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내가 먹지 않는 여자 (1/90)



〈 1화 〉내가 먹지 않는 여자

“하~아! 시파! 오늘 내 X지 벌집 되겠네.”
“좋으냐?”
“어~ 정말 미치겠다. 자기야~ 자긴 이 나이에도 어떻게 이렇게 힘이 좋아?”
“지랄하네. 네년이 워낙 굶어서 그렇지.”
“굶긴 뭘 굶....... 아~흑! 갑자기 그렇게 쑤시면 어떻게 해?”

오늘도 나는 두  가까이 작업했던 새로운 여자와 모텔에서 뜨거운 숨결을 나누고 있었다.

거의 두 주 가까운 시간 동안, 금방이라도 줄 듯 하다가도 막상 껍질을 벗기려고만 들면, 언제 주기로 했느냐는 듯 미꾸리처럼  손아귀를 벗어나기만 했던 년의 배 위에 올라탄 역사적인 날이다.

‘따~라~라~라~’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신나게  젓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자기야, 잠깐만.”
“왜?”
“신랑 전화인 줄 모른단 말이야.”
“신랑 외국 나갔다면서?”
“그러니까. 미안해 잠깐만.”

떡을 치면서 가장 김이 새는 순간이다.

어차피 데리고 살 여자도 아닌 즐기는 대상일 뿐인데, 굳이 이렇게 공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허탈함도 생겼고, 또 한창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확 깨게 되니 슬며시 화가 나기도 했다.

“아~흑!”
“.......”
“아니야. 탁자 모서리에 부딪혔어. 자긴 별일 없지?”
“........”
“응, 나도 자기 많이 보고 싶어.”

참 대단한 년이다 싶다.

하는 짓거리가 미워서 물건에 잔뜩 힘을 주고 깊이 쑤셔 넣었더니  순간 짧은 신음을 토해냈고, 그 소리에 남편이란 자가 뭐라고 했던 것인지, 탁자 모서리에 부딪혔다고 둘러대고 있는 것이다.

남편이란 작자와의 통화는, 내가 짜증이 날 정도로 계속되었다.

물론 사정하지 못하고 끝을 내는 것은 아쉽긴 했지만, 김이 새서 더는 이 여자와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결국 오늘은 이것으로 쫑을 내자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니, 이 여자는 통화를 하는 와중에도 내 허리를 감싸왔다.

하지만 이미 내 몸이 식었기에 나는 여자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고, 냉정하게 내 물건을 여자의 몸에서 빼서 욕실로 향했다.

“자기  그래?”

샤워를 하고 나오니 서방과의 통화를 끝낸 년이, 내가  이러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 년의 표정을 무시하고 의자 위에 던져둔 속옷을 입고 옷걸이에 걸어둔 셔츠를 입자, 이년은 벗은 몸조차 가리지도 않고 내게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그렇게 사랑하는 서방을 두고 나 같은 놈은  만나?”
“그럼 어떻게 해? 내가 전화를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의심하잖아.”
“됐어. 오늘은 김샜으니 다음에 하자.”
“나, 지금 많이 꼴린단 말이야.”

이년이 꼴려 있거나 말거나 그것은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년이 아닌가 말이다.

서방이 있는 년이 다른 사내와 떡을 치러 나왔다면, 최소한 떡을 치는 시간 동안에는 서방이든 남방이든, 다른 사내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무시해야 하지 않는가?

이런년은 바람을 피울 자격조차 없는 년인 것이다.

“자기 정말 이대로  거야?”
“그럼? 이미 기분 잡쳤는데 어떻게 하라고?”
“그럼 나는 뭔데?”
“뭐? 뭐가 문젠데? 떡을 치러 와서 샤워가 끝이 날 때까지 서방이란 놈하고 사랑 타령이나 하는 데, 그걸 참고 넘길 미친놈이 어디에 있어?”

떡을 친 대상과는 가능한  깔끔하게 뒷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결국 이 년과는 깔끔하게 정리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각자 차를 끌고 왔기에, 나는 그년이 샤워를 마칠 때까지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년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자기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
“......”
“자기 화 많이 났구나. 미안해.”

그러면서 겁도 없이 내 입술에 입술을 부딪치고는,  차에 올라타고서 손을 흔든다.

이것으로 이 년과의 인연은 끝이  것이었기에, 나는 가장 먼저 이 년의 전화번호를 찾아 수신차단부터 했다.

송정해수욕장에서 기장 쪽으로 가다가 있는, 작은 포구에 차를 주차하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에이~ 시파!”

정말 오늘은 재수가 없는 년을 만났다.

그것도 2주일이나 공을 들였던 년인데, 제대로 땀조차 빼지 못하고 짜증만 가득했던 만남이었다.

부동산중개인.
이게 내 직업이다.

뭐 부동산중개인 사무소를 운영한다고 하면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이야기지만, 시간 정말 더럽게 많다.

80,90년대만 하더라도 복덕방이라고 불리면서 동네 노인들의 소일거리로 취급되는 일이 바로 부동산중개인이란 직업이고, 요즘에 와서는 전문직업인 대접을 받기도 하고 또 일부 기획부동산 같은 경우에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잘나가는 부동산중개업자가 아니었기에, 손님이 오면 매물을 중개하고 그게 없을 때는 한량처럼 시간을 보내는 그런 사람이다.

나처럼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오락은 다양하다.

술을 벗 삼아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고 노름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나처럼 여자를 만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물론 건전하게 도서관을 찾아서 책을 읽거나, 아니면 음악회나 전시회를 찾아다니거나 또 영화를 보면서 나름의 교양 있는 생활을 한다고 무게를 잡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 취미는 새로운 여자를 따먹는 것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애인이나 남편이 있는 그런 여자를.......

그랬기에 여자를 따먹는 일에도 내 나름대로 철칙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첫째, 이른바 ‘아다라시’라고 불리는 숫처녀를 따먹는 것은 내 취미가 아니다.

어떤 얼빠진 인간들은 숫처녀가 몸보신에 좋으니 어쩌느니 하면서 숫처녀만 찾아다닌다고 하기도 하지만, 나는 괜히 헛심만 써야 하는 숫처녀 체질이 아니다.

그리고 숫처녀를 먹게 되면 양심에 죄책감을 느끼는 그런 어쭙잖은이유가 있기도 하고.


두 번째로 내가 기피하는 여자는, 먼저 주겠다고 설치는 년이다.

먼저 주겠다고 설치는 년 중에서 맛이 있었던 년은, 내 오입경력 15년 동안 단  번도 보지 못했다.

오래 굶은 탓에 떡의 진정한 맛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고, 반대로 이놈 저놈 달라는 놈에게 모두 가랑이를 벌린 년의 구멍은 헐거워질 대로 헐거워진 탓에, 사내로서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니 말이다.

세 번째 내가 거부하는 년은, 마치 금방이라도 줄 것처럼 속옷까지 다 벗고 난 후에 싫다며 앙탈을 부리는 년이다.

이것은 내 개인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지만, 주기 싫다는 년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은팔찌를 차게 될 확률도 없지 않았기에 내가 기피할 수밖에 없다.


네 번째가 임신한 년이다.

희한하게도 임신한 여자의 남편 중에서는, 뱃속의 제 새끼가 잘못될까  겁이 나서 아예 접근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임신시기에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특이한 체질을 지닌 년들도 있다.

임신 기간 중에 발정이  년과 떡을 치면, 혹시나 유산을 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과 자세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어서 내게는 기피 대상이 된 것이다.

아무튼 시간이 많은 나로서는 무진장 널려 있는 것이 주겠다는 년이니, 굳이 내가 싫어하는 유형의 년들에게까지 공을 들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빠트린 부류가 있다.

바로 내가 거래하는 손님이그 대상이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다가 보면 부동산중개인이 쉽게 보이는 것인지, 은근히 먼저 유혹하는 년들이 많다.

그런 여자들은 내 직장을 알고 있기에 귀찮아질 일이 생길 개연성이 다분하다.

거기에다가 떡이라도 치고 나면 마치 제 년이 내 마누라라도 된 양 중개수수료까지 떼어먹으려고 설치는 미친년도 있기에, 아예 그런 년들은 상종할 가치조차 느끼지 않는다.

조금 전의 그런 년들이야 휴대전화에서 수신차단으로 간단히 뗄 수가 있다.

물론 정말 재수가 없게도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일이 생긴다면 몰라도, 그런 엿 같은 일만 발생하지 않으면 다시 볼일도 없는 년이지만, 손님으로  여자는 떼어내기가 정말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여자 하나 때문에 사무실을 옮길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이 사장. 어디야?”
“응, 기장인데 왜?”
“무슨 기장까지 가고 그래? 매물 큰  나온 것이라도 있어?”
“아니, 그렇게 큰 것은 아닌데 아는 사람이 알아봐 달라고 해서. 그런데 무슨 일이야?”
“동래 장 사장하고 오늘 뭉칠 생각인데 같이 가지?”
“됐어. 장 사장 그 인간하고 술자리 해서 좋게 끝이 난 적이 있기나 해? 그냥 꼭 만나려면 둘이서 해결해.”

조금 전 헤어진 년 때문에 생긴 짜증을 풀고 있는데,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박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런데 박 사장 혼자였다면 달려갈 생각도 있었지만, 동래의 장 사장과 같이 만나기로 했다는 말에 나는 박 사장의 제안을 냉정히 거절했다.

“오늘은 장 사장이 미친 짓을 하지 않을 거야.”
“내가  말을 믿느니, 개가 똥을 안 먹는다는 소리를 믿겠다. 그냥 둘이서 알아서 놀아.”
“진미 부동산 혜정 씨도 오기로 했는데. 친구 둘하고.”
“그 여자가 무슨 일이래? 협회 모임 뒤풀이에도 참석하지 않는 여자가.”
“혜정 씨가 당신을 꼭 불러 달라고 하던데?”
“됐어. 괜히 업계 사람하고 일내면 소문이나 나지.”

솔직히 진미 부동산의 강혜정이라면 한 번쯤은 올라타고 싶은 생각이 드는 여자였다.

협회 모임에 가기만 하면 회원들 대부분이 어떻게 한번 해볼 수나 있을까 하고 껄떡대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이 여자가 워낙 철벽을 치는 통에 아직 옷을 벗기는 데 성공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 업계의 정설(定說)이기도 한 것이다.

심지어 협회에서 모임이 끝나고 뒤풀이를 가질 때조차 갖은 핑계로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는 그런 여자였기에, 어떻게 한 번 자빠뜨려 보려던 사내들이 하나같이 헛애만 쓰는 형국이다.

그런 여자가 무슨 일로 나를 부르라고  것인지는 몰라도, 남자  여자 셋의 조합은 오해를 받기에  좋을 그림이다.

그리고 어차피 먹지도 않을 여자인데 굳이 그런 오해까지 받아 가면서 술자리에 참석할 이유도 없었기에, 나는 박 사장의 제안을 냉정하게 거절했다.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지~ 바람에 날려 당신 곁으로~’

“이진홉니다.”
“이 선생님, 오랜만이네요.”

저장되지 않은 전화번호였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기억에 없는 전화번호였고, 전화를 건 여자의 목소리 역시 누군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죄송하지만 누구신지.......”
“어머!  전화번호를 저장해두지도 않으셨어요? 정말 서운해요.”
“죄송합니다. 얼마 전에 휴대전화를 잃어버려서 새로 바꿨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내가 따먹은 적이 없는 여자일 확률이 99%이다.

그리고 내가 한 번 올라타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올라탈 기회를 잡지 못하고 내가 먼저 포기한 여자일 확률 또한 80%이상이 되는 그런 여자일 것이다.

지금과 같이 여자가 먼저 전화를 걸어 끼를 부리는 상황이라면 이 여자 배 위에 올라탈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했기에, 나는 전화를 걸어온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머리를 잽싸게 굴리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자신을 한 번 잡아먹으려고 용을 썼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 사이에 마음의 변화를 겪고 나를 떠올렸던 것일 테니 말이다.

이런 여자가, 한 번 주려고 먼저 설치는 여자 다음으로 먹기에 쉬운 여자다.

헤어진  애인이 전화를 걸어와서 만나자고 하는 것 이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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