심사인 ‘웹툰’을 포함시켰으니까.
신채영이 갑자기 공부를 멀리하게 된 이유는 취미로 연재를 했던 ‘웹툰’이 나름 괜찮은 성적을 거두면서 관심사가 완전히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신채영은 아무도 몰래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웹툰 작가가 되려고 하는데 대학이 무슨 말인가, 그 시간에 그림이라도 더 배워야지.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차 있는 상태였다.
지금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에 입학하고 그 이후에 자신의 꿈을 펼쳐보라고 설득하는 것이 모범답안이다.
하지만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도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지.
“그럼, 선생님은 가볼게. 내일 왔을 때는 진짜 숙제가 다 되어 있어야 한다.”
“싫은데...”
“믿는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2층으로 올라갔다.
신채영의 영혼을 소환하려면 새벽은 되어야 할 테니 그동안 아영이 방에서 같이 좀 놀 생각이다.
어차피 오늘은 같이 자기로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