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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화 〉재신(財神) 아니면 사기꾼? (1) (25/90)



〈 25화 〉재신(財神) 아니면 사기꾼? (1)

‘꿀꺽!’

“하~아~ X 물도 오랜만에 받아보니 기분이 이상하네.”
“기분이 이상하다면서 그걸 왜 삼키고 그래?”
“자기 거 먹고 싶었거든.”
“참 별일이다.”

아무튼 이 여사는 내가 사정한 정액을 꿀꺽 삼키고 혀로 불기둥 주변에 묻어 있는 정액까지 싹싹 핥아 먹은 후에 글로브박스에서 물휴지를 꺼내서는 다시 불기둥을 깨끗하게 닦아 내고서야 바지 앞섶을 닫았다.

“자경 부동산입니다.”
“사장님 지금 사무실에 안 계시네요?”
“예. 손님이 오셔서 바깥에 나와 있습니다.”
“혹시 원룸을 하나 구할  있을까요?”
“임대 말씀이신가요?”

어차피 임대라면 지금 사무실로 달려갈 이유가 없다.

돈도 되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원룸을 구하는 사람들은, 내 사무실이 아니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사무실에 가더라도 원룸 임대 물건이야 얼마든지 많으니 손님으로서도 굳이 기다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임대가 아니라 매입하려고요.”
“그러십니까? 제가 30분쯤 후에나 도착할  있을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은물건은 있나요?”
“예. 사무실 앞에 붙어 있는 물건들 말고도 다양하게 있습니다. 그리고꼭 매입하시겠다고 하신다면 제가 잘 아는 사장님이  분 계시는데 내놓으신 가격에서 조금 다운시켜드릴 수도 있고요.”
“알았습니다. 일단 사무실에 도착하시면 이 번호로 전화  주세요.”
“알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도착하도록 하겠습니다.”

갑자기 상황이 급해졌다.

어차피 원룸의 매매가격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그 매매가를 생각한다면 학생들에게 원룸을 소개하거나 아파트나 주택을 소개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쉽고 큰돈을 수수료로 챙길 수가 있다.

“무슨 전화야?”
“원룸을   살 모양이야.”
“그래? 얼마를 예상하고 있다는데?”
“그거야 가서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나오겠지.”

혹시 내 옷이나 몸에서 정액 냄새라도 날까 봐 우선 차 안에뿐 아니라 옷에도 방향제를 흠뻑 뿌렸다.

“좀 천천히 가.”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그 사이에 다른 사무실 찾아가면 나만 낙동강 오리알 되잖아.”
“자기가 가서 만난다고 해도  사람이 자기하고 계약한다는 보장도 없잖아.  사람이 찾는 물건이 없을 수도 있고.”
“하지만 허탕을 치더라도 일단은 가서 만나봐야지.”
“그럼 이 동네가 아닌 다른 동네도 된다면 내 건물을 팔아줄 수는 있어?”
“당신 건물이라니?”

금시초문이었다.

내가 알기로 이 여사 소유의 원룸은 남편인 정 사장과공동명의로 되어 있는 것들이 전부인데, 자기 건물이라는 말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모르는 원룸이  채가 있거든.”
“응?”
“내가 예전에 장사했다는 것은 자기도 알고 있지? 그때 조금씩 따로 챙겨서 모았던 돈으로 사둔 건물이야.”
“어디에 있는데?”
“동래구청 쪽에.  동이 한 건물로 되어 있고 무엇보다 주차공간이 충분하거든.”
“그런 건물을 왜 팔려고 해? 그럼 공실도 거의 없을 텐데?”
“이유는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이 여사가 남편 몰래 따로 원룸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어차피 이 부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원룸을 모두 공동명의로 등기해서 재산분할까지 해둔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주머니를 차고 있다는 사실이 딱히 이상하게 생각할 일도 아니었다.

단지 금정구에 와서 원룸을 찾는 손님에게 동래구에 있는 물건을 소개해준다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도 아니었고,  이 여사 말만 믿고 내 눈으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물건을 소개할 수도 없었다.

“그건 내가 나중에 따로 알아봐 줄게. 오늘은 아니란 생각이네.”
“알았어. 아무튼 그 손님 가고 나거든 연락해.”
“그 양반은?”
“아까 얘기했었잖아. 서울 가서 사나흘 후에나 올 거라고.”

광안리 해수욕장에 있는 공영주차장에서 이 여사를 내려주고 나는 미친 듯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그리고 마침내 도시고속도로에 진입했고, 단 1초라도 단축하겠다는 생각에 이 구간에서 단 하나 있는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는 직전까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를 냈고, 단속 카메라를 지나친 후에도 과속까지 해가면서 사무실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여사님, 조금 전에 전화를 주셨던 자경 부동산 이진호 대표입니다.”
“도착하셨어요?”
“예. 지금 계신 곳을 말씀해주시면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
“아뇨. 거기서 가까운 커피숍이에요. 바로 가겠습니다.”

다행히 다른 부동산중개인사무실을 찾아가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똑!’ ‘똑!’

“어서 오세요. 원룸을 매입하시겠다고 하셨던......”
“예. 맞아요.”
“커피를 드릴까요? 아니면 녹차나 다른 음료를 드시겠습니까?”
“그냥 생수나 주세요.”

나는 냉장고에서 250m 생수를 꺼내서 종이컵과 함께 손님 앞에 내려놓았다.

“어느 정도 규모의 원룸을 찾고 계십니까?”
“귀찮게 관리를 하지 않아도  원룸이 있나요?”
“제가 거래하는 곳 중에 원룸 관리를 대행해주는 업체가 있습니다. 그럼 여사님께서는 매월 월세만 통장으로 받으시든지 아니면 업체를 방문하셔서 받아 가셔도 됩니다.”

원룸이 대중화되면서 직접 그 건물에 거주하지 않는 건물주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런 건물만 전문적으로 청소를 비롯한 제반 관리를 대신해주는업체도 생겨났고, 그 업체에서는 세입자들에게서 월세까지 대신 받아주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건물만 사두고 매월 들어오는 월세수입만 확인하면 되는 그런 구조가 성립하는 것이다.

“그렇게 중간에 사람 끼워 넣는 것은 제가 싫어요?”
“예?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전 사장님하고만 거래할 테니까, 사장님이 직접 사람을 고용해서 관리해주세요.”

이따금 만나게 되는 번거로운 것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 중 하나인 모양이다.

사실  양반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어려울 일도 없다.

어차피 지금도 그런 식으로 내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임대하고 관리하면서 매월 월세 수입에서 내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건물이 몇 군데가 있으니까 말이다.

단지 따로 용역업체 사업자등록을 낼 상황이 아니었기에 일하는 아주머니가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원룸들만을 대상으로 국한하고 있지만.......

아무튼 서지수라는 이름의 장래 건물주와의 이야기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예? 50억이라고요?”
“예. 우선 그 정도 투자해볼 생각이거든요.”

순간 ‘대박!’이다 싶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 대단한 손님을 다른 업소에 빼앗기지 않고 내가 차지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 돈을마치 과자라도 사는 것처럼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건물을 매입하면서 생기는 수수료와 건물을 관리해주면서 생기게 될 수입 아니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도 아주 욕심나는 손님이 되는 것이다.

우리 옛말에 ‘끼리끼리 논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가볍게 50억을 툭 던지는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그 돈 이상을 투자할 재력이 있는 사람일 것이고 또 이 양반 주위에는 비슷한 규모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 또한분명히 존재할 것이니, 이 양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돈이얼마나  것인지는 내가 하기 나름인 것이다.

우선 이 양반이 어떤 쪽에 마음을 두고 원룸 사업에 투자하려는지 그것을 확인해야 했다.

“사모님,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원룸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을 주목적으로 하십니까? 아니면 건물에 투자하실 요량이십니까?”
“그게 무슨 뜻이죠?”
“매월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를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매물로 나온 건물 중에서 과히 주변 시세와 비교해서 비싸지 않은 건물 중에서 깨끗하면서 공실률이 적은 건물을 찾아봐야 하고, 건물가격이오를 것을 기대해서 투자하시려고 하신다면 매입 단가는 좀 비싸더라도 건물가격이 오를 곳으로 찾아봐야 해서요.”

용도가 같은 원룸이라고 하더라도 원룸이 자리 잡은 위치에 따라 건물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금정구의 가장 요지라고 할 수 있는 부산대학교 부근의 원룸과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부곡동이나 남산동 쪽에 있는 원룸건물은 규모가 비슷하고 보증금과 월세가 비슷하더라도 건물가격에서는  배 심하면 세 배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부동산에 투자할 생각이었다면 마린시티 쪽에 적당한 아파트를 찾아보지 구질구질하게 원룸을 찾아다닐 이유가 있겠어요? 그냥 월세만 꼬박꼬박 나오는 곳으로 알아봐 줘요.”
“알겠습니다. 그럼 외대나 가톨릭대 쪽으로 몇 찾아보겠습니다.”

솔직히 오늘 나한테 재신(財神)이 강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50억을 제대로 2년만 굴린다고 하더라도 몇 달은 놀고먹어도 될 수입이 생기는 판인데, 만약 이 양반이 또다시 투자하거나 아니면 앞으로 다른 전주(錢主)를 한둘만 더 끌어온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대박 그 이상도 이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리 설레발  일은 또 아니다.

아무리  여자가 내 눈앞에 돈다발을 쥐고 흔든다고 하더라도 그 돈이 내 돈이 되려면 우선 계약이 체결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 이 상황이 지금 내 눈앞에 재신(財神)으로 보이는 이 여자의 완벽한 장난일 수도 있고 최악에는 이  여자가 나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는 사기꾼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믿을  있을 때는 이 여자의 손에서 나온 돈이 원룸이라는 건물로 바뀌고 난 그 이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접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기꾼이 아닐까 하는 의심 때문에 대접에 들어가는 돈 몇 푼을 아끼려고 하다가, 정말 돈이되는 건수를 놓치게 되어 땅을 치고 후회하는 동료 업자를 본 것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여사님, 바쁘지 않으시면 오늘 제가 저녁을 대접해도 되겠습니까?”
“말씀은 고맙지만 밥 먹는 것은 거래가 성사되고  뒤에 하죠. 바로 대전에 올라가야 하거든요.”

그러면서 이 양반은 내게 명함을 하나 내밀었다.

명함은 서지수라는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그리고 이메일 주소만 덩그러니 적인 간명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장님.”
“예. 여사님.”
“사무실 이름이 왜 자경 부동산인가요?”
“그게.......”
“말씀하시기 곤란하시면 됐어요.”
“아닙니다. 예전에 제가 알고 지냈던 동생 이름입니다.”
“알고 지냈던 동생이라고요? 친동생도 아닌 그냥 살면서 알고 지냈던 동생 이름이란 말씀인가요?”
“예. 제가 독자여서 형제가 없습니다.”
“그러셨구나. 알겠어요.”

그러더니 서지수란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그녀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가 그녀가 차를 주차했다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본 순간 내 입에서는 저절로 ‘헉!’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삑!’ 소리와 함께 비상등이 깜빡거리는 차가 소위 슈퍼카라고 불리는 부산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은, 차량 가격만도 수억대를 호가하는  차였던 것이다.

차를 보고 나니 서지수란 이 여자는 정말 내게 재신(財神)이 강림한 것이 아니면 완벽할 정도로 대단한 사기꾼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차를 끌고 다닐정도의 여자가 과연 뜯어먹을 것도 별로 없는 나란 놈에게 사기를  것이라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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