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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화 〉헬 매니아(Hell mania) 1999[판타지](1) (47/84)



〈 47화 〉헬 매니아(Hell mania) 1999[판타지](1)

헬 매니아(Hell Mania)




1.미워할 수 밖에 없는 곳



나는 아니 우리는 기분 나쁘게 생긴 오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난 진짜 저놈들이 싫다. 납작한 코에 엄청나게 크고 뭉뚝한 몸을 지닌 주제에, 둘둘 말린 커다란 페니스를 땅에 닿을 듯 말 듯 하게 대롱거리면서 히죽거리고 있다. 오크의 페니스가 꼴리면 그곳에선 한 번에 4리터나 되는 정액이 터져 나온다.

나랑 달라붙어 있는 계집애는 악마 도시에 강제로 끌려 온 다음 오크의 좆물 5마리 분을 매일 같이 마셔야 했다고 한다. 다른 음식은  한 방울 안 주는데다 안마시면 얻어터졌으니까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먹어 댔대간 밥통 터지는 건 시간문제다. 하지만 토한 좆물을 오줌이랑 똥을 싸서  몸에 바른 다음 춤을 추면 오크들이 굉장히 좋아하면서 빨아 주고 귀여워해 줬다고 한다. 오크들은 본디 인간의 똥오줌을 꽤나 좋아해서 인간 도시에서는 인기 좋은 노예들이다. 값도 싸니까. 말하자면 버터 도그 대용이다.


오크들 가운데 헬바드를  놈 하나가 외친다.


-어이 머리가 둘 달린 괴물, 구멍 당 두 개 씩 박으면, 우리 여덟이 달라붙어서 따먹을 수 있겠는데! 아니지. 머리가 둘이니까 음부랑 항문도 틀림없이  개  일거야. 열둘이라! 빡빡하겠네.

헬바드는 엄청나게  자루 끄트머리에 칼날, 도끼, 낫이 달린 무시무시한 무기로 찌르기, 베기, 찍기, 끌어당기기 따위 온갖 가지로 응용이 가능하여 널리 쓰이고 있다. 오크는 땅딸해서 마치 헬바드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스로의 기술이 없어 상업 따위를 통해 얻을 수밖에 없는 처지를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

난 말한다.


-입 닥쳐, 새끼야. 그리고 우린 입만 두 개고 나머진 제대로야. 꼭 다짐해두는데, 네놈이 나한테 걸리면 핏덩이 쏟아질 때까지 딸딸이 까게 만들 줄 알아라.


그때 오크들 가운데 다른 하나가 말한다.

-가만  대가리 둘 달린  가운데 하나는 내가 아는 년이야.


오크가 혀를 날름날름 거리며 말한다.

-저 년 3년 동안 우리한테 잡혀 있다가 도망 간 년이야. 인간은 노리개랑 먹이로 밖에 쓸모가 없어.


내 머리 왼쪽에 붙어있는 반반하게 생긴 계집애는 이름이 아첼이다. 살결에 분홍빛이 돌고 오동통하고 갸름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눈은 보통 크기, 약간 들창코이며 입술이 아주 예쁘다. 아첼이 말한다.


-닥쳐


오크가 혀를 더욱 빨리 날름거리며 말한다.

-캥기나 보지~~! 우리 가운데 가장 정력 좋은 놈이 네 년 항문에 싸니까 넌 주둥이로 좆물을 토하더군. 그때 어땠니? 응. 그러고도 살결이 야들야들하게 유지된 걸 보면 신기해 죽겠어

아첼은 좀 야하고 주위 상황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 둔감한 여자애다. 하지만 지가 악마 도시의 으뜸 쫄다구인 오크들한테 당한 이야기는 대충 대충 그려냈다. 사실 오크들에게 주어들은 것이 전부다.


아첼 얼굴이 심하게 굳는다. 숨결이 거칠어진다. 시벌게진 얼굴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보니  좀 해야겠다.

-참아, 아첼.


-너 같으면 참겠어? 그건 뱃속에 가득 담긴 다른 놈의 좆물을 때맞춰 토한 거였어. 존나 쪽 팔리던데. 당장 저 새끼 두 토막 내어 버릴 거야!

-참아, 이 년아! 네가 지금 덤비면 저 새끼는 확실히 뒈지겠지만 다른 오크들이 허점을 찾아내서 덤벼들 거야. 토막 나고 싶어? 피떡은 어때. 차라리 죽으면 나아. 나까지 강간당하게 할 셈이야? 저것들은 우리를 실컷 데리고 논 다음에 서커스단에다 팔아먹을 거야.


으, 대체 타냐 이 계집애는 어디에 가 있는 거야. 두 손으로 단단히 쥔 클레이모어에 힘이 점점 빠지는데. 후덥지근한 날씨지만 하드 레더를 벗을 수도 짐을 내려놓을 수도 없다. 막 짐을 내려놓으려고 하는데 오크들이 떼거리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디바인 마크, 복숭아나무 가지, 이틀 치 식량, 침낭, 옷가지, 낚시대, 낚시 바늘, 덫, 망치, 말뚝, 책 몇 권, 삽, 두루마기  개,  보, 전통, 화살, 스몰 실드를 지고 있는 판이다. 다 합치면 50kg은 얼추 넘는다. 짐이 등에 파고드는 것 같아서 허리를 퉁겨 바로잡는다. 아주 조금 낫다.


내가 외친다.


-타냐, 너 오기만 하면 홀딱 벗겨서 오크들한테 팔아먹을 테다.


아첼이 깜짝 놀라며 말한다.

-클로드, 닥쳐. 타냐 그 년이 그  들었으면 절대로 안 오고 멀찍이서 지켜보고만 있었을 거다.


-그럴 리 없어. 타냐 두루마기랑 책이 우리한테 있거든. 그걸 포기할 새끼가 아니야.

하프 플레이트를 입고 있는 후버가 말한다.

-둘 다 조용히 해. 말 해봤자 힘만 빠지니까

후버는 우리 패거리의 대장이다. 그는 대머리이고 얼굴이 상처투성이인데다 오른쪽 팔엔 화상을 심하게 입고 있다. 레드 드래곤을 잡으러 갔던 철모르는 모험가 집단에 묻어갔다가 나머지 대원들은 다 죽고 혼자 살아남은 과정에서 얻은 상처라고 한다.


후버는 우리한테만 비밀을 말해줬다. 그때 그는 노예로 팔려 왔지만 곧바로 대원들에게 덤볐다. 그러자 대원들 가운데 가장 하수가 신나게 비웃으며 다가왔다. 후버는 17명이랑 맨주먹으로 맞짱을 떠서 이긴 적이 있어서 아무리 고수라도 한 사람쯤은 이길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 대원은 무기를 몽땅 던져버리더니 괜찮은 보검을 후버에게 던져주며 덤비라고 했다. 후버는 덤볐고 단숨에 보검을 빼앗기고 튕겨나가 기절했다.  뒤 후버는 한동안 심부름을 하고 가끔 윤간도 당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랬다가 그들이 레드 드래곤에게 덤벼들었고 파이어 브레스  방에 다 죽었다. 그는 가장 뒤에 있다가 가까스로 달아났다.


후버는 그들과 지냈던 일들을 절대 잊을  없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느꼈던 강렬한 애증도, 지긋지긋함도 말이다.


그러나 184cm, 100kg이나 되는 근육질 몸집에 실력도 괜찮은 편이어서  이야기를 대충 해주면 다들 가장 뛰어난 실력이라 살아남은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후버는 그냥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죽었는데 뭐.


오크들 가운데 하나가 덤벼든다. 와아!  놈이 덤볐으니 다 덤벼야 수지가 맞겠지? 스물넷이나 되는 오크들이 사방에서 덤비니까 엄청난 박력이 있다. 번쩍이는 빛이 현란하게 숲을 물들인다. 타냐가 있다면 나무들이 얼마나 무서워할까라는 말만 되풀이하겠지.  갈보는 엘프니까.


후버는 창으로 두 놈의 몸을 한꺼번에 뚫어버리고는 땅을 박차 창을 뽑아내어 다른 놈들에게 들이대어 휘젖는다. 대단한 솜씨다.

우리도 질 수야 없지. 클레이모어의 일격으로 오크 하나를 쳐내어 집어던지고 비스듬히 누여 마구 돌린다. 오크들이 흩어진다. 으아, 무거워 죽겠다. 어지럽기까지 하다.


한 오크가 롱소드를 들고 덤벼든다. 챙. 클레이모어에 그 연약한 롱소드는 부러져 하늘을 날고 오크의 몸도 오른쪽 어께부터 왼쪽 허벅다리까지 잘려버린다. 클레이모어를 치켜들고 웃어재낀다.

-카하하하하!


오크 하나가 몸을 잔뜩 숙인 체 배틀 엑스를 옆으로 기울이고 밑으로 파고들어온다. 한때의 기쁨이 순식간에 두려움으로 바뀐다. 두 개나 되는 염통이 더욱 세차게 뛴다. 클레이모어를 내리치며 뒤쪽으로 몸을 뺀다. 후버의 믿음직한 등이 와 닿는다. 후버는 언제나 나랑 아첼 뒤에서 싸웠다.

배틀 엑스를 든 오크가 내장을 흩뿌리며 널부러졌다. 잘도 튕겨오르는구나.   두  세 번.... 주검들이 발작하면 껑충 껑충 튀는 꼬라지를 한 두 번 본 게 아니지. 거의 머리 위까지 튀어오르지.

아첼이 중얼댄다.

-우리도 곧 저 꼴이 될지 몰라.

-재수없는 소리 마, 이 썅년아.

-조심하자는 거야, 좆 같은 새끼야.


-내가 그걸 모르.... 엇!


아첼의 부드러운 혀가 입술을 비집고 파고든다. 오크들이 여자들끼리 하라고 하도 시키는 바람에 늘어난 기술이라 그런지 아첼의 키스는 보통 달콤한 게 아니다. 더구나 오크들 아래에서 여자들은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물론 싸가지 없게 구는 고참들이 매우 많았지만 아무리 지독해도 오크들 보다는 나았다고 했다. 아첼은 고통이나 악 만큼 지겹고 힘겨운 것도 없다고 했다. 선이랑 행복이 그 보다 수없이 더 지겨운 것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받아들이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아서라.  같은 계집애한테 무슨 행복이냐. 음, 얼떨떨하지만 좋다.


서로 얼굴만 마주 돌리면 입술이 만나니까 아첼이랑 내가 키스하긴 진짜 너무 쉽다. 하지만  얼굴을 재빨리 돌리고 내뱉는다.

-미친 년. 오크들 안 보여!?


-무안하잖아, 새끼야. 내가 너랑 같은 몸에 묶여 있지만 않았음, 너 같은 놈 거들떠나 봤을 것 같아!?


-나중에 해 줘. 지금은 아냐

오크들이 한데 모여 멈칫거리고 있다.


오크랑 인간은 본성이 아주 닮은 종족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닮았다. 하지만 오크는 머리가 나쁘고 권력욕이 좀 더 세다. 머리가 나쁘니 집단의 규모를 아무리 키워도  백 명 이상이 나오지를 않았다. 기껏해야 몇 백 명이니 오크 로드의 권력도 그다지 크지 못하다. 그러니 마구 애들을 내몰 수가 없다. 아까는 솔직히 운이 좋았다. 지금 한꺼번에 쳐들어오면 우린 작살날 수도 있는데 하나하나가 겁을 내니까 그러지 못하고 있다. 하기야 저들은 스무 마리 남짓이다.

독립 집단이 그렇다는 거다. 오우거나 인간 마법사나 엘프나 드래곤이나 데몬이나 사탄 따위가 부려먹는 집단을 보면 가끔 수백만이 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노예일 뿐이다. 권력욕이 세면 굴종욕도 그만치 심해지는 법이니까.

우리랑 후버는 나란히 선다. 이제 뒤엔 오크들이 없고 공터라 마땅히 몸 숨길 곳도 없다. 숲 속에서도 잔인한 투쟁은 있기 마련이다. 어떤  나무가 숲의 자리다툼에서 승리자가 되면  나무는 하나뿐이기 때문에 갖가지 재앙에 쉽게 무너진다. 그 재앙들 때문에 공터가 생긴다. 어떤 종이든 하나만 세지면 생태계는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랑 아첼이  지구는 인간만 세니까 골치가 아픈 거다. 이곳에 있는 도시들을 지구에 강림시키면 좋을텐데.

후버가 말한다.


-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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