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화 〉혼란한 미래 속의 한 줄기 빛 (4) (10/100)



〈 10화 〉혼란한 미래 속의 한 줄기 빛 (4)

- 제 10  -





“음냐... 음냐...”


“그 녀석도 참... 벌써부터 취해버렸네. 2차는 가기 글렀어.”





경훈의 복귀를기념하는 회식에서 주인공인 그가 가장 먼저 퍼져버렸다. 고깃집 2층의 방에서 최부장, 김지수와 함께하면서 얼큰히 마셨던 그는 다른 형님들에게 인사를 하러 간다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가, 그들이 먹이는 술의 양을 극복하지 못하고 곤히 잠들어 버렸다.
교도소에서 출소를 한 이후, 처음 가지는 술자리. 그러다 보니 그도 자신의 주량을 절제하지 못했고 자신을 환영하는 분위기에 오는 술잔을 거절하지 못한 것이다.





“부장님, 경훈이가 취해버려서 2차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구만. 그럼 다들 알아서 해산해. 괜히 문제 일으키지 말고, 오늘은 모두 조용히 들어가라. 경찰들도 오늘 우리 회식에 주시를 하는  같으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부장님.”


“사장님, 사장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로 숙소로 들어가십니까?”

“그럴 거야. 나도 피곤해서 일찍 가봐야지.”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며 피곤하다는 대답을 하는 지수의 말에 최부장은 약간 의심 섞인 눈빛을 보냈다. 보통 이런 회식자리가 있은 뒤에 그녀는 불타오르는 욕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남자를 끼고 들어가는 법이 보통이었다.


그렇기에, 최부장도 그냥 집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의심을  것이다. 하지만, 바쁜 그녀의 스케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내 수긍하는 눈빛을 보낸다.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 또한 그의 의심을 푸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 이럴 때 일수록 몸 관리를 잘하셔야 합니다.”


“알고 있어. 괜한 잔소리하지 마.”


“그럼 먼저 들어가시죠. 성비서, 사장님  모셔다 드려라.”


“아, 아니... 잠깐 볼일이 있으니까 최부장 먼저 들어가.”

“무슨 볼일을...?”


“편의점  들렸다가 가려고. 내일도 바쁠 텐데, 숙취음료나 하나 사가야겠어.”

“그럼 밑에 애들이나 성비서에게 시키시죠. 지금 사오라고 할까요?”

“아니야. 내가 직접 가서 고를 거야. 그니까, 최부장 먼저 들어가 봐. 내 걱정하지 말고.”





지수는 최부장의 등을 붙잡아 근처에 위치한 그의 차까지 떠밀어 버렸다. 얼떨결에 차에 탑승한 그는 지수의 행동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창가 밖으로고개를 내밀어 보인다.


“하하...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부장님!""




최부장이 들어간다는 소식에 고깃집 밖에 우르르 모여 있던 수십 명의 남성들이 합창하듯이 인사를 한다. 대충보아도 그 모습은 주위에 두려움을 줄 수 있는 상황. 길을 지나다니던 시민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그들의 시선에 들지 않으려고 했다. 최부장을 떠나보낸 지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근처에 있던 행동대장 덕칠에게 명령을 하였다.




“떡칠! 보는 눈이 많으니까 애들 빨리 해산시켜. 경찰들이 또 귀찮게 하기 전에.”

“사, 사장님! 그 별명은 쫌...”


“말이 오늘 따라 많다. 떡칠이?  맞아야 정신 차리지.”

“아, 알겠습니다. 사장님. 모두들 각자 담당 구역으로 빠르게 흩어져라! 비번인 놈들은 알아서 놀다 들어가고!”


"""알겠습니다! 사장님! 저흰 들어가 보겠습니다!"""





또 한  일사분란하게 모여 지수를 향해 인사를 하는 그들. 지수는 한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작은 손짓으로 그들을 물리친다.






‘이젠 어떻게 한다...’





일사분란하게 조직원들이 흩어지는 가운데, 경훈을 업고 있던 성진은 살짝 머뭇거리며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이끌어  경훈이 놈이 술에 취해 곤한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살짝 고민을 하던 성진은 다시 식당으로 들어가 업고 있던 경훈을 내려놓고 그의 양복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성진의 이 행위는 어떤 불순한(?) 의도가 아닌 그의 지갑을 사용해 숙소를 구하려던 행위였다.




“어이~! 거기! 이름이 뭐지?”

“아, 안녕하십니까. 이성진이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아, 아... 됐어. 어차피 내일 네 선배들이랑 인사할 자리가 있으니까 그때 인사 받을게. 내 이름은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덕칠 형님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지금 경훈이가 잠들어버려서 어디 갈지 막막한 것 같은데... 내가 그 녀석 숙소를 알고 있으니까 데려다 주마.”



날렵하고 단단한 몸매, 거기다 험악한 인상까지 두루 갖춘 덕칠의 의외의 모습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을 처음 봤던 순간에 시비를 걸던 모습과 달리 따뜻한 말을 건네서 성진이 조금 놀란 것이다.






“감사합니다. 형님.”


“경훈이 업고 빨리 나와라.”

“알겠습니다.”




성진은 자리에 앉혀 놓았던 경훈을 들쳐 업으며 그의 뒤를따라 고깃집을 나섰다. 지금 가는 곳이 어딘지 몰라도 최소한  곳은 확보되어 있다는 생각에, 성진의 마음속도 여유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 때였다. 한결 편한 마음으로 그의 뒤를 따라 성진이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지수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다.



“잠깐.”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응, 그런데 지금 떡칠이는 어디로 가는 거야?”

“아, 이 녀석들을 데려다 주고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그래? 숙소는 따로 있고?”


“네, 옛날에 이 녀석이 살던 집이 있습니다.  쪽으로 데려다 주려고 합니다.”




편의점에 간다던 지수는 아직도 고깃집 근처에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덕칠도 진작 떠났어야 하는 그녀가 근처에 있어서 의아한 감정을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표출하지 않고 그녀가 묻는 말에 대답만 할 뿐이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럼 이 녀석들 내가 데려다 줄게.”

“사, 사장님. 괜찮습니다. 제가 가는 길에 데려다 주겠습니다.”

“노노~ 내가 데려다 준다니까? 요즘 바빠서 너도 피곤할 거 아니야.”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수가 일을 벌린 만큼 그 밑의 간부들도 발에 땀나도록 열심히 뛰어다니는중이었다. 특히, 덕칠은 서울에 있는 중요 업소를 관리하고 있어서 최부장 휘하 행동대장들 가운데는 매우 바쁜 편이었다.




“하지만, 사장님...”

“남자가 그렇게 질질 끌면 매력 없다. 알았지? 자, 성진이는 저쪽에 있는 검은색 차에 타.”



성진은 덕칠과 지수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다 계급이 깡패라는 생각에 지수가 말한 차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덕칠 또한, 그녀의 말에 더 이상 무어라 대답하지 않았다. 한 번 마음먹은 것이 있을 때, 끝까지 관철하는 그녀의 의지는 그 누구도  말렸었다. 덕칠도 그것을 잘 알고 있어 말대꾸를 하지 않는 것이다.




지수의 지시로 승용차의 뒷좌석에 탑승한 성진은 자신에게 업혀있던 경훈을 내려놓고 한숨을 돌렸다. 출소를 한 직후,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했던 것이 그에게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혐오스런 외모로항상 타인을 피해왔던 그였기에 오늘의 경험은 그에게 큰 도전이기도 하였다.



잠깐 한숨을 돌리며 차 내부를 둘러보던 그에게 운전석에 위치한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갸름한 얼굴과 단아한 이목구비로 남들에게 청순하다 여겨질 법한 여인. 그녀는 바로 성비서였다. 오늘 새로 조직에 들어온 성진은 조금이라도 잘 보일 생각에 그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성비서님. 저는 새로 들어온 조직원, 이성진입니다. 앞으로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운전대를 잡고 있던 그녀가 성진이 있는 쪽을 돌아보며 싱긋 웃는다. 사람을 홀리는 미소랄까. 회식  잠깐 봤던 이지적인 모습과 다른 그녀의 모습에 숫기 없던 성진은 자신의 얼굴을 붉게 물들여갔다. 성진은 왠지 그녀와 계속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앞을 향해 고개를 돌린 그녀에게 계속 말을 건네었다.



“어, 엄청 미인이십니다.”


“그런 말 자주 들어요.”


“혹시 남자친구 있으십니까? 헛...”





항상 진중한 성진답지 않게 뇌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는  것의 질문들이었다. 성진도 자신이 그런 말을 내뱉었다는 것에 매우 당황하여 입을 꾹 다물어 버린다. 본능적으로 튀어나간 말들을 주워 담을 수도 없다는 것에 자신을 자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호호, 지금은 없는데요?”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한 것 같습니다.”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대답하는 성진의 모습에 성비서는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고운 미성의 소리. 듣기 좋은 목소리였지만, 성진은 그런 목소리조차도 자신을 비웃고 있는 듯하였다.



“아휴, 귀찮아... 뭐야, 성유진. 왜 그렇게 웃고 있어?”


성진이 아주 난감해 하던 그 순간, 차문이 열리며 덕칠과 이야기하던 지수가 조수석에 탑승했다. 차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자신의 비서인 성비서가 웃고 있는 모습에 그 이유를 묻는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냥, 성진 씨가 재밌는 이야기를 해서요.”

“싱겁기는... 이제 그만 웃고, 슬슬 출발해.”


지수의 명령에 성비서는 기어를 바꾸어 차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성진도 뒷좌석에 자신의 몸을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방금까지 성비서와 대화한 것도 그렇고... 오늘따라 피곤한 일들이 많아 그저 쉬고 싶은 마음 뿐인 그였다.


*


서울 강남의 고급 레지던스 호텔. 성진이 타고 있는 차량이 들어선 곳이었다.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던 경훈을 업은 그는 지수와 성비서의 뒤를 따라 호텔 내부로 이동하고 있었다.



‘우와... 경훈이 숙소가 이렇게 좋은 곳이라니... 이 녀석 무슨 재벌집 아들내미라도 되나?’


크지 않은 지방의 소도시에 살던 그에겐 이런 공간이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지하주차장부터 숙소가 있는 곳까지 이어진 엘리베이터도 신기했고, 복도와 다른 시설들도 고풍스러워 그의 시선을 계속 빼앗아 간다.




‘띵, 21층입니다.’




주위의 환경에 성진이 눈을 판 사이, 어느새 그들이 원하는 층수에 도착하였다. 지수와 성비서는 빠른 걸음으로 숙소 앞에 도착해 카드키를 이용하여 문을 열었다. 그녀들이 숙소 안으로 먼저 들어서고... 성진도 그녀들의 뒤를 따라 숙소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휴우... 감사합니다. 사장님. 이제 저희 숙소에 도착했으니 그만 가보셔도...”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자신의 등에 업혀있던 경훈을 근처 소파에 내려놓은 성진은 성비서와 지수를 향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2시가  되어가는 시간에 그녀들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피곤할 것을 걱정한 것이다. 그런데... 지수와 성비서는 성진의 말에도 꿈쩍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성진은 그녀들의 모습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남의 숙소라기에 너무도 자연스러운 그녀들의 행동. 그에, 성진은 자신이 무언가 오해하는 것이 있다고 판단하여 앞에 있던 지수에게 질문을 건넸다.






“사, 사장님... 여긴 어디죠...?”

“글쎄 과연 어딜까~?”




성진은 자신의 머리를 굴려 생각하려 했다. 집 안에 퍼진 향기로운 향은 물론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 내부까지... 이곳은 오래 방치된 곳이 아닌 사람이 살고 있는, 정확하게 여자가 살고 있는 곳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정리한 그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지수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시작한다.



“서, 설마... 여긴 사장님 댁입니까?”

“응, 맞아. 제대로 맞췄어.”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녀. 그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워 마치 ‘여신’처럼 성진에게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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