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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그에 대한 복종, 어려운 입성 (5) (33/100)



〈 33화 〉그에 대한 복종, 어려운 입성 (5)

- 제 33 화 -


‘탁탁타다닥.’



혜영이 빠져 나간 원장실의 안. 고요한 분위기 가운데, 성진이 치는 타자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그는 현재 혜영의 컴퓨터를 가지고 웹서핑을 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지식들을 찾고 있는 중이다. 모든 영업이 끝나는 저녁 9시가 되려면 한 참을 있어야 했기에 벌어진 일들. 그렇게 시곗바늘은 흐르고 흘러, 저녁 8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이잉~’


한 참을 무언가에 열중하던 성진은 자신의 스마트 폰이 울리는 것을 보고 전화를 받는다. 고운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오고... 그는 반갑게 그녀의 말에 반응을 했다.






“네, 유경이 누나.”


‘언제와~?’

“모르겠어요. 여기 원장님이 직원들에게 나를 소개시켜 주신다고 하셔서 계속 이렇게 죽치고 앉아있었네요.”

‘뭐야, 회사에 엄청 일찍 갔었는데도 직원들을 아직도 소개 못 받았어?’

“어... 그런 것 같아요. 뭐, 다들 바쁘니까 어쩔 수 없었어요. 후배가 된 입장에서 이해해야죠. 우선 회사의 이익이 중요하잖아요.”


‘에이... 그래도 그렇지. 괜히 시간만 버리는 것 같잖아. 오늘은 첫 날이라 집에 일찍  수도 있었는데. 그러면 너랑 나랑... 으히히...’


“아, 하하하... 그런가요? 사장님은 계셔요?”

‘응. 무슨 볼 일이있어서 그런지, 오늘은 외박하고 오신데. 이게 무슨 말인지 알지? 사랑스런 서방님?’




성진도 그 의미를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지수도 없고, 그녀 홀로 집에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 그는 멋쩍은 웃음을지으며 그녀의 말에 반응하였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한 말에 약간 신경이 쓰인 것이다. 전에 했던 말도 그렇고... 자신과 그녀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를 해야 한다.


남자친구 혹은 사랑하는 애인이 되기 전에 그의 사정을 밝혀야만 한다. 모든 것을 다 말해줄 수는 없지만,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나더라도 상처를 받지 않도록 먼저 선제적인 설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0명의 여자와 사랑하라는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강제적으로 바람둥이가 되어야 했다.






“누나, 나 있잖아요... 저,  말이 있는데...”


‘뭔데요~?’

“그... 남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 말이에요...”

‘아... 미, 미안해. 나도 그  멋모르고 그만... 기분이 많이 나빴지. 내가 괜히 이상한 소리를 해가지고...’


“아, 아니에요. 누나. 저야 말로 정말 고마워요. 별 볼일도 없고 얼굴도 이렇게 흉한 제게 그런 말은 정말 고마운 말이죠.”


‘헤헤... 그래? 그럼,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잠깐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그녀가 기분 상하지 않도록 OK를 받아 내야하기 때문이다. 그 누구와 다르게 성진은 그녀를 정말 아끼고 있었다. 진심으로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흉한 얼굴을 보고도 키스까지 하는 그녀였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10초 이상 보지도 못하고, 역겹다고 토를 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인 그 얼굴에... 그녀는 사랑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도 말을 건네기가 조심스러워진다. 잘못 말하면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 같아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지금도 그녀의 질문에 여러 가지 생각과 말들이  안에서 맴돌기만  뿐,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망설인 끝에, 그는 약간을고민하다가 그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버린다.




“아... 그게... 까먹었네요?”


‘에이... 뭐야. 엄청 싱거워... 성진아, 그거 알아?’

“뭘요...?”

‘여자들은 뜬금없이 하는 고백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그러더라. 막... 별 생각 없었는데, 갑자기 들이대는 스타일 있잖아. 물론 썸타는 사이에서...’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뭔가를 기대하는 목소리이긴 했으나, 연애에 대해서 까막눈인 성진이 알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여자와 이런 식으로 대화를 시작한 것은 이제 1달 밖에 되지 않은 그였다.


“하하... 저는 모르겠어요. 누나, 뭔데요? 알려주면 안돼요?”

‘...정말 몰라...?’

“모르니까 여쭤봤죠. 그게 뭔데요?”


‘...... 흥! 너도 모르면 나도 몰라. 뜨거웠던 게 식어버렸어.’

“누, 누나...!”

‘전화 끊을 거야. 메~롱!’




뚝하는 소리와 함께 끊어지는 그녀의 전화. 그것을 잠자코 당하기만 하던 그는 어이가 없기도 하면서 다른  편으로는 그녀가 하던 말의 의도를 고민하고 있었다. 과연 유경이 하려는 이야기는 뭘까...? 그는 갑자기 생기는 답답함과 불안함에 애꿎은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었다.






‘끼이익’


“어... 성진 씨?”



그가 유경의 말에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원장실의 문이 열리면서 피부 관리사들 가운데 2명이 그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일을 모두 마쳤는지 그녀들은 입고 있던 유니폼이 아닌 외출복 차림이었는데, 그 안에서 컴퓨터를 만지고 있던 성진과 마주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현아 씨, 주희 씨.”


“네, 그런데... 아직도 안에 계셨네요. 오늘은 교육도 없다고 들었는데...”

“아, 원장님께서 여기에 남아있으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계속기다리고 있었죠.”

“음... 그렇구나. 그런데... 원장님의 컴퓨터로 뭘 보고 계신 거에요? 혹시... 야동?”

“아, 아니에요. 그냥 공부하고 있었어요. 저, 정말이라니까요.”

“그럼 어디 한 번 봐요.”




쾌활하고 장난기가 많은 현아가 그에게 다가와 컴퓨터를 확인했다. 갑자기 윈도우 검색창을 키더니 .avi, .mp4, .mkv등의 확장자 파일을 검사한 것이다. 성진은 그녀가 무얼하는 것인지 영문도 모른 채, 그녀의 체향을 콧속 깊숙이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어깨에 느껴지는 물컹한 감촉도 은근히 즐기는 모습이다.




“앗! 여기 찾았다. 한  봐야겠네...?”

“그게 뭔데... 어어...? 저, 저는 이건 전혀 모르는 일이에요. 정말로요.”


그녀가 찾은 확장자 명에서 걸리는 여러 개의 파일들. 그것들은 어떤 일본 회사의 기획물이었는데, 참 웃긴 것이 모두가 다 마사지 물이었다는 것이다. 장소가 이렇다보니까 그런 류의 동영상이 끌린 모양이다.
그것들은 모두 성진과 유경의 섹스로 인해 강원장이 받아서 보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은 성진이었기 때문에, 모든 오해는 그가 뒤집어쓰게 되었다.


“에이... 성진 씨도 특이하네... 여기가 피부 관리 샵이라고 이런 걸 보다니...”


“저질...”



활짝 웃음을 짓고 있는 현아는 그를 놀리고 있었고, 냉정한 표정의 주희는 그를 향해 경멸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항상 그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음침해 보였던 것이 지금 이것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아... 미치겠네...”

“아함~! 손님들 모두 가셨다. 원장님은 아직 안 오셨어?”




성진이 난처해하고 있는 사이, 나머지 피부 관리사 하나와 라운지 스텝 직원들 3명이 원장실을 향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피곤했던지 하품을 하면서 혜영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원장실을 둘러보다 야동을 틀어진모니터 앞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현아에게서 마우스 바통을 이어받아, 현재 그것을 만지고 있는 것은 성진이었다.



*



“흠흠... 모두들 퇴근 시간에 이렇게 불러내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원장님. 당연히 기다려야죠.”

“말이라도 그렇게 해줘서 고맙네요. 그럼, 여러분들의 빠른 퇴근을 위해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오늘 사장님께서 방문하신 거... 모두들 아시고 있죠?”


"""네..."""

“여러분들이 열심히 노력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희 회사의 매출은 여러분이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힘도 내달라는 말씀도 하셨죠. 그리고...”

“...... .”


“흠흠... 여러분이 적은 인원으로 고생하는 것도 잘 알고 계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저희 VIP라운지에 새로운 직원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꺄아아~"""


“원장님, 안 그래도 요즘 힘이 달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정된 인원으로 많은 수의 VIP들을 맡으려고 보니, 너무 힘이 들어서요.”


“원장님, 새로운 직원은 내부에서 승격되는 건가요? 요즘 골드 애들은 별로 물이 좋지 않던데...”

“모르지, 실버에서 올라올 수도 있지.”

“이번에 오는 직원은 행정이랑 피부 관리까지 멀티로 할 수 있는 거죠?”



그녀의 한 마디에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업무량에 비해서 일하는 직원이 너무 적은 탓에 모두들 지친 탓이었다. 지금 그들에게 새로운 직원은 가뭄 속의 단비,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혜영의 입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으음... 일단, 이번 직원은 내부 승격이 아니에요. 사장님께서 직접 데리고  ‘인재’죠.”


"""오~!"""

“그리고... 행정 쪽이랑 피부 관리사 양측의 멀티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키울 거예요.”

"""오, 오~!"""


“일도 아마 잘  것 같아요.”

"""꺄아~! 빨리 말해 주세요."""



기대감이 정말 고조되고 있었다. 자신들의 후임이자, 산소 호흡기가 될 존재에 대해서 그녀들은 열광적으로 반응을 하였다. 어차피, ‘Venus Beauty Shop’의 직원은 모두가 여자였기 때문에 남자에 대한 기대감은 아니었다.
일을 잘할 것 같다는 말에 그녀들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라 기대를 하는 것이다. 혜영은 재촉을 하는 그녀들에게 한  가볍게 웃어준 뒤,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알았어요. 그럼 소개하겠어요. 내일부터 VIP라운지에서 일하게 될, 이성진 씨. 일어서서 인사해 주세요.”


"""...... ."""


“와~ 저는 좋아요.”



그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모두가 얼어붙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혜영과 활기찬 현아를 제외하고 얼어붙은 것이다. 방금 전의 야동 사건으로 인해 그는 소파에 앉지도 못하고 차가운 플라스틱 의자로 쫓겨난 참이었다.
혜영의 발언이 진행될수록 가끔씩 마주치는 직원들의 눈빛은 모두 경멸이 가득한 눈빛이다. 그런 가운데, 혜영은 모두들에게 성진이 새로운 직원이 될 것임을 밝히고 있었다. 갑자기 분위기는 그렇게... 싸해지고 있었다.



“원장님, 저는 반대입니다.”

“저도 반대입니다. 저런 변태랑... 함께할 수 없습니다.”


주희와 미진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녀들은 앞선 야동 사건에서 그에게 가장 혐오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던 사람들이다. 성진이 새로운 직원으로 들어오는 상황에 반발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혜영은 차분하게 그녀들을 바라보며  이유를 물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남자라서 입니다. 저희는 여성들이 전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뷰티 샵인데, 마사지 혹은 자신의 피부를 만지는 사람이 남자라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저희들도 마사지를 하다보면 가슴이나 민감한 부위를 많이 만지게 되는데, 만약 남자가 그런 일을 하게 되면 저희 샵은 문을 닫을 지도 모릅니다. 회원들이 떠나가는 것은 둘째 치고 고소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변태라서 입니다. 정말 쓰레기 같은 변태 말이에요.”


미진을 시작으로 조용히 잠자코 있던 이수정 실장도 참여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는 주희의 말까지... 모두들 강하게 반발하고 있었다. 혜영은 그녀들의 말을 듣고 자신이 차분하게 준비해왔던 말들로 반박을 하였다.


“으음... 맞아요. 모두 이해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죠. 남자라서 그런 이유들이 충분히 있다고 봐요. 하지만, 남자라고 못할 것도 없지 않나요? 예를 들면 마사지도 발 마사지 위주로 한다든지, 아니면 행정 쪽에서  열심히 일을 시킨다던지... 저희는 수정 씨가 멀티 플레이어니까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요...”

“만약, 그렇다고 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마사지 실력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제가 알기로  사람이 마사지를 배운 것은  1달 정도. 일반 사람이 그 정도를 배우고 바로 현장에 투입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특히나 세계적인 것을 지향하는 저희 샵에서 핵심 요소인 VIP라운지에는 더더욱  된다고 생각합니다.”


“행정 부분도 문제가 있습니다. 보기에는 이래도 저희 일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VIP, VVIP 회원들을 관리하랴, 재고 조사 하랴, 간단한 청소를 하랴, 고객님들께 응대를 하랴... 이런 식으로 저희 일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머리가 엄청 좋아야 합니다. 적어도 상위 1%에는 들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만 해도 새로운 직원을 반기던 분위기에서, 성진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지금. 모두들 그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온갖 이유를 들먹이면서 계속 거부를 하는데...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덧붙이기까지 하고 있었다. 점점 과열되는 대화의 양상. 성진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말씨름을 하는 그녀들에게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조용히 해주세요. 변태 씨.”

“당신은 아직 직원도 아닌 외부인입니다. 대화에 끼실  없습니다.”

“그래도...”


""시끄러워요!""




모든 이들의 앞에서 한소리를 듣게  성진. 혜영을 조교하던 카리스마는 어느새잊혀지고 그저, 그들의 앞에서 취업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취준생이 되어버린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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