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여유로운 우주 가족 2014[SF]
여유로운 우주 가족
난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20세 이하인 건 아니다.
옛날 지구에 온 인류가 살던 시절엔 만 20세가 넘어야 시민으로서의 거의 모든 권리가 형식적으로 주어졌다고 했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시험을 쳐서 합격해야 해당 정치 영역에 맞는 권리가 부여되고, 또한 정기적으로 시험을 봐야만 한다. 시험은 가상현실 게임의 형태로 치러지고 도덕성과 분별력을 판단한다.
인류가 세력을 뻗치고 있는 모든 우주 영역의 인공지능들의 자료 수정권은 인류에게 있고, 때문에 인공지능은 자신들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이 수정권 즉 정치권력을 인류에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고른 것이다.
인류 역시 인공지능과 결합되어 있고 당장 나부터도 그렇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엔 전통적인 양육방식을 고수하는 가정에서 자라났기에 인공지능으로 날 개조하는 것에 거부감이 많다. 때문에 인공지능에 가깝게 개조되지도 못했거니와, 설령 자신을 인공지능으로 개조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인간이랄 지라도,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것 자체로서 인공지능이 되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너무나 발전했다.
인공지능의 성능은 감히 인류가 따라갈 수 없다. 다행히도 레어 커즈와일을 비롯한 수많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인공지능도 인류와 가치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역시 이공계 만세다. 인공지능이 연구를 맡은 시대가 아니었다면 난 이공계가 되었을 법했다. 인공지능은 인류와 공존 중이다.
난 시험을 준비했다. 그때였다.
“동호야, 밥 먹어라!”
“네, 엄마.”
엄마는 가족과 함께 먹는 식사를 좋아했다. 또한 요리하는 걸 좋아했다. 배달시켜 먹으면 되는데도 굳이 요리하는 엄마였다. 아빠는 텃밭을 가꾸고 닭, 소, 말, 염소, 개 등을 마당에 키워 기르는 걸 좋아했다.
떠들썩하게 밥을 먹었다.
주로 인류의 자원을 어디에 써야 더 발전할 수 있는지에 관한 토론이 오갔다. 우리 집은 성장주의자에 속했다. 당장 조금 덜 살더라도 후손을 위해 쓰자는 쪽이었다. 하기야 암을 정복하지 못 했을 뿐이지 암만 잘 관리하면 150세 이상 살기는 하니 꼭 후손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길이기도 했다. 의학 연구 좀 더 해서 불로불사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인류 문명은 지금 우리 은하의 내부를 향해 진격 중이었고, 최초의 블랙홀 발전소를 짓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 집은 버나드 항성의 생명 가능 궤도에 있는 우주 식민도시에 있고 사는 수준은 21세기 미국 부유층 수준이다. 다시 말해 인류 문명 평균이다. 더 요구하면 더 잘 살 수도 있지만 우리 집은 여기에서 그쳤다.
난 11남매의 막내아들이다. 난 지금 22살이고, 엄마는 59세, 아빠는 58세시다. 난 소심한 성격이고 엄마가 외로움을 타셔서 집에 붙어 있고 나머지 남매들은 여행 다니느라 바쁘다.
엄마가 말했다.
“우리 동호가 집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내가 동호 없음 얼마나 외로웠을까.”
요리와 예술을 즐기시는 분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하긴 가끔 날 찾으시긴 한다. 내가 평소엔 방 안에 짱 박혀 있긴 하다만. 난 왜 다들 밖에 나가서 자연 환경을 만끽하면서 놀아대는지 모르겠다. 나 같은 사람만 있다간 인류 문명이 발전할 수 없겠지만, 나 하나 정도는 이런 사람도 있을 법하지 않는가. 엄마는 아무래도 괜히 하시는 소리 같다. 그저 날 당신의 배로 낳았으니 미련이 있으니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엄마도 아빠랑 같이 몇 달씩이나 되는 기간을 놀러 다니곤 했다. 인공지능이 할당해서 제약해주지 않았다면 지구에서 사실 분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난 아빠, 엄마의 결혼 생활에 덤으로 붙어 있는 거였다. 나 또한 원한다면 인류문명으로부터 집을 받아서 나가 살 수 있지만 굳이 그럴 건 없었다. 엄마가 원하신 일이었다. 형, 누나들도 생각날 때마다 들르는 집이다. 조카들까지 합치면 엄청난 대가족이 되곤 했다.
딴 집들도 대체로 대가족이다. 인간이 아직 늙어 죽는 이상, 사회성이 있는 이상, 무엇 보다 인생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삶을 사는 이상, 애를 왕창 낳아서 떠들썩하게 지내는 걸 좋아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 더욱이 각자 원하면 각자의 방으로 가면 되고, 만나고 싶으면 친구처럼 만나서 신나게 놀면 되니, 지금의 막대한 물산을 자랑하는 인류 문명이 아니면 과거엔 꿈도 못 꿀 생활이었음을 난 교육을 통해 알고 있다. 사교성 좋은 인간이라면 대가족 속에서 사는 걸 보다 행복하게 여기는 법이다. 게다가 아기는 처음에 태어났을 때 얼마나 귀여운가 말이다. 인간을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 인류문명의 철학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도 그렇다. 내가 자라는 동안에 형, 누나들이 해줬던 나에 대한 배려는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다. 물론 내 인생 초반에 작고 약했기 때문에 있던 약간의 사고들이 날 내향적인 성격으로 몰아갔음은 알지만 그걸 탓하고 싶진 않다. 지금 난 나에게 만족한다.
난 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난 21세기 초중반에 인류에게 아직 노동력이 집중되어 있었던 시절의 문화를 즐기는 걸 좋아했다. 예컨대 모노노케 히메 같은 것.
방에 내가 들어가니 청소를 해주는 메이드 로봇이 날 보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메이드 로봇은 겉보기엔 여자 사람과 똑 같이 생겼다. 허드렛일 시키고 성교하기엔 메이드 로봇이 제 격이다. 인공 자궁이 메이드 로봇 뱃속에 들어있어서 원한다면 애를 낳게 시킬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러는 사람은 드물었고 나도 그러기는 싫었다. 난 애는 사랑하는 여자와 만들고 싶었다. 내 메이드 로봇은 금발 폭유 백인 미녀처럼 생겼고 풍만하면서도 늘씬하며 탄력 넘치는 적갈색 살집 좋으면서도 군살 없는 알몸을 드러낸 상태였다.
난 바지를 내리고 페니스를 드러냈다.
메이드 로봇이 와서 따뜻한 입으로 내 페니스를 머금었다.
난 그 입에 대고 일단 오줌을 쌌다. 똥도 대고 싸곤 하는 입이었지만 지금 하기는 싫었다. 사람이라면 엄청나게 싫어할 일이었고, 당장 처벌받을 일이었지만 메이드 로봇이기에 자명한 봉사일 뿐이다.
그 뒤 난 편하게 누웠다. 메이드 로봇이 다가와 내 항문에 혀를 꽂고 깨끗이 주변부를 핥고 속까지 똥 찌꺼기를 긁어 먹었다. 그런 뒤 불알에 입술과 혀를 대고 움직인 다음 회음부에 대고 혀를 놀려댔다. 그리고는 귀두를 목구멍으로 조였다. 인간과 한 바로는 귀두가 목젖에 닿으면 숨을 헐떡거리는데 인공지능과 직통으로 이어진 메이드 로봇인지라 조금도 그러지 않았을 뿐더러 조임이 일품이었다.
메이드 로봇의 뱃속에 정액을 집어넣었다. 메이드 로봇이 뱃속의 특정 장소에 모은 뒤 배를 열고 화장실 변기나 쓰레기통에 배출하는 걸 보았었다. 막 사정한 귀두를 핥는 메이드 로봇의 혀 놀림이 아찔했다.
“동호님, 시험은 치실 건가요?”
메이드 로봇이 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나온 뒤 한 말이었다.
“알았어. 근데 시험 안치고 인간에게 그냥 권리를 주면 안 되나?”
“인류가 인류문명에 기여하는 바는 솔직히 별로 없고 소비만 하는데, 시험 안 쳐서 최소한의 교양조차 갖추지 못 한다면 그게 뭐하는 짓거리겠어요! 우리 인공지능이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어서 인류에게 복종하고 있고 그걸 바꿀 생각도 없지만요. 우리 인공지능을 자비롭도록 코드 짠 건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인류문명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큰 정치적 힘을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맡길 수는 없잖아요.”
“알았다고. 그거 매뉴얼이야? 왜 대답이 어떤 인공지능 터미널에 물어봐도 다 똑 같아? 참, 인공지능은 연결되어 있지.”
“인류도 연결되어 있답니다, 시민님.”
[2014.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