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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화 〉한 번 하면 각인이 되어버리는 남자. (2) (48/100)



〈 48화 〉한 번 하면 각인이 되어버리는 남자. (2)

- 제 48 화 -





시간이 흘러, 퇴근 시간을 앞둔 VIP라운지. 예약했던 고객들이 이른 시간에 끝이나 직원들의 퇴근 시간도 덩달아 빨라진 상황이었다. 마감 업무를 도맡은 성진을 제외하면 행정 스텝들은 사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간 상태이다. 피부 관리 업무를 맡은 주연이나 지영도 마찬가지였다.


“현아 씨. 덕분에 살았어요. 내가 요새 피곤에 찌들어 있었는데 마사지를 받으니까  살 것 같아. 이러면 트러블도  줄어들겠지?”

“그럼요~! 고객님. 피로는 피부의 적. 항상 관리를 해주셔야 합니다.”

“호호, 정말 현아 씨는 항상 즐거워 보인단 말이야? 덕분에 기도  얻고 가는  같아요.”

“감사합니다~! 고객님.”


“그렇지 않아요? 거기 Mr. 스마일?”

“그렇습니다. 대충 봐도 한 10년은 젊어서 돌아가시는 것 같습니다. 고객님.”

“호호호, 말만이라도 고마워요. 여기 직원들은 입에 꿀을 발랐나,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뿐이네요.”


“고객님의 기쁨이 곧 저희의 기쁨입니다.”


“좋아요. 아주 좋은 마인드네요. 그럼, 저는 가볼게요. 현아 씨랑 Mr. 스마일도 오늘 수고했어요.”

“들어가십시오! 고객님.”

“들어가세요~!”



라운지 데스크에 나와서 수다를떨던 고객은 이내, 그 모습이 사라진 상태이다.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 또 다시 굳은 표정이 되어버리는 현아. 성진은 그녀의 그런 변화를 섬뜩하게 생각하며, VIP실 정리를 위해 돌아가려는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현아 씨, 표정  풀어요. 그러다 얼굴에 주름 생길라. 요즘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있으면... 해결해 주시게요?”

“어? 드디어 말했다. 제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해결 가능하면 들어드려야죠.”




그녀가 말을 하자, 복면을 벗고 마스크를 쓰던 성진도 반색하고 있었다. 자신이 했던 일 때문에 안 그래도 뭔가 찝찝하던 찰나, 현아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성진은 그녀를 바라보며 무슨 말이든 하라는 듯한 눈빛을 그녀에게 보내는 중이다.


“으음, 저기...”


‘웅성웅성’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며 입을 떼려던 순간이다. 탈의실 쪽에서 빨리 퇴근을 준비하던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미진을 필두로 민지, 주희, 지영이 요란한 대화를 하면서 안내데스크가있는 곳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다, 그들은 현아가 있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물론, 성진은 무시한 채로 말이다.




“오, 현아야, 마침  만났네. 오늘 우리끼리 저녁이나 먹을까 하는데 너도 같이 안 갈래?”

“현아 언니, 같이 가세요. 이따가 제 남자친구의 친구들도 오기로 했거든요. 미팅 분위기로   해요.”



미진의 말에 이어 주희도 그녀를 거들고 있었다. 자신의 남자친구를 거론하며, 미팅 분위기로 한 잔하자는 그녀. 모두가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거론한 이야기들이다. 미진과 더불어 남자 없이 못사는 여자가 바로 그녀였다. 하지만, 현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를 끌어들이려는 미진과 주희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개되어 간다.



“미안, 오늘은 조금 쉬어야겠어.”

“에이, 네가 없으면 재미없을  같은데? 평소 이런 자리가 생기면 무조건 따라와서 재밌게 놀았잖아.”


“하아... 그랬지. 그런데 오늘은 조금 피곤하네. 정말 미안. 다음에 기회 있으면 따라 갈게.”



활기차던 평소의 그녀와 달리, 최근 표정이 어두운 그녀였다. 덕분에 미진이들은 그녀에게 같이 가자는 이야기를 계속 꺼내지 못했었다. 그녀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억지로 끌고가는 것은 그녀에게도, 술자리의 분위기에도 좋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미진을 비롯한 4명의 여직원들은 이내 그녀의 말에 수긍하며 알겠다는 대답을 한다.





“현아야, 너 요즘 왜 그래. 걱정되잖아.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면 말해줘. 어?”


“미진 언니~! 엘리베이터 왔어요!”

“어~ 알았어! 알겠지? 꼭 말해줘야 한다?”

“그, 그래...”




미진은 진심으로 그녀가 걱정되었는지 엘리베이터가  동안, 그녀에게 설득 아닌 설득을 한다. 그녀에게 현아는 좋은 콤비이자, 같은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동반자 같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계속 현아 걱정을 하던 그녀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단 소리에  바로 퇴근을 해버린다. 그리고 끝까지 성진은 무시한 상황이었다.




“현아 씨. 아직도 옷 안 갈아입었어요? 이러다 늦겠다. 어서, 퇴근하세요. 내일도 출근해야죠.”

“네, 그럼 VIP-1실 정리하고 들어가겠습니다.”

“그래요.”



이번에는 이수정 실장이 사복을 입고 다가왔다. 타이트한 골덴 바지와 루즈핏 스웨터, 그리고 목에 두른 스카프가 인상적이다. 그녀는 아직도 옷을 갈아입지 않은 현아를보고서 빨리 퇴근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얼핏 봐서는 직장 후배를 걱정하는 상사의 모습 같지만, 그녀의 행동에는 뭔가 의도가 있어 보인다. 현아도 알겠다는 말을 남기고 VIP-1실을 마저 정리하러 들어갔다. 수정은 그녀가 방으로 들어간 것이 확실하게 보이자, 데스크 쪽으로 다가와서는 성진에게 수줍게 말을 건네는 모습이다.






“서, 성진 씨... 오, 오늘도 해주시...나요?”


“뭐를요?”


“아이참, 그거요... 그거 말이에요.”






두 손을 모아 자신의 핸드백을 들고 있던 그녀는 성진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바닥을 바라보며 발끝을 끄적이는 그녀. 마치,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하고 나서  대답을 기다리는 소녀와 같았다. 성진은 그런 그녀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하려한다. 그런데, 저 멀리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혜영이 보여 이내 말을 멈추었다.




“서, 성진 씨. 오늘 저녁에약속 없죠? 그럼 저랑...”

“원장님, 죄송하지만 제가 먼저 왔거든요?”

“수정 씨. 정말 미안한데 오늘 내가 좀...”






그와 수정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뛰다 시피 달려온 혜영이었다.  근래에 바쁘다는 핑계로 그가 잘 안아주지 않아서였다. 혜영은 덕분에 성욕이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혼자 자위를 해봤지만 성진만큼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이 모르는 남자를 꼬시기에는 그녀의 사회적 지위와 나이가 걸려서 행동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그녀에게 성진이란 존재가 빛이요, 진리요, 생명이었다.




“아아... 원장님 그리고 실장님. 오늘은 약속이 있을  같아서요. 힘들겠네요.”

“아...”


“으음...”



그의 말에 서로를 설득하던 혜영과 수정도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아주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정말 표정에 다 드러나 보일 정도로 아쉬워하는 그녀들. 울먹거리기도 하고 한숨을 푹푹 쉬는 것이 성진에게도그녀들의 진심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도 아쉬웠다. 아쉬웠지만, 지금은 현아의 일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랬기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에게 떡을 건네려한다.


“제가 오늘은 좀 그렇지만, 조만간 시간 한 번 내볼게요.”


“저, 정말요?”

“진짜죠?”


“그럼요. 대신 한 분만이 아니라, 두  모두와 같이 놀고 싶은데... 상관없나요?”


그의 말에 그녀들은 서로를 향해 시선을 옮긴다. 요즘 들어 서로의 미모가 점점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그녀들이다. 거기다, 서로 성진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도 똑같았다.
때문에 그녀들 스스로도, 상대방이 성진과 섹스를 했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즐거움을 빼앗아가는 나쁜 도둑년으로 보인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것을 표시하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저는 상관없어요. 성진 씨와 함께라면 그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성진 씨가 원하신다면 저는 뭐든지 할  있어요.”


""호호호호...""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퇴근들 하시죠.”


“알겠어요. 아, 이수정 실장은 나랑 얘기 좀 하지?”

“저도 바라던바입니다. 원장님. 성진 씨, 그럼 내일 뵐게요.”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그녀들의 기싸움은 느끼리라 생각한다. 자신을 두고 치열하게 눈치 싸움을 하는 상황을. 자신과 함께 있고 싶어서 도시락을 싸오고, 저렇게 안달하는 모습이 성진은 만족스러웠다. 자신의 못생긴 얼굴도 잊을 만큼, 여신의 저주도 잊을 만큼...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성진은 그런 그녀들을 위해 한 가지 선물을 예고하고 싶었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라도 그를 만족시켰기에 아주 자그마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성진은 VIP라운지로 나가는 그녀들의 뒷모습을 향해,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모습들이 참 귀엽습니다.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원장님 그리고 실장님, 다음에 저와 함께 하실 때는 단단히 준비하셔야 될 겁니다. 자칫하다간 진짜로 천국에 보내드릴 수도 있거든요.”




그의 목소리에 바깥으로 나가던 그녀들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빛만은 아주 강렬했다.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도 뚜렷하게들렸다. 귀엽다. 만족스럽다. 그러니 내가 너희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 그 선물은 너희를 천국에 보내 줄만큼 아주 위험하니 그 때까지 준비를 잘해라...



아주 건방지고 어이가 없을 발언이었다. 하지만, 듣고 있는 그녀들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혜영은 오줌이라도 싼  마냥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고, 수정은 몸을 베베 꼬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의 말에 속박된 사람들처럼 그들은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제가 괜히 붙잡았나 보네요. 그럼 들어들 가시고 내일 봬요.”



가보라는 그의 한 마디가 그녀들 귀에 꽂힌다. 혜영과 수정은 그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런 뒤, 문이 닫히고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순간부터 그녀들은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소름 돋게도 그녀들은 똑같은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 말 때문에 속옷이 다 젖어버렸어...”






*


모든 업무가 끝난 VIP라운지는 고요했다. 성진은 10층의 VVIP실과 9층의 VIP1, 2, 3실을 마저 점검하고, 데스크를 정리한 후에야 퇴근을 할 수 있었다. 남성 직원을 위해 간이로 마련된 탈의실로 들어가 사복으로 갈아입고 그가썼던 스마일 복면과 중절모를 사물함 가운데에 고이 모셔놓는다.


옷을 갈아입고 성진은 바로 옆에 있는 직원 휴게실로 걸음을 옮긴다. 사전에 조율했던 상황은 아니지만, 현아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섹스를 한 관계이자, 현아에게 자신은 협박을 당했던 사이이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정상적인 대화가 한 번도 없었기에 그는 그것을 풀고자 했다.



“현아 씨, 아직 퇴근 안 하셨네요. 하실 말씀이 있던 것 같은데...”




휴게실의 문이 열릴 때는 별 반응이 없다가, 그의 목소리가 나오자 반응을 보이는 그녀이다. 겉으로 봤을 때,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처럼 굳은 표정의 그녀가 성진을 향해 시선을 옮긴다. 그런 뒤, 앉아있던 소파에서 일어나 그의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하실 말씀...?”


“네, 무슨 문제가 있으니 해결해달라고...”


“아... 그랬지. 문제...”




그녀의 모습은 뭔가 멍한 모습이었다. 얼굴은 성진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초점이 잡히지 않아 그에게 집중하는 것은 아닌  같았다. 단지, 그의 말을 되풀이하면서 가벼운 인상을 쓰고 있었다.



‘이건... 뭐지?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 않는 이 느낌.  녀석의 말을 들으면 짜릿한 느낌과 함께 몸속의 피가 빠르게 회전하는 것 같아...’



현아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중이다. 그의 말에 자신의 몸이 계속 반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의 섹스에서 느낀 짜릿한 감각은 덤이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피가 빠르게 돌아 그녀의 체온도 점점 높아져만 가는 것 같았다.
불쾌했다. 설마, 이 못생긴 폐기물에게 자신의 심장이 뛰다니... 그저, 그의 물건이 대단해 보여서 유혹했던 것이다. 섹스를 잘할 것 같아서 VIP라운지에 들어오는 것조차 반대하지 않았던 그녀였다.




헌데... 지금 그녀는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다. 그가 뱉은 말을 듣고 있노라면 죽어 있던 성감이 살아나 그녀를 흥분 시키는 것 같았다. 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믿기 싫어서... 지금 자신의 몸이 믿어지지가 않아서 그녀는 몸을 뒤돌아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니야... 진짜 아닐 거야. 이럴 수는 없어...”


“현아 씨, 침착하시고 저랑 이야기 좀...”


“그, 그래... 아닐 거야. 내가 이따위 놈에게 흥분하고 있다니 참 말이 안 되지. 섹스는 좋아해도 맘까진 준적 없는 나인데. 가슴이 뛰고 있다고? 흥! 웃기지도 않아...”

“...... .”



미친 사람처럼 현아는 혼자 중얼거리고있었다. 성진은 그녀에게 손을 뻗으려다, 상태가 이상한 것을 깨닫고 그녀의 말을 조용히 경청했다. 대충 들어보니, 자신과의 섹스로 인해 무슨 영향이 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자존심 때문인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모양이다. 심각해 보인다. 이러다간 정말로 미친 여자가 될 것 같아서 성진은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꺄앗! 만지지 마!”


“현아 씨, 이성을 찾으시고...”


“너, 너 말이야... 나에게 어떤 짓을  거야?”


“어떤 짓이요? 그게 무슨...”


“내가 너랑 섹스하고  이후로, 아무런 감각이 없단 말이야. 마치, 불감증에 걸린 것처럼... 섹스를 해도 아무 느낌이 없어. 그, 근데... 왜 너와 있으면 흥분이 되는 거지?”


“아... 현아 씨...”

“놔!  그 때 나에게 무슨 수작을 벌 인거지? 내가 막... 친절하게 대해주고 그러니까, 어떻게 해보고 싶어서 무슨 약을 쓴  아니냐고...”

“으음...”

“어서 대답해! 이 쓰레기 새끼야! 지금 말하지 않으면  고소해 버릴 테니까. 얼굴도 흉하게 생긴 녀석이 섹스 좀 해주니까 정신을 못 차리고 말이야...”


‘뚝’





언젠가 이런 적이 있던 것 같았다. 혜영에게서 느꼈던 감정 같았다. 먼저 유혹을 했으면서도  책임을 떠넘기는 행동. 그리고 안하무인(眼下無人)격으로 화를 내는 상대방. 오로지 여자는 약하다는 프레임으로 남자를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 자신은 그러한 사람을 만난 것이었다. 혜영보다 훨씬 악독한 그런 여자를 말이다.






덕분에  동안,잠잠했던 그의 본능도 되살아나고 있었다. 오로지 섹스만 탐하는 그의 본능이 발동 된 것이다. 제우스에 의해 얻게  유전적인 본능. 그는 그 본능에 의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마스크를  밑까지 내리기 시작한다.뒤돌아 있는 그녀는 보지 못했지만, 또 다시 본다면 구토를 유발할 정도로 흉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원래대로 되돌려놔. 너는 내 노예...니까  말에 따라야 해. 안 그러면 정말로 혼내줄 거야. 고소... 고소해 버릴 거라고!”

“으음... 그건 이미 바뀐 것 같은데요? 누가 노예라고요?”

“너, 너지!”

“아니죠. 말은 바로 하세요. 노예는 현아 씨, 바로 당신입니다. 그리고 주인은 나, 이성진이고요.”

“아니야. 그렇지 않아. 지금 무슨 소리를... 윽...! 마스크 쓰지 못해?”


“못합니다. 아니, 안합니다. 내가 그래야하죠?”

“내가싫다고 했잖아!”

“어이가 없어서... 현아 씨, 처음에는 좋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맘이 변했습니다. 지금까지 저에게 도발하신 대가.  치러드리겠습니다. 이자까지 팍팍 쳐서 말이죠.”


“그게 무슨... 흐읏!”



성진은 참지 않았다. 그녀를 근처 벽에 밀치고, 자신의 손을 바로 그녀의 다리 사이로 집어넣는다. 그런 뒤, 손가락들을 이용해서 마음껏 농락하기 시작한다. 다른 손으로 입이 막힌 그녀는 울먹거리는 눈으로 그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얼굴. 그러나 이성과 다르게 몸은 점점 그를 느끼고 있었다.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 내가 왜 이런 놈에게...’


“호오... 아직도 못 믿으시는 것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오늘 확실히 하죠. 주인이 누구고 노예가 누군지...”


“으읍!!”


“현아야... 이미 늦었어. 너는 이제 평생 내 곁에서 떠날  없어.”





자신을 구속하려는 그의 말을 거부하려 한다. 하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감각을 열고 환영하고 있었다. 오로지 그녀의 몸에선 마지막까진 버틴 자존심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버티기 어려워 보인다.
쾌감이란 절대적인 존재에 의해 그것도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 현아는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그것을 지키려 했지만, 그녀의 작은 몸짓은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자신의 손을 타고 흐르는 눈물들... 성진은 그녀의 손에서 입을 떼어, 눈물을 닦아 그것의  맛을 보았다. 그리고 멍해있는 현아에게 한 마디 말을 건넸다.






“눈물도 아깝다. 이제 내 허락 없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마라. 울 권리도 없어. 오직 너는내게서 쾌락만을 얻을 권리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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