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화 〉구멍동서 (21/90)



〈 21화 〉구멍동서

아무튼 부동산중개업이란 이 일은 일거리가 없으면 피곤할 정도로 지겨운 직업이다.

그리고 신학기가 되어 대학생들이 원룸을 찾는 것은 딱히 돈도 되지 않는 푼돈 장사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돈이 있으면서 따분함을 이기지 못하는 중개업자들이 기획부동산에 손을 대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동업하는 것이 그렇게도 싫어?”
“내가 그랬잖아. 당신하고 인간적인 관계  가는 것이 싫다고.”

아무리 가깝게 지낸다고하더라도 두 사람 사이에 돈 문제가 개입되게 되면, 언젠가 그 관계가 어그러진다는 것이 내가 동업에 관해 가진 생각이었다.

물론 박 사장과 인연이 끊어진다고 하더라도 딱히 내가 손해가 날 일은 없지만, 이 업계에서그나마 말이 통하기도 하고 인간적인 면에서도 나름 괜찮다 싶어서 가까이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을 잃기가 싫은 것이다.

“자기 점심.......
“어서 오.......”
“어!  소장 너........”

그렇게  소장하고 하자니 싫다느니 하면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하려다가 강 소장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데  소장 역시  앞에 앉아 있는  소장의 얼굴을 보더니 순간 얼굴이 파래진 느낌이었고, 박 소장은 강 소장님이 아닌 ‘강 소장 너…….’라고 하면서 삿대질까지 해댄다.

순간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개 같은 년! 또 그 짓거리를 하고 있었냐? 그래서 어제 계속 전화도 받지 않았고?”
“이게 무슨.......”
“이 소장, 미안하다. 나 가 볼게.”
“박 소장 무슨 말이야? 도대체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설명은 좀 해줘야지.”
“설명하고 말고 것도없어. 저년 덕분에  소장 너하고 나하고 구멍 동서가 됐단 뜻이지.”
“..........”

순간 나는 할 말을 잊고 멍하니 두 사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미친년 구멍을 벌리더라도 나하고 친하지 않은 놈에게 벌리지 하필이면 이 소장이야?”
“박 소장, 잠시 진정하고 앉아봐.”
“앉긴 뭘 앉아. 저년이 들고 있는 보자기 안에 반합이 들었을 거고, 그 반합 안에는 이 소장 당신 점심밥이 들어 있을 거야. 그냥 점심 맛있게 먹어. 그런데 이 미친년아 아무리 꼴려도 그렇지 서방 무덤에 흙도 마르지 않았는데 벌써 그렇게 대주고 다니고 있냐?”

이야기 돌아가는 것을 듣자니 내가 후순위였다.

솔직히 강 소장이 남편의 장례식을 치렀다는 날 그리고 어제 같은 경우에는,  소장이 최소한 이 업계 안에서만큼은 다른 사내와 잠자리를 갖지 않았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고, 더 나아가서는 결혼 후에는 섹스를 거의 하지 못했다는 말까지 어느 정도 믿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박 소장과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사실에 나는 화가 난다기보다는 창피했고  허탈했다.

“시발! 당신 X이 먹을 만했다면 내가 바람을 피워? X에 힘도 없으면서 껄떡 대기는.......”
“뭐?  시발 년이 뒤지려고 환장을 했나?”

강 소장의 말에  소장은 화가 나서 손찌검을 하려 했고, 나는 그런  소장을 안다시피 하면서 팔을 잡았다.

“됐어. 두 사람 관계는 둘이서 정리해. 갈 때는 문만 닫아두고.”

내가  사람의 싸움을 말릴 계제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누구 한 사람 편을 들어줄 수도 없었다.

 역시 화도 나고 쪽팔린다는 생각에 우선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으니 말이다.

나는  사람에게 그렇게 말을 던지고 사무실을 나와서 운전석에 올랐다.


“하~아~ 시파!”

차를 몰고 공수마을 쪽으로 왔지만 화가 삭여지질 않았다.

차라리 내가 먼저  소장을 따먹고 후순위가 박 소장이라면 쪽팔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거의 매일 전화를 하든지 얼굴을 맞대고 친한 척하면서 지내던 박 소장이 나보다 선순위라는 점이 쪽팔리고 화가 나는 것이다.

평소에는 손님을 태우고 다니기에 하지 않던 짓인,  안에서 담배를피워 물었다.

“진짜 미치겠네.  그런 미친년이 다 있어.”

정말 박 소장이 아닌 내가 강 소장 그년의 뺨이라도 올려붙이고 나왔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소유욕이 많은지는 몰라도 나는  여자를 공유한다는 생각은 아예 해보질 않았다.

그리고 좀 질펀하게 논다는 친구들이 이따금 나를 꼬드기는 소위  X이라고 하는 그것 또한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시간 차이가 좀 날 뿐이지 그것과 별다를 바 없는 상황이 아닌가 말이다.

그것도 내가 먼저가 아닌 다른 사내가 파고 질펀하게 싸지른 그곳에 내 물건을 푹 담그는 그런 상황 말이다.

정말 여자란 족속이 요물(妖物)이라는 것을 강 소장의 경우에서 또다시 확인하는 순간이다.

강 소장이 처음으로 내게 대시했던, 강 소장 남편의 발인 날이나 어제 오후에  소장 그년이 내게 했었던 말을 너무 쉽게 믿었던 내가 순진하다 못해 멍청한 놈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의 치부(恥部)를 이야기하면서  소장과 붙어먹었다는 사실만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것이 대단하다 느껴졌다.

그리고 남편의 발인이 있던 날, 박 소장에게 이야기해서 나와 박 소장 그리고 나하고 그리 친하지 않은 동래의 장 소장까지 불러서 놀려다가, 내가 그 제안에 거부하자 그쪽 약속을 파투내고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온 강 소장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쪽팔려서 누구에게 하소연도 할 수가 없는, 그렇다고 아무리 담배를 뻑뻑 피워대도 사라지지 않는 이 더러운 기분을 해소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이 여사님, 오랜만이네요. 오늘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시고요?”
“지금 사무실에 계세요?”
“아닙니다. 사무실에서 나와서 송정 쪽에 있습니다.”
“그래요? 조금 전에 보니까 사무실에 고함이 나고 그래서 들어가려다가 말았는데.”
“아, 사연이  있습니다. 물론 저는 아니고요.”
“그래요. 오랜만에 이 소장님이 내려주는 커피나 얻어 마시려고 찾아갔더니만.”
“커피야 제가 내리는 커피보다 바리스타가 내리는 커피가 맛이 있을 거고, 갑갑한 사무실보다는 전망 좋은 커피숍이 좋지요.”

한참 혼자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는데 원룸 전체를 통으로 내게 위임하고 있는, 내가 정 사장님이라 불리는 분의 부인인 이 여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이 이 여사 같은 경우는 나와 동성동본이자 항렬로는 내가 조카뻘이었기에 술이 한잔 들어간 상태에서는 정 사장님 대신에 고모부와 고모라고 부르면서 지낸다.

“그런데 사무실이 그 난린데 우리 조카님은 송정까지 왜 가셨대?”
“그냥 속이 좀 답답해서요.”
“속 답답한데 송정 간다고 해결이 돼? 그런 날은 애인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고 땀도  빼야지.”
“전 찜질방 체질이 아니어서요.”
“치! 나한테까지그런 내숭을  생각이야?”
“내숭이라뇨?”
“우리 서방은 순진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우리 조카님이 건드린 여자만 해도 서울까진 몰라도 대구 정도까진 줄을 세워도 될걸.”
“아이고, 제가 몰매 맞을 일 있습니까. 그러다가는 이 장사 합니다.”

하긴 이 여사 이 양반도 얼굴에 색스러운 기운이 보통이 아니었고, 또 아랫입술이 도톰하면서 잔금이 많은 것을 보면 성욕 또한 보통 강한 여자가 아니란 것은 나 역시 짐작하고 있다.

원래 선수가 선수를 알아보는 법이라고  여사 이 양반 역시 제법 밝히고  체질적으로 강한 편이니 당연히 나를 알아봤을 것이다.

그러니 이따금 부부가 함께 노래방을 갈 때 따라가게 되면, 남편 모르게 내 바지 앞섶을 툭툭 치거나 술이 좀 들어갔을 때는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리고서는 내 물건을 슬며시 쥐기도 했던 것이니 말이다.

“나도 송정에나 갈까?”
“예?”
“내가 그쪽으로 가면 조카님이 밥은 사나?”
“오시겠다면 당연히 점심은 사야죠. 정 사장님은 어디 나가셨어요?”
“응, 서울에 볼일이 있다고 갔어. 아마 사나흘쯤 후에나 올걸.”
“와~ 축하합니다. 드디어 자유부인이시네요.”
“자유부인이라고 해봐야 뭐해? 이제 늙었다고 눈길조차 주는 사내도 없는데. 아무튼 나 지금 출발한다.”
“예 내비게이션에 공수마을을 찍어서 오세요.”

이 여사와의 관계에서야 내가 항상 ‘을’일수밖에 없으니, 나로서는 오겠다는 여자를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물론 남편인 정 사장님과도 잘 알고 지내는 사이에서 이 여사에게 욕심을  이유도 없었고 말이다.

혼자 멍청하게 있는 것보다는 나이가  여자라도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이 좋다.

더구나  여사 같은 경우는 제대로 관리를 했기에 손에 주름이 생긴 것 말고는 나보다 크게 연상으로 보이지도 않으니, 남들 눈에는 불륜이란 오해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이상의 딱히 이상한 관계라고 보질 않을 것이다.


“청승맞게 혼자 이런 곳에서  해?”
“바다를 보고 있으면 속이 좀 풀리기도 하거든요.”
“자기 차보다  차로 갈까?”
“왜요? 불편하세요?”
“딱히 불편하다기보다는 자기 차 선팅보다는  차 선팅이 조금 더 진하잖아.”
“선팅이 무슨 상관이라고요. 이곳에 여사님 얼굴을 알 사람도 없을 텐데.”

아무튼 이 여사님 말대로 나는 여사님 차로 옮겼다.

“속 답답할 때는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누워서 눈 감고 있는 것이 최고야.”
“집에 있으면 더 답답한 걸요.”
“그러니 여기서 그냥 의자 젖히고 누우라고.”
“에이~ 여사님도 계시는데 어떻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 여사님은 내 쪽으로 몸을 돌려서 조수석 의자의 시트를 젖혀버렸고, 나는  의도와 상관없이 차에 드러눕는 자세가 되었다.

“괜찮습니다.”
“됐어. 그냥 그렇게 누워있어.”

그리고 이 여사님이 그렇게 한 의도를 확인하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여사가 선팅이 짙은 자기 차로 자리를 옮기길 원했던 이유와 또 내게 시트를 젖히고 누워 있으라고 한 이유는 금방 이 여사의 행동에서  수가 있었다.

 여사는 새끼손가락 손톱으로  허벅지를 살살 건드리면서 이따금은 아닌 척하면서 검지로 내 바지 위를 슬쩍슬쩍 건드리기 시작했고, 그런 자극에 나도 모르게 내 물건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스트레스 많이 받았지?”
“약간이요.”
“남자가 스트레스받을 때는 물 빼는 것이 최고 아니야?”
“.......”
“누나가 오늘 조카 물이라도 빼줄까?”
“예?”
“섹스하자는 것이 아니고 남자들은 손으로 만져서 물을 빼줘도 좋아한다면서.”
“에이~ 그러다가 정 사장님이 아시기라도 하면 여사님이나 저나 좋은 꼴 못 봅니다.”
“우리 둘이만  다물면 누가 알아? 그리고  인간은 눈치가 없어서 말로 하지 않으면 몰라.”

 여사에게 내 동의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이 여사는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내가 동의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손바닥으로  바지 앞섶을 덮고서는 슬슬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자연  물건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서 빳빳하게 변했고, 손바닥으로 그걸 확인한  여사는 회심의 미소를 띠면서  물건을  잡아오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