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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혼란한 미래 속의 한 줄기 빛 (3) (9/100)



〈 9화 〉혼란한 미래 속의 한 줄기 빛 (3)

- 제 9 화 -


“사장님! 여기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어...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들렸는데, 마침 너희들이 이곳에서 회식을 한다는 말을 들어서 한  들려봤어.”




그녀의 갑작스런 등장에 시종일관 진중한 태도를 취했던 최부장은 무척이나 당황한 모습이다. 그녀가 패권을 잡고 안정화를 시키던 조직 초기를 제외하면 이런 회식자리에 그녀는 잘 참석하지 않았었다.
바쁜 스케줄로 인해 격려금을 보내거나 부하들의 사기를 위해서 어쩌다 한 번씩 얼굴을 비칠 뿐이었다. 그것도 그녀가 등장할 때면 조직의 큰 행사나 기념일인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최부장은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하하하... 사장님. 오늘은 큰 기념일도 아니고 오시기 전에 언질도 없으셔서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뭐 못할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아니, 평소에는 이런 회식자리는 오지 않으셨...”

“그만! 내가 그딴 소리 듣자고 온 것은 아니야. 그리고... 우리 회사가 영업하는 고깃집도 있는데 왜 이런 식당에 와서 회식을 한 거야?”

“그, 그건... 제가 이 가게 사장과 약간 친분이 있는데, 통 장사가 안 된다고 해서 조금 도와줄 겸...”


“최부장, 오지랖도 참 넓다. 오늘 보고에서 우리 회사 매출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직접 했는데도 그렇게 다른 가게를 팔아주고 싶은 건가?”

“죄송합니다.”




성진과 경훈 앞에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던 최부장은 지금  자리에 없었다. 다만, 젊은 여성에게 입으로 쿠사리를 맞는 건장한 남성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장님, 이제 그만 고정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최부장님의 입장도 있고...”


“휴... 그래. 지금은 부하들도 많이 있으니 이 정도로 끝내지. 최부장도 앞으로는   생각하고 처신하라고. 알았어?”

“네,알겠습니다.”



자그마한 꼬투리를 잡아서 화를 내던 ‘비너스파’의 보스, 김지수는 그녀의 옆에 있던 비서의 말에 따라 자신의 분노를 빠르게 가라앉혔다. 그녀의 입장에서 최부장이 불만족스러워도 이렇게 부하들이 많은 자리에서 창피함을 크게 줄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녀가 화를  것으로 인해 신나고 즐겁던 분위기도많이 가라 앉아 무슨 초상집에온 것 마냥 무거운 공기가 주위에 감돌고 있었다. 이에 지수는 무겁던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가볍게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자, 자...! 모두들 내가 했던 이야기는 잊어버리고다시 식사하던 것들 마저 해라.”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럼, 나는 어디... 이 방에 껴서 같이 마셔 볼까?”


“사, 사장님. 저희랑 같이 식사하시려고요?”

“당연하지. 나도 마침 저녁을 못 먹었거든. 왜? 내가 있어서 불편한가?”


“아하하... 아닙니다. 그러시다면 저희랑 같이 하시죠. 차비서는 식사 했어?”


“저는 밖에서 먹겠습니다. 부장님.”


“그래, 그럼 경훈이 네가 사장님 옆에서 잘 모셔봐라. 성진이는 내 옆으로 오고.”






이 쪽 업계 일을 하면서 거친 사내들과 산전수전 다 겪은 최부장의 입장에서는 자신과 식사를 같이 하겠다는 보스의 존재가 그리 반갑지만 않았다. 성격도 엄청 괴팍할뿐더러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보면,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쓰는 그녀가 최부장에게도 감당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자신이 꼬투리 잡혔을 때는 언제  주먹이 날아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얼굴이 그나마 반반한 경훈을 지수 옆으로 두어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는 최부장이다.


“네가 경훈이지? 옛날에 나한테 껄떡대던?”


“네! 그렇습니다. 사장님!”


“호호, 오늘 출소했다고 들었는데, 패기가 넘쳐서 보기 좋네.”

“가, 감사합니다! 저도 사장님의 그 아름다우신 모습을 보니 너무나 영광입니다.”

“얘는... 별로 꾸미지도 않았는데, 뭐가 그리 예쁘다고.”


“그, 그래도 엄청 아름다우십니다! 배우나 아이돌이라고 해도 모두가 믿을 정도입니다.”



경훈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조아리며 그녀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매우 노골적인 칭찬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짜증낼 법도 했지만, 성진이나 최부장은 경훈의 모습을 보고서도 그 어떠한 핀잔도 주거나 그렇지 않았다.





주름이 하나 없는 탱탱한 피부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외모. 거기다 서구적으로 라인이 잡힌 몸매까지... 그녀의 외모만 보면 모두 일리가 있는 경훈의 말이었다.소극적이던 성진마저도 넋을 놓고 볼 정도였다.





*


지수가 갑작스럽게 방문한 뒤, 성진이 자리한  안에서는 연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자리한 경훈이 온갖 재롱을 부리며 그녀의 기분을 즐겁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방금까지 있었던 최부장에 대한 일도 어느새 잊혀져, 회식의 즐거움 또한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호호, 그래? 네가 그렇게 잘하는 게 많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사장님. 머리는 조금 둔하지만 싸움도 잘하고, 말빨도 좋고, 몸도 좋고, 여자 후리기도 잘하고...”


“여자 후리기?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아닙니다. 제가 말이죠.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주위에 여자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교도소에 있을 때, 편지나 영치금을 챙겨줬겠습니까. 그런 여자애들이 여러 명은 됩니다.”



장난스럽게 말을 꺼내지만 수감 생활 중일 때, 경훈은  주목 받는 인사였다. 여러 명의 여자에게 편지가 오기도 하였고 꾸준히 들어온 영치금으로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풍족한 생활을 하곤 했다. 그와 같은 방에 있었던 성진도 그 풍요로움 덕분에 수혜를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에이... 겉으로 봤을 때는 영 부실하게 생겼는데.”


“사장님, 이래봬도 제가 학교 다닐 때 별명이 ‘치토스’였습니다.”


“치토스? 과자 이야기 하는 거지?”


“그렇습니다. 제 거시기 모양이 그렇게 생겨서 아주 유명했습니다. 제 밑에서 여자들이 다들 껌뻑 죽어났죠.”


“호호호, 그럼 나도 죽여줄  있을까?”


“사, 사장님! 어린 애들 앞입니다. 자중하시죠. 경훈이, 너도 이젠 그만해라.”



지수의 섹드립에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최부장은  이상의 대화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였다. 조직의 보스가 이런 말단 조직원과 그런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불편해서였다.
과거였다면  모를까, 규모가 커지고 하던 사업의 사세가 확장된  시점에서 조직원들에게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또 달라야 했다. 그것이 바로 표면적인 최부장의 생각이었다. 내심 다른 의도도 보이는  하지만...


“뭐야... 재미없게 시리... 한창 달아오르고 있었는데 말이야.”


“사장님. 이제 저희 조직도 수년전보다 규모가 커졌으니 사장님께서도 과거와 다르게 행동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위엄 있는 모습을 보이셔야죠.”

“흐음... 정말 그것뿐이야?”


“네...?”

“정말 그것뿐이냐고. 최부장은 지금 내가 경훈이랑 섹스를 할까봐 조마조마 하는  아니야.”




그녀의 말을 듣던 최부장은 굳게자신의 입을 닫은 조개마냥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숨이 턱 막힌 것이다.





“뭐야...  아무 말도 없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 거야?”

“네, 죄송합니다. 하, 하지만 사장님. 사장님과 성관계를 맺었던 남성 대부분이 그 이후에 몹시 힘들어 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어떤 놈은 자괴감이 든다고 그러고, 또 어떤 놈은 자신이 먹혔다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고... 여하튼, 사장님과 성관계 이후 제정신이었던 놈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참나, 그건  녀석들이 여자를 대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알려준 것뿐이라고. 제정신이 아닌 것도 잠시 뿐이지. 금방 돌아오잖아.”


“겉으로 그렇게 보일 뿐, 정신적으로는 문제가 많습니다. 사장님, 섹스라는 것은 남자들에게 엄청 민감한 사항입니다. 옛날에도 조직원 몇 명을 건드렸다가 지금까지 발기부전 된 놈들도 여럿 있지 않습니까.
저는말입니다. 사장님이 밖에 나가서 누구와 섹스를 하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저희 조직원들만이라도 건들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오랫동안 그녀를 봐온 최부장의 진심이었다. 어떤 식으로 성행위를 했는지는정확히 모르지만, 그녀와 함께한 남성 대부분이 발기부전과 함께 자신감 결여의 상태가 되어 남자다움을 잃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물론, 그녀와 함께한 사람 가운데서도 정상적으로 지내는 사람도 꽤나 존재를 하였으나 더 이상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상황을 두고 보기 힘든 그였다.




최부장은 정상적인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을 비교해서 도대체  그런 증상이 나오는지 비교를 하려 했으나 그들 사이에 별다른 특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정상적으로 성행위를 즐긴 사람들은 엄청난 황홀감을 맛봤다는  밖에 알지 못하였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마수에 걸렸던 조직원들은 더 이상 이 일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대부분을 떠나보냈던 것이다. 그는  이상 그런 식으로 부하들을 잃어버리기가 싫었다.


“으음... 어떤 말을 하는지 알겠어. 최부장의 말은 내가 깊이 새겨듣도록 할게.”

“알아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또  차례의 폭풍 같은 대화가 지나갔다. 이번 대화의 승자는 최부장. 그로 인해 지수 쪽으로 쏠렸던 분위기도 어느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다시   무거운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홀로 술잔을 들이키던 지수는 말없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성진을 향해 시선을 옮겨간다.




“거기, 너! 너는 뭐하는 놈이야?”


“아, 사장님. 소개시켜드린다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성진아, 인사드려라 우리 조직의 보스 김지수 사장님이다.”



최부장의 말에 성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수가 있는 쪽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건넨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성진이라고 합니다. 경훈이의 소개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성진이라... 그래, 반가워. 그런데, 너 그 마스크는 왜 쓰고 있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보고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마스크’에 대한 것이다. 지수 역시 그의 마스크에 대해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얼굴에 흉한 곳이 있어 그것을 가리는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호오... 그래? 그런 말을 들으니까 엄청 궁금해지는데...  번 벗어볼래?”


“사장님, 제가 확인했었는데 얼굴이 많이 흉합니다. 보지 않으시는  좋을 듯합니다.”

“아니, 괜찮으니까 한 번 벗어봐.”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인지 계속해서 마스크를 벗으라고 요구하는 그녀이다. 성진은 계속되는 그녀의 재촉에 약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최부장의 모습에 서서히 자신의 마스크를 끌어내렸다.
이윽고, 보이는 그의 흉한 얼굴. 그러나 지수는 그것을 피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그의 모습을 꼼꼼히 더 살펴보려하고 있었다.





“어디 한 번 만져 봐도 될까?”






처음으로 성진이 들어보는 말이다. 남자는 물론이거니와 대다수의 여자들도 자신의 얼굴을 보고서 시선을 회피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가장 오래 그를 봐왔던 고아원의 원장조차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김지수라는, 이 여자는 겁도 없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겠다고 그의 얼굴에 손을 뻗고 있었다.

‘파지지직’

“꺄악!”






그녀가 성진에게 손을 뻗었을 때였다. 그의 얼굴과 그녀의 손 사이에서 강력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그에, 지수는 자신의 손을 떼어 무언가 복잡한 신경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사,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으응. 괜찮아.”

“성진이, 이 녀석이 유독 정전기가 심합니다. 아마 사장님이 느꼈던 따끔함도  때문인  같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사장님. 괜히  때문에...”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성진의 얼굴에 그녀의 손길이 닿자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다. 그동안에 많은 연구를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하다고 믿었던 성진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만약 이런 식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면, 일반적인 생활은 불가능할뿐더러 자신에게 부여 된 저주의 굴레까지 벗기 어려우리라 생각하는 그였다.



“괜찮대도 그러네. 잠깐 놀랐을 뿐이지.  특이체질인가 봐?”

“그렇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평소에 정전기가 잘 일어나서...”


“호오... 재밌네. 아주 재밌어...”


재밌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성진을 바라보는 지수의 두 눈. 그의 얼굴을 처음 마주했던 복잡한 눈빛은 아니었다. 무언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어린 아이의 눈빛이랄까. 그러한 눈빛이 성진을 향해 계속 빛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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