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잘 먹는 놈 (1)
“오빠!”
“응?”
“사람 앞에 앉혀놓고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
“아, 미안. 내가 깜빡 예전 생각이 나서.”
예전 완월동 강준이 가게에서 은정이를 만나고, 은정이와의 인연을 생각하느라, 내 앞에 강 여사가 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깜빡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은정이와 톡이야 이따금 하곤 했지만 전화 통화를 한 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인 생각?”
“아니, 아까 강 여사 너한테 얘기했었던 완월동에 있었다는 그 친구.”
“오빠 애인이었어?”
“애인은 무슨. 내 선생님이었지.”
“선생님이라니?”
“그런 게 있어.”
“에이~ 뭔데? 무슨 선생님?”
“그냥 넘어가자.”
“혹시 그 여자에게 성교육이라도 받았던 거야?”
“응.”
물론 성교육이 아닌 섹스에 있어서의 테크닉이다.
여자를 만나서 어떻게 유혹해야 여자가 쉽게 빠져드는 것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해야지 자연스럽게 여자를 모텔로 데리고 들어가고 여자 스스로 옷을 벗게 만드는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물론 최종단계는 여자와 교합과정을 거치면서 테크닉으로 그 여자를 완전히 굴복시켜서, 섹스라는 단어만 머릿속에서 떠올리면 나란 사내를 기억하게 하고, 그 순간부터 가랑이 사이를 흥건히 젖어들게 해서 아예 나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방법 그것이었다.
“정말 그런 방법도 있어?”
“여자가 남자 물건 맛에 빠지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지잖아. 애까지 버리고 사내 뒤를 쫓아가는 여자가 있다는 것은 기사에도 자주 나오잖아.”
예로부터 전해지는 말 중에 중이 고기 맛을 보면, 절에 빈대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외적으로 인해 금지되었던 어떤 욕망이 터지게 되면, 평소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누리던 사람과는 달리, 아예 통제할 마땅한 방법조차 없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육식을 금하는 절에 사는 스님이라고 고기 맛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계율에 의해 육식을 금지당하고 사니 애써 육식을 외면하다가, 어떤 이유에서든 파계하고 나면 보통 사람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욕심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 앞에 앉아 있는 강 여사 역시 본인 스스로 이야기한 것처럼 성욕이 강한 여자다.
그리고 결혼 전에는 놀아볼 만큼 놀아봤던 경력자이기도 한데, 결혼 이후 남편이란 작자가 봐주지 않은 탓에 잔뜩 욕구불만에 쌓여 있다.
이런 여자는 옆에서 누가 건드리기만해도, 미친년처럼 스스로 팬티를 내리고 사내에게 덤벼들게되어 있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그 불쌍한 존재가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강 여사는 다른 욕구불만에 쌓인 여자와는 좀 다를 것이다.
이미 젊은 시절 경험할 만큼 경험을 한 상태였으니, 설령 강 여사를 나 아닌 누군가가 열락의 늪에 빠뜨리게 된다고 할지라도, 그 사내의 품에서 허우적대기보다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다른 또 맛있는 물건을 찾아 헤매게 될 여자가, 바로 내 앞에 앉아 있는 강혜정이란 여자다.
“그럼 오빠도 여자를 안게 되면 여잘 그렇게 녹진녹진할 정도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야?”
“제법 배웠거든.”
“그럼 나도 그렇게 만들어주라.”
“넌 예전에 사내들 잘 데리고 놀았다고 했잖아. 그러니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있는데 뭐하려고 쓸데없는 짓을 해?”
“제대로 시원하게 쑤셔주는 놈이 없으니 그렇지.”
“결혼하고 난 후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면서?”
“대충 하는 짓만 봐도 알잖아. 대놓고 껄떡거리는 놈 중에서 힘이나 제대로 쓰는 놈 있어?”
확실히 놀아본 관록이 엿보이는 말이었다.
실제 사내들끼리 모여 음담패설을 할 때도 그렇지만, 대부분 자기가 잘한다는 놈치고 진짜 제대로 여자를 케이오시키는 놈은 내경험상 거의 없었다.
오히려 그런 음담패설을 나눌 때 자기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표정을 하던 친구가, 나중에 알고 보면 실속은 혼자 차리는 것을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친구 놈 하나가 바로 정치판 백수 노릇을 하는 놈이었다.
키도 작고 그렇다고 얼굴이 여자가 혹할 정도로 잘생긴 것도 아니고, 거기에다 정치판 백수 노릇을 하면서 살다가 보니 돈도 없는데, 어떻게 그 친구 주변에는 여자가 끊이질 않는 것이다.
물론 평소 이 친구란 놈은 항상 하는 말이, ‘정치판에서 돈 문제나 여자 문제로 구설에 오르면 이 판에선 게임아웃’이란 말을 버릇처럼 되뇌는 놈이다.
그러면서 제 놈은 절대 와이프 이외의 여자와는 단둘이 있는 것조차 꺼렸었고, 심지어 단란주점이나 노래주점을 가더라도 절대 자기 옆에는 파트너조차 앉히지 않았던 놈이다.
“너 고자 아니었어?”
“지랄한다. 사내가 그 짓도 못하고 살면 어떻게 사내라고 할 수 있어?”
“너 안 하고 살았었잖아. 매일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어떻게 해? 부산에 있을 때도 제대로 집에 들어간 적도 별로 없었고.”
“낮 시간은 폼으로 있냐?”
“제수씨 말고는 여자 없었다면서?”
“그걸 믿었었냐? 순진하기는......”
“뭐야?”
그놈의 실체는 그놈이 모시던 정치인이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후, 우연한 기회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놈이 모시던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사람의 와이프와의 관계가 들통이 난 것이 그 계기였다.
물론 그 사건 또한 당사자 이외 단 몇사람만 알 정도로 간단하고도 비밀스럽게 해결이 되었다.
그들 불륜관계가 내 친구 놈이 먼저 껄떡거려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출마를 준비하던 양반의 와이프가 남편이란 작자가 공천을 받게 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먼저 육탄돌격을 시도했던 증거를 친구란 놈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나 하는 걱정 때문에 참관인(?) 자격으로 그 담판 장소 옆에서숨어 지켜보던 나는, 과연 저놈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놈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간부(奸婦)인 여자의 남편 앞에서 전혀 위축되는 법이 없이 조곤조곤하게, 그 간부(奸婦)가 자기에게 보냈던 톡을 시작으로, 그 간부(奸婦)였던 여자가 어떻게 자신을 유혹했었던 것인지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권 의원님.”
“왜요? 또 할 말이 더 있어요?”
“솔직히 일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은 지겠습니다. 사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혀뿌리하고 X대가리 관리는 조심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걸 제대로 하지 못한 내 잘못이 크지요. 아무튼 내 잘못은 100% 인정할 것이니 고소를 하셔도 됩니다. 난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겠습니다.”
“뭐요? 남의 가정을 다 깨 놓고 어떻게 책임을 진다는 말입니까?”
“권 의원님, 의원님 가정을 깼다고 하셨는데, 그 책임은 저한테 뿐 아니라 권 의원님께도 있습니다. 아까 그 파일 보셨잖아요? 내가 받아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다른 사내라도 찾아야 한다는 내용 말입니다.”
“그....... 그....... 하~아~”
친구 놈의 말에 간부(奸婦)의 남편은 기가 막혀서 아예 말조차 잇지 못했다.
일단 친구 놈이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섰고, 그러면서도 그 잘못이 친구 놈 혼자만의 잘못이 아닌, 평소 자기 와이프의 뜨거운 육체를 달래주지 않고 방치한 권 의원이란 양반의 잘못 또한 포함되어 있음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친구 놈의 잘못이, 잘못이 아닌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친구 놈이 상간녀(相姦女 )의 남편에게, 자기가 저지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면서 고소를 하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그 고소라는 것이 딱히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이 바로 친구 놈이 노린 점이었다.
시대가 변해서 이제 불륜이라는 것을 법으로 다투더라도 예전처럼 실형을 살지 않는다.
굳이 불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우선 부부가 이혼한 후에 남편 쪽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유일한데, 법원에서 인정하는 부부관계 파탄에 따른 배상액이 그리 큰 금액이 아니다.
그러니 지방의회에 출마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사람이고, 반대로 상간남(相姦南)인 내 친구란 놈은 그 배상액만 지급하면사건이 종료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두 사람의 신분 차이다.
친구 놈은 직접 선수로 뛰는 놈이 아니라 정치인을 모시는 보좌진 중의 하나이지만, 상간녀(相姦女)의 남편이란 자는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된 현역 지방의회 의원이란 점이다.
그러니 이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갔을 때, 손해를 보는 쪽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똑같이 개망신을 당하게 되지만 최악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친구 놈은 이미 모시던 정치인이 정계를 은퇴했으니 정치판을 벗어나 다른 일을 하면서 살아가면 되지만, 현역의원 신분인 상간녀(相姦女)의 남편은 망신도 망신이지만, 정치에 대한 꿈을 완전히 접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상간녀(相姦女)의 남편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몸을 떠는 것 이상의 행동을 취할 수가 없었고, 결국 테이블을 박차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와! 시발! 그런데 넌 어떻게 몇 년 동안이나 들키지도 않고 살 수가 있었어?”
“그년처럼 멍청한 년이나 들키지 바보같이 들키긴 왜 들켜?”
“그래도 사람들 눈이란 게 있잖아?”
“그것만큼 간단한 일이 어디 있다고.”
친구 놈 이야기를 듣자니, 한 마디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질 않았다.
처음엔 남편이 공천을 받는 데 도움을 받으려고 접근했던 그 여자는, 친구 놈과 몇 차례 관계를 맺은 후부터는, 아예 이 친구 놈의 X맛에 푹 빠져 헤어나질 못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친구란 놈은 주변 사람들에게 불륜 행각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불륜의 대상자였던 그 지방의회 의원 부인인 그 여자의 계속된 불평을 감수해가면서, 단 한 번도 그 여자 집 주변에는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기껏 지역구 내에서 만날 때면 남들이 봤을 때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지역구 사무실에서 만났고, 바깥에서 그 여자를 만날 때면 지역구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그 여잘 픽업해서 부산이 아닌 진영이나 양산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뜨거운 몸을 달랬었다는 것이다.
“너하고 맞긴 했어?”
“그냥 한 마디로 색골 그 자체였다. 그런 여자를 내버려둔 그놈이 나쁜 놈이지.”
“얼마나 색골이었는데?”
“모텔 가면 대실 시간이 두 시간이잖아.”
“그렇지.”
“그런데 그년하고 가면 아예 카운터에서 계산하면서 추가 요금을 내고 들어간다.”
“왜?”
“두 시간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년이었거든. 처음에는 몇 번 이러다 말지 싶었는데 갈수록 더 심해지니까. 솔직히 아까 권 의원 그 친구에겐 이야기하지 못했는데, 내가 아니라 그년이 제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은 것도 있을 정도다. 그걸 보면 자극받는다면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통상 섹스 동영상을 찍는 일은 남자가 협박 비슷하게 해서 찍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여자가 먼저 찍었다고 하니 그 여자 역시 보통은 넘는다는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은 아예 들지를 않았다.
한마디로 도긴개긴이었고, 그 여자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골 때리는 여자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