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황제를 위하여 2014[무협]
황제를 위하여
장강 수로 십팔채는 장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수적 떼를 지칭한다.
십팔채의 채주 중 하나인 황대는 요즘 싱글벙글 기분이 좋았다. 40대 후반인 황대는 비슷한 나이대인 양무제가 황제라는 것이 좀 기분이 나빴지만 요즘은 아니었다. 왕후장상엔 씨가 없다는데 도적 출신이 황제 또는 최소한 황제 측근이라도 되는 것이 꿈만은 아니라고 야무진 꿈을 꿔보는 황대였다. 양무제도 절도사였다가 주인이던 제나라의 황제에게 반기를 들고 지금의 양나라를 건국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황제가 되어 천하를 호령한다는 것은, 지금 해적 떼에게 호령하는 일 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을 거라고 황대는 생각했다. 지금은 양무제가 도적을 토벌하고 있어서 십팔채에 위기가 닥쳐 온 중이었다.
물론 관직이 오른 도적이 아닌 진짜 도적이 제대로 된 규모를 다스릴 정도로 권력이 있는 황제가 된 예는 중국 역사에 없고 있더라도 그런 이력은 숨겨졌을 것이다. 황대가 황제가 된다한들 이는 천하 인민에게 불행한 일일 뿐이다.
양무제는 아침 일찍 깨서 밤늦게까지 정무를 돌보면서 도로에 가로수를 심고 탐욕스러운 관료들을 잘 통제했고 배운 유교 사대부들을 대거 등용했고 불교로 백성들의 마음을 위무했고 백성을 보다 생각하는 어진 정치를 펼쳤다.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만이 아닌 천하 인민에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중국인에게도 있었고, 그런 생각을 가진 양무제와 같은 이가 황제가 될 때 제대로 황제랄 수 있을 것이다. 전근대사회에 있어 통신 수단이 마땅치 않음에 따라 거대 정치 체제의 의사결정의 신속함을 위해 황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음이라면 양무제와 같은 자가 황제가 되어야 했다.
그런 측면에서 누구든지 황제를 꿈꾸므로 아무리 사악한 인물이라도 그렇게 되는 것이 정당하고 잘 난 것이라는 식의 광고 문구를 내건 2014년 작 한국 조폭 영화 ‘황제를 위하여’는 무슨 퇴행적 인식인가. 황대만 해도 도적이 되어 오고 가는 멀쩡한 상인들 처 죽이고 재산을 강탈하는 것이 아닌, 간만에 난 명군 양무제의 치하에서 상인이나 농민이나 어민이 되어 정당하게 먹고 살 길이 있었는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조폭의 길을 선택한 것이 잘 난 것이라는 그 조폭 미화 영화는 뭐 하자는 수작인가. 승부 조작에 걸려 야구 선수를 관뒀으면, 운동해서 판단 능력이 일반인 보다 높을 테니 기술을 배우거나 하면 될 것이 아닌가. 프로의 길로 못 간 운동선수들이 대부분이고 그들도 결국 딴 일을 하니 그의 경우가 딱히 특별한 것도 아니다. 아니 승부 조작에 걸려 야구 선수를 관둬서 얼굴이 팔려 있어 딴 길로 가기 어렵다 치면 딴 조폭들은 대체 뭔가. 사악하고 폭력적이고 말썽 피우고 남들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작자들이 있으므로 그런 악마 같은 것들을 통제할 어둠의 힘이 경찰의 견제 아래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미화할 이유는 전혀 없다.
좌우지간 황대가 요즘 기분이 좋은 건, 흘러들어온 색목인 계집 하나를 첩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세력이 있기에 그 색목인 계집을 낚아채어 첩으로 만들 수 있었다. 다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황대는 십팔채 한켠에 마련된 자신의 집 목욕탕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대의 심부름꾼들이 화대로 각종 먹거리와 장신구를 잔뜩 가지고 와 목욕탕 한켠에 쌓아두고 사라졌다.
“금발은 나오라!”
그 색목인 계집은 단순히 금발이라 황대에게 불렸다. 알아듣는 말 자체가 몇 마디 없었다. . 황대는 그야말로 금발에게 황제처럼 대접받고 있었다.
금발 미녀가 방에서 나왔다. 목욕탕은 천장이 뚫려 있어 화사한 햇볕이 쨍쨍했다. 한가운데엔 나무 욕조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금발의 색목인 계집이 알몸으로 서있었다.
“오호~.”
황대는 휘파람을 불었다.
금발은 등까지 내려간 긴 머리칼도 보지의 터럭도 황금빛이었다. 얼굴은 갸름했고 푸른 눈이 큼지막하게 빛났다. 가슴과 엉덩이가 중원의 여인들 보다 훨씬 빵빵했고 그러면서도 군살이 없었다. 허리는 중원의 여인들과 별 차이가 없이 가늘었다. 젖꼭지는 젖꽃판까지, 보지는 항문까지 분홍빛으로 빛났다. 전반적인 살결은 햇볕에 살짝 그을린 황갈색이었다. 황대는 알지 못 했지만 금발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고 아랍 상인들에게 납치된 뒤 실크로드를 통해 중원으로 팔려 와 지금 황대 앞에 있는 것이다. 금발은 싱그러운 20살이었다.
황대도 서둘러 옷을 벗었다. 40대 후반 중원인 남자의 억센 육체가 드러났다.
황대가 금발을 좋아하게 된 건 단순히 외모가 출중해서만은 아니었다. 금발은 어릴 적부터 배운 봉사 솜씨가 상당했다. 예쁜데다 서비스도 좋으니 어찌 아니 좋을쏜가. 그러니 비싼 밥 주면서 살려두고 있는 것이다. 만날 때마다 황대가 금발에게 봉술을 가르치면서 갈구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지금 원하는 건 그것이 아니었다.
황대는 침상에 편히 누웠다.
금발은 고운 입술을 벌려 황대의 냄새 나는 발가락들을 핥고 빨았다. 그런 뒤 혀를 점점 위로 올려갔다. 황대는 금발이 편하도록 다리를 벌렸다. 금발은 황대의 음경을 붙잡고 배 쪽으로 끄집어 올리면서 황대의 항문을 속살까지 낱낱이 핥고 빨고 항문과 회음부를 혀를 움직여 똥찌꺼끼를 먹었다. 금발은 황대의 고환을 빨아올리듯 핥았고 입술을 대면서 봉사했다. 귀두를 목구멍으로 조이기도 했다. 음경을 훑기도 했다.
“날 목욕시켜라.”
황대가 그렇게 말하자 금발이 서툰 광동어로 대답했다.
“존명.”
몇 안 되는 아는 말을 재잘대면서 미소 짓는 금발이 새삼 귀엽게 느껴지는 황대였다.
금발은 금빛 사타구니 털에 비누칠을 하고 황대의 팔뚝, 허벅지 등에 올라 앉아 다리 사이에 황대의 몸을 끼고 비볐다. 금발은 풍만하고 부드러운 가슴에도 비누칠을 하고 황대의 가슴과 등을 밀었다. 비누칠이 충분히 되자 금발은 입에 비누 물을 머금고 황대의 음경을 입으로 닦았다. 그런 뒤 물을 끼얹고 헝겊을 움직여 황대의 몸을 깨끗하게 닦아냈다.
황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금발의 머리채를 붙잡고 따귀를 때리고 유방을 손으로 처 갈긴 다음 허리를 돌려 금발의 항문에 음경을 깊숙이 박아댔다. 금발의 탄력 넘치는 엉덩이를 신명나게 철썩 철썩 두드리고 뒤이어 금발의 물 많은 보지에 양물을 깊이 집어넣었다. 금발은 육질이 훌륭해서 보지도 항문도 조임이 괜찮았다. 황대가 음경으로 느끼기에 살짝 넓다 싶었지만 금발이 의식적으로 보지를 실룩거리기 때문에 느낌이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금발의 보지는 착착 감기는 맛이 좋았고 살이 부딪치는 감각도 좋았다. 황대는 금발의 항문에 자신의 음경을 삽입했다가 뺄 때마다 가끔 금발의 항문에서 방귀가 터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황대는 음경을 꺼냈다. 황대의 건장한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금발은 황대의 음경을 입 안 가득 머금었다.
황대의 정액이 뒤이어 오줌이 금발의 위장에 차올랐다. 금발의 화사했던 얼굴이 눈물, 콧물, 침으로 범벅이 된 것을 황대는 득의양양하게 바라보았다. 금발은 황대의 발등에 몸을 묻고 뽀뽀를 퍼붓다가 위로 올라 황대의 축 늘어진 음경을 핥고 빨아 마지막 쾌감의 여운을 주었으며 황대의 배꼽 아래에 키스를 해서 애정까지도 느끼게 해주었다.
황대는 그렇게 봉사 받고는 기분 좋게 떠났다.
금발은 생각했다.
‘아, 암울하구나. 이렇게 지내다가 늙으면 차이겠지. 어쩌다 알지도 못 하는 곳까지 끌려와서 내 인생 참 기구하구나. 뭐 생각하면 인생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하고 체념하기엔 또 너무나 내가 난 불쌍하구나. 그래, 내가 지금 한탄하는 게 어쩌면 내 한계가 아닌 인간 그 자체의 한계일지도 모르지. 이 세상 한 번 사는 것. 저 남자가 좋기도 하니 행복을 스스로 찾아 볼 밖에 없는 것일까.’
[2014.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