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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화 〉음계록(蔭界錄) - 1999[판타지](6) (62/84)



〈 62화 〉음계록(蔭界錄) - 1999[판타지](6)

동혁이 최면에 걸려 큐비에게 미끄러지듯 다가간다.

큐비가 말한다.

 보아하니 디도는 뭔가 별난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군. 그렇지 않고서야 나에 비하면 힘이 거의 없었던 디도가 이렇게 버틸 리 없다. 지금의 나는 디도 보다 기껏해야 1.36253 곱하기 10의 37402 제곱 배 안팎 정도 밖에 세지 못하겠는걸. 그 비법이 뭐지? 그걸 알려준다면 디도를 살려주겠다. 제 지바와 극히 적은 바깥 파라브라자 밖에 지니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정도면 디도나 동혁이나 수루치가 지금껏 하던 생활을 더욱 가멸지게 하는 데에는 넉넉하리 

큐비는 스스로가 이길 경우의 계약을 마하 지바와 맺은 것이다. 단정적인 말(율려, 律呂)은 계약으로 세워지는 업이 된다.


수루치를 죽였다는 걸 큐비는 모르고 있다.


동혁은 사악한 이에게서 느끼는 공포를 큐비에게서 느낀다. 더우기 그것은 커다란 자연에게서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과 맞물려 동혁을 견디기 힘들게 몰아친다. 저 그지없고 뜨거운 사디즘. 음계엔 사기꾼이고 뭐고 없다고  말, 마하 지바는 보수화 경향을 매우 짙게 띄고 있다는 말은  허깨비였나. 그렇다면 그에 뿌리박고 짜맞춘  진화 이론도 도깨비나 지닌 탁상이론, 인큐버스랑 서큐버스에게나 통할 이론이겠다.

동혁이 다가오자 큐티에호비호렙은 그의 불알에서 귀두까지를  듯이 만지작거린다.
금새 아플 정도로 꼴려 온다. 동혁의 페니스를 튕기며 가지고 놀면서 큐비가 동혁의 귀를 핥기까지 하며 속삭인다.


 계약은 거룩하기에 수루치를 건드릴 수는 없다. 하지만 널 죽이더라도 난 아무 피해도 받지 않아 

큐비가 디도의 한쪽 유방을 붙잡고 힘있게 일으킨다. 디도는 오롯이 산송장이다. 오똑하게 선 젖꼭지와 제 손가락으로부터의 부빔을 끝없이 탐하는 음부 구멍과 음핵이 아니었다면 주검으로 보였으리라.


큐비가 제 허벅다리 사이에 디도의 얼굴을 끼운다. 디도가 혀를 내뻗어 큐비의 음부랑 항문을 싹싹 핥는다.


동혁, 수루치, 디도, 큐티에호비호렙 사이엔 엄청난 힘의 깊은 바다가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그것은 끝이 있지만 터무니없는 격차, 올라갈 수 없는 계단으로 동혁에게 다가온다.


디도와 큐비, 터무니없을만치  두 힘 끼리의 부딪침은 동혁에겐 단지 한 미녀가 다른 미녀를 무참히 패는 것으로 다가왔을 뿐이다. 그건 단지 겉보기일 뿐 무시무시할 정도로 커다란 힘이 만났으리라 손쉽게 여겨진다.


칸토르는 끝없음 사이에도 크기의 다름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10의 배수로 이루어진 끝없는 모임은 모든 수로 이루어진 가이없는 모임 보다 작은 것이다. 디도와 큐비, 둘 다 끝없는 파라브라자를 지니고 있지만 그 크기 차이는 절망의 바다에 다름아니다.


  디도, 디도 ”

눈물이  솟듯이 솟구쳐오른다.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고 여겨질만치 턱을 타고 내린다. 더는 닫혀지지 않는 입술에선 흐느낌이 걷잡을 데 없이 스며나온다. 오히려 마음은 다스려져 간다. 차가운 현실이 똑바로 보이기 비롯한다. 이제 더는 디도에게 기댈 수 없다는 그것이. 할 수 있다면 큐비 편에 붙고 싶다는 마음이 싹튼다.


동혁은 느릿느릿 디도에게 다가간다. 그가 그녀를 품에 안는다. 싸늘하게 식은 몸이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온갖 오물에 절은 디도지만 동혁에겐 아직 아름다워 보인다.
디도가 눈을 뜬다. 혀가 살짝 보인다. 그녀가 입술을 연다.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동혁이 목이 메인 걸 참으며 말한다.

“  말해 봐 


“   박아 줘어 . 동혁이든 큐비든 . ”

동혁이 디도 귀에 대고 속삭인다.


“ 계약을 어겨. 그러면 큐비는 부서질꺼야. 니 반이 날아가겠지만 그편이 삶엔 훨씬 나아 ”

“ 안 돼  큐비한테 진화의 법칙이나 이야기해 그래야 나도 살고 너도 살아 ”


동혁이 디도를 팽게치고 일어선다.


큐티에호비호렙이 허리를 조금 낮춘 채 다가온다. 자세 탓에 아래쪽으로 조금 늘어졌음에도 생김새를 가뿐하게 지키는 큐비의 커다란 유방이 가멸진 기름에 싸여 돈다. 마치 가슴에 또다른 두 개의 머리가 붙은 것인 양 큼직한 유방이다.

큐비가 손을 뻗쳐 동혁의 페니스를 쥔다. 단숨에 정액이 튀어오른다. 큐비의 입이 동혁의 페니스를 보드랍게 감싼다.


큐비의 입은 몹시 커서 동혁의 귀두에서 불알까지를 모두 감싸고도 달콤한 혀로 항문을 핥을  있을 정도였다. 입술이 작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큐비의 입술이 단숨에 동혁의 얼굴 앞으로 올라온다. 큐비와의 입맞춤은 디도나 수루치와는 다른 맛이 났다. 다른 나라나 다른 누리의 그것 같이 먼 내음이다.

커다란 유방은 디도나 수루치 못잖게 느낌이 끝없이 부드럽다. 동혁은 큐비의 두 유방을 양손바닥으로 싸려 했지만 그리 되지 않는다.


큐비가 바늘로 찌르면 폭발할듯한 유방을 동혁 입에 물린다. 큐비가 몸을 바르르 떤다. 동혁은 침을 잔뜩 발라놓는다.

다른  유방이 다가온다. 큐비가 말한다.

 한쪽만 귀여워해주면 이쪽이 샘 나 하잖아 ”

동혁은 이번에도 큐비의 젖퉁이 위에 혀를 굴린다. 한쪽 밖에  되지만 워낙 커서 수루치의 가슴 모두를 대하는 것 같다.

다른 느낌을 지닌 것이 다가온다. 동혁이 놀라 몸을 뒤로 젖힌다.

큐비의 앙가슴에 있는 불알 없는 음경이 딱딱하게 발기되어 있다. 그것은 액체로 싸여 있고 엄청나게 컷다.

큐비가 말한다.

 왜 꺼려하지? 어서 입 안에 넣고 오물거려 줘. 니 혀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 디도랑 수루치한테 많이 배웠나 봐 ”

이건 동성애인가 이성애인가. 헷갈리게 만드는군. 디도는 큐비의 느낌이 어떤지 많이 이야기해줬었다. 큐비의 음경은 힘이 그것 하나만으로 디도를 압도할만하고 기세는 지바를 할퀼 정도이며 구멍을 희롱하는 기교는 많으면서 뛰어나다고 했다.


이건 수간(獸姦)이다. 디도나 수루치와 한 것도 모두 수간이었다. 결론을 내리자 동혁의 마음이 굳어 간다.

큐비의 귀두가 다가온다. 그 양 옆으로 보이는 커다랗고 예쁜 고기봉오리와 그 위쪽으로 보이는 절세미녀, 경국지색이라 할만한 얼굴이 동혁의 혐오를 훨씬 적은 것으로 만들어간다.


그는 게이를 부정하지 않지만 스스로에게 취미가 없기 때문에 혐오해왔다. 동혁이 혀를 내민다.


큐비의 페니스에선 너무나 좋은 맛이 난다. 나는 나를 위해 사는 살이일 뿐이다. 죽기 싫었고 그러러면, 모든 불화를 풀어주고 운명을 가늠하는 권력에 무릎 꿇어야 한다. 권력의 한 가지인 정의에 무릎 꿇는다면 좋겠지만, 어떤 권력이든 그것을 받아들여야 살 수가 있다. 디도는 정의였나. 동혁에겐 그랬지만 다른 이에게도 그랬을 지는 모른다. 큐비도 어떤 이에겐 정의겠지. 적어도 큐비에게는. 실컷 빨고 핥아보니 나쁜 느낌은 아니다. 디도와 수루치가 스스로의 페니스에 왜 달라붙었는 지 알 것 같다.

같은 힘을 지닌 공동체일 경우 사랑, 착함, 겸손, 평등, 눈길, 민주주의, 윤리, 애타심들을 좀더 지니고 있는 공동체가 이긴다는 것에서 그것들은 틀림없이 힘의 한 가지이다. 그러기에 상대가 너무 세다면 다른 힘들과 마찬가지로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무시무시한 가치의 평등. 아름답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공동체가 흉폭한 유럽에게 유린당한 것도 그 때문이었지. 동혁의 입 안에 끈적끈적한 물엿 비슷한 것이 가득찬다. 담백한 맛에 알싸한 내음이다. 삐까번쩍하게 맛나던 큐비의 다른 곳들과는 전혀 다르다.


내가 지금 당하고 있는 일은, 사람 누리에서 벌어져왔고 벌어지고 있을 온갖 잔인한 일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상대가 나에게는 틀림없이 절대자라는 판가름에서 오는 절망이 마음을 편히 하고, 상대가 지닌 아름다움이 몸을 편히 해주고 있지 않은가.

차근차근 곱씹어보면 스스로가 당하는 건 싫어하면서도 남들을 돈이나 힘의 잣대로서만 재는 일이 많았다. 지금 큐비에게 이렇게 당하는 걸  갚음으로 여기는  어떨까. 앞으로 올  모르는  큰 불행을 더는 액땜이라 여기는 건  어떨까.


자기 비하다. 자조 섞인 웃음이 눈가에 맺힌다.


그의 주인이 말한다.


“ 삼켜 ”

큐비는 긴 다리를 동혁의 허리에 감고 있다. 하지만 조금도 무겁지는 않다. 볼을 눌러오는 커다랗고 보드러운 젖가슴을 느끼며, 입안에 가득차오른 큐비의 좆물을 꿀꺽 삼킨다.

그에겐 그것에 마음으로라도 굴복하지 않을 수 있는 의지가 없다. 엄청나게 드센 의지를 가진 몇몇 사람을 뺀 이들은 거센 폭력엔 마음으로부터 무릎 꿇는 법이다.


음경이 멀어져간다. 디도가 큐비의 정강이를 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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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는 힘차게 서있다. 다친 데는 흔적조차 띄지 않는다. 몸에 묻은 온갖 오물은 여전하지만 오히려 떳떳한 전리품처럼 보인다. 그녀가 높은 소리로 외친다.


“ 큐티에호비호렙! 널 잡아먹어주겠어. 이제야 합성을 이뤄냈다 ”


큐비가 묻는다.


“ 합성? 그게 무슨 뜻이지? ”


디도가 답한다.


“ 니가 오기 앞서   영역을 쓸어버렸다.  과정에서 수많은 지바가 갇혔지. 그들이 잃은 파라브라자를 모두 빨아들이고 이를 다스려가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조금 앞서까지만 해도 난 그걸 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지만 시간이 풀어주더군. 덕분에 디도 카젤과 디뗴 스타라는 내 두 업도 더욱 높은 수준에서 어우러짐을 이루어냈다. 카젤 마르가(Marga)만이 어느 정도 높이에 이르는 게 되고, 스타 마르가도 그보다는 떨어지지만 아주 조금 이루어낼 수 있는 것 같더군. 말하자면, 나는 할  있지만 넌 꿈도 못  일이라는 뜻이다! ”


마르가는 길이라는 산스크리트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같은  곧 엇비슷한 결을 지닌 모임이라는 뜻이다. 그냥 모임일 뿐 동아리라고  수는 없는 그런 것이다. 서로 돕지는 않으니까. 서로 도와야 겨레라 할  있는데 말이다. 큐비가 외친다.

“ 너는 지바와 하라 하라(Hala-hala)를 쓰는 치고 받기보다는 지바와 안타카라나(Antahkarana)를 부리는 만트라를 좀더 잘 썼지. 좋아, 얼마든지 덤벼라! 세져 봤자지 

하라 하라는 신이라도 죽일  있는 독극물이고 안타카라나는 숨겨진 기관이라는 샨스크리트어다. 아무래도 뜻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동혁은 절망에서 희망으로 단숨에 바뀌는 마음을 멈출 수 없다. 너무 기대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나 다스려지지 않는다.


그냥 맡기자. 마음이 탁 트여온다. 아직 일이 터진 것도 아닌데. 디도가 스스로를 어떻게 대할  걱정하는 마음이 아주 조금 생겨나지만 크지는 않다. 그건 아직 이르다.

디도가 검은 날개를 세차게 펼치며 큐티에호비호렙에게 덤벼든다.


큐비가 주먹을 움키더니 디도의 뺨을 향해 내리갈기려 한다. 동혁이 허탈해한다. 뭔가 이루어낸 지 알았더니, 아까와 너무나 똑같은 거듭됨으로 처절하게 부서지는 거 아냐? 어딘지 씁쓸하다. 음계에서 동혁은 해바라기일 뿐이다.


지구에서도 그랬다. 꿈을 보는 해바라기라는 것도, 사회에 기대어 사는 해바라기라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지구의 모든 목숨붙이들은 해바라기가 아닌가. 저 아름다운 해가 사라지면 끝장날 삶들이다. 빛이 사그라들고 중력의 비호도 없어지면 지구마저 없어질테니.

디도가 큐비의 손목을 휘어잡더니 꺽어버린다. 큐비가 목젖까지 보이도록 입을 벌린다.
가공스런 만트라의 권능이 휘몰아친다. 큐비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무거운 빛더미에 싸인 채 날아가버린다.

드넓으면서도 따쓰한 분홍빛이 어둠을 남김없이 몰아낸다.


디도가 돌아본다. 눈물이 방울져 옆으로 날리나 섬세한 눈가엔 미소가 하나 가득. 활짝 피어난 미소를 온 몸으로 짓고 있다. 너무도 사랑스런 그녀를 둘러싼 아우라(Aura)가 따싸롭다.

디도가 날개를 너울대며 동혁에게 날아든다. 동혁이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뛰어간다.
동혁과 디도가 힘껏 부둥켜안고 구른다. 동혁이 디도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린다.

“ 디도! 디도! ”


“ 동혁아! 난 니가 좋아! ”

좋다라. 이거면 된다. 그 안엔 디도도 동혁도 모르는 많은 까닭들이 숨어있지만 그게 뭐든 절대 진리가 있도록 하기에 있는 것들일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다.


디도와 이빨을 맞댄다. 가지런한 이빨 사이로 느껴지는 혀의 느낌이 상큼하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외친다.


“ 난 있어! ”

“ 나두우! ”

이때의 짝짓기는 다른 어떤  보다도 깊이 빠져들어 동혁에게 크나 큰 기쁨을 안긴다.
기쁨 속에서 외쳤던 말이 아직도 똑똑히 떠오른다.

 그지없이 여성스런 것이 우리를 높이 끌어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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