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혼란한 미래 속의 한 줄기 빛 (8)
- 제 14 화 -
“하아... 하아... 성비서님, 괜찮으세요?”
“...... .”
“성비서님, 정신차리세요! 성비서님!”
진득한 사정이 끝마쳐지고 그들의 결합부에서 미처 담지 못한 애액과 정액이 뒤섞여 나올 때쯤, 성진은 그녀의 곁에서 떨어져 유경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눈이 희번덕하게 뒤집혀 있었고,입가에 침이 줄줄 나오는 것이 정상적인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지지직’
이렇게 당황스러운 상황에 강력하게 억제해 오던 그의 능력도 말썽이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아니면 성진의 감정에 영향이 있어서 그런지 정확한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 그의 두 손을 주변으로 보이는 하얀색 스파크가 어쩌면 유경을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성진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성진이 몹시 당황하고 있는 사이, 근처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지수는 유경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겉으로 봤을 때는 딱히 문제가 없는 유경의 신체. 지수는 혹시나 그녀의 내부에 영향이 갔을까, 이마에 손을 얹어 신성력을 불어 넣는다.
“휴... 이거 큰일 날 뻔했네.”
“서, 성비서님은 어떻게 된 거죠?”
“잠시 쇼크를 받아 정신을 잃은 거야. 매우 흥분된 상태에 다 미세한 전류가 갑자기파고들어서 그녀의 신체가 깜작 놀란 거지. 그래도걱정하지 마. 이제는 진정되었으니까.”
“이게 다... 저 때문이죠?”
“엄밀히 말하면 그렇지. 네가 그 능력을 제대로 컨트롤하지못했기 때문이야. 그나저나... 조금 특이한 능력이네? 전기를 다루는 능력이라... 정말 재밌겠어.”
“재미요? 저는 그저 두렵기만 한 걸요. 제가 컨트롤 하지 못하는 힘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훗, 그건 그 능력을 담는 그릇이 넓으면 되는 거야. 너는 제우스의 아들이자 반신(半神)의 힘을 가진 데미갓이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래도 싫습니다. 남들보다 특별한 것도 못난 것도 싫고, 그저... 평범하게만 살고 싶은데... 흐윽...”
많이 지친 모습이다. 계속 된 저주의 굴레 속에 살아온 그는 이제 정말 지쳐갔다. 모든것을 포기하고만 싶었다. 자신의 목숨까지도 말이다. 무릎을 꿇고 처연한 상태로 울먹거리는 모습은 그의 옆에 자리한 지수의 마음까지 아프게 하고 있었다.
사실, 지수의 정체는 아름다움의 여신이자 성애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였다. 신성력을 가진 신들 가운데, 헤라와 함께 가장 여성스러운 신으로 꼽히던 그녀는 성진의 처절한 모습을 보고 안쓰러움과 모성애를 느끼고 있었다. 비록 그에게 접근했던 의도는 불순했지만, 그러한 것들은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성진에게 따스한 감정을 제공하고 싶은마음이었다.
“사, 사장님...”
김지수라는 삶을 살고 있는 아프로디테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따뜻하게 몸을 감싸 안았다. 신탁으로 인해 자신이 낳았던 아들을 죽인 헤라. 그 때문에 그녀가 하는 일을 방해하려고 성진에게 접근한 그녀. 하지만, 그를 끌어안는 지금 이 순간은 어떤 의도도 들어가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 성진아. 울고 싶으면 울어도 좋아.”
따뜻한 목소리가 성진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와 동시에 어머니의 온기가 그를 감싸 안았다. 지치고 외로웠던 성진은 그것을 부여잡으며,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지금까지 그가 가지고 있던 아픔까지 눈을 통해 흘러나가며, 그의 마음에 얼어있던 결빙들 역시... 따스한 온기에 녹아 눈물로 흘러내린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인 고통으로 인해 끝을 알 수 없던 그의 상처는 아프로디테의 온기 속에서 점차 아물어가고 있었다.
*
1시간 뒤, 한참을 울다 제풀에 지쳤던 성진은 자신을 감싸고 있던 따뜻한 온기로 인해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오래 울다보니, 속에 응어리졌던 억울함 들도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 정신이 드니?”
자신을 껴안고 있던 존재에게서 다정한 말투가 들려왔다. 성진은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서 벗어나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이제는 좀 진정된 모양이구나, 네 주위에 흐르던 전류도 많이 가라앉았어.”
그녀의 말 대로였다. 유경을 기절하게 만들었던 그의 능력은 어느새 잠들어있었다. 모두가 자신의 앞에 있던 지수의 덕택일 것이다. 성진은 속으로 고마운 감정을 느끼며 그녀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였다. 이젠, 더 이상 독선적이고 오만한 모습에 꼴도 보기 싫었던 그녀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모습의 지수가 그의 망막으로 비춰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지금 그들의 상태는 평범한 상태가 아니었다. 태초의 모습을 드러내고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그들. 유경에 대한 생각과 그녀가 제안했던 내기에 집중하고 있던 그에게 작금의 이 상황은 몹시 부끄러운 상황이었다. 성진은 그런 생각이 들자, 근처에 있던 자신의 속옷과 겉옷들을 찾아 그것을 입으려고 하였다.
“성진아, 지금 뭐하는 거니?”
“그게... 이젠 볼 일도 끝났으니까 옷을 입으려고요.”
“아직 하나가 남지 않았던가...?”
“아... 그거요? 그, 그건 지금 이런 분위기에선 곤란하지 않을까요.”
그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성진이다. 자신에 대한 의견을 위해 그녀와의 섹스를 원했었고, 시간을 맞추지 못하자 마음에도 없는 유경의 몸을 탐했던 것이 바로 전이었다. 이제는 그녀와 섹스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허나, 성진은 지금 당장 그러는 것을 거부한다. 자신을 포근하게 감싸줬던 그녀의 온기를 왜곡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머니의 느낌을 줬던 그것을...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너 마음대로 하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상관없겠지. 내가 너에게로 향한 헤라의 질투는 몰라도 그 지독한 얼굴은 어떻게 해줄 수도 있는데...”
“제 얼굴이요...?”
“섹스는 해도 안 해도 그만이지만, 그 방법을 알려줄 나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네~”
자신을 위로해주었던 모습에 감동을 받았던 것은 잠시였다. 그녀는 또 자신의 약점을 매개로 섹스를 요구하고 있었다. 성진은 그녀의 변화무쌍함에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아까 했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그녀의 곁으로 빠르게 이동하였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호오... 아까보다는 빠릿해서 좋다. 네 얼굴을 치료하는 방법이 그렇게 듣고 싶은거야?”
“다, 당연하죠. 제가 힘들게 살아왔던 원인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이 얼굴입니다. 방법이있다면 빨리 뜯어 고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나를 만족시켜야겠네? 할 수 있겠어?”
“자신은 없지만 최선을다하겠습니다. 다만... 사장님도 성비서님처럼 될까봐, 그것이 걱정입니다.”
지수를 걱정하는 성진의 마음. 그것은 그녀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비록 그녀의 입장에서 하찮은 존재일지라도 자신을 위하는 마음에 흡족한 그녀였다. 지수는 위축되어있는 성진을 침대로 이끌어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등을 쓰다듬어 갔다.
“난... 괜찮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그 마스크도 벗고 말이야.”
“마스크요? 벗으면 좀 흉할 것 같은데요...”
“그것도 상관없어. 섹스를 할 때는 외적인 것보다도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 그리고... 조금 불편할 거 아니야. 아까 보니까 거친 숨을 몰아쉬던데.”
지수는 그가 100%의 힘을 발휘해서 그녀를 만족시켜주기를 바랬다. 그렇기에 그의 마스크를 거론한 것이다. 허나, 성진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녀의 앞선 말에 주목하여 용기를 얻은 것이다. 식사를 하거나 몸을 씻을 때를 제외하곤 항상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인데, 그녀라면 벗어도 무방하다고 생각을 했다. 성진은 자신의 분신과 같은 그것을 슬그머니 벗기 시작한다.
“으음... 조금 그렇긴 하다.”
“거, 거보세요. 제가 뭐라 그랬습니까. 다시 마스크를 쓰겠습니다.”
그가 마스크를 벗자, 지수는 고운 미간을 찡그려갔다. 말한 것과 달리 한껏 불쾌함을 들어내는 지수는 표정에 성진의 마음도 조금 상하였다. 그녀는 일반 사람들과 조금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와 같은 말을 들으니 실망감이 차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성진은 침대 한편에 치워두었던 마스크를 향해 손을 뻗는다.
“아, 잠깐만...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지수는 성진의 행동을 만류하더니 주방 쪽으로 다가가 마트에서 줄 법한 종이봉투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것에 손가락을 이용해 구멍 여러 개를 뚫는다.
“그건... 왜 가져오셨어요?”
“후후, 내가 흥분될 때까지 이것을 쓰고 있어봐. 아마 그때쯤이면 너의 얼굴도 내가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으니까.”
“시, 싫어요! 얼굴이 흉하다고 무슨 봉투를 쓰고 있어요! 복면도 아니고... 그냥 마스크 쓰고 할래요.”
“어허, 내 말을 들어야 네가 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싫어?”
그말을 끝으로 성진은 군말 없이 봉투를 쓰게 되었다. 그는 엄청난 굴욕감을 느끼고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자신의 얼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지수의 성격 또한 한 몫하고 말이다.
“좋아.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지수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침대에 누운 그의 몸을 탐하였다. 봉투로 가려진 그의 얼굴로 다가가 입술을 훔치고,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그의 몸에 비비어 그 화려한 서막을 알린다. 성진도 그녀의 행동에 맞추어 호응하려 했다. 입 안을 휘감는 그녀의 키스를 서툴지만 따라하려하였고 자신의 놀고있던 손도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어 거칠게 주물럭거린다.
“츄릅... 츄릅... 하으음...”
농밀한 그들의 키스의 향연이 이어지면서 수줍게 고개를 숙인 성진의 물건이 점차 힘을 얻고 있었다. 가을날의 고개 숙인 벼가 여름날로 회귀하듯, 그의 물건은 어느새 뻣뻣하게 허리를 피고 거대한 위용 뽐내는 중이다. 그의 몸에 몸을 비비던 지수가 알 정도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츄릅... 하아... 어머, 벌써 흥분해 버렸네. 그럼 내가 가서 위로를 해주어야겠지?”
그의 물건이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수줍게 노크하자, 키스를 하던 지수도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거대한 기둥을 향해 얼굴을 들이댔다. 백설기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외관과 다르게 ‘치토스’처럼 울퉁불퉁한 성진의 물건. 침을 꿀꺽 삼킨 지수는 한 입에 그것을 삼켜 아주 맛있게 그것을 맛보기 시작한다.
“으윽...! 사장님!”
그녀가 자신의 물건을 입 안에 삼키던 순간, 성진은 금방이라도 쌀 것처럼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녀의 작은 입 속에 거대한 그것이 어떻게 들어갔는지도 신기할 정도인데, 그의 전신에 밀려오는 쾌감은 그러한 생각을 어느새 머릿속에서 잊히게 만들었다. 촉촉한 혀를 이용해 물건 구석구석을 자극하던 그녀는 자신의 입 안에 그것을 더 들이밀어 목구멍을 이용한 Deep throat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쩌업, 쩌업... 츄릅... 하아... 이젠 못 참겠다.”
한 동안 성진의 물건을 놓고 마음대로희롱하던 그녀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뒤, 그의 구멍이 있는 쪽으로 물건을 맞추어 허리를 찍어 눌렀다. 성진을 애무하면서 홍수가 날듯이 젖은 그녀의 구멍은 거대한 그의 물건도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파지직’
“흐읍...! 대, 대단해. 정말 좋아.”
“흐억... 사장님, 지금 스파크가 튀어 오르는데, 괜찮으세요...?”
“괜찮아. 상관없어... 흐읏...! 짜릿짜릿하고 너무 좋아.”
지수는 내일이 없을 것처럼 거칠게 허리를 움직인다. 그것은 무자비한 움직임이었다. 우아한 얼굴이 점차 흥분에 물들어가고 아름다운 그녀의 가슴도 출렁이며 성진의 시야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흥분감에 휩싸인성진. 그러자, 그의 몸 안에 잠재되어있던 능력들이 점차 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얗게 스파크가 일어나고, 그가 내쉬는 날숨에선 최음 페로몬이 연신 뿜어져 나온다. 그것들은 성진의 몸에 올라탄 지수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는데, 성진의 몸 안에 흐르던 전류가 그녀의 신경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종래에는 그녀의 뇌까지 자극한 것이다. 이로 인해 그녀의 몸속에서는 여러 가지 호르몬이 뿜어 나와 그녀를 기분 좋게 만들고 있었다.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세로토닌과 같이 긍정적인 호르몬이 지수의 몸 안에서 퍼져가고 있었다.
“아... 아... 하앙~! 그래, 그거야... 성진아, 더 세게 박아줘!”
음란한 그녀의 모습을 보니, 성진도 참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녀의 움직임에 맞추어 거칠게 허리를 흔들었고, 이내 자신의 페이스에 맞추어 그녀를 공략하고 있었다. 누가 알려준 움직임도 아닌, 자신의 본능에서 발현된 그의 행동. 마치 그 모습은 먹이를 사냥하는 한 마리의 맹수와도 같았다.
‘아... 이래선 안 되는데...’
이렇게 그녀가 인간에게 끌려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을 범하겠다는 일념하게 무참히 허리를 놀리는 성진에게 경훈과 똑같은 벌을 내려야만했다. 그것이바로 상처 입은 여자들을 대신해 그녀가 유희삼아 하던 행동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수가 없었다. 그를 벌하기보다도 자신을 휘감는 이 쾌락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수는 몽롱한 상태로 그가 하는 행위에 몸을 맡긴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절대적인 신이 아닌 하나의 인간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