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화 〉엘프녀, 노인과 2016[판타지] (16/84)



〈 16화 〉엘프녀, 노인과 2016[판타지]

엘프녀, 노인과








"내 아들이 둘이나 죽었다."

그렇게 말하는 노인의 표정과 말투는 비분강개했다.


노인은 비록 비쩍 말라 마른 장작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형형한 눈빛 속엔 아직도 전장을 누비던 전쟁 영웅의 기세가 남아 있었다. 이젠 돈과 낡은 권력도 인생의 절정기를 지난 노인을 위로할  없었다. 그토록 아끼던  아들이 죽었다. 아직 아들 하나와  둘이 남아 있었고 손자 대에도 어린 아이들이 있었지만 노인에겐 두 아들의 죽음은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노인이 가래 낀 목소리로 옆에 누운 발가벗은 젊은 미녀에게 말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젊어! 내가 널 만난지 벌써 40년인데  늙었고 넌 여전히 파릇파릇하군."

여자는 그런 노인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여자는 엘프였고 엄청난 미녀였다. 노인이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 그대로인 엘프녀는 그때나 지금이나 절세미녀였다. 가까스로 차지한 엘프녀였지만 지금 노인의 마음에 성취감은 남아 있지 않았다. 노인이 말을 이었다.


"넌 나에게 자식을 낳아주지 않았어. 엘프는 자궁을 막을 수 있다면서 그렇게 했어. 너와의 사이에도 자식이 있다면 이번 일은 그렇게 큰 상실감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거다."

엘프녀는 노인의 첩들중 하나였다. 엘프녀는 노인이 또 어떤 분기탱천할 모습을 보여줄지 슬쩍 눈치를 보았다. 엘프녀가 말했다.

"그러는 당신은 날 잡아 와 40년 동안 성노예로 부려 먹었죠."


"사랑했어."

"삐뚤어진 지배욕과 젊음에 대한 선망 때문이었겠지요."

노인에게 엘프녀에게 분노할만한 감정적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노인은 단지 애닳고 아쉬울 따름이었다. 아직 노인이강인하고 활기 넘쳐 엘프녀를 마음껏 성폭행했던 때에도, 엘프녀는 늘씬하게 얻어맞으면서도 죽음도 두렵지 않고 고통스럽지도 않은 기세로 노인에게 독설을 퍼붓던 있었다. 이젠 엘프녀 보다 강하기는 한 것인지도 알  없었다.


그래도 노인은 물러날 수만은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저력이 관성의 힘으로 노인을 몰아붙였다. 노인의 눈에 의지가 서렸다. 노인이 여전히 건장한 몸을 일으켰다.

엘프녀는 그런 노인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엘프녀는 1미터에 달하고 탄력이 넘치는 모양새 좋은 가슴과 엉덩이를 갖고 있었다. 엘프녀의 온 몸은 탱탱했다. 엘프녀의 훼손되지 않는 젊음이 또 다시 노인에게서 생기를 빼앗아 가는 듯했다. 노인은 더욱 추해 보였다. 노욕이 노인의 정신에 휘몰아쳤다.


노인은 엘프녀의 풍만한 가슴을 거칠게 주억거렸다.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인 인간의 마음은 노인에게 자신의 육체를 낯설게 느끼도록 했다. 발기가 되지 않았다. 쓸모없어진 기분. 성불구자가 된 노인은 장탄식을 하고 엘프녀에게서 멀어졌다.

하지만 노인에겐 그를 지금과 같은 지위에 있게 만든 욕망이 팽배했다. 죽는 순간까지 재산과 권력을 쥐고 있으려는 욕구가 노인을 움직이게 했다. 노인은 힘 있게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노인은 의장을 갖추었다.


더 이상 노인의 육체는 추잡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네 년은 대가를 치를 거야."


노인의 흰 소리엔 저주와 권위가 담겨 있었다. 아직 실날같이 끊어지지 않은 그것들은 여전히 엘프녀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어 보였다. 노인은 엘프녀를 묶은 사슬을 확인하곤 밖에 나갔다.


엘프녀는 때를 기다렸다. 때는 닥쳐왔다. 곡물이 뿌려진 샐러드와 홍차를 들고 뚱뚱한 사내가 들어와 엘프녀 옆에 놓고 나갔다. 뚱뚱한 사내의 눈가에도 주름이 가라 앉아 있었다. 저 심부름꾼 사내가 아직 20대 초반이던  시작했던 때엔 엘프녀를 발정  당나귀처럼 강간하곤 했다. 이제는 그저 데면데면하게 대했고 뚱뚱한 사내가 엘프녀를 대하는 방식엔 오히려 처음엔 없던 수줍음과 불편함마저 내재되어 있었다.

엘프녀는 식사를 했다.


노인이 다시 돌아왔다. 노인은 엘프녀를 묶은 사슬을 풀었다. 차꼬는 그대로였기에 엘프녀는 자유로울  없었지만 왜 그런지 모를 해방감마저 느껴 마음이 달떴다. 기약할 수 없는 노인의 노욕이 얼굴에 가소로이 드러나 엘프녀는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노인은 엘프녀의 웃음을 외면했다. 노인은 엘프녀를 잡아 끌어 저택 뒤뜰로 이끌었다. 몇몇 건장한 전사가 노인과 엘프녀의 뒤를 따랐다.


얼마 만에 쐬는 바깥 공기인지 엘프녀는 알  없었다. 이제는 산하마저 변했을 고향산천이 낯설어져 두려웠다. 물론 엘프녀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노인이 부정적인 미래를 보여줄 때가 많아 엘프녀는 더 이상 기대하지 말기로 자신을 억눌렀다. 개과천선 따위는 없고 노인은 그저 자신의 탐욕과 덧붙어진 젊음에 대한 시기를 엘프녀의 육체에 강요할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다가드는 파멸의 내음에 엘프녀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저택 뒷문은 지저분한 거리로 이어져 있었다. 전사들이 가건물로 엘프녀를 이끌었다. 엘프녀는 헛간과도 같은 가건물 내부 짚단 위에 내동댕이쳐졌다. 전사들이 엘프녀의 차꼬에 무거운 추를 달아 움직일  없게 했다.

노인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서 손님을 받아라. 네년을 창녀로 좀 써야겠다. 쓸모없는 년을 용돈벌이로라도 쓰는 것일 뿐이다."


"날 창녀로 쓰면  자지를 한때 받았던 여자로서 너의 얼굴에 똥칠을 하는 꼴이 아닐까?"

"네 년이 영원토록 석녀일 것을 알고 있다. 최고의 창녀일 뿐이지."

전사들이 90도로 허리를 숙여 노인에게 인사했다. 노인이 사라지자 전사들부터 바지를 벗어던졌다. 폭발적인 발가벗은 미녀인 엘프녀의 모습은 젊은 그들에게 처음부터 강한 자극이었다.

부드럽고 고운 엘프녀는 전사들에게 윤간되었다. 노인 앞에서 절도를 지키던 사병의 모습은 사라지고 혈기 왕성한 원숭이의 모습만이 전사들에게 남았다. 젊음의 살내음이 향기로워 엘프녀는 반항하지 않고 몸을 내맡겼다. 아니 엘프녀도 그들의 몸에 적극적으로 봉사했다. 귀두를 혀로 문대고 불알을 핥고 항문에 혀를 꽂았고 목구멍과 보지와 항문에 박히는 그들의 자지에 반응했다.


전사들이 교대하면서 엘프녀를 관리했다.

돈 내음이 어디선지 풍겨왔다. 돈의 쇠 냄새는 수십년전이나 지금이나  같았다. 시대 변화가 빠르지 않은 그런 나라. 엘프녀는 자신의 몸에 박제된 세월만큼이나 세월 속에 새김 된 돈에 자신이 매개체가 된다는 것에 이상한 자부심을 느꼈다. 여전히 한줌의 쓸모만큼은 쥐고 있다는 느낌이 엘프녀의 정신을 어떤 고난에서도 붕괴되지 않게 했다.

소년부터 노인까지 수많은 사내들이 엘프녀의 몸에 욕정을 풀었다. 엘프녀가 지체 높은 나으리의 첩이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지금도 부유하고 이전엔 역전의 영웅이던 노인의 기를 엘프녀를 통해 간접체험하면 복이 온다는 미신이 도시 거리거리마다 번지고 나라 밖까지 떠돌아 길손마저 구름처럼 몰렸다.


엘프녀는 정액만을 식사로 제공받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배를 채우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엘프녀를 이용한 매춘업이 사업이 됨에 따라 건물은 높아졌고 바닥엔 대리석이 깔리고 침대가 놓였다. 엘프녀를 윤간하는 옆에서 사내들은 환담을 했고 도박을 했고 식사를 했다. 점차 화대는 값이 올랐고 창녀도 더 많이 고용되었고 나아가 기생이 아니면 방문할 수 없게끔 되었다. 노인도 때때로 들러 명사들과 고담준론을 나누기까지 하게 되었다. 화대가 오르자 손님이 드물어지고 은밀해져 정액만으로는 몸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엘프녀는 이전처럼 고급 샐러드와 홍차를 먹게 되었다.


이제 엘프녀는 도시의 명물이었고 노인의 명예는 깎였지만 음탕한 소문은 드높아졌다.

노인은 최후에 엘프녀가 제 값을 한다면서 마른 웃음을 지었다.


노인의 자녀들은 노인이 노망이 들었다면서 분개해했지만 엘프녀의 보지에서 나오는 막대한 수입에 입을 다물었다.


[201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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