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부정한 황제 - 미상[SF 판타지]
1.아르미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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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나는 천천히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르미나는 눈부시게 빛나는 우윳빛 살결을 가진 우아한 용모의 미녀로 젊디 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완전한 알몸이었다. 그대로 멈추면 조각으로 보일만치 완벽한 몸매에, 순수해 보이는 얼굴의 소유자였다. 온 몸 구석구석 잡티 하나 없는 살결에, 알맞게 균형 잡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아르미나는 아름다운 발을 백금으로 된 바닥에 디뎠다. 이 광경은 너무나 조화로웠다.
아르미나는 지금껏 잠자고 있던 침대를 바라보았다. 침대는 시녀들의 발가벗은 육체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르미나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모두 죽어라."
순간 사방에서 벼락이 일었다. 시녀들은 부들부들 떨다가 살해되었다. 로봇들이 시녀들의 시체를 치우자, 다시 침실은 깨끗해졌다. 시녀들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았다.
아르미나의 기분은 살짝 좋지 않았다. 단지 그뿐이었다.
아르미나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젊은 미녀인 미용 전문가들이 알몸으로 조곤 조곤 나타나 아르미나를 꾸며 주었다. 아르미나는 채찍을 들고 있다가 가끔 심심하면 미용 전문가들을 때렸다. 그녀들의 얇은 살결이 금새 핏빛 자국으로 물들었다. 아르미나는 최신 유행으로 치장된 자신의 눈부신 모습을 흡족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아르미나는 옷을 찢어 발기고, 머리를 헝클어 뜨리고, 화장을 문대버렸다.
"모두 꺼져!"
아르미나 주변의 수많은 여자들이 우루루 사라졌다. 아르미나가 다시 부르면 그녀들의 머릿속에서 기계 장치가 울부짖을테니 걱정은 없었다.
아르미나는 화장대의 거울을 힘없는 눈길로 쳐다보았다.
아르미나는 미트니아 제국 황제 듀로켄의 후궁들 중 하나였다. 듀로켄은 한 나라의 공주였던 아르미나의 눈앞에서 가족을 몰살하고, 국가인 태양계를 감마선 레이저로 날려버렸다.
듀로켄은, 왕이었던 아버지와 왕자였던 남자 형제들로 하여금 아르미나를 윤간하게 했다. 거부해서 자살이라도 하면 되살렸다. 자살을 하면 뇌세포가 파괴되지만, 기억을 역추적해서 자아를 복원했다. 물론 죽은 자아는 죽은 것이지만, 이미 복원되어 버린 자아에겐 새로운 기억일 수 밖에 없었다.
침실 밖으로는 나갈 수도 없다.
언제든 아르미나는 듀로켄에게 끌려갈 수 있었다.
듀로켄은 아르미나의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고통과 불행에 몸부림치게 한 뒤 그 절정의 순간에 강간하는 것을 즐겼다. 그때면 아르미나는 꼭두각시가 되어 버리는 시술을 통해 철저하게 듀로켄에게 봉사했다. 너무나도 증오하면서도 몸으로는 헌신적으로 듀로켄의 쾌락을 위했고, 마음 한켠에서도 현혹되었다.
'윤리와 양심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뇌수술을 적어도 범죄자들에게 해서, 과학이 사회에게 좀 더 안전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운동이 있었지. 내가 왜 그때 그 운동을 비난했을까. 내가 기득권층이었기 때문인가. 하긴 그래도 듀로켄을 막지 못 했다면 헛 거였겠지만.'
아르미나는 유려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한 식단을 맛있게 먹고, 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한 운동을 했다. 그나마 행복을 느끼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르미나의 뇌 속에 들어 앉은 기계 장치의 명령 즉 듀로켄의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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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라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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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니아 제국의 원수 미라주는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상념에 잠겨 있었다.
미라주는 강건한 풍모를 가진 미녀였다. 겉보기에 근육이 잡혀 있지는 않았지만, 떡 벌어진 근골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유방과 엉덩이는 무척 크고 탐스럽고 모양이 좋아서 여성미 또한 풍겼다. 온 몸에 탄력이 넘쳐 흐르는 미라주였다.
수려한 얼굴에 자리 잡은 푸른 눈이 불안하게 떨렸다. 역전의 맹장인 미라주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라주가 원수가 된지도 수 천 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싸움을 치러 왔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있었다.
미라주는 벌떡 일어났다.
뇌 속에서 울려대는 소리가 있었던 것이다.
뼛 속까지 지져대면서 울려대는 명령이 있었다.
미라주는 단숨에 군복을 벗어내려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알몸이 되었다.
미라주는 음부를 부여 잡은 체로 함교로 걸어 나갔다. 부하들이 떨리는 기색으로 미라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임무를 계속해!"
미라주는 목청껏 외쳤다. 하지만 어딘가 가련한 기색이었다.
수많은 부하들이 떼를 지어 함교 앞으로 이동했다. 미라주의 기함은 엄청난 규모여서 수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었다.
기자들도 와 있었다. 매번 있는 행사였지만 언론이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법령도 그렇지만, 시청률도 잘 나오는 일이었다. 함교 앞에 있는 커다란 스크린에 미라주의 매혹적인 알몸과 환희에 젖은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미라주의 눈앞이 캄캄했다.
이대로 창피를 당하게 된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부하들을 통솔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몸은 계속 움직였다. 저들도 그런 식으로 당하고 있는 거라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면서 몸에 기운이 빠져갔다.
'이대로 육체의 명령에 굴복할 수는 없어.'
미라주는 이를 앙다물고 버텼다. 그러자 몸이 조금씩 진정되고 멈춰져갔다.
그때였다.
"이런, 원수 각하, 그리 참으면 건강에 안 좋은데?"
미라주는 뒤돌아보았다.
거대한 두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견 뚱뚱해 보이는 몸이지만 살이 아니고 모조리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번 일을 담당하는 고문관이 명백했다. 한 명은 흑인, 또 한 명은 백인이었다.
고문관이 들고 있는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머리가 찌릿 울리면서 미라주는 다리를 활짝 벌려 아름다운 음부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미라주의 음부에서 페니스가 생성되어 뻗어 나왔다. 미라주는 본디 남자였지만 지금은 여자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 고문관의 조작 여하에 따라 미라주의 음핵은 페니스로 변할 수 있었다. 미라주의 요도구는 음핵 끝에 달려 있도록 변형되어 있었다.
부하들이 달려 들었다.
남자 부하는 차례 차례 미라주의 입이나 질이나 항문에 페니스를 박아 넣었고, 여자 부하는 미라주의 페니스를 질이나 항문이나 입으로 받아들였다. 미라주의 자궁이 있어야 하는 곳엔 정소가 비대해져 들어 있어 풍부한 양의 정액을 생산했다.
그제야 고문관들이 미라주에게 다가갔다.
환상적인 기럭지를 자랑하는 미라주의 다리를 살살 핥던 고문관은 뒤이어 미라주의 음부에 머리를 박고 혀를 놀려댔다.
미라주는 고문관의 머리를 붙잡고 교성을 질렀다.
"이쯤되면 준비는 끝난 것이다."
고문관들은 앞뒤로 미라주의 쭉쭉빵빵하고 탱탱한 알몸에 달라붙었다. 두 개의 크고 길며 휘어진 페니스가, 하나는 미라주의 질에, 또 하나는 항문에 깊숙히 파고 들었다.
"아, 아학, 아하학!"
미라주는 쾌락에 젖어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런 미세한 부분까지도 카메라는 놓치지 않았다.
고문관들은 지치지 않는 정력의 소유자들이었고, 세포를 조종할 수 있는 권능을 갖고 있었다. 고문관들의 육중한 근육질 배 안엔 정소가 가득 들어 있었고, 창자가 있는 공간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고문관들은 꾸역 꾸역 엄청난 양의 정액을 미라주의 뱃 속에 내뿜었다.
쓰러진 미라주 위에 고문관 둘은 신나게 소변을 싸갈겼다.
광연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미라주는 정액으로 관장당해 대변이 섞인 정액 설사를 잔뜩 바닥에 싸질러놓았다. 소변까지 섞여 냄새가 지독했다.
적어도 오물은 모두 마셔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예선을 통과조차 못 하는 것이다. 미라주는 바닥에 흘린 액체를 흡입해 빠르게 넘겼다. 혀를 지나면서 끔찍한 감각이 몰려 왔지만 참았다.
부하들의 응원 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럴만했다.
미라주가 통과 못 하면 함대는 물론이고, 함대가 연고를 둔 모든 생명 있는 태양계가 파괴된다.
미라주는 시간 내에 모두 마셨다. 배가 빵빵했다.
미라주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함성이 메아리쳤다.
"모두 제자리에 가도록!"
미라주는 힘을 내어 말했다. 부하들이 일사분란하게 명을 따랐다. 다행이었다.
이제 함대간 결전이었다.
무작위로 걸린 두 함대가 격돌해서 이긴 쪽만이 실전에 투입될 수 있었고 진 쪽은 삭제되었다.
이겼다.
미라주는 실전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허가 받은 도적과의 싸움일 뿐이었다.
미라주는 미트니아 제국에 의해 멸망당한 은하계 규모 왕국의 왕자였다. 듀로켄 황제는 은하계를 급속 수축시켜 은하계 내부를 별들의 내부처럼 뜨겁게 만들어 멸망시켰다. 모든 생명은 전멸했고, 미라주의 가족은 몰살되었다. 미라주는 사랑하던 가족 내의 여자들 - 어머니, 누나, 여동생, 조카딸 - 을 모조리 강간하고 죽여야 했다. 그런 뒤 여자로 개조당해 윤간을 밥먹듯이 당하면서 살아온 처지였다. 그리고 종족 전체가 지구인 수준으로 퇴화당했다.
억울함은 없었다.
복수심도 없었다.
처연함도 없었다.
그저 듀로켄의 의지 아래 있을 때 죽을 수 없을 뿐이었다.
미라주는 자신이 이번에도 그저 움직였을 뿐임을 안다.
사실 미라주는 진 적도 여러 번 있었고 삭제도 당해 봤다.
다만 복제되어 이전 육체의 기억을 모조리 가진 채 되살아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