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외계인들이 돌아왔다 2016[SF]
외계인들이 돌아왔다
‘그들이 올까?’
타이린은 좁은 방에 갇힌 채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적 도시 국가의 왕은 타이린을 보곤 반해 버렸다. 왕은 타이린이 치열한 싸움 도중에 정절을 지키기 위해 자살했다고 선언했다고 타이린에게 말했다. 그것이 타이린이 온 도시 국가의 명예를 지키면서도 타이린을 성노예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물론 타이린의 도시 국가가 망해버리거나 굴복당한다면 그런 가식도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도시 국가들끼린 온갖 책략을 써가면서 서로 서로 처절하게 싸우는 중이었다.
왕이 타이린에게 반했다면 타이린에게 잘 해줘야 했다. 부하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부인으로 삼을 수도 있는 일 아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왕에겐 타이린에게 잘해 줄 생각이 그리 없는 것처럼 타이린에게 보였다.
타이린은 흑요석처럼 검은 머리에 이목구비가 몹시 아름다웠고 살집이 좋지만 그러면서도 라인이 살아 있는 몸을 가졌다. 늘씬한 타이린에겐 머리만큼이나 크고 모양새 좋은 젖가슴과 가슴 못지않게 크고 둥근 엉덩이가 달려 있었다. 젊디젊은 타이린은 잔뜩 물오른 탄력 넘치는 풍만하고 탱탱한 몸을 지녔다.
‘난 가축처럼 되는 걸까.’
타이린은 불안했다.
실상 인류 최초의 가축이란 인간이다. 잡아 온 인간을 먹이 보다는 노예로 쓰는 편이 경제적 이익이 높다는 인식에 겨우 도달한 인류가 타이린의 세계였을 뿐이었다. 아니 제사 지낼 때마다, 무덤에 죽은 이를 묻을 때마다 하위 인간을 잡아 죽이니, 이는 노예도 아니고 가축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인간 취급이었다.
“먹이 갖고 왔다!”
방문을 열고 멧돼지 고기를 들고 타이린을 관리하는 사내들이 다가 왔다. 사내들은 실실 웃으면서 페니스를 타이린의 볼에 비볐다. 눈에도 비비고 귀에도 비비고 입술에도 비볐다. 사내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타이린 옆에 딱 붙어 있으면서 타이린을 따먹는 걸 꼭 중독된 사람처럼 미치도록 즐겼지만 지금은 많이 시들해져서 이젠 때가 정해져 있었다. 타이린에겐 덜 괴롭고 덜 피곤하게 된 일이었다.
타이린이 살아 온 영역의 인간들은 수렵 채집(사냥, 줍기, 낚시)으로 먹고 살았지만 인구가 임계점에 도달해 도시 국가 문명을 이루고 살았다. 수렵 채집으로 먹고 사는 이들답게 남자들의 평균 키는 183cm에 이르렀고 어릴 적부터 사냥으로 다져진 육체는 민첩했고 강인했다.
타이린은 여자치고는 덩치가 좋은 편이어서 키가 178cm로 여자 평균 키 보다 7cm가 더 컸다. 그렇다고 여자의 힘이 저런 남자들 보다 강할 리는 없었다. 게다가 타이린은 굉장히 여성미가 있는 편이었다. 즉 딱히 힘이 강한 여자 체형이 아니었다. 여성미 있는 체형치곤 힘센 체형 축에 끼는 몸이긴 했지만 말이다.
타이린은 꿰뚫렸다. 타이린의 입, 보지, 항문으로 사내들의 페니스가 마구 들락거렸다. 왕이 시킨 바였다. 타이린의 유방과 엉덩이가 사내들의 손길에 유린되어 철썩철썩 경쾌한 소리를 냈다. 똥 싸고 방귀 뀌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타이린의 항문이었다. 정액은 물론 오줌까지도 타이린은 받아 마셨다. 토할 수는 있었지만 말이다. 이젠 질에 오줌을 저들이 갈기는 정도는 비위가 상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타이린은 원래 있던 도시 국가에서도 배설하는 모습 정도는 아무에게나 보였지만 말이다. 타이린은 토하면서 눈물, 콧물도 짜냈다.
‘그들이 올까.’
여기서 그들이란 타이린이 태어나 자란 도시 국가였다. 타이린은 그곳의 공주였고 여전사였다. 지금은 육체를 보존해야 했다. 타이린은 정절을 포기했고 생존을 택했다. 타이린은 멧돼지 고기를 게걸스럽게 뜯어 먹었고 여러 가지 풀들과 버섯들도 먹었다. 어떤 식물을 먹어야 독이 안 되는 지는 당대의 매우 중요한 지식이었다. 타이린을 둘러싼 남자들과 손짓 발짓을 섞어 가면서 농담도 했다. 타이린은 자신에게 이토록 매력을 느끼는 남자들이 귀엽기도 해서 진심으로 즐겁게 대화했다. 다만 좀 살살 다뤄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왕이 일부러 거칠게 다루라고 했다고 전에 그들이 말한 바도 있었다.
각종 무기를 어릴 적부터 잡아 굳은살이 베긴 손으로 타이린은 사내 몇몇의 페니스를 위로해주고 뱉어낸 정액을 마셨다. 사내들의 불알을 핥고 빨고, 사내들의 항문에 혀를 깊이 넣어 핥기도 했다. 섹스야 어릴 적부터 해오던 거라서 그리 비위가 상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렇게 일처리를 마치고선 방 밖으로 사라졌다. 방은 돌을 쌓아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감히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왕이 날 좋아하는 게 아니면 어쩌지.’
타이린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타이린은 모계 사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모계 사회는 있었어도 모권 사회는 없었다. 난교를 하기에, 남자는 자기 자식이 누군지 모르지만 여자는 자기 자식이 누군지를 알기에 모계 사회를 한 것뿐이었다. 따라서 인간의 지위를 결정하는 건 어머니의 지위였다. 타이린이 자식을 낳으면 노예로 팔리고, 자식에게 젖 물리지도 못 한 채 돼지에게 젖 물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고 타이린은 생각했다.
‘뭐 운명이다. 왕이 날 좋아하기만을 바랄 밖에.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니까 안 그런 작자들 보다야 희망이 있지 않겠나.’
중력파가 진동했다.
그에 따라 중력이 조정되면서 타이린이 갇혀 있는 돌집의 돌들이 바깥쪽으로 모두 날아가 쓰러져나갔다. 모든 건물들이 그런 식으로 무너져 내렸다. 대낮에 날벼락을 맞은 도시 국가의 주민들은 패닉에 빠져 하늘을 보았다.
타이린이 지금껏 살아온 영역의 도시 국가들만 이런 것은 아니었다. 이는 지구 전체의 인류 문명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하늘에 거대한 우주선들이 떠있었다.
우주에서 온 생각이 인류의 뇌리를 직통했다. 우주선에서 발동한 생각조종술이 지구인들의 지능을 강화시키는 바람에 아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지구를 오래 전에 떠났다가 돌아왔다. 오랫동안 우리는 지구를 지켜보았다. 그때 우리는 지구를 떠나 지구에서 지구 나름의 진화가 이뤄지는 것을 지켜보자고 했었다. 하지만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극단주의자들이 지구에 체류하는 것을 막지는 못 했다. 이제 그들의 후손인 그대들이 인권 유린을 하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가 되어 이제 개입한다. 이제야 말로 진정으로 지구에 인간이 없는 시대를 맞이하게 할 것이다.
‘그들이 돌아왔어!’
타이린은 다른 이들과 함께 공중 들림 되어 우주선에 들어갔다.
그곳에 가보니 왕이 그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이게 뭐하는 짓거리인가?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왜 잡아 올려서 우주로 끌고 가겠다고 설치나 설치길! 도로 돌려보내주면 우리는 당신들이 훨씬 높은 지성을 갖게 해줬으니 지금까지 보다는 더 잘 해나갈 것이다.”
타이린은 그곳으로 가서 왕의 따귀를 올려붙이고는 말했다.
“대체 뭘 잘 살고 있었다는 건가? 내 뜻에 반해서 날 윤간하게 해놓고선!”
“그건 네 년이 좋아서 그랬던 거다. 너무 예쁘다 보니 괴롭히고 싶었다 이거다.”
그들의 머리로 생각이 비집고 들어 왔다.
-자 그만들 싸우시게. 그대들은 인류의 유전자 풀을 잘 보존한 공이 있는 사람들이야. 아니 공이 없더라도 인간이니까 우리는 잘 대우해줄 거고. 인간을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우해줘야 사회 내 갈등도 적어지고, 우주를 개발할 때도 더 의지가 굳어지는 법이니 걱정은 마시게나.
타이린은 우주선 내의 기계들에 의해 떠밀려서 호화롭고 최첨단인 방으로 이송되었다.
“이제 우주 개발하면서 살 수 있는 건가? 이야 신난다!”
[201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