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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그에 대한 복종, 어려운 입성 (1) (29/100)



〈 29화 〉그에 대한 복종, 어려운 입성 (1)

- 제 29 화 -



다음날 아침, ‘Venus Beauty Shop’의 1층의 화려한 로비. 누군가들이 1층 로비의 회전문을 지나  안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선두에 선 여인은 화려한 색감이 특징인 명품 마이에 길쭉한 H라인 스커트를 입어 모든 이들의 시선을 그녀에게로 모으고 있었다.
오만하고 도도해 보이는 표정으로 로비 내부를 쓱 둘러보는 지수. 그녀의 시선은 저 멀리 잡담을 하고 있는 듯한 안내데스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뭐 먹지...?”

“우리 후문 골목 쪽에 이번에 새로 생긴 족발집이 있더라고. 거기 사장님이 엄청 젊은데다 훈남이래.”


“히히, 오늘 점심은 거기로 결정?”


“오키... 야, 그런데 잠시만... 저어기, 지금 사장님 오신 거 아니야?”


“어머머... 정말이네! 너는 빨리 원장님께 연락드리고 나는 인사드리러 가볼게.”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히이익!!”



언제 도착했는지, 지수는 그들 앞에 순식간에 나타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남들이 보기에 아름다워 보였으나, 찔리는 것이 있는 데스크 직원들이 보기에는 정말 잔인하고 차가워 보였다. 자리에 앉아 있던 여직원들은  바로 일어나 그녀에게 90도 직각 인사를 시작했다.




“오셨어요. 사장님.”

“그래. 족발집이  맛있다고?”


“아... 네...”


“훈남에다 몸도 좋은 남자? 부럽네. 참 좋을 때야.”

“...... .”




데스크의 직원들은 벌벌 떨고 있었다. 자신들이 안내데스크를 맡기 이전의 직원들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잠깐 잡담을 했다고, 지수에게 가차 없이 싸대기를 맞고 퇴사를 했다고 한다. 여직원들은 이번에도 그런 일이 똑같이 되풀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을 하면서 그녀의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원장은 출근했니?”


“아, 했습니다. 10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그럼, 8층 회의실로 오라고 좀 전해줘. 수고하고...”


다가오는 봄날의 훈풍처럼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동하는 그녀. 그 뒤에 있던 성비서와 마스크를 쓴 남성도 그녀를 따라 이동하였다. 안내데스크의 직원들은 지수의 뒷모습에 정중히 인사를 하며 서로 눈빛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살았다’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이다.



*



“휴... 어제는 오지 않았네... 어떻게 된 거지.”



9층의 강혜영의 사무실. 그곳에서는 혜영이 어떤 서류철을 들고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서류철은 오늘 오게 될 손님들의 명단. 허나, 그녀가 말하는 것은 어제에 대한 것이었다. 자신을 잔뜩 녹여놓았던 흉한 얼굴의 남자. 그의 우람한 물건이 그녀의 머릿속에 아른 거리는 중이다.


‘띠리리리~’


“네.”

“원장님, 안내데스크입니다. 방금 사장님께서 1층 로비에 도착하셨습니다. 그리고 원장님께는 8층 회의실로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알았어요.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가뜩이나 마음이 싱숭생숭한데, 그 원인을 제공한 지수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성진이라는 놈을 자신에게 소개시켜준 원흉. 혜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만나기 위해 준비를 한다. 보통 그녀가 확인하는 것은 고객들이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는지와 같은 고객 서비스와 피부 미용에 관한 사업 위주였다.


“아... 사장님이 오신 김에 그 아이 소식이라도 물어봐야겠다. 이렇게 놓치면 너무 아까운데...”



몇 가지 서류 파일을 자신의 팔에 끼우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혜영. 그녀는 자신이 했던 말과 다르게성진을 매우보고 싶어하고 있었다.



*



“흐음~ 음음~”






비어 있는 회의실에 착석한 지수와 아이들. 지수는 가장 상석에 착석하고서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제와는 다르게 매우 좋아 보이는 컨디션이 그녀와 다툼이 있었던 유경에게 찝찝한 기분을 안겨주고 있었다.


“성진이 너... 어제 사장님이랑 뭐했어?”

“으, 응...? 아무 것도 안했는데...?”

“거짓말하지 마. 지수 언니가 저렇게 좋아하던 적은 내가 본 적이 없어. 어제는 그렇게 화가나 있던 사람이 어떻게 한순간에 변할까. 어제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자신이 쓴 안경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날카로운 추리를 뽐내던 유경은 어느 만화책에 나오는 탐정처럼 지수의 즐거운 모습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원인이 성진에게 있다는 것까지 추리하여 그를 붙잡고 조용히 캐묻고 있던 중이다.




“저, 정말이야... 그냥 누나 나가고 내가 죄송하다고 하면서... 으음... 맛있는  사드렸거든. 그래서 기분이 좋으신 걸 거야. 왜... 사람이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그러잖아.”


성진은 애써 변명을 하며 유경의 눈빛을 피하려한다. 어제 그녀가 나간 이후, 그들은 폭풍과 같은 전쟁을 치렀다. 과거 허리 좀 돌려 본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온갖 체위들을 하게 되었고 지수가 퇴근을 하기 전까지 약 10시간 동안 계속 붙어있었다.
아마 지금도 그녀의 뱃속과 자궁 안에는 자신의 정액이 뛰어놀고 있을 터. 그는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고개를 숙여 버린다.


“뭐, 하긴... 어차피 어제 하도 해서, 힘도 없었을 테니까. 그렇지?”

“응...”


“정말... 만약 어제 언니가 나한테 사과를 안했으면 너를 데리고 집에서 나오려고 했는데...”


“아, 아니야. 그럴 필요까지야 없었어.”


“에고... 불쌍한 것. 내가 나중에 몸에 좋은 보양식 해줄게.”

그나저나... 그녀의 말을 들으니 더 의문이 생긴다. 어제 분명 그는 죽어가고 있었는데, ‘유경과 관계한 직후 어떻게 힘이 돌아왔었을까’ 그리고 ‘더 힘이 생겨 어떻게 지수까지 만족시켜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뛰어난 머리로 여러 가설들을 세워 봤지만,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것은 ‘유경의 몸 안에 있는 자신의 기운들이 그에게 생기를 불어 넣은 것이다’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마치, 충전이 필요한 스마트 폰에 예비 배터리를 장착했던 느낌이었다.



‘똑똑똑’


“들어와.”

“사장님, 오셨어요. 성비서님도... 으음...!”


고요한 분위기 가운데 울려 퍼진 노크 소리.  가지 서류파일을 들고 있던 혜영은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 상석에 위치한 지수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그 안을 쭉 둘러보다 성비서 곁에 있는 한 남성을 발견하였다.


“뭘, 그렇게 놀라? 자리에 앉아.”

“아, 네...”



성진을 보고 놀란 혜영이 지수의 곁으로다가가 자리에 착석하였다. 훨씬 어려보이는 지수가 성숙해 보이는 혜영에게 핀잔을 주는 것이 어색해 보이는 상황이다. 뭐, 조직원들에게 알려진 사실로는 그녀가 40이 넘었다는 사실이 중론이지만...


“사장님... 오늘은 말씀도 없이 어떻게 오셨어요?”


“뭐... 겸사겸사 해서 왔어. 경영이 얼마나 잘되나 확인도 하고 저어기... 저 녀석이 여기서 일할 만한가 궁금하기도 하고...”

“아...! 성진 군이요? 그건...”

“잠깐, 잠깐... 그건 나중에 듣겠어. 먼저, 현황보고부터 해봐.”


성진이에 대해서 혜영이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지수는 그녀의 말을 막으며 경영 현황부터 파악하려 했다. 때문에 혜영도 아쉬운 눈빛을 하면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그녀 앞에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보고 드리겠습니다. 저번 달, 매출은  전 달보다  50% 늘었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해가 넘어가다보니 이번 달에 회원권을 갱신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다음 달에는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좋아... 다음.”

“네, 이번 달에 들어서 새로운 프로모션을 시작했습니다. 1 플러스 1 기획인데, 기존 고객이 새로운 고객을 데려오게 되면 월 이용 회비를 저렴하게 받고 신규고객에게는 가입비를 최대 20% 할인해주는 행사입니다.”


“그래서, 성과는?”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골드 클래스와 VIP 클래스에서 반응이 좋아 이런 상태로 가다보면 매출이 많이 오를 것 같습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다음 달의 급격한 매출 감소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잘하고 있는데...? 좋아... 이젠 VIP고객 변동에 대해 들어보지.”

“네, VIP이상 고객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년도 인원 443명에서 457명으로 14명이 증가하였습니다. 그 중 VVIP고객이 2명 늘었습니다.”

“으음...? 그게 누군데?”

“네. 과거 연예계 대표미녀로 이름을 날린 최성아 여사와 서울 XX구의 4선 의원인 이미수 의원입니다.”

“월척이네...? 특히 이미수 의원은 우리에게 꽤나 도움이 되겠어.”

“최성아 여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연기 경력으로 주변에 아는 인물이 많아서 신규 고객을 충분히 유치해 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거기다, 두 명 모두 방송 매체를 자주타니까 우리 피부 샵의 홍보도 도움이 되겠어.”

“맞습니다. 저희 회사는 덕분에 마케팅 비용이 동종 업계 평균보다 매우 낮은 편입니다.”


“그래... 고생 많이 했네. 우리 강원장님.”

“벼, 별 것 아닙니다. 다른 직원들과 같이 한 일인데요.”


멋쩍은 미소로 지수의 칭찬을 받아들이던 혜영은 은근슬쩍 성진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자신이 했던 말이 심해서 혹여나 상처를 받지 않았는지 확인하였다. 얼굴 대부분을 마스크로 가리고 있어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의 눈빛만은 평온해 보인다.





“흠흠... 아,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사업을 할 까 싶은데... 우리 샵과 연계해서 말이야.”

“어떤 사업을 구체적으로 생각 중이신거죠? 저번에 시작한 화장품 사업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데요.”


“아니, 아주 새로운 사업이야. 우리 회사의 투자 기금이랑  사비를  털어서 우리  건물에 피트니스 센터와 피부과 병원을 차려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말씀하신 대로만 된다면... 아주 좋은 일이  것 같습니다. 어차피 피부를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그곳들을 모두 이용할 테니 좋은 시너지 효과가  것입니다. 그럼 저희가 맺은 제휴 업체들은...”


“일단 놔둬. 아마도 4~5년 뒤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혜영이 너는 이사 대우 원장에서 확실히 이사로 만들어 줄게.”

“가, 감사합니다.”




꿈만 같았다. 서울의 어느 자그마한 동네에서 평범한 피부관리사였던 그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피부 관리 센터의 이사가 되다니... 상상만 해도 짜릿한 감각들이 올라온다. 남들에게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던 그녀에게 ‘이사’의 직함은 등 뒤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아! 그리고 지금 VVIP, VIP 운영 방식을 좀 다르게 할까 생각 중이야.”


“아니, 지금 운영을 잘하고 있는데요...?”

“그래. 그래서 큰 골격은 바꾸지 않고 운영하려고. 지금 VIP라운지 관리인원이 얼마나 되지? 피부관리사 현황까지 말해봐.”

“피부관리사들은 현재 저를 포함한 4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VIP라운지 관리인원은 총 4명이고요. 이들이 VVIP,VIP들에게 홍보, 안내, 애로사항 캐어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흐음... 8명이라 좀 적은데? 여기에 한 명 들어가도 상관없겠지?”

“누구를... 아, 설마...?”

“응, 저 녀석을 여기다 넣으려고. 강원장도 알  아니야. 저 녀석의 마사지 실력이 얼마나 좋은지.”


그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혜영.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도 그의 마사지는 그녀의 잠재적인 성욕을 들춰낼 정도로 솔직함을 이끌어냈었다. 거기다 그의 마사지를 받은 다음날은 마치, 10년 이상 젊어진 것처럼 육체에 활기가 넘쳤었다.  원인이 섹스 때문인지, 마사지 때문인지 원인은 정확히 모르지만, 어찌 되었건 그의 실력은 남달랐다. 하지만...


“그건 조금 곤란합니다. 아직 마사지 부분만 겨우 통과했고, 피부 관리나 기본적인 응대 스킬은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거기다 VIP라운지는 최소 5년 이상 경력과 최상의 외모를 갖춰야 들어올 수 있는 곳. 거기에 성진 씨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게 그만 싫다고 말해 버렸어. 내 진심은 그게 아닌데...’





피부 관리에 대한 프라이드와 그녀의 진심은 갈등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를 자신의 밑에 두어 두고두고 쓰고(?) 싶지만 그녀의 높은 프라이드는 그를 거부하고있었다. 성진의 흉한 외모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최상위 계층을 상대하기에는 매우 부적합한 인상이다.
게다가, 그를 받아들이는 것에 기존의 직원들도 반대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정도로 VIP라운지는 외모도 실력도 모두 프라이드가 높은 곳이었다.




“아,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 컨셉을 잡아서 들어갈 테니까.”

“그게 정확히 어떤 말씀이죠?”


“왜, 있잖아. 무슨 복면 쓰고 노래 부르는 프로그램.”

“아~! 복면歌王이요?”


“그래, 그거. 그 프로그램의 취지가 뭐지?”


“그게...”


“외모나 명성 같은 외적인 요소들은 모두 없애고 오로지 노래로만 평가받는 거예요. 즉,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를 받는 거죠.”






혜영이 머뭇거리자, 유경이 모든 대답을 도맡아했다. 38살의 혜영은 너무 일에만 열중한나머지 그런 것들은 정확히 모르고 지내왔다. 대신 상류 고객들을 상대하기 위한 기본 상식들과 미술, 패션 지식이 풍부한 그녀이다.



“맞아. 유경이가 말한 그대로야. 우리도 그런 취지의 인재가 하나 있잖아? 실력은 매우 출중한데 얼굴은 매우 흉한 그런 사람이...”

“그, 그렇군요... 하지만, 아직 배우지 않은 부분들이...”

“그런 것들은 강원장이 차차 가르치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그리고 나는 지금 저 녀석이 우리 샵을 더 키워줄 인재라고 확신해.”

“사장님... 그것을 어떻게 확신하는 거죠? 혹시 성진 씨에게 마사지라도 받아보셨나요...?”


그칠 줄 모르는 혜영의 날카로운 질문에 지수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소로 화답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말을 내뱉는다.




“뭐... 다른 것은 몰라도 가슴 마사지와 자궁 마사지는 잘 하던데?”


“네...? 그, 그게... 무슨 마, 말씀이신지...?”

“왜 그래? 강원장. 아마추어 같이... 당신도 잘 알잖아. 그래, 얼마나 기분이 좋았어?”




줄곧 날카롭게 유지되던 혜영의 기운이 사르르 녹아들어간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사이에선 촉촉한 물기가 그녀의 속옷을 젖어들게 만들고 있었다. 그 때의 순간을 잠깐만 상상하던 행위로도 그렇게 젖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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