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79화
-----------------
4부 4화
“이제 야한짓 하지 말아요. 이번에 갈 곳은 그래도 어느정도 안면 있는 분이 하시는 케이블 방송국이니까요. 이전엔 공영방송에 출연하느라 고사를 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제 처지가 이러니까. 아마 어지간하면 받아주실거에요. 하아...”
“나도 때와 장소를 구분할줄 안다고. 근데 지금 그 모습 엄청 야한데 괜찮겠어?”
“읏! 그..그야... 어쩔수 없잖아요. 협찬받았던 곳에서 옷을 빌려주지 않는걸... 우으~”
“내가 사줄수도 있는데...”
“흥! 또 어떤 명령을 하려구요! 겨우 옷 한벌 사주고 울궈 먹으려는건 아니겠죠?”
“하핫. 들켰나?”
“이익!!”
진우의 뻔뻔스러운 모습에 울컥 화를 내려다 간신히 화를 참아내게된 아란 이었다. 도대체 왜 저런 남자가 되어버린건지... 아란으로써는 정말 영문을 알수가 없었다. 예전엔 그래도 순수한 면이 없잖아 있는 진우였다. 헌데 몇년 사이에 이렇게나 성격이 바뀌어 있을 줄이야.
“하아... 됐어요. 아무튼 입 다물고 가만히만 있어주면 족해요.”
“아아. 그러도록 할게. 아란이 네가 방송에 나와야 나도 편할것 같으니 말야.”
“그렇다고 아무일도 하지 말라는건 아니고... 그... 무게를 좀 잡고 서있어 주세요. 이 바닥에서도 얕보이면 불공정한 계약을 하는수밖에 없으니까요.”
“정말~ 알았다니까. 왜 그렇게 걱정이 많은건데?”
“그..그야... 진우씨는 이곳 생태를 잘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걱정이 많을 수밖에... 게다가 손가락... 좀 치워주실래요?”
“하핫. 미안 미안. 아란이 네 엉덩이가 내 손을 자꾸 부르네? 큭큭.”
“으으~! 도대체가!! 하아... 됐어요. 아무튼 제 뒤만 졸졸 따라와 주시면 되요.”
그렇게 아란이 케이블 방송국으로 향했다. 자신의 처지가 왜 이렇게 되어버렸나 한탄을 잠깐 했지만... 다시 각오를 다지는 아란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케이블 방송국의 한 방송실. 그곳엔 아란이 알고 있다는 방송감독이 한창 촬영에 열중하고 있었다.
“좋아. 거기까지... 다들 수고했어.”
“네. 감독님!”
“저기.. 김창수 감독님.”
“응? 호오? 이게 누구야. 아이돌이었던 유아란 아냐. 이게 얼마 만일까? 그간 소식 두절이던데... 갑자기 무슨 일이지?”
“호호~ 소식 두절은 무슨... 그저 잠깐 휴식시간을 가진것 뿐인게 갑자기 구설수에 휘말려 버린것 같아요. 그래서... 좀...”
“아아. 사정이야 대충 알고 있지. 하필 그런 구설수에 휘말려서... 아쉽군. 제법 잘 나가는 아이돌이었는데 말야.”
“네... 그래서... 사실 감독님께 부탁할게...”
“으음... 방송 출연 문제겠지? 천하의 유아란이 케이블 방송을 타겠다니. 이거 다시봐야 겠는걸?”
“읏... 어..어쩔수 없잖아요. 하아... 설마 저도 제 위치기 이렇게나 추락할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좀 먹어주지 않겠어요?”
“하긴... 공영방송은 무리라도 케이블에선 좀 먹어주겠지. 그래서 한번 출현을 시켜달라 이건가?”
“네... 어떻게 좀 안될까요?”
“으음... 글쎄... 그나저나 그 뒤에 남자는... 매니저인가? 기획사도 끝장나고 매니저 유지하기 힘들텐데...”
“아..아는 오빠가 얼마간 매니저일을 봐주시기로 했어요.”
“흐응~ 그으래? 어째 그게 아닌것 같은데...”
촉이 좋은 김창수였다. 아무래도 둘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캐치해 낸듯 했다. 그로인해 둘 사이가 매니저와 아이돌간의 단순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듯 했다.
“그... 사실 어차피 별 상관 없으니 말할게요. 그... 전 애인이라고 해야하나? 연습생 시절에 헤어진 전 애인이에요.”
“호오. 역시 그랬군. 후훗~ 그러니 그런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겠지. 뭐.. 썩 나쁘지 않은 마스크군.”
어째서일까? 아이돌인 유아란 보다 진우에게 더욱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김창수 였다. 확실히 진우가 남자답고 그리 못나게 생긴편은 아니었다. 아니 되려 점점 더 자신감을 되찾아 그런지 제법 멋지고 야성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니 촉이 좋은 김창수로는 이제 인기몰이가 시들해진 유아란 보다야 더 좋은 아이템으로 보일수밖에 없었다.
“감독님. 지금 제 출연문제를 상의 들이는거거든요. 진우씨는 그... 매니저일 뿐이라구요.”
“아아. 하지만 난 매니저쪽이 더 끌리는걸? 솔직히 지금 아란이 널 출연시키면... 조금 방송에 타격이 올것 같거든...”
“윽. 그..그런..!!”
“그렇다고 출연을 시키지 않는다는건 아냐. 운좋게도 이번 방송 컨셉이 헤어진 연인에 대한거라... 하핫. 둘 사이가 그렇다니 딱 좋지 않아?”
“그..그건...”
“하핫. 아란이가 매니저일 처음이라 보고 배우라고 해서 조용히 있었는데... 마침 제이야기를 하시니 이렇게라도 제 의향을 밝힐수밖에 없네요.”
“호오. 과묵한줄 알았더니 사실은 그랬구만. 하핫. 뭐 좋지. 이제 당사자끼리 이야기를 진행해 볼까?”
“으으~ 어..어째서...”
그렇게 시작된 김창수와 진우의 대화는 순탄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럼 아란이와 함께 동반 출연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나쁘지 않지. 자네가 그래주면... 아란이로 인한 타격을 자네로 벌충한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하핫. 이거 그림이 나오겠는데? 구설수에 휘말려 연예계를 잠정 은퇴할 지경에 처한 아이돌! 그런 아이돌의 위기에 보다 못해 매니저로써 나서게된 옛연인! 정말 딱이군. 딱이야!”
“그..그런게 어딨어요!! 저만 출연...”
“그건 안된다니까 그러네. 아무리 내가 아란이 널 좋게 본다고 해도... 시청자까지 그러지는 않거든. 그러니 진우씨가 필요한 거지. 자네의 안좋은 일을 진우씨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로 덮을수 있으니까.”
“이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
“좋은 남자니 좋게 보는거지. 후훗~ 그나저나 자네 둘은 이제 다시 사귀는건가?”
“그거야 두고 봐야겠죠.”
“사..사귀기는 뭘요! 전혀 아니거든요! 그..그저 절 도우려고 온것 뿐이에요.”
“하지만 시청자 들이 보기엔 사귀는걸로 보이겠지. 게다가 아란이 너에겐 차라리 사귀는 남자가 있다는게 더 좋을텐데... 하필 스폰서랑 그렇고 그런 구설수에 올라서... 아이돌로써의 생명은 끝장 아니었나?”
“윽.”
“거봐 아란이 너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잖아. 결국 이 업계가 다 그렇고 그렇지. 스폰서랑 붙어먹는거야 상관 없지만 그 사실이 밝혀지면 끝장나는거지.”
“저도... 저도 알고 있다구요. 하아... 결국 전 끝인거군요.”
“다만 옛 연인과 잘되고 있다는 점을 부곽시키면 다시 재기할수는 있을거야. 물론 인기가 예전만은 못하겠지. 하지만 케이블 방송... 아니 공영방송에도 잘만하면 출연할수 있을걸?”
“그럴까요...?”
“아아. 이 김창수를 믿으라구. 하핫.”
“이거 감독님만 믿으면 되는거군요. 하하.”
“바로 그렇지! 역시 자네는 뭘 좀 아는구만. 이거 나중에 같이 술이라도 한잔 어떤가?”
“술만 마시면 아쉽지 않나요? 이렇게나 예쁜 여인이 있는데... 술시중 정도는 시켜도 좋을겁니다. 흐흐~ 혹시 감독님이 부릴수 있는 이름없는 아이돌이나 그런쪽으로 있다면... 저도 좋을텐데 말이죠.”
“흐흐~ 자네 뭘좀 아는구만. 좋네. 자네 정말 마음에 들어. 내가 제법 깔쌈한 아이로 몇 데리고 가기로 하지.”
제법 김창수 감독과 잘 통하는 진우였다. 아무래도 진우는 아란을 김창수 감독에게 대줄 작정인지도 몰랐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어이없어 하는 아란이었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의 목줄은 진우가 잡고 있는걸...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수밖에 없는 아란이었다.
“하아... 어쩌다가 내신세가...”
“그럼 촬영 끝나면 연락 주십시오. 감독님.”
“아아. 그러도록 하지.”
“내 의향은... 상관 없다는거에요?”
“어허! 감히 김감독님앞에서 아란이 네가 말이나 붙일 군번이야? 이제 김감독님 아니면 넌 이거라고 이거.”
“으으~”
“하하. 그만하게. 내가 뭐라고 하핫. 그래도 기분은 좋구만. 천하의 유아란을 내리깔아 볼수도 있고...”
하기야 이전엔 어디 얼굴이나 제대로 볼수 있었던가? 인기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유아란 이었다. 그에 멀리서나마 겨우 얼굴이나 볼수 있던 김창수로써는 자신을 앞에 두고 어려워 하는 아란의 모습에 남모를 쾌감과 우월감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 자네도 수고 하게나. 아란이 저게 좀... 성질이 있어서 진우 자네가 제법 힘들게야. 흐흐~”
“하핫. 좀 그런 면이 없잖아 있더군요.”
“이익! 두사람다 정말 그럴거에요!”
“거 보게. 지금도 그렇잖은가.”
“하핫. 제가 잘 가르치도록 하죠. 감독님 앞에서 언성을 높이지 못하도록. 입에 재갈이라도 물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흐흐~”
“오오! 그거 좋을것 같구만. 아란이가 재갈을 물고 있는 모습이라... 이왕이면 두 손도 뒤로 묶는게 어떤가?”
“그것도 좋겠군요. 아란이 워낙 반항이 심해놔서...”
“정말 그럴거에요?!”
“어이쿠 난 이만 가보겠네. 그럼. 하핫.”
그렇게 김창수 감독은 촬영을 하기위해... 그리고 아란을 피해 촬영장으로 향했다.
“도대체가!!”
“하핫. 그렇게 화내지 말라구. 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이제 그 성질을 죽이지 않으면 방송출연도 물건너 갈텐데... 끝까지 그럴거야?”
“으으~ 저도... 저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하아. 됐어요. 성질... 죽일테니까요.”
하지만 아란의 본 성격이 어디 가겠는가? 분명 또 화를 내는 순간이 있을터였다. 그에 진우는 최소한 이번 촬영에서만큼은 아란이 김창수 감독에게 화를 내지 못하도록 만들 작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