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헬 매니아(Hell mania) 1999[판타지](5) (51/84)



〈 51화 〉헬 매니아(Hell mania) 1999[판타지](5)

오르트로스가 짖어대며 피하더니 잭에게 앞발을 휘두른다. 잭이 모닝 스타를 휘두르자 오르트로스가 일단 물러선다.
타냐의 화살이 바람을 가른다. 파공음이 멋지게 들린다.
오르트로스가 어께에 화살을 맞더니 껑충 튀어오른다. 독이 들었으니 그냥 기다려도 죽지만 우리가 덤벼들어 클레이모어의 날을 갔다 댄다. 스윽.
오르트로스의 등뼈가 칼날에 걸리는  느껴진다. 클레이모어를 뒤집어 오르트로스를 떨어뜨리고 잭이랑 같이 밟는다. 계속 튀어오르니까.
-이거 맛있겠는데. 잭, 니가 좀 밟아. 그러면 살이 부드러워질꺼야. 아, 초고추장 좀 있었으면 좋겠다
아첼이 말한다.
-너도 우리나라 사람이지. 그런데 왜 우리 이름은 생각이  날까. 다른 사람들 이름은 다 생각나는데
-그러게 말이다
잭이 안장에 비끄러메어 놓았던 스피어를 꺼내서 꿰고는 풀 같은  모아들인다.
-아, 이거 참 불이  붙네. 습기가 너무 많아
잭이 외친다.
-큰일이다! 도망쳐
무슨 일인지 몰라도 냅다 뛰고 보자. 이들은 다른 일 가지고는 장난 쳐도 도망치는  가지고는 절대 장난 안 친다.
일어나자마자 오르트로스들이 나타난다. 언듯 봐도 열  마리는 된다. 다들 커다란 머리가 두 개씩이다. 훗. 나랑 아첼을 무더기로 보는 기분인 걸. 포위당해 있으니 진짜 큰일이다. 누런 이빨들 사이로 침이 줄줄 흐르고 있다. 진짜 화딱지가 치민다. 저것들 몽땅 개고기로 만들어야지.
타냐가 잭  위에 제대로 타면서 스피어를 든다. 잭이 모닝 스타를 단단히 쥔다. 우리가 한쪽으로 뛴다.
오르트로스들이 닥쳐든다.
-흩어져!
잭이랑 타냐는 우리의 반대쪽으로 달려간다.
우리는 클레이모어를 휘두른다. 본디 이 칼은 베는 검이니까. 이것들 진짜 높이 뛴다. 클레이모어는 내려치는 게 강하지 위로 긋는 게 강한 검이 결코 아니다. 하기야 위로 긋는 게 강한 검이 어디에 있겠나.
한 녀석의 턱을 발로 걷어찬다. 다른 놈이 정강이를 문다. 세차게 다리를 올리곤 클레이모어로 목 두 개를 한꺼번에 날려버린다.
꼬리로 후려 맞는 것 따위는 아프지도 않다.
-아아아악!
아첼 좀 참아라. 이 정도로 웬 꾀병이야.
앞발 하나가 허벅다리를 후려친다. 이쯤이야. 클레이모어를 내리갈겨 또 한 놈을 토막낸다. 이거 잘 나가는데.
-아아악!
 이상하다. 얘가 왜 안 하던 짓을 하지? 내장이 배 밖으로 비집고 나왔을 때에도  한  깜짝하고 말던 애가.
-왜 그래, 아첼?
-꺄아아아아!!!
얘가 왜 이래?
아래를 보니 피가 하드 레더를 흠뻑 적시고 있다. 오르트로스  마리가 아까부터 내 머리보다 더 큰 유방 두 개를 깊숙히  체 메달려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무겁더라니. 빌어먹을 마녀. 이 저주 받을 개새끼! 클레이모어를 아래쪽으로 쥐고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어버린다.
오르트로스가 내장을 쏟아내며 두 동강난다. 역시 제 때 제  갈아두기를 잘 했어. 날이 끝내주는군. 하지만 여전히 물려 있다. 게다가 죽은 오르트로스의 몸이 튀는 바람에 아릿한 아픔이 감각 신경이 제대로 이어져 있지 않는 내게도 전달된다. 벌써 아첼은 쇼크 먹었는지 눈동자 까뒤집고 머리를 뒤로 재끼고 있다.
-이 쌍년아! 빨리 안 깨!
움직일 수는 있다. 차라리 나을 지도 모르겠다. 아첼에게만 감각을 보내 주는 기관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이번 기회에 이 거추장스러운 젖통을 잘라?  된다. 과다 출혈로 죽을 지 몰라.
역시  좋다. 예전처럼 빠르고 힘있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염통이 미친듯이 뛴다. 무섭다.
5
클레이모어가 하랄없이 허공을 친다. 머리에 잔뜩 묻은 오르트로스의 피가 눈가로 흘러내려 앞을 제대로  수가 없어서일까. 적을 건들 지도  했을 뿐아니라 견제 효과조차 없어져 간다.
클레이모어를 내리 친 자리에서 뇌수가 솓구쳐 뺨에 묻는다. 상당한 쾌감이 몸 구석 구석을 돌아다닌다. 덤벼  녀석들을 막강한  차기로 차내는 과정에서 서로 부딪쳐 위험한 자리에  나쁘게 놓인 오르트로스를 죽인 것이다.
아첼, 마약 보다도 좋은데.
오르트로스가 쏘듯이 날아들더니 갑자기  떨어지며 아가리를 벌린다.
팔뚝을 물린다. 도저히 떨구어낼 수가 없어. 흔드는 힘이 엄청나다. 점점 깊이 박힐텐데.
오르트로스  마리가 부딪쳐온다. 넘어진다. 뒷통수에 강한 충격이 온다. 진흙땅이라 그나마  낫다. 이 충격으로 유방에 메달려 있던 오르트로스의 주검이 떨어져나간다. 살점도  찟겨나갔겠다.
-비켜!
클레이모어는 놓쳐버렸다. 주먹으로 오르트로스의 머리통을 두어번 쥐어박는다. 퍽퍽! 앞발이 여간 매운 게 아니다.
-잭! 잭! 타냐! 타냐!
이 새끼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엄마. 엄마. 이 웃기는 세계랑 지구랑 시간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여기 1분이 1년? 여기 1년이 지구 1초? 엄마. 엄마. 울먹이고만 싶다.
갑자기 그늘이 진다. 눈을 치뜬다.
오르트로스들이 공격을 멈추고 누르고만 있다.
그늘을 만든 건 코볼드다. 개랑 똑같이 생긴 못생긴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러고보니 이 오르트로스들은  또라이들이다. 앞발 한 방에 무덤으로 보낼 수 있는 녀석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다니.
코볼드가 말한다.
-이제부터 내가  주인이다. 너희라고 해야 하나, 클클클
으읔, 으읔,  돼. 코볼드가 내 얼굴에 오줌을 싼다. 빌어먹을. 오르트로스들한테 깔려서 움직일 수가 없다.
-킁킁
콧구멍에 들어간 오줌을 조금이라도 내보내려고 하는데 코볼드가 블랙 잭으로 내 이마를 내리친다.


아첼이 내 페니스를 빤다. 이럴  있을 리가 없는데. 아첼의 몸뚱아리는 타냐의 그것이랑 똑같다. 허리가 아프다.
몽정이다.


-깨어났군
털북숭이 음경이  앞에 있다. 허리가 심하게 휘어져 있고 떨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따끈한 물  줄기가 허벅다리를 타고 흐르는 것도. 아랫배가 아프다. 여자의 오르가슴. 아첼, 이 미친 년. 유방 네 개가 오롯이 풍선이 되어 있다.
뒤돌아본다. 머리 둘 달린 개 두 마리가 나랑 아첼의 다리 사이에 꽉  체 늑대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본디 개들의 귀두는  속에서 부풀어 오른 체 한동안 있는다. 먼저 흥분되는 수컷이 늦게 흥분되는 암컷의 쾌감을 위해 기다려주겠다는 진화적 배려의 소산이지만 우리에게는 짜증나고 모욕감을 받는 일일 뿐이야.
옆을 본다. 아첼은 벌써 코볼드의 그것을  개씩이나 빨아대고 있다. 빌어먹을. 나한테 호모 취미가 없단 말야!
내가 빨리 물지를 않자 코볼드가 몸을 숙이더니 따귀를 갈긴다. 온몸은 밧줄로 꽁꽁 묶여 있다. 상황을 보아하니 일단은 놈들한테 굴복하는 편이 낫겠다.
코볼드가 말한다.
-넌 귀한 몸이야. 다친  고치는데 비싼 힐링 포션을 썼지. 다 나았어
아닌  아니라 아픈 데는 없다. 마음은 미치도록 아프다. 후버, 타냐, 잭이랑 같이 다니는 동안에 조금 사그러들었던 열등감이랑 원망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 이 따위 망해야 마땅한 세상.
다른 코볼드가 말한다. 코볼드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니 동료 둘은 지네들만 살겠다고 도망갔어. 어때 배신당하신 소감이
사디즘은 포유류 공통의 것이지.
-그들은 도망친 게 아니야. 다른 동료들을 끌고 나타날 거야. 그럼 니네는 다 죽어야할 걸
-우리는 그런 거 몰라. 노예로 팔면 상관도 없고 말이지. 그리고  사람을 보면 친구도 짐작이 가는 법이지. 많이 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상관이야, 부하를 같잖게 볼테고
우리는 코볼드들한테 한참을 당했다.
-이제 출발하자
등에 쏘는 듯한 아픔이 온다. 아첼이 입술을 깨무는 게 보인다. 난 뒤를 본다. 코볼드 하나가 오르트로스를 타고 캣오나인테일을 휘두르며 마차를 끄는 오르트로스들을 몰고 있다. 우리도 허리로 마차를 끌고 있다.
손재주도 힘도 조직력도 없어서 이리저리 채이고 다니는 하등 종족인 코볼드가 어떻게 꽤 쓸만한 종족인 머리 둘 달린 투견을 길들여서 잘도 우리를 이 꼴로 만들었겠다. 지네 집단이 아닌 집단만 만나면 무턱대고 싸우는 바람에 조직을 만들  없었던 놈들이 바로 코볼드다. 그래서 다른 종족에게 무릎 꿇는  밖에 없었지.
틀림없어. 이 코볼드들은 보다 강한 종족의 아래에 있을 거다. 적어도 오우거 쯤 되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